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0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06화 대증기 시대(206/355)
< 대증기 시대 >
“그게 무슨 소리냐?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겠다니.”
“아예 돌아가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당분간 누벨 프랑스에 남아 실무 경험을 더 쌓고 싶습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관광객 모드로 유람을 즐기던 아이였는데 뭘 잘못 먹었나.
황당하다는 감정이 그대로 표정으로 나왔는지 테오도르가 황급히 몇마디를 덧붙였다.
“아버지께서 절 여기에 데려오신 건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었습니까? 이곳을 둘러보고 깨달았습니다. 제게 가장 부족한 게 바로 그 경험이었다는 걸요. 그래서 여기에 남으려는 겁니다.”
“네가 그러고 싶다면 나도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마음이 들게 됐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거라.”
이거 설마하니 라부아지에나 라플라스가 옆에서 바람을 넣은 건가.
“여러가지로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솔직히 라부아지에 경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긴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프랑스보다는 이 신대륙에서 활동하는 게 저에게도 좀 더 심적인 여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프랑스의 사람들이 너에게 과한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아들이 상당한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왜 모르겠는가.
당장 내가 저 입장이라고 해도 위장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게 뻔한데.
“···면목없지만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제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 그렇게 행동하긴 했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이곳에 있고 싶다고?”
“처음에는 그런 마음에 가까웠지만···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라부아지에 경의 말로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이 땅을 기회의 땅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저에게도 이 땅은 여러 가지 의미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그런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냉정하게 계산하면 테오도르가 누벨 프랑스의 차기 총독이 되는 게 나에게는 최선의 결과이기는 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시대에는 아직 혈통만큼 확실한 연결고리가 없으니까.
“그래. 몇 년 정도 라부아지에와 라플라스의 도움을 받으면서 감을 익히면 너도 무난하게 총독 업무를 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역시 라부아지에와 라플라스의 뻥 뚫려 있던 정수리가 마음에 걸리긴 했다.
혹시라도 테오도르가 그렇게 되면 사랑스러운 아들이 내게 원망을 품게 될지도 모르잖아?
아니, 그 이전에 아들의 그런 몰골을 보면 마리가 망치로 내 머리에 구멍을 뚫어버릴지도 모른다.
어쨌든 테오도르가 정확히 뭐에 꽂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단순히 라부아지에가 부추겨서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안심이다.
어쩌면 내 아들답게 정말로 이 땅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꿰뚫어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의 누벨 프랑스는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는 중이었으니까.
“어차피 나도 여기에 좀 더 머물 생각이긴 했으니 그동안 조치를 취해두마. 라부아지에와 라플라스가 얼마나 좋아할지 벌써부터 훤히 보이는 것 같구나.”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에휴, 미친 듯이 커나가고 있는 국가의 총독이 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진짜 괜찮을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좀 더 틀이 잡힌 뒤에 맡기려고 했었는데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이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 앞으로 수십년 동안 누벨 프랑스는 미친 듯이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정하고 삽질만 하는 인간이 아니라면 누가 오더라도 평타 이상은 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래도 정 안 되겠으면 내가 뒤에서 도와주면 그만 아니겠나.
테오도르가 총독이 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실질적인 누벨 프랑스의 최고 실권자는 나일 테니까.
※※※
크리스티앙 총리의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누벨 프랑스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일대 이벤트였다.
여기에 맞춰서 총독부와 의회는 하나의 커다란 행사를 하나 더 준비했다.
행사 총괄자의 이름은 로버트 풀턴.
지금은 미국령인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공학자이자 발명가였다.
“로버트, 준비는 완벽하게 해놓았겠지?”
“물론입니다. 라부아지에경도 저번에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미 수차례 시범운행을 한 배입니다. 최근에 바뀐 거리표기대로라면 어디보자···300km는 너끈히 운행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수차례나 실험을 함께했던 사이다.
라부아지에는 이견을 제기하지 않고 오늘의 행사가 열릴 몬트리올 섬으로 향했다.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목인 세인트로렌스 강의 한복판에 위치한 몬트리올은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인구가 불어나는 중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루이 크리스티앙 총독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였기에 강변은 엄청난 인파로 북적였다.
물론 단순히 총독의 참가 때문에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린 건 아니었다.
행사 자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기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자, 여러분! 드디어 저희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증기선의 운항이 시작됩니다. 이 증기선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기존의 배와 달리 바람을 이용하지 않고 움직이는 획기적인 이동수단입니다. 노를 쓰지도 않고, 바람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현대 기술의 집합체! 그 이름은 바로 오를레앙호!”
오를레앙 공작가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깃발을 단 거대한 배가 모습을 드러내자 구경꾼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 진짜로 돛이 안 달려있네?”
“노를 젓는 사람도 없는데? 그런데 어떻게 움직이는 거래?”
“저기 저 엄청나게 큰 기둥에서 나오는 연기로 움직이는 거 아냐?”
“연기를 뿜는다고 배가 움직여?”
사실 증기선은 십년도 더 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물건이다.
프랑스에서도 이미 십년도 더 전에 와트의 증기기관을 단 배가 나왔지만 시연 15분만에 엔진이 멈추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수많은 발명가들이 증기선의 상용화를 시도했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로버트 풀턴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펜실베니아주 태생인 그는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은 마음에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기계 발명에 관심을 가지고 한창 재능을 꽃 피우려던 찰나.
프랑스의 총리 루이 크리스티앙이 그를 점찍어서 프랑스로 데려왔다.
로버트는 크리스티앙을 처음 대면했을 때 느낀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크리스티앙 총리는 놀랍게도 이미 증기선 상용화에 대한 구상을 이미 끝내놓은 상태였다.
그 구상을 이루기 위한 과학자들은 물론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을 압도적인 자금도 갖추고 있었다.
로버트 풀턴의 존재는 그 원대한 퍼즐을 완성시킬 마지막 한 조각이었다.
“증기선은 복잡한 기계지. 증기를 공급할 보일러와 배를 나아가게 할 추진장치. 그리고 배의 전체적인 설계구조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대로 고철덩어리가 되버리는 물건이니까. 처음부터 완벽한 물건을 뽑아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기죽지 말고 계속해서 매진해서 성과를 내보도록.”
발명가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매력적인 말이 있을까.
크리스티앙은 로버트가 원하는 모든 걸 다 들어주었다.
다만 한 가지.
프랑스가 아닌 누벨 프랑스에서 연구를 진행하라는 게 총리가 요구한 유일한 조건이었다.
“어째서 프랑스가 아닌 누벨 프랑스에서 먼저 상용화를 하시려는 겁니까?”
“아무래도 그러는 게 영국과 기술 격차를 최대한 벌리는데 유리할 테니까. 영국은 지금 이집트에서 건설 중인 운하와 유럽 대륙에 깔리고 있는 철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거든. 그러니 누벨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기선 실험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쏠릴 수밖에.”
“그렇군요.”
“혹시 영국에 불리한 일을 한다는 데 양심에 가책이 드나?”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태어났을 때 펜실베니아가 영국령이긴 했어도 지금은 합중국령인데요. 그리고 지금은 제 능력과 재능을 알아봐준 프랑스야말로 제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시 총리에게 건넨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자신이 만든 물건이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위대한 발명으로 기록된다.
발명가에게 이보다 더 중요하고 영광인 일은 없었다.
이런 업적을 이룩하게 해준 사람에게 평생 충성을 바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좋아. 그러면 내 기대하고 있을 테니 한 번 열심히 해보도록.”
뿌우우우우우!
출항을 알리는 증기선의 경적소리에 로버트는 다시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길이가 무려 50미터에 달하고 용적은 200톤이 넘는 배가 강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광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라 할만했다.
물론 군용으로 쓰이는 전열함들보다는 작았지만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빠르게 나아가는 모습은 범선과는 다른 위압감이 있었다.
“좋았어! 역시 성공이다! 하하하하!”
종래의 계산대로라면 이 오를레앙호는 300km의 거리를 거의 30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현 세대의 범선들보다 훨씬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증기선은 계속 발전중이다.
분명 10년만 지나도 이 속도는 2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크리스티앙 총리도 눈앞의 광경이 크게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훌륭하군. 역시 자네를 데려오길 잘했어.”
“감사합니다 총리님!”
“본국에 돌아가는 대로 자네에게 최고 등급의 훈장을 하사하라고 의회에 일러두도록 하지. 자네가 이룬 성과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 모든 능력을 증기선을 개량하는데 쏟아붓겠습니다.”
펜실베니아 재봉사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이 프랑스에서 최고등급의 훈장을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여기에 총리는 자신이 프랑스의 국력을 크게 끌어올린 위인으로 역사서에 기록될 거라는 장담까지 해주었다.
허구한날 돈을 받아갔으면 성과를 내놓으라 닦달하던 지금까지의 투자자들과는 격이 다른 사람이다.
이러니 충성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이제부터 자신의 이름은 영국식 이름인 로버트 따위가 아니다.
돌아가는 즉시 로베르로 이름을 바꾸고 진정한 프랑스인으로 귀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무엇보다 로버트, 아니 로베르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기만 해도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낸 이 증기선들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이 세계의 바다를 지배할 것이다.
이제 전 세계가 새롭게 태어날 이 바다의 지배자들을 두려워하리라.
※※※
뿌우우우!
엄청난 굉음과 검은 연기를 연신 토해내는 증기선의 위용에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감탄과 경이의 함성을 질러댔다.
실로 즐겁고도 흥겨운 광경이다.
로버트 풀턴이 만든 오를레앙호의 구조는 원역사에서 1807년에 건조된 클러몬트호와 흡사하다.
물론 이쪽의 전폭적인 지원이 들어간만큼 실제 사양은 더 좋았다.
“우와아! 아버지. 누벨 프랑스는 배가 연기를 뿜으면서 다녀요?”
“너 바보니? 원래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 아빠가 새로 만드신 배라잖아.”
“속도 자체는 기존 범선보다 훨씬 빠르진 않은 것 같은데···그래도 신기하긴 하네요.”
아이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내놓았지만, 증기선의 진가를 간파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저 배를 직접 만든 로버트도 앞으로 열릴 기선의 시대를 예측하지는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얘들아. 저 증기선을 보면 알겠지만 앞으로 너희가 살아갈 시대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를 거란다. 이전 세대의 사람들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건 좋지만 그들의 고정관념까지는 함께 배워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예!”
철도도, 증기선도, 앞으로 생길 전보의 존재조차 모르는 18세기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증기선이 뿜어대는 힘찬 경적음이 내 귀에는 마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들렸다.
정말로 즐거운 시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어째 나까지 흥분되기 시작하네.
< 대증기 시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