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0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08화 삼위일체(208/355)
< 삼위일체 >
프레데릭 남작과 영국 대표팀은 프랑스에서 준비해준 철도를 타고 순식간에 파리에 도착했다.
“이게 그 소문이 자자한 기관차라는 건가? 프랑스는 벌써 상용화가 됐나본데?”
“이런 걸 타고 다니면 원정 경기 같은 것도 충분히 다닐만 할 거 같은데? 마차를 타고 다니면 허리가 뻐근해서 원······.”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도시 간 이동을 해본 경험은 ‘쾌적함’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기관차라는 게 소수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기차에서 내린 영국 대표단은 파리역에서 돌아다니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인파에 기가 질렸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파리에서 다른 도시로 떠나고, 또 다른 도시에서 파리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뭘 이런 걸로 놀라고 있나. 우리도 이제 몇 년 있으면 국토 전역에 철도가 깔리고 기관차가 돌아다닐 텐데.”
“여, 역시 그렇겠죠? 프랑스 놈들이 하는데 우리가 못할 리가.”
“그럼, 그럼. 자네들이 말했다시피 기관차를 타고 원정경기를 다닐 일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거야.”
프레데릭 남작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얼버무렸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었다.
프랑스가 자신들보다 빠르게 철도를 상용화했다는 건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본격적일 줄이야.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전 유럽에서 선수들을 불러모으나 했는데 그럴만한 근거가 있었다.
당장 프랑스에 인접한 에스파냐와 신성로마제국도 프랑스의 도움으로 수도에서 국경까지의 철도는 깔아둔 상태라고 들었다.
덕분에 양국에서도 상당수의 관객들이 파리로 몰리는 중이었다.
최근 축구에 푹 빠진 영국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버 해협만 건너가면 기차를 타고 바로 파리로 올 수 있으니 자국팀을 응원하겠다고 상당수 응원팀이 프랑스로 넘어왔다.
“역시 이것도 프랑스 놈들의 농간이었나.”
영국만이 아니라 이번 대회에 참가한 국가들은 거의 전부 대표팀만이 아니라 외교단을 동행시켰다.
국가대표의 경기는 그럴싸한 보여주기에 불과할 뿐.
본래 목적은 각국의 묘한 자존심 싸움과 이를 통한 외교 교류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보아하니 여기에 한 가지 목적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피트 총리의 말이 맞았다.
프랑스는 이 대회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우월하게 앞서나가고 있는지를 전 세계에 광고하려는 것이다.
지금 세계의 이목은 그 어느 때보다 프랑스에 쏠려 있었다.
각국 외교단만이 아니라 최고 인기 스포츠의 대표팀이 모두 파리에 집결해 있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응원단들은 이왕 외국에 온 김에 파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관람을 즐기는 중이다.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신문물들에 소문이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총리는 이런 여론전에 특히 능하다더니······.”
어쨌거나 적의 노림수는 확실히 간파했고 자신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반격할 여지도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회 우승컵을 대영제국의 품으로 가져가 이 축제를 프랑스가 아닌 대영제국을 위한 축제로 만들 것.
“개막전은 분명 신성로마제국과 프로이센의 경기였지? 우리와 부딪치게 될 수도 있는 녀석들이니 확실히 전력을 분석하도록.”
“예!”
감독과 선수들을 전부 이끌고 경기장으로 들어온 프레데릭 남작은 좌석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관중들의 수에 압도당할 뻔했다.
고작 공 차면서 돌아다니는 운동이 이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을 줄이야.
“감독. 신성로마제국과 프로이센 중 어디가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
“신성로마제국의 멤버 중에는 프랑스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몇몇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감독도 프랑스 사람이라더군요.”
“뭐야. 국가대항전이라면서 감독이 프랑스인이라고?”
“예. 선수단은 자국민으로 구성해야 하지만 외국인 감독을 쓰는 건 문제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액의 돈을 주고 스카우트했다고 합니다.”
“가지가지 하는군.”
얼마나 자국의 수준에 자신이 없으면 타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감독을 공수해올까.
역시 저 신성하지고 않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닌 놈들은 이제 그냥 프랑스의 따까리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모양이다.
“하긴 생각해 보니 저놈들은 황태자도 프랑스에서 데려왔잖아? 감독 정도야 충분히 데려올 수도 있겠지.”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하하하!”
감독과 선수들이 프레데릭 남작의 말에 왁자지껄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영국이 신성로마제국을 조롱하는 사이 어느새 경기가 시작됐다.
프로이센 선수들의 배치를 본 감독이 턱수염을 매만지며 감탄사를 흘렸다.
“저건 포메이션 5-5!”
“포메이션 5-5?”
그게 대체 뭐지?
이름만 들으면 뭔가 대단해 보이는데.
“저희도 즐겨 쓰는 최신식 전법입니다. 공수 인원을 완벽히 분담한 최적의 인원 배치라 할 수 있지요.”
“아~ 듣고 보니 그럴듯하군. 공격과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들을 따로 둔다는 건가?”
“예. 현대 축구는 이제 공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하는 걸로는 이기기 힘듭니다. 체스처럼 깊이 있는 배치가 필수적이지요.”
“그런 최신 전법을 쓴다면 프로이센의 수준도 만만치는 않겠군···그런데 신성로마 쪽은 배치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근본이 없어 보이는군요. 저런 식으로 난잡하게 선수들을 늘어놓으면 오히려 제대로 집중이 되지 않을 텐데······.”
프레데릭의 눈에도 신성로마제국의 선수 배치는 딱 봐도 좀 약해 보였다.
위에는 4명을 넣고 중앙에는 2명, 아래에는 또 4명이 있다.
위와 아래를 구분해 놓은 건 그렇다 쳐도 중앙에는 왜 선수들을 갖다 놓았을까.
영국만이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국가들은 프로이센의 정석적인 방법에 손을 들어주었다.
신성로마제국이 채택한 방법은 결국 기책.
자고로 기책의 대부분은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방향을 파고드는 변칙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는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정석에 밀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경기는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골! 전반 40분 만에 신성로마제국의 쐐기 골 폭발!”
“우와아아아아! 프로이센 이 개허접 새끼들! 짐 싸서 돌아가라!”
신성로마제국의 응원단이 완전히 흥에 취해 국기를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반면 제대로 공조차 터치해 보지 못하는 프로이센은 완전히 죽을 맛이었다.
영국 대표팀은 그 모습을 사탄에 홀린 표정으로 바라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 남작님. 저놈들 완전 괴···아니, 만만치 않겠는데요?”
“으, 으음···확실히 뭔가 달라 보이긴 하는군.”
축구에 문외한인 남작이 보기에도 저놈들은 뭔가 수준이 달랐다.
분명 신체조건 자체는 그리 차이가 나 보이지 않는데, 상대방이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는 게 꼭 무슨 마법을 보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저놈들은 만나서는 안 된다.
“···알았다. 저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닌 놈들은 이제 하락세니 축구 같은 스포츠라도 잘해보자고 올인한 게 틀림없다.”
“···역시 그런 걸까요?”
“그러니 우선은 프랑스를 이기고 2등을 확보한다! 결승은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해 보는 걸로 하고······.”
“오, 오오!”
그러나 프레데릭 남작은 신성로마 놈들이 프랑스에서 선수와 감독을 데려왔다는 사실을 퍼뜩 떠올리고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아니겠지.
아무리 프랑스가 강하다고 해도 최대치는 신성로마제국 정도일 터.
전 세계가 지켜보는 축제의 장에서 프랑스에 대패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마침내 프랑스와 영국의 대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
입꼬리, 입꼬리 내려라 루이 크리스티앙.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폭격 쇼를 보는 나는 솟구치는 웃음을 억누르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었다.
사전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도 더 다른 나라의 축구 수준은 처참했다.
“이거, 이거···계속 보고 있기가 조금 민망할 정도로군요.”
“······.”
나는 영국 대사 캐슬레이 자작과 프레데릭 남작의 얼굴이 썩어가는 걸 실시간으로 관전하며 짐짓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시다시피 한 번 경기가 시작되면 아무리 실력 차이가 커도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실력 차이가 커도······.”
“프랑스가···축구를 참 잘하는군요.”
“이래 봬도 축구의 종주국이니까요. 하하하!”
경악의 5-5 포메이션을 쓰는 프로이센이 신성로마에 탈탈 털리는 걸 본 영국은 나름 다른 전략을 들고 왔다.
바로 일단 뻥 차고 달려서 골을 넣는 일명 뻥축···아니, 롱볼축구다.
물론 현대축구에서 사용하는 체계적인 킥 앤 러쉬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건 진짜로 뻥 차고 달리기만 하는 진정한 의미의 뻥축구였다.
소위 뻥글랜드라고 놀림 받았던 영국 축구의 흑역사가 설마 19세기에서조차 재현될 줄이야.
“아직 후반 10분인데 점수가 8대 0이라니······.”
“냉정히 말해서 이건 당연한 겁니다. 밀류드테랑(미드필드)의 개념조차 없는 팀을 상대로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는군요.”
경기 해설을 위해 부른 프로리그 준우승팀의 감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푹 내쉬었다.
“대충 봐도 점유율이 9대 1입니다. 2부 리그 팀과 붙어도 이 정도는 아닐 거예요. 10대 0이 아닌 게 용합니다.”
“그거야 영국팀이 프랑스에 져서는 안 된다는 맹렬한 투쟁심으로 임하기 때문 아니겠나?”
“정신력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는 이미 우리 리그앙에서는 첫해에 실패로 끝난···말 그대로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축구는 과학이고 전략입니다. 정신력 따위가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없죠. 영국팀이 두들겨 맞고 있는 저쪽이 전술도 없고, 기술도 없기 때문입니다.”
“흠, 흠. 감독, 아무리 그래도 영국의 귀빈들이 계시니 너무 사실로 후려치지는 말게.”
원래 팩트로 두들겨 맞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고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없다고.
특히 자신들이 나름 강하고 앞서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 효과가 배가 되는 법이고.
그렇게 한참을 똥을 먹는 형벌을 당한 얼굴로 경기장을 노려보던 프레데릭 남작이 돌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총리님. 프랑스는 선수로 흑인들을 기용하고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저건 반칙 아닙니까?”
“반칙이요? 어째서?”
하도 압도적으로 처발려서 심판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으니 이제 선수단 구성에 트집을 잡아보려는 건가.
“원래 흑인들이 머리는 좀 멍청해도 몸 쓰는 거 하나는 잘하는 족속들 아닙니까. 프랑스의 2군단이 그쪽으로는 또 명성이 자자하고요.”
“흑인들이 딱히 지능이 떨어진다는 연구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만···어쨌든,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흑인 선수 두 명은 모두 적법한 절차로 프랑스의 시민권을 얻은 이들입니다. 실제로 구단에서도 인기가 꽤 많고요.”
“···예? 시민들이 저 깜둥이들을 응원한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죠. 이쪽 세계에서 중요한 건 실력이니까요.”
물론 이건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아무리 흑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 해도 프랑스 본토의 백인들은 그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대상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대다수 백인은 흑인들을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자비롭게 은혜를 베풀어줘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니 아무리 대활약을 해본들 인기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상대팀을 분쇄하는 우리 팀의 능력 있고 예쁜 사냥개.]정도의 이미지가 결국 최선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끝나면 그것도 이제 옛말이 되겠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파리 한가운데서 영국 대표팀을 완전 개박살을 내놔버렸으니까.
둘이 합작해 6골을 내리박아버린 저 검은 듀오에게 쏟아지는 열과 환호가 바로 그 증거였다.
“아, 남작님. 그러고 보니 그거 아십니까? 이번 대회의 결과는 저희 프랑스가 자랑하는 최신 전보 시스템을 통해 바로 지방 곳곳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영국이나 에스파냐 정도의 거리는 하루나 이틀 정도면 소식이 당도할 겁니다.”
“···뭐라고요?”
[영국, 프랑스에 10대 0으로 대패.] 라는 소식이 모레면 런던으로 들어간다 이 말이다.뇌 정지라도 온 건가. 안 되겠군.
“이틀. 이.틀 뒤면 런던에 경기 결과가 전해질 거라 말씀드렸습니다. 10대0 이요.”
무너지듯 쓰러지는 남작을 무심히 일별하며 나는 경기를 마무리한 대표팀을 향해 일어나 박수를 쳐주었다.
좋아,좋아.
역시 동화정책에는 축구만 한 게 없다니까.
이거야말로 문화승리, 기술승리, 민족융합의 삼위일체지.
< 삼위일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