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0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01화 대운하(201/355)
< 대운하 >
오스만과 프영 연합군의 전쟁과 새로운 조약, 그리고 그리스의 독립.
19세기의 새로운 질서를 상징하는 이 사건은 유럽과 서아시아 쪽에서 각각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유럽의 열강들은 대부분이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조롱하는 분위기가 강세였다.
“봐봐, 오스만은 이제 그냥 개털 맞다니까?”
“오스만이 영국 배 한 척도 침몰시키지 못했다는 게 사실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건 약과지. 맘루크 기병대와 싸운 프랑스군은 전사자가 다섯이라더라. 저기 저 신대륙 남쪽의 야만족들과 싸웠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겠다.”
반면 오스만의 영향력 아래에서 살아가는 여러 민족은 조금 더 현실적인 분석을 해나갔다.
“이거, 우리도 그리스처럼 독립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게···지금 보니까 오스만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리스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게 뭐야?”
“우리도 들고 일어나자! 영국이든 프랑스든 러시아든 신성로마든 어딘가는 우리 편을 들어주겠지!”
불가리아인, 루마니아인, 세르비아인들은 대놓고 독립 국가 건설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랍인들조차 현 오스만의 체제로는 답이 없다는 걸 슬슬 받아들였다.
물론 오스만은 이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독립을 말하던 쿠르드족과 아르메니아인들의 사상가들 수십 명이 본보기로 교수형을 당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유럽의 그 어느 국가도 이슬람권 민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진 않았다.
그리스와는 다르다.
민족의 독립이란 결국 강대국들의 이권이 맞물리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했으니.
매정하고 잔인하긴 하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다.
그리고 더욱 잔혹하게도 누군가의 비극은 누군가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궁지에 몰린 오스만의 현실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내부의 인물은 얼마든지 있었다.
무대는 프랑스에 주력 군대를 전부 잃은 이집트.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메흐메드 알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쾅!!
“이게 무슨 짓인가! 감히 우리에게 칼을 겨누다니!”
“죄송합니다만, 술탄께서는 이제 이집트를 저에게 맡기시기로 했습니다.”
“우릴 프랑스와 싸우게 해놓고 그 틈에 이런 개수작을 부린다고? 이게 오스만이 우리에게 주장한 자치인가!”
“뭔가 착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 우리는 이집트의 자치를 허용한다고 했지, 맘루크들에게 자치를 허용한다고 한 게 아닙니다. 이집트의 미래는 저 메흐메드 알리가 책임질 테니 안심하고 잠드시길.”
새로운 이집트의 총독으로 부임한 알리는 축하연에 참석한 맘루크들을 그 자리에서 모조리 사로잡았다.
이미 자신에게 충성하는 알바니아 용병들과 함께 카이로로 들어온 그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이집트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맘루크들의 기반을 문자 그대로 갈아버리고 떠났기 때문이다.
“너 이 개자식!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구나! 우리를 약화시키려고 프랑스를 끌어들인 거였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일단 확실한 건 저번 전쟁에서 여러분들이 보인 추태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겁니다. 해군은 영국에게 싹 쓸려나갔고, 육군은 프랑스군을 무려 5명이나 죽인 놀라운 전과를 올리고 전멸했다지요?”
“그건······.”
“그러니 어찌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여러분은 이번 전쟁의 참패를 책임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인 겁니다. 그러니 그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나라를 위한 초석이 되어주시죠.”
“자, 잠깐!”
“신께서 영혼을 굽어살펴주시길.”
완벽한 숙청 선언.
몽골 제국의 침공 이후 수백 년을 이집트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했던 맘루크들의 최후는 이토록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이집트의 실권을 쥔 알리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크리스티앙과의 계약을 지키려면 이 이집트라는 나라를 완전히 자신의 수중에 넣어놔야 한다.
그리고 알리에게는 그럴만한 수완이 있었다.
그는 먼저 맘루크 세력의 뿌리를 확실히 뽑고, 이집트 전역에 조세행정처를 설치했다.
여러 저항이 있었지만 이건 알바니아 용병들로 가뿐하게 박살냈다.
이 과정에서 알바니아 용병들의 세력도 자연스럽게 깎아내면서 혹시 모를 리스크를 제거했다.
수개월의 안정화를 거쳐 확고한 기반을 다진 알리는 이제 슬슬 계약을 이행할 시기가 왔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이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이집트에도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거래다.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가 뒤를 봐줄 테니 거리낌 없이 진행하세요.’
크리스티앙에게 몇 번이나 약속을 받았으니 오스만이나 영국이 개입한다고 해도 문제는 없으리라.
먼 훗날, 자신의 이름은 이집트를 재부흥시킨 둘도 없는 성군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좋아. 어이, 지금 당장 프랑스 대사를 만나야겠다. 정중하게 모셔오도록!”
조금 조사해 보니 이미 자신들이 하려던 일은 수천 년 전부터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시도했던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홍해를 지중해와 연결할 수만 있다면 지중해 국가들은 이를 통해 바로 아라비아해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의 기술력으로는 홍해와 지중해를 직접 연결하는 건 무리였다.
대신 궁여지책으로 나일강 하류의 최동단 지류를 수에즈와 연결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대신 이것도 완벽한 방식은 아니라 배를 끌어야 하는 구간이 생겼다.
즉, 신으로 군림한 고대 파라오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지금부터 자신이 해내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짜릿한 흥분이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든다.
“그래.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집트 법인 ‘만국 수에즈 해양운하회사’.
대운하의 건설을 주도할 이 회사가 자신의 이름을 불멸로 남게 해줄 것이다.
※※※
이쁜 놈이면 뭘 해도 이뻐 보이고 미운 놈이면 뭘 해도 미워 보인다고 누가 그랬던가.
정치인만큼 이 법칙을 실감하기 좋은 직업이 또 없다.
한 번 호감도 작업을 해두면 어지간히 삽을 푸지 않는 한 대중들은 대부분의 일에 긍정적인 반응을 해준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호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누구보다 국뽕에 취하는 걸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특징까지 겹쳐 신문사는 매일같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이쯤되면 국뽕도 슬슬 질릴 법도 하지 않냐고?
프랑스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매 순간 재미있고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라는데 어쩌겠나.
이게 영원히 마르지 않을 돈줄이라는 걸 안 기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친정부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와 내 측근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여서 새로운 소스를 받아내려는 속셈에서였다.
적어도 지금의 프랑스에서 반정부 기사를 썼다가는 내가 손을 대기도 전에 회사가 끝장난다.
이전에도 어떤 기자가 어그로를 끌 생각으로 마리의 불륜설을 보도한 적이 있다.
확정적인 어조가 아니라 그런 제보가 있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어 놨다.
그러나 나와 마리를 향한 시민들의 애정은 저 정도 수준의 악의도 용납하지 못했다.
내가 뭔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그 신문을 펴낸 출판사가 성난 시민들의 손에 박살이 나고, 기자는 중상을 입고 실려갔다.
심지어 그 기자가 쓴 기사를 알게 된 의료진들이 치료를 거부해 목숨이 위험할뻔하기까지 했다.
루이 크리스티앙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농담이 아니라 현재 프랑스 시민들은 정말로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런 과열된 분위기를 한층 더 뜨겁게 만들어줄 따끈따끈한 소식이 바다를 건너 날아 들어왔다.
“총리님. 이집트 대사에게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예정대로 만국 수에즈 운하회사에서 운하 건설 계획을 공표하고 투자자를 유치한다고 합니다.”
“좋아.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나?”
“총리님과 사전에 합의한 그대로입니다. 회사의 최대 주주는 프랑스가 될 거고 사전에 접촉한 각국의 큰손들이 모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운하 완공 뒤, 100년간 운영을 하고 운영권을 이집트에 양도한다는 계약입니다.”
“좋아, 완벽해.”
그 정도면 투자한 자금의 몇 배는 더 뽕을 뽑고도 남는 장사다.
게다가 지중해와 홍해를 직접 잇는 운하를 소유한다는 건 다가올 증기선 시대의 주도권을 완벽히 잡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대한 빠르게 건설에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자금 조달만 된다면 바로 건설에 들어갈 수 있나?”
“그게 조금 문제가 있긴 합니다.”
“문제? 무슨 문제?”
내 눈치를 살피던 탈레랑이 조심스럽게 외무부 관료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 운하 건설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이집트에 체류 중인 영국 대사가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놈들이야 당연히 그렇겠지.”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반대할 거라고는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증기선의 시대를 예상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 시대는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시아, 특히 인도와의 교역 루트가 중요했다.
유럽 국가가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를 타고 유럽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서부 해안을 따라 최남단 희망봉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거기서 인도양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이게 사실상 아프리카 대륙을 한 바퀴 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지중해를 통해 바로 인도양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경로가 열린다면?
당연히 희망봉 루트는 그 가치를 잃게 될 것이고 이곳을 꽉 잡고 있는 영국은 간접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중해에서 바로 인도양으로 나가는 만큼 지중해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지브롤터를 잃고 지중해 쪽의 영향력이 축소된 영국으로서는 뼈아픈 일이었다.
반대로 지브롤터를 거머쥐고 지중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인 에스파냐는 쌍수를 들며 찬성하는 중이었다.
“영국이 반대를 한다고 해도 프랑스와 그 동맹들이 다 찬성한다면 건설 자체에는 지장이 없을 텐데? 오스만에 압력을 넣는다고 해도 이쪽이 상쇄 가능하고.”
“그렇긴 합니다만 영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간접적으로는 계속 방해를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이 작정하고 훼방을 놓는다면 10년의 건설 기간이 15년, 20년으로 늘어나는 사태는 충분히 가능하죠.”
“일리 있는 말이군.”
“어떻게 할까요? 영국 측에 강력히 경고를 할까요?”
“그놈들이 경고한다고 듣겠나. 오히려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하면서 더 방해하려 들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하도록 하지.”
영국도 지금 단독으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건 아니다.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같은 국가를 구슬려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모양인데 이런 연합은 한 놈만 배신해도 바로 끝장나는 법이다.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선 언제든 동맹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나라.
그게 바로 영국이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
그리스 독립 전쟁의 승리를 발판으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기쁨도 잠시.
피트는 저 남쪽에서 들려온 개같은 소식 때문에 또 다시 거의 매일처럼 각부의 장관들을 소집하는 신세가 됐다.
“여러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에즈 운하의 건설을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저게 뚫리는 순간 우리는 엄청난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총리님. 하지만 운하가 뚫리면 저희도 이득을 보는 거 아닙니까? 지금 인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저희니까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질문에 전쟁부 장관이 눈살을 찌푸리며 책상을 탕 쳤다.
“생각을 좀 하고 발언하세요! 인도와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건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함대가 바로 인도로 접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희망봉 루트만 틀어막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이집트가 뚫린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지브롤터가 없어요! 에스파냐와 프랑스를 막기가 곱절로 힘들어진다는 뜻입니다.”
“저 말이 맞습니다. 수에즈 운하는 대영제국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운하의 건설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거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이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 게 아무 의미 없단 뜻 아닙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건설 자체를 막을 수는 없어도 지체시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건설이 늦어질수록 프랑스는 손해를 보는 겁니다. 우리는 이 점을 노려서 저쪽에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야 합니다.”
운하 건설을 막는 게 아니라 반대하는 척을 하면서 좋은 조건을 보장받자는 의미다.
피트의 말을 이해한 장관들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전략 같습니다.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과도 연대를 더 강화해······.”
“회의 중에 죄송합니다! 장관님, 급히 이걸 좀······.”
말을 이어가던 외무부 장관이 다급하게 다가온 부하에게 쪽지를 건네받고 잠시 말을 멈췄다.
빠르게 내용을 훑어본 그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프랑스 주재 대사가 보내온 소식입니다. 프랑스 측이 다음달부터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특별 채권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구매하는 국가에는 특별히 운하의 통행료를 10년간 할인해주겠다고······.”
“······.”
“······.”
일순간, 실내에 고요한 침묵이 깔렸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누군가 입을 열어주기만을 바라고 있던 찰나.
피트가 외무부 장관을 바라보며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뭐하십니까?”
“······예?”
“당장 그 채권을 모조리 사들이라고 프랑스로 사람을 보내야죠.”
“그러면 저희와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은······.”
“장담하는데 지금 그쪽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프랑스로 배를 띄울 겁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죠. 이쪽은 배를 띄우면 바로 프랑스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운하 건설 반대를 위한 연대?
10년간 통행료 할인해준다는데 그따위 게 뭐 대수인가.
“한시가 급하니 오늘 회의는 여기서 파하기로 하죠. 지금 당장! 프랑스로 배를 띄웁시다!”
“네, 총리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 영국을 제외한 그 어떤 국가도 우리보다 먼저 도착할 수 없게 길을 봉쇄하시오!”
“예? 총리님, 하지만 그랬다가는 나중에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자칫 무력충돌 가능성도······.”
“까짓거 얼마든지 쏘세요. 나중에 손이 미끄러졌다고 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면 그만이니까!”
“예! 맡겨만 주십시오!”
씩 웃으면서 나가는 제1해군경의 등 뒤로 모든 장관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 대운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