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9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97화 구시대(197/355)
< 구시대 >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육지와 바다를 서로 분담하기로 했지만 언제든지 상대방의 뒤통수를 칠 수도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프랑스도 프랑스 나름대로 해군을 끌고 왔고, 영국 역시 육군을 대동했다.
그래도 육지에서는 프랑스가 총지휘권을 가지고 바다에서는 영국의 작전대로 움직이기로 합의한 건 변하지 않았다.
뭔가 어설픈 동맹처럼 보였지만, 달리 보면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부분에서 할 일을 하고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영국은 의외로 충실하게 지원을 해주었다.
오스만과 이집트 맘루크 세력을 각개격파하기로 결정한 두 국가는 개전을 선포함과 동시에 알렉산드리아를 공격해 점령했다.
설마하니 자신들이 공격받을 거라고 예상 못 하고 있던 이집트는 알렉산드리아를 빼앗긴 뒤에야 부랴부랴 병력을 모았다.
최대한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은 연합군 입장에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결정이었다.
“우리는 이집트를 점령하러 온 게 아니다.”
나폴레옹이 이번에 대동하고 온 병력은 장 란과 다부, 뮈라가 지휘하는 3개 군단의 6만 명이었다.
프로이센을 치러 갔을 때보다 훨씬 적은 병력이었으나, 바다를 건너 이집트까지 온 만큼 보급과 병사들의 건강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적의 저항 의지를 분쇄하는 것이다. 고맙게도 저쪽에서도 싸움을 피할 마음은 없는 것 같으니 적의 주력을 전멸시켜 버리면 그걸로 끝이겠지.”
현재 이집트의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는 무라드 베이와 이브라힘 베이라는 맘루크다.
맘루크군은 오래전 그 몽골군대를 격파한 역사가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병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병이야말로 이들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기병 전력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무라드 베이는 대규모 기병들을 카이로 부근에 집결시키는 중이었다.
프랑스군 최고의 기병 지휘관인 조아킴 뮈라가 은근 기대하는 눈치로 지도의 한 부근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우리가 카이로 부근까지 가서 적들과 싸우게 되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적들이 여기까지 와줄 이유가 없으니까.”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걸 보면 어지간히 자신감이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군의 소문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맘루크들은 몽골조차 물리쳤다는 자부심이 있는 자들이야. 아무리 프랑스가 강하다고 해도 아직 옛날 몽골만큼 무서운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지.”
애초에 기병 전력이 대다수인 맘루크는 공성전에 능하지 않다.
도시에 틀어박히는 것보다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는 길을 택한 게 딱히 이상한 선택은 아니었다.
“사실 이쪽도 낭패를 보긴 할뻔했어.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분명히 나일강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 물을 공급하는 운하가 있었다는 말이지. 그래서 운하를 타고 내려가면 물을 공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
정보와 보급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폴레옹은 원정이 결정되자마자 이집트에 관한 서적들을 하나하나 직접 읽어보았다.
원정이 시작되는 날씨는 7월.
이집트의 무더운 기후를 고려하면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물의 보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운하 덕분에 그 고민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군대를 출병시켰다면 아마 프랑스군은 크나큰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그건 나폴레옹 대원수 탓이 아닙니다. 멀쩡하게 운하가 있는데 물이 말라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 상상을 총리님은 했다는 게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이 아닐까?”
본래 크리스티앙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폴레옹에게 여러 조언을 건네주었다.
-8월 이전의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이 시작되지 않아서 운하가 말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을 들은 나폴레옹은 둔기로 머리를 한 대 맞은 충격에 빠졌다.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왔다면 십중팔구 이후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는 병사보다 탈수와 탈진으로 사망할 병사들이 더 많았으리라.
란과 다부도 설마 운하가 마르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와서 두 눈으로 직접 보니 할 말을 잃었다.
책으로 배운 이집트와 눈으로 본 이집트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걸 실감할 따름이었다.
“총리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걸 다 아셨을까요? 그분도 이집트에 직접 와보신 적은 없을 텐데······.”
“그런 일로 하나하나 놀라면 총리님의 밑에서 일 못 하지.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너무 맞는 말이라 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번 전쟁에 사용하는 신형 총알도 개발한 곳은 신대륙의 누벨 프랑스의 연구진이지만 개발을 지휘한 사람은 총리님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런데 이 총알이 진짜로 그렇게 끝내주는 물건입니까?”
다부가 지금까지의 탄환과는 다르게 생긴 신형 탄환을 신기하다는 듯 매만지며 물었다.
나폴레옹이 입을 열기도 전에 란과 뮈라가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야? 넌 신형 탄환을 시연하는 장소에 오지 않았었나? 그 왜, 탄환이랑 머스킷의 새로운 뇌관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잖아.”
“난 그때 다른 행사 일정이 있어서······.”
“아, 이건 새로 도입되자마자 바로 실전에 투입되는 거니 그때 못 봤으면 모를 수도 있겠네. 그냥 보면 알겠지만 신기한 물건이야. 총탄이 바뀌었을 뿐인데 총의 위력과 정확도가 차원이 다르게 올라간다니까?”
“그 정도로 대단하다고?”
“장난 아니라니까. 그냥 총알이랑 다르게 목표물에 맞으면 내부를 다 헤집어 놓는다고. 그런 점에서 보면 무서운 무기라고 해야 하나···제대로 안 맞아도 거의 무조건 치명상이 되어버리니까.”
시연장에서 봤던 신형 탄환의 위력을 떠올린 란이 쓴웃음을 지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탄환의 세례를 받게 될 적의 앞 열은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들이 쓰던 총탄도 제대로 맞으면 목숨을 잃는 건 마찬가지긴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들이 쓸 무기처럼 착탄 시 신체의 내부를 헤집어버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살상력만이 아니라 사거리까지 훌쩍 늘어났다.
새로운 뇌관장치도 놀라운 건 마찬가지였다.
페르쿠시옹(percussion)방식이라고 했나.
천재 화학자 라부아지에가 최초로 합성했다는 화합물을 썼다고 하는데 정확한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 발명으로 프랑스의 총에서는 화약 접시가 사라졌고, 불발확률도 줄었으며, 발사까지의 반응속도조차 훨씬 빨라졌다.
란이나 뮈라는 물론 나폴레옹도 군인이지 과학자가 아니라 이 새로운 발명품들의 원리는 알지 못했다.
분명히 과학자들이 신이 나서 뭐라고 쭉 설명을 늘어놓았었는데 미안하게도 다 까먹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자신들이 지금부터 쓸 무기는 적이 들고 있는 총보다 사거리가 길면서 살상력은 훨씬 더 강한 무기라는 점이다.
기존 무기와 정확히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가 나는지, 그 수치만큼은 확실하게 머릿속에 박아두었다.
패배의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는 건 결코 자만심의 발로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총리님께서 이런 기가 막힌 무기를 개발하셨으면서 어째서 또 새로운 무기가 나올 수 있다는 언질을 주신 거지?”
“글쎄···언뜻 듣기로는 앞으로의 총기는 전장식이 아니라 후미장전식의 시대를 맞이할 거라고 하시던데?”
“후미장전식? 그 총알을 뒤로 넣는 거? 이미 영국 놈들이 쓰다가 미국 독립전쟁에서 거하게 말아먹고 사장된 물건 아닌가?”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총리님께서는 생각이 다르신가 보지.”
새로운 뇌관과 총탄을 장착하기도 전의 머스킷과 별 다를 바 없던 총이 과연 앞으로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원수들이 그에 관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려 하자 나폴레옹이 지휘봉으로 책상을 탕 찍으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이번 전쟁과 관련 없는 이야기는 그쯤하고 다시 원래 화제로 돌아가지.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건 새로운 총이 어쩌고 자시고가 아니라 이 총을 써서 어떻게 적군을 전멸시킬까 하는 점이니까.”
“아, 그랬죠. 죄송합니다.”
느긋하게 담화를 나누던 원수들의 눈에 다시 긴장의 빛이 돌아왔다.
그래. 아무리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라고 해도 아군의 피해는 무조건 나오기 마련이다.
이번 전쟁은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군의 피해를 얼마나 최소한도로 묶어놓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이번에 도입된 신무기가 얼마나 뛰어난지도 벌써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나오는 결과만이 모든 걸 증명해주리라.
※※※
이집트 카이로의 근교 엠바베.
그 유명한 기자의 피라미드가 희미하게 보이는 이 평지에서 맘루크 군과 프랑스군은 정면에서 마주쳤다.
프랑스군의 전력은 3개 군단 6만과 영국의 지원군 5천.
무라드 베이가 이끄는 맘루크의 군대 역시 6만 이상으로 수적으로는 비슷하다 할 수 있었다.
과연 기병들을 주로 사용하는 맘루크군의 군대는 어떤 전술을 보여줄 것인가.
나폴레옹은 기대 반, 경계 반의 심정으로 저 앞에 늘어선 무라드 베이의 진형을 망원경으로 훑어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소규모의 전투가 몇 번 있었으나 프랑스군은 어렵지 않게 적을 쫓아냈다.
적어도 지금까지 본 모습으로는 적의 기병대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과거 몽골의 기병을 격파한 맘루크의 기병들을 얕봤다가는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
나폴레옹은 기병 지휘에 있어서는 자신 이상의 감을 지니고 있는 뮈라를 곁으로 불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모든 대비를 해두고 적의 진형을 살펴보고 정찰병의 보고를 받은 결과는······.
“······지금 장난하는 건가?”
기어코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버린 어이없는 한숨과 자괴감이었다.
“내가 저런 놈들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경계를 했단 말인가······.”
방심하면 패배할 수 있다고 원수들을 다그쳤던 게 다 무안한 나폴레옹은 뮈라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하지만 뮈라는 그런 나폴레옹보다도 더 격렬한 분노를 터트리며 발을 쾅쾅 굴렀다.
“저 새끼들이 지금 전쟁을 장난으로 아는 건가? 시대가 어느 때인데 기병을 저런 식으로 배치해!”
총과 대포가 난무하는 시대에 기병의 로망을 추구하는 뮈라는 마치 자신이 모욕당하기라도 한 듯 적군을 향해 삿대질까지 해댔다.
“대원수님, 저 새끼들은 지금이 아직도 16세기나 17세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무슨 함정 같은 건 아니겠지?”
맘루크 대군이 노리는 바는 배치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났다.
우리의 우월한 기병 전력으로 너희의 보병을 박살 내주겠다.
영국제 신형 기병총으로 무장한 맘루크 기마병들은 위풍당당하게 이쪽으로 돌격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물론 그게 지옥으로 향하는 돌격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시대의 기병이란 포병과 보병의 유기적인 조화가 필수이거늘···이런 게 그 문화 충격이란 건가?”
“기병 군단의 원수로서는 조금 복잡한 심정입니다.”
기병들이 단독으로 전장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옛날 옛적에 끝났다.
어쩌면 눈앞의 이 광경은 이집트를 근 500년간 기마로 지배해온 맘루크들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들이 이룩한 세력과 특권은 모두 이 우월한 기마병의 힘을 통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지금까지 맘루크들이 누린 기반 자체가 허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문득 출병하기 전 가졌던 만찬에서 크리스티앙이 중얼거렸던 한 구절이 기억났다.
‘과거의 영광에 취한 자는 죽은 자다···라고 했었나? 그건 앞으로 상대할 저들을 가리키는 뜻이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자신들이 지금부터 할 일은 죽은 자들의 관짝에 못을 박아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터.
묘한 감상에 젖어 있으려니 적진에서 먼저 돌격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
두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맘루크의 기마병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전군! 대형을 갖춰라!”
나폴레옹의 지시에 프랑스군이 일사불란하게 대형을 갖췄다.
기병 대 보병.
수천 년 전부터 수없이 되풀이됐던 전투의 구도가 4천 년의 역사가 잠든 이집트의 사막 위에서 다시금 재연되고 있었다.
< 구시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