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15화 아편전쟁(215/355)
< 아편전쟁 >
십자군 이래로 근 수백년간 유럽의 국가들이 연합을 이뤄 다른 대륙을 침공한 적은 없었다.
사실 십자군도 따지고 보면 지리상 다른 대륙이기는 해도 심리적으로는 그리 멀리 떨어진 지역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저 먼 동방의 청나라까지 쳐들어가는 이번 전쟁은 지금까지 없었던 대원정이었다.
참가하는 국가들에게는 꽤나 부담이 갈 수도 있는 싸움이었으나, 실제 분위기는 정반대로 돌아갔다.
“총리님! 우리도 한 팔 보태겠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훗날 전후 협상할 때 이쪽의 자리도 좀······.”
“프랑스와 우리 신성로마제국은 형제의 국가 아닙니까. 형제가 전장에 가는데 홀로 보낼 수는 없지요. 그런데 혹시 장저우나 샤먼에 우리도 한 발 걸칠 수 있을까요?”
가끔 국가를 살아있는 생물로 비유하곤 하는데 이럴 때 보면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홀로 있을 때는 한없이 자신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뭉치면 용감해지지 않는가.
지금 유럽이 딱 그런 모양새였다.
신성로마제국이야 그렇다 쳐도 네덜란드나 포르투갈까지 끼워달라고 할 줄은 나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아무리 청나라가 내리막길이라 해도 지금 네덜란드 정도가 넘볼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확실히 지금 유럽은 나조차 의도치 않았던 묘한 광기에 빠져 있었다.
단순한 아편전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받는 이들을 구한다는 영국의 명분이 의외로 잘 먹혔다.
이미 유럽에서 그리스의 선례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국과 함께 진짜로 자신들이 자유의 전도사가 됐다고 착각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아니지. 이건 착각이 아니라 메소드 연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부터 시작될 이권 나눠먹기에서 뒤쳐질까봐 너나할 것 없이 눈이 뒤집힌 것이다.
그 증거로 영국이 청에 최후통첩을 보내기로 결의한 당일, 미국 대사까지 이쪽을 찾아왔다.
“총리님···혹시 저희 자리도 있습니까?”
“······예?”
“이번에 유럽이 청과의 싸움을 이기면 아편 판매를 금지할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야지요. 저희가 전쟁을 불사하는 이유는 마약 판매 같은 추잡한 이유가 아니니까요.”
“아···그렇지요. 물론 그럴 겁니다.”
미국 대사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저쪽의 심리를 대강 읽을 수 있었다.
영국에 가려서 있어서 그렇지 사실 청에서 아편 판매로 둘째라면 서러운 자들이 지금 미국이었다.
누가 영국의 후예 아니랄까봐 미국은 투르크에서 아편을 잔뜩 사들여 청으로 밀매하고 있었다.
한 가지 웃긴 점은 미국의 상인들은 자신들을 영국인이라 하며 아편을 팔았고, 영국은 반대로 미국인이라 하며 아편을 팔아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전쟁이 터졌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그런데 미국이 이쪽 연합에 참가할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무엇보다 저희 합중국은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이들로서 아시아의 소수민족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전하고 싶다?”
“예.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공식적인 아편 판매 루트가 막힐 때를 대비해 뒷구멍을 파두고 싶어서잖아?
아무리 판매를 금지한다고 해도 청에 거점을 두고 있으면 밀매할 방법은 차고 넘친다.
영국도 그걸 알고 있으니 순순히 이쪽 말대로 아편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한 거고.
하지만 미국의 경우 청과 유럽 양쪽이 아편을 판매하지 말라고 하면 밀매를 하기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한창 성장중인 미국으로서는 이 거대한 흐름에 자신들만 탑승하지 못하는 게 불안할 것이다.
원역사와 다르게 지금의 미국은 성장기반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니까.
대신 남북전쟁을 훨씬 일찍 겪은만큼 훨씬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있겠지.
“합중국의 뜻이 그렇다면 마침 잘됐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는 아시아의 소수민족들을 어떻게 독립시켜야 할지 고민중이었거든요. 영국이 도맡아 하기로 했지만, 아무래도 혼자서는 조금 힘에 부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러니 합중국이 영국과 함께 그 작업을 좀 맡아주십시오. 괜찮으시겠죠?”
이미 자기들이 참가하기 위해 씨부린 명분이 있으니 이제와서 안된다고는 못할 거다.
어차피 미국으로서는 그런 명분으로라도 여기에 끼어들 수 있으면 남는 장사라고 판단할 테니.
예상대로 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암암, 이 정도 판단도 안 되면 대사 직함 떼고 미국으로 돌아가야지.
“영국을 보조하는 정도라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분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거 이쪽은 그냥 운하만 열어주고 증기선 몇 척만 보내놓으면 되겠는데?
팔기군과 나폴레옹의 대결 같은 드림 매치는 아예 일어나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겠다.
한 명의 역사학도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총리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
정신을 차려 보니 유럽연합 원정군을 통솔하게 된 해군대장 넬슨은 주력군을 이끌고 청으로 향했다.
영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보낸 함대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전부 합치면 어마어마한 전력이었다.
우선 영국은 군함 20척과 최근에 건조된 증기 군함 3척, 운수함 20척을 파견했다.
프랑스는 군함 5척과 증기 군함 8척, 병력 운수함 1척을 보냈고, 다른 국가들도 최소 3척 이상의 군함과 수천의 병력을 보내주었다.
이 정도면 항구를 점령하고 병력을 상륙시킬 준비를 하기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물론 의기양양한 건 영국만이 아니었다.
청나라 역시 인도에서 병력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름의 준비를 해두었다.
포의족의 반란을 진압한 흠차대신 늑보는 광저우의 수비를 위해 무려 1만 5천에 달하는 군대를 동원했다.
여기에 대포와 병선을 있는 대로 동원해 방어진을 형성해 놓으니 넬슨으로서도 쉽게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제법 삼엄하군.”
“사령관님, 여기에 병력을 일부 대기시켜두고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갈까요?”
“그러는 게 좋겠다. 놈들이 아무리 방비를 하고 있다고 한들 이 넓은 해안선을 다 지킬 수는 없을 테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청의 방어병력은 실시간으로 늘고 있었지만, 넬슨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거 아나? 동양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격언이 있다는군.”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확실히 그렇기 때문에 가끔 간과하는 사실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건 또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프랑스의 총리. 그 자가 청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이쪽과 공유하라고 프랑스군에 말해놓은 모양이다. 우리도 나름대로 조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프랑스가 가진 정보는 이쪽과는 차원이 달랐어.”
크리스티앙이 건네준 정보는 단순히 조사를 했다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청을 연구한 대가의 손길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설마 프랑스는 이런 상황을 전부 예상하고 오래전부터 청을 연구하고 있었단 말인가.
진실이 뭐가 됐든 간에 덕분에 넬슨은 청의 현실을 청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흔히 전쟁은 수성하는 쪽이 시간을 끌면 유리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청의 시선은 전부 광저우에 쏠려 있으니 우리는 북상해서 아모이를 친다. 그리고 톈진 앞바다를 사정권에 둔 채로 가만히 있으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청의 시선은 광저우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제 곧 북쪽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다.
과연 그때가 되도 청이 느긋하게 방어나 하고 있을까?
넬슨은 탁자 위에 넓게 펼쳐진 청의 해안선이 그려진 지도를 느긋하게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보니 정말 더럽게 넓은 땅이라는 게 새삼스레 느껴진다.
이 광대한 땅을 조각조각 쪼개놓으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그런 가학적인 생각이 불현 듯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
“파면이라니 대체 무슨 말입니까!”
“워워, 진정하세요. 천자께서 직접 내리신 명입니다. 바로 파면하는 게 아니라 저 양이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데 실패하면 파면이라는 겁니다.”
“아니···저 놈들은 지금 우리의 방어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를 파면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건 광저우만 그런 거고 놈들은 지금 마카오 쪽의 관문을 점령 중이지 않습니까. 자금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보통이 아닙니다.”
늑비는 이 짧은 대화만으로 자신의 파면이 결정된 전후과정을 단숨에 간파했다.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간신 놈들은 현 사태를 조금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폐하께 꼭 좀 전해주십시오. 톈진 쪽이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총력전으로 나선다면 결국 이기는 건 우리입니다. 엄청난 출혈을 각오해야하겠지만 지금은 그걸 감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 오랑캐 놈들에게 얼마나 큰 굴욕을 당하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단 말입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북쪽에서 아라사(러시아)놈들의 준동이 심상치 않다는 급보가 들어왔단 말입니다. 지금 국내에 크고 작은 반란이 끊이지 않는데 여기에 위아래로 공격을 받으면 버틸 수 있습니까? 그걸 다 감수하고 전쟁을 계속하자고요? 물론 총력전으로 나선다면 이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랬다가는 국운이 기울 수 있다는 게 천자께서 내리신 판단입니다.”
“···뭐라고요?”
대관절 아라사가 갑자기 왜 밀고내려온다는 말인가.
“뻔하지 않습니까. 저 서양 오랑캐 놈들 모두가 영길리 놈들과 한패거리인 겁니다.”
“···그러니까 일단 영길리 놈들과 협상을 하라는 말씀이로군요. 알겠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이쪽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늑비는 그렇다 하더라도 맞서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천자의 판단은 절대적인 법.
늑비는 피눈물을 삼키며 영길리의 대장군에게 협상을 하자는 전갈을 보냈다.
넬슨은 얄밉게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총독이 직접 오라는 답변을 보냈다.
천자의 칙서를 든 늑비는 그렇게 톈진 인근에서 적의 수장인 넬슨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처음 뵙겠소.”
“어서 오십시오. 협상을 원하신다는 말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 역시 서로가 문명국인 이상 이렇게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병선을 몰고 오지 않았으면 되지 않소? 대관절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를 공격하는지 이유나 좀 들어봅시다.”
“그거야 귀국이 중대한 협정을 위반했으니 그렇지요.”
이 오랑캐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협정은 무슨 놈의 협정.
“본국은 귀국과 어떤 조약도 맺은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수년 전 우리 유럽의 국가들은 전쟁과 다툼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랑스 파리에 모여 평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 어떤 국가도 문명과 지성을 소유한 타민족을 억압하고 강제로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그러나 청은 우리가 맺은 파리 조약을 보란 듯 무시하며 수많은 국가를 탄압하고 있지 않습니까.”
“······?”
대화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따라가지 못한 늑비가 입을 딱 벌렸다.
그러니까 지금 지네들끼리 맺은 협정을 이쪽이 무시했다고 쳐들어왔다는 소리인가?
설마, 잘못들은 거겠지.
“아니,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뭘 말하려는 거요?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말해 보시오.”
“간단합니다. 압제에 고통받는 소수민족들을 해방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십시오. 그리고 귀국이 그걸 이행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우리가 주둔할 수 있는 땅을 할양해 주었으면 합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한 늑비는 눈을 딱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천자시여, 제가 이런데도 이 협상을 계속해야 합니까.
자금성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늑비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 아편전쟁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