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16화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216/355)
<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 >
“그대들이 중원의 정세에 밝지 못해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두 가지 조건 모두 우리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오.”
“그렇다면 저희 역시 물러날 수가 없지요.”
“아니, 이보시오. 그대들이 중원의 질서에 대해 뭘 알긴 하는 거요? 중원의 모든 민족들은 천자께서 베푸시는 하늘과 같은 은혜에 모두가 만족해하며 살고 있소. 그런데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들이 와서 해방하라 마라 하는 건 너무 주제넘은 행동이 아닌지?”
“그렇게 만족하며 사는 이들이 어째서 반란을 일으켰을까요?”
넬슨의 능글맞은 대답에 늑비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귀국의 백성들은 수백년 동안 아무런 불만 없이 무조건적으로 왕실을 따르기만 했소? 사소한 분란쯤이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인데 그걸 빌미로 쳐들어온다는 건 정도를 넘은 폭거요.”
“저흰 귀국의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평화롭게 살아가는 옆 나라에 쳐들어가 굴욕적인 항복을 강요했다든가······.”
“사실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오!”
“해당 국가는 왕이 무릎을 꿇고 이마에 피가 날 때까지 머리를 찧었다지요? 유럽에서 그 어떤 나라도 이런 야만적인 복종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이 벽안 코쟁이가 대체 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건가.
청나라가 주변국에 쳐들어가 그런 굴욕을 강제했다고?
적어도 늑비가 아는 바로는 최근 수십년 사이 그런 전쟁이 일어났다는 말 따윈 듣지 못했다.
‘이마에 피가 날 때까지 찧었다고? 삼궤구고두례를 말하는 건가?’
청의 신하는 황제를 접견할 때 3번 무릎을 꿇고 9번 머리를 조아린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한 예법이었으며 이걸 문제시 삼는 자들은 서양에서 온 외교관들 외에는 없었다.
하물며 다른 나라의 국왕에게 이를 억지로 강요하게 했다니···그렇다는 건 곧 그 나라의 왕이 북경까지 왔든가, 아니면 천자가 그 나라까지 행차했다는 뜻이다.
‘이 오랑캐 새끼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아니, 설마 그걸 말하는 건가? 조선왕이 천자께 삼궤구고두례를 했던?’
이마에서 진짜로 피가 났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조선 왕이 청태종에게 신하의 예를 표했다는 건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거의 200년이 지난 이야기인데 대체 어쩌자고 그런 케케묵은 사건을 거론한다는 말인가.
“귀국이 제대로 협상에 임할 마음이 있긴 한 건지 의문이 드는데···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그쪽에서 하려는 건 명백한 내정간섭이오.”
“그리고 청이 하고 있는 건 명백한 파리조약의 위반이지요. 저희는 절대 좌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파리 조약이 뭔데 이 오랑캐 새끼들아.
늑비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울화를 억누르며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후···어쨌든 귀국은 중원의 질서에 무지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니 제대로 한 번 공부를 하고 다시 오도록 하시오.”
“정 그러시다면 지금 반란을 일으킨 소수민족들의 대표를 여기로 초대해 삼자대면을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들이 정말 청에서 떨어져나가기를 원치 않는다면 저희도 물러가겠습니다.”
“그 같지도 않은 소수민족 핑계는 치워두고 제발 제대로 된 협상을 해보는 게 어떻소? 이쪽이 못쓰게 만든 아편은 순은 600만냥으로 보상해주겠소. 영토 할양을 하라는 요구를 취소해준다면 추가로 은을 더 얹어줄 요량도 있는데 냉정히 판단을 해보시오.”
“어허! 저희는 그런 은자 몇 푼이나 만지자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다. 압제에 고통받는 민족들의 해방과, 이를 이행하는지 지켜보기 위한 영토 할양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협상은 영원히 평행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디 마음대로 해보시지!”
인내심에 한계가 온 늑비가 탁자를 쾅 소리가 나도록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 4000년간의 중원 역사에서 오랑캐에게 땅을 빼앗긴 적은 있어도 스스로 들어다가 영토를 바친 적은 없었다.
단순히 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중화사상의 근본적인 상징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중대사안이었다.
만약 여기서 늑비가 이 조약을 받아들인다 해도 천자가 절대로 윤허할 리가 없다.
조약이 체결되기는커녕, 늑비 본인의 목이 날아가 버릴 가능성이 9할 하고도 9푼쯤 될 것이다.
그렇게 늑비가 온갖 성을 내며 자리를 떠나고 수십 초 뒤, 넬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바로 박차고 나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꽤 오래 버텼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의 남하가 어지간히도 위협적이었나 봅니다.”
“그런데도 영토 할양은 안된다며 바득바득 우기는 걸 보면 확실히 저들의 자존심은 우리 예상과는 다르군.”
넬슨은 사실 사방팔방에서 공격을 시작하면 청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프랑스측은 절대로 그럴 일 없으니 마음껏 질러도 된다는 확답을 주었다.
중원의 드높은 자존심은 진짜 회생불가능 수준으로 깨지기 전까지는 절대 숙이고 들어오지 않을거라나 뭐라나.
“하긴···4천년을 대륙의 지배자로 군림했는데 그 고고함이 어느정도일지 우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겠지.”
당장 이집트만 하더라도 과거의 영광에 취해 로마의 앞에서 뻣뻣하게 목을 세우다가 잘려버린 역사가 있지 않던가.
하물며 청은 그 이집트보다 훨씬 더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해볼 수 있을 때까지 싸우려는 게 당연할 것이다.
“일단 계획대로 됐으니 앞으로는 밀어붙이는 것만 남았군. 전령, 지금 즉시 동맹군들에게 예정대로 작전을 이행하라 전하도록.”
“예!”
방금 전 길길이 날뛰며 나가버린 그놈은 과연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넬슨으로서는 그때도 부디 소신을 유지해 더욱 큰 재미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영국이 내건 조건을 전해들은 북경의 천자는 당연히 엄청난 분노를 터트렸다.
즉각 영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날린 황제는 다시 한 번 늑비에게 군대를 이끌고 서양의 침략자들을 모조리 격퇴하라 명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유럽 연합군은 바로 추가 병력을 내보냈다.
다부가 이끄는 프랑스 제 2군단의 일부 병력은 홍콩섬을 점령하고 주둔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방어병력이 거의 전무한 곳이었기에 전투다운 전투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부는 이 황량한 벌판을 크리스티앙 빌(vile)이라 명명하고 이곳을 연합군의 보급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물론 보급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자원은 실상 영국이 부담하고 있었지만.
“원수 각하! 네덜란드의 헤르만 빌럼 다엔덜스 장군께서 오셨습니다.”
“그래. 안으로 들어오시라 해라.”
거의 닳도록 읽은 크리스티앙의 지령서를 옆으로 치워둠과 거의 동시에 네덜란드의 장군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원수님.”
“예. 이곳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수고라니요. 오히려 불러주셔서 감사하죠.”
이번 네덜란드 군의 사령관을 맡은 헤르만은 원래부터 친프랑스파 인사로 알려져있었다.
그는 다부에게 연신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앉은 의자를 살짝 앞으로 끌어당겨 거리를 좁혔다.
“그런데 프랑스 군대는 아직 청나라 본토로 상륙할 계획이 없는 겁니까? 명성이 자자한 무적의 2군단의 위용을 직접 볼 수 있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때가 되면 나가서 싸울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2군단의 모든 전력을 데리고 온 것도 아니고, 총리님께 받은 명령이 있는지라 아직은 자리를 지키고 있을 생각입니다.”
“오~크리스티앙 총리님께서 명령을? 못하시는 게 없는 분이라 들었는데 과연 병법에도 해박하신가 보군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총리님께서 세상에 다시없을 위인이시긴 하지만 구체적인 전략까지는 지시하시지 않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틀이라고 해야할까요? 커다란 구상을 그리는 솜씨는 어떤 군인 못지 않으십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 대원정도 총리님의 작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헤르만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네덜란드 국왕에게 받은 명령은 단 하나.
어떻게든 프랑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성립해 향후 전개될 무역전쟁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 이권을 챙겨가는 것이었다.
“예. 저희가 이번 전쟁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크리스티앙 총리님 덕분이지요. 그러니 어떤 일이든 부담 가지지 마시고 의논해 주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드릴 테니까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도 총리님께 받은 지시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부디.”
“귀국은 예로부터 정확한 정보와 지식의 기록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록도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상세한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지요?”
다부는 본래 이번 전쟁을 프랑스의 강대한 군사력을 뽐낼 기회라 여겼다.
이집트 원정 때보다 한층 더 강화된 최신식 총기와 대포로 전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리고 싶었다.
청나라의 팔기군?
제대로 붙으면 교전비 10:1로 압살할 거라 확신할 수 있다.
상륙이 힘들어서 그렇지, 상륙만 이뤄지고 보급에 문제만 없으면 청의 수도까지도 밀고 들어갈 수 있단 확신이 가득했다.
그만큼 현재 프랑스 육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눈에 띄는 일은 최대한 피하도록. 전투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결정적일 때 한 번 정도만 싸워주는 정도면 충분할 거야.”
크리스티앙은 다부가 프랑스를 떠나기전 절대 최선을 다해 전투를 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어째서입니까?”
“이번 전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이권은 이미 다 협상으로 챙겨놓은 상태다. 어차피 떳떳하지 않은 전쟁. 전면에 나섰다가 훗날 손가락질 받을 사태는 피해야겠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크리스티앙에 대한 다부의 충성심은 절대적이었다.
그가 최선을 다해 싸우라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고, 설렁설렁하라고 하면 기를 쓰고 농땡이를 피울 것이다.
다부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잠깐 상념에 빠져 있던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헤르만 장군을 향해 말을 이었다.
“총리님께서는 귀국이 이번 전쟁의 결과를 누구도 의삼할 수 없을 정도로 상세하게 기록해 퍼트리기를 원하십니다.”
“이 전쟁에 참여한 유럽의 국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의심할 자들이 있겠습니까. 심지어 미국도 지원군을 보냈으니 신대륙에도 소문이 파다하게 퍼질 텐데.”
“아니요. 유럽이나 미국에 퍼트리려는 게 아닙니다.”
다부는 방금까지 자신이 보고 있던 아시아의 지도 위에 손가락으로 쭉 선을 그었다.
“총리님께서 원하시는 건 여기. 아시아의 국가들 모두가 이번 전쟁의 결과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받는 것입니다.”
“청나라 외의 아시아 국가들에게 퍼트리라고요? 지팡구(일본)와는 연줄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테고···동남 아시아쪽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팡구 위에 있는 코레아(조선)는 조금 다릅니다. 코레시안들은 유럽 국가들과 수교를 원치 않아서요.”
“그러니까 귀국이 해주길 바라는 거지요. 지팡···뭐라는 나라의 연줄을 써도 좋고, 동남아에서 연락이 가게 해도 상관없습니다. 총리님께서는 청나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모든 나라가 이번 전쟁의 결과를 알길 원하십니다. 그것도 한치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있는 사실 그대로의 정보를.”
헤르만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껌뻑였다.
물론 총리의 진의를 모르는 건 다부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확실한 건 총리는 이번 전쟁의 결과보다는 그로 인해 파생될 새로운 무언가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은 듯 보였다.
“알겠습니다. 총리님께서 원하신다니 저희가 최선을 다해 한 번 진행해보겠습니다. 대신 모든 일이 잘풀린다면 저희의 수고를 잊지 말아달라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이지요. 총리님께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신상필벌이 확실하십니다. 결과가 좋다면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보답을 해주실 겁니다.”
헤르만에게 말은 안했지만 그들이 기록하는 이번 전쟁의 마무리는 분명 청의 팔기군과 프랑스 2군단의 전투가 장식할 것이다.
다부가 이번 전쟁에서 지휘할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가 되겠지만,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이제 곧 그 놀라운 결과를 알게 되리라.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전부.
그렇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도 다부의 심장을 거세게 뛰게 만들었다.
<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