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화 지옥불 난이도 회귀. (1)(2/355)
지옥불 난이도 회귀. (1)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엄숙한 인상을 한 중년 교사가 책을 챙겨서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귀신에 홀린 듯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쯧쯧, 이제 열두 살이 되는데 아직도 이리 성취가 느려서야.”
교사가 뭐라 씨부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말은 그냥 귀를 통과해 흘러갈 뿐이었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이냐.
눈을 뜨고 몇 시간 정도가 흘렀지만, 아직 지금 상황을 완전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병원에 실려 온 걸로만 생각했다.
물론 그런 생각은 1분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대한민국 어디를 뒤져도 이런 근대 이전 유럽풍의 병원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 상태는 더 가관이었다.
분명 뺑소니를 당해 날아갔을 터인 자신이 전신 깁스는커녕 몸에 생채기 하나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중학생도 되지 않았을 법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이건 다시 태어났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외로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은 나는 환생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것도 다 평상시 즐기던 취미 덕분이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연구실에서 허구한 날 썩다 보면 잠시 숨을 돌릴만한 취미가 필요한 법이다.
내 유일한 낙은 그런 잠깐의 여유시간마다 틈틈이 웹소설을 보는 것이었다.
머리를 비우고 시간을 때우며 대리만족하기에는 역시 웹소설만 한 게 없었다.
요새 웹소설의 단골 소재가 무엇인지는 두 번 말하면 잔소리고 세 번 말하면 헛소리다.
환생, 빙의, 회귀.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게 내 이야기가 될 거라고는 진짜 망상조차 해보지도 않았었다.
참으로 당혹스럽지만 어쩌겠는가.
이쯤 되니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재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인 나는 면밀히 주변을 살폈다.
이상하게도 눈에 보이는 가구나 시종이랍시고 방안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의 복식이 눈에 익었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살펴봤던 사료와 흡사한 정도를 넘어 똑같다고 해도 무방했다.
거기에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이건 그냥 빼박이다.
17세기에서 18세기 프랑스.
틀림없다.
내가 환생한 곳의 배경은 이 시기가 확실하다.
그럼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나는 누구인가.
이상하게도 머리에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지 않았다.
분명 지식적으로는 알고 있는데 거기에서 경험이 완전히 잘려 나간 느낌이다.
루이 크리스티앙 드 프랑스
장장 수십 분의 노력 끝에 간신히 떠올린 이번 생의 내 이름이었다.
어렵사리 이름을 떠올리고 나니 시원하···기는 개뿔.
막상 이름이 생각나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루이 드 프랑스라는 이름은 프랑스의 왕족들이 받는 이름이다.
그러면 이 이름을 쓰는 나 역시 프랑스 왕족 중 한 명이란 뜻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론 17세기에서 18세기의 프랑스 왕족 중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저 그런 저택에서 지내는 걸 보면 어디 허접한 방계 출신인가?
아니, 그래도 말이 되지 않는다.
진짜로 빈궁하게 살아가는 몰락한 왕족이면 이렇게 여러 명의 시종이 딸려 있을 리가 없다.
내가 그 악마 같은 교수 밑에서 얼마나 많은 사료를 봤는데.
특히 지금이 17세기에서 18세기가 맞다면 여긴 내 전공 분야다.
루이 드 프랑스라는 이름을 쓰는 왕족 중 내가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나마 합리적으로 이유를 추론해보자면 기록에 남지 않은 왕족이기 때문일까.
그래. 이런 경우라면 충분히 말이 된다.
내가 아무리 어마어마한 사료를 다 뒤지고 온갖 주제로 논문을 썼어도 기록에 남지 않은 사람을 알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도 의문은 있다.
왕족이 아예 기록에도 이름을 남기지 못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태어나면서 사산한 기록조차 전부 남아있는 게 왕족이란 존재다.
이제 곧 열두 살이 된다는 내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일까.
이 인간의 기억만 완전히 떠올릴 수 있다면 모든 의문이 해결될 것 같은데, 아쉽게도 떠오를 듯 말 듯 하면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그냥 아무 시종이나 붙잡고 물어볼까?
그건 아무래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어떤 출생의 비밀을 타고난 몸이라면 주변 시종들조차 내 정체를 모를 가능성도 있다.
기억도 불확실한데 괜히 입을 잘못 놀려서 자칫 화근이라도 만들면 나만 손해다.
최대한 조용히 묻어가면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이 정확히 몇 년도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레고리력을 쓰고 있을 테니 정확한 연도를 특정 지을 수 있다.
“예? 지금이 몇 년도냐고요?”
간식거리를 가져온 시녀가 뜬금없는 내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이 며칠인지는 순간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도 연도를 착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시녀는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묘하게 연민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1767년이에요.”
“1767년? 역시 18세기였구나.”
시녀의 눈빛이 조금 마음에 걸렸어도 그런 건 지금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중요한 내 예상이 맞았다는 점이다.
18세기의 프랑스. 1767년.
1789년 대혁명이 일어나기까지 아직 20년도 더 남아있다.
어디 대혁명뿐인가.
1775년에 일어나는 미국 독립전쟁 역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이 정도나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앞날을 준비할 시간은 차고 넘친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라고 해도 나는 어쨌거나 왕족의 신분.
이 배경과 내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면 이루지 못할 게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다.
역사에서 찾아보진 못한 찌끄래기 왕족이라 오히려 더 좋다.
권력자랍시고 뻐기다가 단두대에서 목 날아가는 엔딩을 자연스럽게 회피할 수 있으니까.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실들만 나열해 봐도 천문학적으로 돈을 벌 기회는 차고 넘친다.
조금만 뒤에서 암약해도 미래의 록펠러 뺨을 왕복으로 후려갈기는 대재벌이 될 수도 있다.
“도련님, 괜찮으신가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어르신께 말씀드릴까요?”
“어르신?”
실실 웃어대는 내가 진짜로 이상해 보였는지 시녀가 걱정스럽게 내 안색을 살폈다.
“오늘은 특히 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시네요. 라부아지에 어르신께 보고를 드려야겠네요.”
“라부아지에라고?”
엄청나게 익숙한 이름에 신나게 미래의 계획을 세우던 내 정신이 화들짝 깨어났다.
“앙투안 로랑 드 라부아지에? 아, 아니다. 67년이면 장 아투안 라부아지에를 말하는 거···겠지?”
“당연히 로랑 도련님이 아니라 어르신께 보고를 올린다는 거지요. 도련님은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실적을 내셔야 해요. 그래서 논문을 쓰시느라 바쁘답니다. 저희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요.”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몇 분 전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사실 내가 누군가의 신세를 지고 있을 거라는 사실 자체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대상이 라부아지에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앙투안 로랑 드 라부아지에.
이 사람은 정말로 거물이다.
그도 그럴 게 현대에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학자로 추앙받는 인물 중 한 명인 까닭이다.
화학을 사실상 창시한 인물로 화학을 하나의 독립 학문으로 분리한 그의 업적을 화학 혁명이라 기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였지만 그는 동시에 파리의 통행세를 거두는 징세청부업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중들에게 미움을 산 그는 대혁명 이후 공포정치 시기에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가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그것도 앞으로 30년이나 되는 미래의 일.
지금은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아들보다는 그의 아버지가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라부아지에의 아버지는 유서 깊은 파리 고등법원의 법률 고문으로 일하고 있었다.
소위 법복 귀족이라 불리는 계급의 권세를 등에 업고 있는 인물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 법복 귀족은 혈통 귀족이나 군복무로 귀족이 된 대검 귀족과 함께 삼부회에서 제2신분으로 분류되는 명백한 기득권이다.
이 정도 배경을 지닌 이가 후견인이라면 이제 진짜로 거리낄 게 없다.
“저기, 도련님 어르신께는 제가······.”
“그래, 그래. 알아서 적당히 말하고 이제 나가봐도 돼.”
나는 얘가 제정신이 맞나 의심하는 시녀를 어떻게든 내보낸 뒤 쾌재를 부르며 방안을 빙빙 돌아다녔다.
세상에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수도 있는 건가.
전생에 지옥불 난이도에서 뒹굴었으니 이번에는 이지 모드로 인생을 즐기라는 신의 배려인 것일까.
지금이라면 무신론자로 평생을 살아왔던 과거를 진심으로 회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신이 하나님인지 부처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을 향한 신앙심이 마구 솟아올랐다.
그리고 자비로운 신님이 정말 내 인생 난이도를 확 낮춰준 거라면 그걸 손쉽게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나는 문 밖에 아무도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해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쳐 보았다.
“상태창.”
약속과도 같은 그 단어를 내뱉은 순간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는···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걸 아는데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쪽팔림이 올라왔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스테이터스.”
여전히 실내는 고요함 그 자체였다.
이후로도 스탯창 같은 합성어도 시도해 봤지만 내가 그토록 바랐던 창이 뜨는 일은 없었다.
이런 씁. 완전히 날로 먹는 전개로는 갈 수 없단 말인가.
아, 잠깐 여기는 프랑스잖아.
바보같이 한국어나 영어를 썼으니 당연히 뜰 리가 없지.
나는 다시 한번 간절한 바람을 담아 버터가 굴러가는 듯한 발음으로 외쳐봤다.
“스태튯.”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에 라틴어까지 온갖 단어를 조합해서 창을 띄우려 해봤지만,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내 기도는 응답받지 못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망정이지 누가 봤다면 다개국어로 혼잣말하는 정신병자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원래 역사물에서는 상태창이 잘 등장하지 않으니까.
딱히 그런 치트 이능력 같은 걸 받지 않아도 미래의 지식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게 역사물의 참맛 아니던가.
지식이라면 자신 있으니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과욕은 부리지 말자.
나는 책상에 앉아 간단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적어보았다.
물론 누군가에게 들킬 수도 있으니 프랑스어나 영어로 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한글로 적어두면 설령 타인이 본다고 해도 나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이때는 조선에서 쓰는 한글도 21세기의 한글과는 많이 다를 테니 만에 하나란 일도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정리해나간 지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
어느새 밖이 어두워졌는데 이상할 정도로 집 안이 고요했다.
배가 고픈 걸 보니 이미 저녁 먹을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누군가 부르러 온 기색도 없었다.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여전히 저택 내부는 고요하기만 했다.
불도 전부 꺼져있어 어딘가 살벌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이봐! 아무도 없어?”
낮에만 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분주하게 집 안을 돌아다녔는데 이건 뭔가가 이상하다.
마치 집 안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느낀 순간.
빠악! 하고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딱딱한 땅바닥의 감촉을 안면으로 맛본 나는 그제서야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는 걸 깨달았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동시에 등 쪽을 불로 지지는 것만 같은 열기가 온몸을 내달렸다.
점점 흐릿해지는 의식과 몸을 불태우는 듯한 이 뜨거운 느낌은 이전에 한 번 맛본 적이 있는 감각이다.
기억났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폐기 처분되는 쓰레기처럼 땅에 널브러졌던 그때.
시뻘겋게 물드는 땅바닥과 그에 비례해서 급속도로 사라지는 의식.
이건 분명 한 번 경험해 보았던 죽음이라는 감각이다.
장난하는 거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뒤 기적같이 환생한 게 바로 오늘이다.
그런데 하루도 채 가지 못하고 이렇게 영문도 모른 채로 또다시 죽는다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기적처럼 왕족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 삶인데 이걸 이렇게 놓칠 수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던 나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왕족임에도 기록에 남지 않고 내가 존재조차 몰랐던 이유.
바로 이렇게 어이없이 죽어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살이라는 가능성을 진즉 고려했어야만 한다.
아니, 그런데 고려했어도 환생한 당일 칼침 맞고 죽을 줄 누가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이지 모드는 무슨 놈의 이지 모드.
병신처럼 그냥 스스로 플래그를 박아버렸구만.
“이런 씨······.”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선혈 때문에 만족스럽게 욕설조차 다 내뱉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은 뺑소니를 당해 죽었던 첫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가눌 데 없는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절망을 품은 채로, 루이 크리스티앙 드 프랑스는 또다시 목숨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