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19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199화 어쩌다 독립(199/355)
< 어쩌다 독립 >
그리스 독립파 필리케 헤타이리아는 그리스 지역 전 사회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었다.
유럽 열강들의 강력한 응원과 호응에 힘입은 그들은 전격적인 봉기를 일으켰고, 초반은 나름 선전하는 듯 보였다.
오스만 현지 군대에 잠깐 밀리기도 했으나 결국 현지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쪽은 필리케 헤타이리아였다.
고대부터 항해술로 이름을 날린 그리스인답게 해전에서도 의외의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각 섬마다 어느정도 군비를 갖춘 이들은 자신들만의 함대와 제독까지 갖추고 본격적인 군대의 틀을 확립해나갔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써 본들 중과부적.
그리스 혼자 오스만이라는 대제국을 감당하는 게 처음부터 무리였다.
오스만 본국의 군대가 본격적으로 그리스로 들이닥치기 시작하자 필리케 헤타이리아는 연달아 전투에서 패하며 뒤로 밀려났다.
잠시 자유를 되찾았던 도시들은 다시 오스만의 손에 떨어졌다.
반란 분자로 지목된 필리케 헤타이리아 무리는 상당수가 와해 되었고 지도부는 그리스 중앙을 가로지르는 핀도스 산맥까지 쫓겨났다.
여기까지 봤을 때 독립 전쟁은 언제나 그랬듯 실패로 끝난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항복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그리스의 독립을 지지하며 참전한 프랑스와 영국군의 존재 때문이다.
그리스는 프영 연합군이 이집트를 박살 내자마자 바로 군대를 틀어 자신들을 구원해주러 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런 그리스의 열망과는 달리 영국과 프랑스는 태평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사실 영국은 프랑스가 도통 움직일 생각을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좋았다.
더 이상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문화재를 본국에 보낸 넬슨은 슬슬 프랑스 놈들이 뭘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보물을 파내고 있기에 이렇게 시간을 축내면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말인가.
듣기로는 나일강만이 아니라 홍해 상류 쪽도 프랑스 학자들이 기웃거린다는데 혹시 바다에도 보물이 묻혀 있는 건가?
어쩌면 성경에서 언급된 이집트 병사들의 유해일지도 모른다.
홍해를 가른 모세를 추격하다가 다시 닫힌 홍해에 삼켜져 물고기 밥이 되어버린 이집트 군인들.
만약 정말로 그런 유물들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어떤 문화재를 꿍쳐놔도 프랑스에 비길 수 없다.
위협을 느낀 넬슨은 당장 소문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적당한 이유를 붙여 프랑스 군영을 방문했다.
“이제 저희도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이상 늦는다면 간신히 불을 지핀 그리스 독립의 불씨가 다시 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죠. 이쪽도 슬슬 움직일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찾고 있던 걸 거의 다 발견했거든요.”
“찾고 있는 거라면······?”
의외로 순순히 대답을 해주는데?
이미 찾을 만큼 다 찾았으니 이쪽은 안중에도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인가.
솔직히 별별 핑계를 다 대며 자신을 안으로 들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부를 다 보여주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넬슨의 의심스러운 시선에도 나폴레옹은 태연한 얼굴로 뒤편을 가리켰다.
“총리님께 받은 언질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들이 영국군의 손에 거의 초토화가 되었다던데······.”
“선조들이 남긴 찬란한 유물을 미개한 이들이 훼손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귀국도 솔직히 여기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희는······.”
“우와아아아아! 씨바아아아알! 진짜 있어! 찾았다!”
나폴레옹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기도 전에 저 멀리서 들린 거대한 함성이 그의 말을 덮어버렸다.
무슨 사고라도 났나 싶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비명이 아닌 환호의 함성에 더 가깝게 들렸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그 고성은 점점 더 여기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원수님! 드디어 찾았습니다! 오오오오!”
“총리님의 말씀대로였습니다! 진짜로 있었어요!”
“이건 대발견!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대애애애발견입니다!”
이집트의 더위에 프랑스인들이 드디어 미쳐버리기라도 한 건가.
딱 봐도 학자처럼 생긴 이들이 우르르 들어와 입에서 침을 튀기며 소리를 질러댔다.
“역사에 남을 대발견? 그 정도인가?”
“그렇다니까요. 프랑스에 돌아가는 대로 이집트어와 그리스어에 능통한 학자들을 있는 대로 모아서 연구에 들어가야 합니다!”
완전히 눈이 돌아간 프랑스 학자들은 넬슨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입을 놀려댔다.
대체 뭘 찾았는데 저렇게 난리를 피는 걸까.
내심 경계하며 저 멀리서 실려 오는 물체를 본 넬슨의 두 눈이 허탈함과 황당함으로 휘둥그레졌다.
“뭐야, 설마 저 돌덩이 하나 가지고 이 호들갑을 떤 건가?”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지만 이 한마디가 끈 어그로는 가히 엄청났다.
“뭐야, 그냥 돌덩이라고? 풉!”
“여윽시 영국인. 저 무식함 어디 안 가는구만.”
“냅둬. 그저~ 보물이라면 번쩍이고 휘황찬란한 거라고 생각하는 근육뇌들이 뭐 알겠나?”
“어쨌거나 대원수님, 저희는 총리님의 지시대로 이걸 본국까지 가져가겠습니다.”
학자들은 진심으로 가소롭다는 시선을 흘리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허허···근육뇌라니······.”
혼잣말 좀 했다고 졸지에 천하의 교양 없는 놈이 되어버렸네?
헛웃음을 흘리는 넬슨에게 나폴레옹인 면목 없다는 듯 살짝 고개를 까딱였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원래 머리에 잉크 좀 찬 사람들은 종종 저러더군요.”
“···저 돌덩이가 진짜로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저들의 말로는 그렇더군요. 물론 총리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저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군요.”
프랑스의 총리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저런 돌덩이를 가져오라 하지는 않았겠지.
설마 이쪽이 발견한 장식품들이 저 돌덩이 하나만 못하겠느냐는 생각은 들었지만, 넬슨도 문화재에 완전 무지한 이는 아니었다.
멀리서 힐끗밖에 보지 못했지만 저 돌덩이에는 뭔가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듯 보였다.
거기 적힌 내용의 중요성에 따라 충분히 프랑스 학자들이 저렇게 호들갑을 떨 만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정말로 그렇다면 지금까지 현지의 악명을 무릅쓰며 문화재를 싹쓸이한 게 물거품이 되어버리는데······.
물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기회는 남았다.
아직 전쟁은 끝난 게 아니니 프랑스를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이쪽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 그만이다.
“대원수님, 그러면 찾고 있던 물건도 다 찾으셨다고 하니 이제 그리스로 진군할 수 있겠군요.”
“안 그래도 슬슬 군을 다시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그리스의 상황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다고 하니까요.”
“예. 그런 그리스의 상황을 고려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역시 바다를 제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스만의 전함을 모조리 침몰시키면 그리스에 상륙한 적군은 자연스럽게 고립될 테고 전투의 의지를 상실하겠죠? 그러니 거기서 전쟁은 바로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지만 전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어떻게든 적에게 피해를 많이 줘야 합니다. 그리스에 상륙한 적의 육군이 전멸한다면 오스만은 감히 이쪽의 제의를 거절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겁니다.”
어떻게든 전쟁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결정타는 이쪽이 날리려 했지만, 나폴레옹도 그리 호락호락 그걸 용납하진 않았다.
“아니, 원수님. 굳이 육군이 그리스 쪽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니까요. 해군의 격차만 보여줘도 오스만은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굳이 귀중한 병사들의 피를 흘리게 할 이유가······.”
“이번에 우리 프랑스군이 이집트군과 싸워서 어느 정도의 사상자가 났는지는 들으셨겠지요? 오스만과의 싸움에서도 이쪽의 피가 덜 흐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거야 이집트 맘루크들이 그냥 시대착오적인 인간들이라 그런 거고······.”
한참을 더 대화가 지속됐으나 어느 한쪽으로도 결론이 기울지 않았다.
“저희는 이미 크리스티앙 총리님께서 직접 그리스로 오셔서 독립을 위한 담판을 지으시기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프랑스군이 총리님께서 가시는 길에 한 명의 적군도 남아있지 않도록 청소를 해둬야지요.”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트 총리님께서 타고 오실 군함도 이미 다 수배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번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신들이어야 한다.
그런 속마음을 대놓고 드러내며 논쟁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결국 이번에도 예전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면 그냥 각자 알아서 하는 걸로 하죠.”
“역시 그게 제일이죠.”
영국은 영국대로 오스만의 해군을 궤멸시키고, 프랑스는 프랑스대로 그리스에 상륙한 적군을 전멸시킨다.
누가 이번 전쟁에서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는지는 역사가 말해주겠지.
※※※
프랑스와 영국군이 이집트를 떠나 그리스에 도착한 지 불과 한 달 뒤.
콰콰콰쾅!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 서남안에서 우레와 같은 소음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대영제국의 힘을 보여줘라! 저 케밥 놈들의 허접한 배를 모조리 침몰시켜라!”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건 우리 대영제국이다!”
싸움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넬슨은 주저하지 않았다.
이쪽은 배마다 훨씬 더 많은 포를 탑재했고, 이쪽의 군함은 저쪽의 함선보다도 더 높고 튼튼했다.
프랑스의 해군 증강을 억제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퍼부어 뽑아낸 신형 전열함들이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결국 4시간 정도 지속된 해전에서 영국군은 고작 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오스만의 해군은 거의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80척의 배가 수장됐고 5천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오스만은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지 못하고 그대로 후퇴했다.
이렇게 바다에서 대학살극이 일어나는 동안 육지의 전황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프랑스의 용사들이여! 처음으로 자유라는 꽃을 피운 이 역사적인 땅에 다시 한번 자유의 바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건 오직 우리뿐이다! 이슬람의 압제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비바 라 프랑스!”
“자유를 위하여!”
이미 맘루크들을 상대로 실전연습을 뛰고 온 프랑스군은 신병기에 완벽히 적응한 상태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 살육의 군대와 마주친 오스만은 제대로 된 싸움조차 하지 못하고 쓸려나갔다.
필리케 헤타이리아를 몰아붙였을 때와는 완전히 입장이 뒤바뀌었다.
오스만군은 빗자루에 쓸려나가는 먼지처럼 그리스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유럽의 최강국들과 오스만이 얼마나 국력이 벌어졌는지, 앞으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 놀라운 결과는 즉각 그리스 전역과 유럽의 각 나라로 퍼져나갔다.
이제 그리스의 독립은 거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스인들은 환희에 노래를 부르며 기뻐 날뛰었지만 이 와중에도 웃을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핀도스 산맥까지 밀려난 그리스 독립군 필리케 헤타이리아였다.
이들이 웃지 못하고 있는 건 자신들의 손으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거나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영국군과 프랑스가 도착하자마자 너무 빠르게 전쟁이 끝났기에 핀도스 산맥 깊은 곳까지 소식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장님, 이제 식량과 물자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오스만 놈들도 여기까지는 쫓아오고 있지 않지만 언제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아니, 여기서 계속 있어 봐야 결국 저희만 말라죽을 뿐이겠죠.”
“선택의 시간이 온 거로군.”
독립군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여기에서 천천히 자멸을 기다리든가, 적에게 항복하든가, 아니면 목숨을 내던지고 나가서 싸우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나가서 싸운다면 그들은 모두 죽는다.
하지만 오스만에게 항복할 거라면 처음부터 독립이란 단어는 입에 올리지조차 않았다.
여기에 가만있다가 들짐승처럼 굶어 죽느니 끝까지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삶을 끝마치리라.
“여기서 도망치고 싶은 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떠나도 좋다. 몸을 피하고 숨어 있다 보면 영국과 프랑스군이 도착할지도 모르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쪽의 의지가 확실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는다면 영국이든 프랑스든 우리를 도와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희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헤타이리아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결의했다.
그래. 모두의 마음이 이렇듯 하나로 모였으니 이제 두려운 건 없다.
설령 자신들이 여기서 스러진다고 해도 필리케 헤타이리아의 숭고한 뜻은 그리스 전역을 넘어 유럽 저편으로까지 전해지겠지.
더 망설일 이유 따위는 이제 없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우리는 앞으로 죽겠지만 이 마음만은 앞으로 들어설 신생 그리스의 초석이 될 것이다! 우리의 죽음은 결코 헛된 게 아니다!”
“미래를 위하여!”
“그리스를 위하여!”
이제 남은 수는 수백에 불과했으나 기세만은 만군의 군세가 부럽지 않다.
불타는 열의를 안고 산맥을 내려온 헤타이리아는 곧바로 가장 가까운 도시로 진격했다.
여기서 승리를 거두고 보급을 얻을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싸움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고, 패배한다면······.
“수장님.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자네들도 부족한 나를 따라오느라 수고 많았네.”
“그래도 인생의 마지막으로 보는 게 전우들의 얼굴이라면 결코 나쁘지는 않지요. 자, 목숨을 불태우러 갑시다!”
마지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낯뜨거운 말들이 아주 술술 나왔다.
각오를 다진 병사들은 조심스럽게 도시 근처로 접근하며 무기를 쥔 손에 힘을 꽉 불어넣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히 있어야 할 수비병력은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은 축제 준비라도 하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온갖 물건들을 장식하는 중이었다.
무기를 들고 굳어버린 헤타이리아의 주변으로 다가온 한 노인이 지방 방언이 듬뿍 베인 사투리로 물었다.
“당신들 거기서 뭐 하슈?”
“예? 아니, 그···저희는 오스만 놈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에이, 그러지 마시오. 아무리 오스만 놈들이 미워도 그렇지 이미 도망간 놈들을 끝까지 쫓아가서 죽이려고 하는 건 당신들만 고생할 뿐 아니겠소. 그냥 그런 건 접어두고 다 같이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지.”
“······?”
뭔가 핀트가 어긋난 대답에 병사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둘러보았다.
“저기, 어르신. 그게 아니라 저희는 그리스의 독립을 위해 들고 일어난 필리케 헤타이리아입니다. 여기는 곧 전쟁터가 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피하심이······.”
주민들의 안전을 걱정해 건넨 말이었으나 노인은 정신병자라도 보는 눈빛으로 이쪽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혀를 찼다.
“···오스만이 진 지가 언젠데 대체 뭔 소리하는겨? 어디 산골짜기에서라도 나왔수?”
“······뭐라고요?”
번개라도 맞은 듯 자리에 굳어버린 수장이 조심스럽게 뒤편에 선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만 해도 비장한 각오로 번뜩이던 모두의 눈동자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얼룩져 있었다.
퍼뜩 지금까지 내뱉었던 온갖 명언들이 수장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언제였습니까 그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독립을 맞이했다는 기쁨도,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도 없었다.
“예끼, 이 사람들! 우리 그리스가 독립한 감격스러운 순간을 아직도 모르면 어쩌나? 벌써 2주가 지났는데!”
“······”
“도, 독립? 우리가?”
서서히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한 독립군 모두의 목소리가 포탄처럼 귀에 날아와 박혔다.
누가 제발 시간을 좀 돌려줬으면 좋겠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던 그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마···만세.”
“······?”
“만세! 그리스 도,독립, 만세!”
“우,우와! 독립 만세!”
“우리가 해냈다!”
아무튼 독립은 이루었다.
우리가 뭘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 어쩌다 독립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