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4)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14화 숟가락 살인마(214/355)
< 숟가락 살인마 >
청의 압제에 고통받는 소수민족을 위한 전쟁.
자세히 뜯어보면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지만 명분만 놓고 보면 나름 괜찮은 건 사실이다.
마침 딱 좋게 지금 청나라에서는 소수민족들의 반란이 우후죽순 터지고 있으니까.
여기에 예전에 있었던 선교사 피살 사건도 엮어서 물고 늘어지면 이쪽도 아편과 완전 별개로 참전할 명분 정도는 나온다.
“이번 전쟁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본국과 프랑스가 더 이상 유럽의 강대국이 아닌 세계 최강의 대국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흐음······.”
“게다가 계획대로 청의 소수민족들이 떨어져 나간다면 이들은 우리를 구원자라 칭할 겁니다. 그리스가 지금 그러는 것처럼요. 그렇게 되면 아편 따위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자연스레 잊히겠죠.”
“예. 분명 그렇긴 하겠네요.”
“역시 총리님. 이해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바로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는 걸로······.”
완전히 흐름을 탄 피트가 그대로 프랑스의 참전을 전제로 한 조약서에 서명을 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런데 피트 총리님. 저는 프랑스가 참전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만.”
이어지는 내 말에 피트의 손이 허공에서 뚝 멈추었다.
“···예? 하지만 분명······.”
“영국의 계획이 그럴듯한 거랑 이쪽이 참전하는 거랑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죠. 그렇지 않습니까?”
자유의 전도사는 느그들이 열심히 하시고요.
어딜 은근슬쩍 엮어서 서명하게 하려고.
“피트 총리님. 제가 분명히 물었습니다. 그쪽 손을 들어주면 이쪽이 얻을 이득은 무엇이냐고요.”
“그건 지금까지 제가 말한······.”
“고작 그 정도로는 안 되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쪽은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자동으로 이득을 보게 되어 있는데요. 적어도 참전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는 들을 정도로 후하게 인심을 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 내 판단은 9:1 정도로 불참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건 논란의 여지 없다.
그냥 머리가 있다면 당연히 내려야 하는 결정이었다.
그래도 조금 전 피트가 늘어놓을 일장 연설을 듣고 아주 약간은 생각의 여지가 생겼다.
그가 내건 조건에 탐이 난 게 아니라 피트라는 인간의 성향을 좀 더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의 총리라는 직함에 걸맞은 능력과 인성, 남 탓까지 겸비한 정말 보기 드문 인재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는 애국심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만약 정말로 이쪽이 영국의 요청을 완벽히 무시해버리면 피트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현 정권의 재선을 위해서라면 청과의 전쟁은 무조건 할 수밖에 없으니, 저쪽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저 인간이라면 자국을 위해 전쟁을 포기하고 본인이 실각당하는 방법을 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에 나쁘지 않은 흐름이기는 해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결과다.
100의 이득을 얻을 걸 10 정도밖에 얻지 못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확정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뜯어낼 방법은 역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의 과실을 이쪽이 대부분 먹어버리면 그만이다.
꼬우면 정권 포기하고 정계를 은퇴하든가.
“만약 영국이 이쪽이 내거는 조건을 수락한다면 전쟁에 참여를 고려해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 회담은 여기서 결렬이고 영국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귀국이 원하는 바를 들어보죠.”
“먼저 이번 전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더 이상의 아편 판매는 지양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째서인지는 이해하시겠죠?”
전쟁이 끝나도 아편을 계속 팔아제낀다면 이쪽이 내건 명분이 힘을 잃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도 아편 판매에 동조한 국가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건······.”
“적어도 우리 프랑스는 마약을 판매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에 협력해줄 수 없습니다. 이것부터 우선 확실히 하고 가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결과가 승전으로 끝난다면 ‘저희’도 더 이상 아편 판매를 고집할 필요는 없겠죠. 추가로 얻어낼 수 있는 이권이 널리고 널렸으니.”
‘저희’라는 말을 강조한 피트는 의외로 순순히 이쪽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물론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훤히 내다보인다.
공식적으로만 판매를 금하고 뒤로는 밀무역으로 계속 은을 뽑아내겠다는 계산이겠지.
어쨌든 저놈들이 뒤로 그렇게 호박씨를 까든 말든 내게 나쁠 건 없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쪽은 막 나가는 영국의 행보를 적절히 제어했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청에 영토를 할양받고 추가 개항지를 요구하게 된다면 협상의 우선권은 이쪽이 가져가겠습니다.”
“예?”
“그러니까 땅을 차지하게 될 일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이쪽이 원하는 지역을 고르겠다는 말입니다.”
동북아에 거점을 두고 세력 확장을 한다고 했을 때 가치가 높은 지역은 역시 광저우의 핵심지와 홍콩이다.
이곳에 말뚝을 박아 놓으면 일단 계획의 1단계는 성공이라 볼 수 있으리라.
“···프랑스에 모든 점령지를 양보하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설마요. 본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땅을 탐욕스럽게 먹어봐야 관리만 힘들어질 뿐인데요.”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거기까지는 양보해드리지요.”
“그리고 철도 부설권이나 전신의 설치 같은 것도 이쪽이 우선 협상권을 갖겠습니다. 어차피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건 이쪽이니 경쟁입찰로 가도 변할 건 없을 겁니다.”
“······.”
요구사항을 듣는 피트의 얼굴이 점점 썩어갔다.
“잠깐······.”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영국이 자유의 전도사를 표방하며 전쟁을 선포하는 만큼 그 역할은 확실히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예?”
“소수민족들을 독립시킨다는 표어를 내걸었으니 확실히 결과를 내달라는 말이죠. 그래야 귀국을 믿고 함께 전쟁에 뛰어든 동맹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으니까요.”
이번 전쟁에 참전하기로 한 중대한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이것.
피트가 내건 소수민족의 해방이었다.
냉정히 말해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건 단연코 중국이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이 미국과 누벨 프랑스로 갈라졌고, 러시아의 미래가 불확실한 지금 중국 이상의 포텐을 지닌 나라는 없었다.
원역사만 봐도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그렇게 처절하게 당했는데도 수십 년 만에 G2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지금보다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본다면 청나라는 이쯤에서 쪼개져 줘야 한다.
원래는 20년 정도는 기다리고 행동에 옮기려 했지만, 예상보다 일찍 터진 아편전쟁이 변수가 됐다.
만약 청나라가 영국을 잡아먹고 이걸 기회로 삼아 다시 재부흥기를 맞이한다면?
가능성은 한없이 낮지만 역사의 나비효과는 어떤 식으로 흐르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도록 하자.
장래에 유망한 이권은 모조리 이쪽이 챙기고 영국에는 적당한 수준의 이득과 함께 짬처리를 맡기면 된다.
무엇보다 니네가 주장한 명분 정도는 확실히 지켜달라는 요구는 결코 무리한 게 아니지 않은가.
“피트 총리님은 아까 소수민족들이 우리를 구원자라 찬양할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현실화시켜달라는 거지요.”
“아니···하지만 그건 조금······”
당황하는 꼴을 보니 역시 소수민족의 해방 따위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나 보구만.
미래에 중국이 어느 정도의 국력을 가지게 될지 모르는 지금 시대의 사람은 당연히 그런 쪽으로는 생각이 미치질 않을 수밖에.
“전쟁을 하는데 이권만 추구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쪽이 진심으로 그 문제를 들고나온다면 청나라가 어떻게 반응하겠냐는 겁니다.”
당연히 길길이 날뛰면서 절대 불가를 외치겠지.
수습하려면 정신없이 굴러다녀야 할 테고.
“소수민족의 분리는 수천 년간 이어진 중화사상에 직접적으로 칼을 들이대는 행위입니다. 상당한 반발이 일어나겠죠.”
“···중화사상?”
“중원의 제국이 지배를 정당화하는데 사용해온 일종의 이데올로기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걸 붕괴시키는 작업은 여간 힘든 게 아닐 텐데···묘안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건 이제 그쪽이 열심히 생각해주셔야지요.”
멀쩡한 대륙에 반듯하게 선을 쫙쫙 그어 찢어놓은 나라에 이런 고난이도의 작업을 요구하는 건 조금 가혹하려나?
하지만 내가 아는 영국은 한다면 진짜로 하는 놈이다.
오죽하면 인도의 식민지 안정정책을 요약하는 키워드가 바로 ‘이견 정책’이겠는가.
특히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라면 영국의 편가르기 능력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저희가 애를 쓴다고 해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건 힘듭니다.”
“당연히 저도 전쟁이 끝나자마자 성과를 내라는 건 아닙니다. 이건 십수 년에 걸쳐서 조금씩, 섬세하게 해나가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문서로 확실한 증거를 남겨둬야 하는 것이고요.”
“···후우······.”
피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굳이 대답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꼬우면 그냥 이대로 판 엎고 혼자 장렬하게 꼴아박고 사망하든가, 아니면 전쟁 포기하고 내각 총사퇴를 하든가.
어느 쪽이 되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영국은 손해만 보게 되고, 프랑스는 이득을 보게 된다.
반대로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프랑스는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이득을 보게 되지만, 영국도 손해는 보지 않는 상황이 되겠지.
이쪽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될 수도 있을 테지만 피트의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수습은 가능할 터.
비록 희망 고문일 뿐이라고는 해도 훗날을 기약할 수 있게 된다는 건 뿌리치기 힘든 강렬한 유혹이다.
결국 피트는 예상대로 한차례 입술을 질끈 씹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프랑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 전제로···세부사항을 조율해 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쪽의 증기선에 보급할 석탄 정도는 귀국이 부담해주십시오. 인도에서 한 차례 보급을 할 예정인데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요?”
“아니, 그 정도는 프랑스가 부담을 해야······.”
“그럼 협상은 결렬인가요?”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럼, 그럼. 원래 아쉬운 놈이 독박 써야지.
이렇게 서로의 이해와 우정이 일치하는 게 바로 협상의 묘미 아니겠는가.
※※※
“대사님! 오랜만입니다.”
“하하, 보름 전에도 뵙지 않았습니까.”
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의 입가에는 오늘도 호감 가득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오늘도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만한 논제를 가져왔습니다.”
“오오! 역시. 언제나 프랑스와 러시아의 우정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총리님의 배려에 감동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희는 피로 맺어진 혈맹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좋은 건 나눠야지요.”
“안 그래도 프랑스의 배려 덕분에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내려가는 작업은 순조롭습니다.”
알렉산드르는 나날이 커져가는 러시아의 지도를 기분 좋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까지 부유한 지역은 아니라 아직 취할 게 별로 없다는 몰상식한 불만이 나오지만, 그런 자들은 미래의 가치를 모르는 거지요.”
“그래도 그런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소소한 불만이라고 무시했다가 언제 화를 입을지 모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안은 러시아에도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기회라면······?”
“영국이 청나라와 전쟁을 할 겁니다. 이건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시겠죠?”
알렉산드르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희는 영국이 패배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전쟁에는 본국과 에스파냐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끼어들 예정이거든요.”
“예? 프랑스가 어째서······.”
“영국이 그만한 이권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다면 이해하시겠지요. 이 사실을 말해주니 에스파냐도 한몫을 잡을 생각으로 끼워달라고 하더군요.”
사실 에스파냐에는 러시아도 참전할 거라고 귀띔을 주었다.
그러니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만 뒤처지게 생겼다고 판단한 에스파냐가 부랴부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어차피 러시아도 똑같은 생각으로 참전할 테니 이쪽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잖아?
다 누이 좋고 매부 좋자는 취지에서 진행하는 일인데.
“영국과 프랑스, 에스파냐···상상도 못 한 조합이로군요.”
“이렇게 판이 커진 이상 이제 승전 자체는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저희가 러시아에만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게 걸리더군요. 무엇보다 러시아는 저희와는 다르게 육로로도 청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지요.”
만약 유럽 연합함대가 청의 남쪽을 두들긴다면 러시아는 청의 북방 경계를 마음대로 들쑤시고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이걸 빌미로 협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간단한 진리를 알렉산드르라고 모를 리가 없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이쪽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저희도 여기에 한 몫 거들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이쪽이 내건 조건들을 수락해주셔야겠지만요.”
“하하하, 당연하지요. 이런 좋은 기회를 알려주셨는데 기꺼이 양보해드려야지요. 저희 폐하께서도 흔쾌히 수락해주실 겁니다.”
나는 친절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으며 미리 준비해둔 서류를 알렉산드르에게 넘겨주었다.
함대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경비는 영국에게 받기로 했고, 에스파냐와 러시아의 군대를 움직이면 이쪽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극히 미미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이쪽이 취할 이득은 이미 사전에 다 합의를 봤고, 나머지는 에스파냐, 러시아, 영국에게 나눠 가지라고 하면 한 명이 가져갈 파이의 양은 그만큼 줄어든다.
생각하면 할수록,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이 좋네 이거.
고맙다 혐···아니 영국과 피트.
너의 발버둥이 나를 강대케 하리라.
< 숟가락 살인마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