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11화 잠에서 깨어난 대국(211/355)
< 잠에서 깨어난 대국 >
일찍이 서양에 있어서 동양은 미지와 환상의 땅이었다.
유럽의 국가들은 동방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부와 신비한 문화를 동경했다.
특히 수차례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며 왕족이 갈린 유럽과 달리 동양은 한 번 왕조가 들어서면 수백 년은 기본으로 지속했다.
이 점이 유럽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낭만처럼 느껴졌으며, 특히 청이 들어선 이후로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비록 서양 국가들이 약해진 인도를 신나게 갈라 먹고 있었다고 해도 청나라만큼은 달랐다.
영국도, 프랑스도, 에스파냐도.
그 어느 유럽의 열강들도 청나라를 얕잡아보지는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청나라는 이 당시만 하더라도 인구가 3억이 넘어가는 대국이었다.
영국이 2천만을 막 넘기고 프랑스가 3천만을 넘어가는 시기라는 걸 고려하면 홀로 다른 차원에서 놀고 있는 수준이라 봐야 했다.
특히 청의 전성기. 강건성세를 이끈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시기의 청은 유럽 선교사들의 극찬을 받았다.
모든 외교, 경제, 전쟁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세계 최강대국은 청이라 칭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믿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청의 성장이 조금씩 둔화되기 시작했고, 반대로 유럽은 경제는 물론 사상적인 측면까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유럽인들의 눈에 청은 서서히 시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반문명적인 국가처럼 보였다.
철인정치의 표본으로 꼽혔던 청의 황제들에게는 그냥 폭군이나 다름없지 않냐는 비판적 평가가 따라붙었다.
피트가 청에 대대적으로 아편을 판매할 마음을 먹은 것도 옛날만큼 청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은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게다가 조사를 좀 해보니 현재 청나라는 옛날의 그 청나라가 아니었다.
1세기가 넘게 이어져 온 삼대의 봄은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백련교라는 종교 단체가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 그게 아직도 다 진압이 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규군을 동원하고서도 수년이 넘게 반란을 진압하지 못하는 건 전성기의 청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덕분에 청의 지방 지배력은 이전과 같지 않았다.
이건 아편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판매하려는 영국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게다가 청의 상황을 알게 된 영국은 또다시 악마적인 발상을 짜냈다.
“반란군을 이용해 아편을 좀 퍼트리면 더 쉽게 판매 루트를 넓힐 수 있지 않을까?”
“묘안입니다.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당연히 현실에 찌들고 절망한 사람들일 테니까요.”
“그렇지. 농민들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은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넓고 얕게 걷으면 그것도 무시 못 할 수준의 이윤을 가져다줄 거야. 게다가 그렇게 위로 타고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부유한 계층에게도 우리의 아편이 전파될 테고.”
“그래도 저쪽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으면 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청의 황제가 몇 년 전부터 아편 단속령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흡연 자체를 아직 금지한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럼 아무런 문제없구만. 진행해.”
아편으로 은을 연성하러 온 영국의 연금술사들에게는 이미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자신들도 지금까지 차나 도자기를 가져가기 위해 청에 많은 은을 가져다 바치지 않았나.
그러니 자신들은 그냥 아편을 주고 지금까지 빨린 은을 회수하는 것뿐이다.
어떤 논리적 하자도, 도덕적인 문제도 없다.
따지고 보면 청나라 사람들이 아편을 많이 산다고 해도 그건 그들이 현실에 절망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나.
시민들을 그런 꼴로 몰아넣은 청의 정부가 만악의 근원이다.
그러니까 반란 같은 게 일어나서 거의 10년째 이어지는 것이고.
자신들은 이런 참혹한 현실에 고통받는 청의 시민들을 구원하러 온 십자군이었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으로 순화하면 행복을 퍼트리는 전도사라고 해야 할까.
행복의 전도사.
참으로 좋은 표현이다.
청의 시민들을 행복으로 인도해줄 상품이 가득 든 선단을 바라보는 피트의 얼굴에 잔혹한 미소가 은은히 번져 나갔다.
※※※
사실 건륭제의 열다섯 번째 아들이자 청의 당대 황제, 훗날 인종이라 불리게 될 영염은 절대 무능한 군주는 아니었다.
본인부터 굉장히 도덕적이고 원리를 중시한 군주였으며 신하들의 감언이설에도 쉬이 흔들리지 않았다.
청의 성세를 이룩한 선대들을 본받아 좋은 군주가 되고자 하는 의욕도 있었다.
다만 건륭제 말기부터 싹 튼 멸망의 조짐을 홀로 틀어막을 수 있는 초인적인 군주는 아니라는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실제로 서서히 막장화되고 있는 청의 행정체계와 부정부패에 찌든 관료들을 데리고는 뭔가를 도모하기 쉽지 않았다.
단적으로 말해서 최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아편 확산을 막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보게, 오늘도 신나게 한 번 달려볼까?”
“아~ 그거? 좋지. 한 대 말아줘.”
“최근에 백련교도의 난이니 묘족 반란이니 지랄 발광을 하던데 다들 왜 그러고 사나 몰라. 이거 한 방이면 그냥 만사가 편하고 행복해지는데. 킬킬킬.”
“그러게나 말일세. 그냥 모두가 다 같이 지상낙원에 빠져 있으면 아무런 걱정 따위 할 게 없는데.”
지방에서 시작된 아편 유행이 수도인 북경까지 상륙하기까지는 몇 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이를 단속해야 할 관리들마저 아편을 즐겼으니 통제 따위 될 리가 없었다.
영국이 반란을 일으킨 백련교와 이들을 진압할 군병들에게 모두 아편을 뿌렸기 때문에 서로 아편에 취해 싸움을 멈춰버린 진풍경마저 벌어질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아편을 거의 폭격하듯 쏟아부은 영국 동인도 회사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갔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가경제의 진노가 자금성을 쩌렁쩌렁 울렸다.
“대체 이게 무슨 추태란 말이더냐!”
단속을 해야 할 관리가 역으로 아편에 취해서 함께 축 늘어져 있다고?
“태상시는 즉각 현재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 파악해 고하라!”
“예, 폐하! 신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현재 궁의 관원들조차 거의 1할은 아편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아편이 심각하게 퍼진 지역은 현지 관리들의 8할 이상이 아편을 탐닉하고 있다는 소식도······.”
말세다.
과장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말세.
현지 관리들조차 아편에 빠져 있다는 건 단순히 단속의 부재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관리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곧 행정의 마비를 의미한다.
여기에 이미 상당수의 은이 국외로 유출되었을 것이고, 세금을 내야 할 농민들의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을 게 뻔했다.
“설마 반란 토벌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것도 이 빌어 처먹을 마약 때문인가?”
“그것이···각지에서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지금 반란군들마저 아편에 취해 정신을 차라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마약에 취해 빌빌거리는 놈들이 제압이 안 된다는 말이냐!”
“역도들을 제압해야 할 팔기군들도 아편에 취해 있다는 말이······.”
쾅!
“대체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기에 내가 이따위 보고를 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소, 송구합니다. 폐하!”
“송구하다고 하지 말고 대책을 말하란 말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이 자리에서 즉각 의견을 고해 보도록!”
“그럼 신이 한 말씀 아뢰겠습니다.”
현재 아편이 한창 들끓고 있는 광동, 광서 양지역을 총괄하는 양광총독이 앞으로 나섰다.
“폐하. 현재 아편의 폐해는 너무나 심각해 언어로 형용이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결단이라면?”
“모든 아편을 불태우고, 아편 유통에 관여하는 자들을 신분을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편을 판매하는 자들을 색출하고 남은 아편을 모조리 몰수해 추가로 퍼지는 상황을 막아야 합니다.”
“강도 높은 처벌을 하자는 말이로군.”
확실히 지금까지의 뜨뜻미지근한 단속령 정도는 아무런 실효성도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광동과 광서의 사정을 잘 아는 총독의 주장인 만큼 그 설득력도 남달랐다.
“그러면 일단 양광총독의 주장대로 처벌 규정을 대폭 늘리도록 하지. 이의 있는 자 있나?”
“폐하! 송구하오나 엄금론은 결코 만능이 아니옵니다!”
천자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쩔쩔매고 있던 태상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현 총독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상만을 인식하기만 할 뿐 깊은 내막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엄금론은 만능이 아닙니다. 당장 현행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는 수많은 행위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하고 또 단속해도 사람의 욕망을 완전히 거세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풀어준다면 더 큰 혼란만이 일어날 것 같은데.”
“반대입니다. 그렇게 엄격한 탄압을 한다면 점점 더 음지로 숨어 들어가 잡아내기만 어려워질 뿐입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단속을 완화해 아편을 양지로 나오게 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태상시의 주장은 얼핏 이론만 보면 그럴듯했다.
실제로 오랜 시간 아편이 들끓는 지역을 순회한 전임 총독들은 상당수가 태상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반 백성의 흡연은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병사들과 관원들의 흡연을 금지하는 이금론을 시행하심이 옳지 않을까 하옵니다.”
“흐음······.”
이치에는 맞는 말이었으나 가경제는 태상시의 의견을 수용하는 건 또 겁이 났다.
다행히도 내각학사나 병부급사중 같은 이들이 천자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폐하! 이금론은 듣기엔 그럴듯하나 실상은 국운을 걸고 도박을 하자는 주장이나 진배없습니다.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시민들은 모조리 아편 중독자가 되어버릴 겁니다.”
“게다가 그런 상황을 본다면 관리들이나 군인들도 아편에 대한 욕망을 더욱 떨치기 힘들어질 겁니다. 결국 이 나라가 통째로 저 마약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될 겁니다!”
“허어······.”
양자의 주장이 이리 극단적으로 갈려버린 이상 이제 오롯이 천자의 뜻에 모든 게 달렸다.
하지만 가경제는 한참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고 수많은 가능성을 도출해봐도 무조건 뭐가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이럴 때는 결국 손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고르는 게 사람의 본성인 법.
“이금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각학사와 병부급사중의 말대로 실패했을 경우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손실이 너무나도 크다는 게 걸린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그렇다. 해서 지금 이시간부로 아편 단속의 전면적인 강화를 명한다. 아편 흡연은 전면적으로 금지될 것이며, 이를 판매하는 자들은 살인에 준하는 형벌로 다스릴 것이다.”
“폐하, 현재 아편을 비밀리에 판매하는 자 중 상당수는 영길리의 상인들입니다. 이들을 사형시킨다면 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모든 아편을 몰수하고 국외추방하는 걸로 해두지. 이게 저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자비다.”
영국이 제법 강대한 서양 오랑캐라고 하나 만인과 만물을 다스리는 천자가 굳이 저들의 눈치를 살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거인이 진심으로 한 번 땅을 구르기만 해도 바로 머리를 부여잡고 덜덜 떨 소국들 아닌가.
자존심을 접어두고 생각해 봐도 청의 국력은 아직 서양의 강대국 하나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었다.
“폐하. 만약 저들이 칙령을 무시한다면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겠습니까?”
“목숨만 뺏지 않으면 무얼 하더라도 좋다. 어차피 마약을 유통해 이 땅에 혼란을 초래한 자들은 저들이 아니더냐. 양심이란 게 있다면 더 토를 달지는 않겠지.”
물론 근본이 오랑캐인 이상 양심이란 게 없을 수도 있다.
애초에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니 저런 마약을 마구잡이로 유통해 게 아니었을까.
설령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저들이 정말로 원한다면 기꺼이 전쟁을 받아주도록 하겠다.
청은 세계의 중심이며 천자는 세상의 지배자다.
그게 중원에서 문명이 싹 튼 이래 쭉 이 땅을 움직여온 진리였다.
< 잠에서 깨어난 대국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