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17화 얘기 좀 합시다(217/355)
< 얘기 좀 합시다 >
아시아에서 유럽 연합군과 청의 전투가 본격화되기 시작할 무렵.
파리 외곽에 위치한 훈련소의 공터에서 연신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타타타탕!
소음의 정체는 새로 모습을 선보인 프랑스제 소총의 시연.
프랑스 육군을 상징하는 원수들은 매의 눈으로 엎드려 사격을 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저게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소총이라는 거군요.”
“확실히 후장식인 만큼 이전에 쓰던 총과는 완전히 다른데요? 병사들이 새로 적응을 하려면 힘들 수도 있겠어요.”
“아니. 오히려 훨씬 다루기 쉬워져서 숙련도 자체는 단기간에 올릴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기존의 머스킷은 아무리 숙련된 사수라고 해도 분당 2, 3발이 한계인데 저건 분당 5발까지도 가능하다고 하니 일단 무조건 써야죠. 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란, 마세나, 베르티에는 쉬지 않고 의견을 나누며 이 새로운 병기를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 의견을 교환했다.
대원수 나폴레옹은 그보다 조금 더 뒤의 최고 귀빈석에서 내 바로 옆에 앉아 나지막하게 혀를 찼다.
“이거 원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힘들군요.”
“그건 나도 할 말이 없네···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예. 이해는 합니다. 이번에 청과의 전쟁에서 모든 유럽 국가들이 우리의 무기를 볼 테니까요. 대응할 수 없게 바로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는 건 전략적으로 최고의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1등의 딜레마라고 해야 할까.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라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발전을 해나가야 한다.
“원래 기술이라는 게 한 번 탄력이 붙으면 걷잡을 수가 없는 거야. 그러니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야.”
“어쩔 수 없죠. 이미 각오해뒀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굳이 2군단을 보내신 건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입니까? 란이 내심 가고 싶었던 눈치였었는데.”
“2군단은 프랑스 무력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으니까. 여기에 유럽이 내건 명분이 있는 만큼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주축인 2군단이 가는 게 그림상 더 좋다고 판단한 거지.”
“그렇군요. 사실 저는 이번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영국을 확실히 보내버리기 가장 좋은 기회라 여겼던지라······.”
확실히 몇몇 의원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긴 했었다.
“나라고 미래의 일을 다 아는 건 아니야. 100점짜리 결과를 얻는 게 좋겠지만 무조건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어. 최악의 경우 이게 50점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80점 정도로 타협을 한 거라고 이해하면 돼.”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쪽이 영국을 큰 손해 없이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직접적으로 대립할 생각은 없어. 이건 군부에서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거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쪽은 계속 영국에게 실낱같은 탈출구를 열어줄 예정이다.
1등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가까운 곳에서 계속 따라붙는 2등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더 쥐어짜면, 조금만 더 나아가면 이쪽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고문을 끊임없이 겪게 하는 게 내 목적이었다.
물론 희망 고문은 희망 고문.
영국이 하나를 먹을 때 프랑스는 최소 둘, 셋 이상을 가져가니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날 뿐이다.
“궁지에 몰리지 않은 쥐는 고양이를 물지 않지. 자네들도 모두 이 점은 유념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데···이대로 간다면 청은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지 않습니까? 병든 사자의 마지막 발악이라면 고양이를 무는 쥐와는 비교할 수 없이 위협적일 것 같습니다만.”
“그렇겠지?”
암만 맛탱이가 가는 중이라고 해도 완전히 가버린 건 아니라면 방심은 금물이다.
청이 작정하고 병사들을 끌어모아 한 방을 노린다면 얼마든지 유럽 국가에 일격을 먹일 수 있을 것이다.
“총리님께서는 설마···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계셨던 겁니까?”
“그래, 최고의 전개는 영국이 얻어맞는 거지만 러시아가 한 방 먹을 가능성도 꽤 있어 보이는데. 전문가인 네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떻지?”
“영국은 육지에서 청군과 최대한 싸움을 피할 거라 청이 역습을 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만약에 큰 피해를 입는 쪽이 나오면 확률상 러시아 쪽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그것도 나쁘진 않아.”
지금이야 혈맹이라고 하지만 러시아의 잠재력은 어떻게 보면 영국보다도 더 위협적일 수 있었다.
지금의 러시아 제국이 역사처럼 혁명으로 뒤집힐지, 아니면 부드럽게 연착륙할지에 따라서 역사가 완전히 뒤바뀔 터라 예측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프로이센을 한 차례 박살 내놨으니 공산주의 사상이 어떤 식으로 태동하게 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역사처럼 흘러가게 될지, 아니면 마르크스가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될지, 그것도 아니면 현실에 절망한 마르크스가 훨씬 더 빠르고 과격하게 혁명을 부르짖을지.
만약 러시아가 원 역사처럼 소비에트 연방 비스무리한 걸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부터 틈틈이 국력을 깎아놓을 필요가 있으리라.
“···총리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여쭤보고 싶습니다.”
“뭔데?”
“이번 전쟁은 어지러운 시대의 마무리를 의미하는 걸까요, 아니면 대혼란의 서막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거야 당연히······.”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기에 나는 주저 없이 해답을 들려주었다.
“이제껏 본 적 없었던 대환장의 시대가 열리겠지.”
※※※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동쪽의 땅.
조선 창덕궁 선정전.
국왕이 신하들과 함께 국정을 돌보고 경연을 하는 이곳에는 지금까지 없던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북쪽 중앙의 옥좌에 앉아있는 젊은 왕 이공은 난감한 표정으로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짐이 들은 말이 상식과 부합하긴 하는 것인가?”
조선의 왕 중 역대 최연소로 즉위한 이공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정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왕실의 최고 어르신인 정순왕후 김씨가 사망하고 나서야 본인이 직접 국정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였으나, 열의만큼은 그 어느 왕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자신은 세종대왕 이래 손꼽히는 명군이라 추앙받는 정조대왕의 아들이지 않던가.
아무리 갑작스레 즉위했다고 하더라도 10년 이상 옥좌에 있었던 몸.
이 나라의 국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조금 전까지는.
“청나라가 서양 오랑캐들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데 사태가 실로 심상치 않다?”
“들려오는 말은 그러하옵니다.”
비변사 제조 이존수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가 이게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양이들이 주제를 모르고 청을 공격한 게 뭐 대수겠는가. 곧 토벌 소식이 들려올 터.”
“소신들도 그럴 거라 생각했사온데···이게 심상치가 않사옵니다.”
“심상치가 않아? 청이 전투에서 패배하기라도 했다 그 말인가?”
“아무래도 양이들이 단단히 준비하고 쳐들어온 듯합니다. 확인된 것만 5개국 이상이라고 하고, 이 중 영길리와 불란서, 아라사는 서양에서도 알아주는 군사력을 갖추었다는 평가가 있사옵니다.”
서양의 국가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으나 5개국이 연합했다고 하니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 했다.
“혹시 제조가 언급한 국가들에 대한 정보를 아는 자가 있는가?”
“전하. 그래 봐야 저들은 법도를 모르고 조상을 업신여기는 무뢰배들이옵니다. 아무리 뭉쳐서 쳐들어온다 한들 청을 도모할 수야 있겠습니까?”
“그렇사옵니다!”
영의정 김재찬의 발언에 신하들이 일제히 동의를 표했다.
안 그래도 수년 전 신유박해로 조선에서 천주교를 믿는 자들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었다.
이 천주교를 국교로 믿는다는 서양의 나라들 역시 상종 못 할 자들로 여겨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비변사와 병조의 몇몇 인물들은 지금 사태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들이 무도한 이들이라고는 하나 군사력마저 경시할 수는 없사옵니다. 중원의 대국이 야만적인 오랑캐들에게 전쟁에서 진 역사가 없었던 게 아닌바. 전화의 불길이 이곳까지 미칠 수도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만에 하나라도 청이 지게 된다면 저 양이들의 다음 목표는 자연히 조선이 될 것이옵니다.”
“양이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들었습니다.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가 과거 임진년의 굴욕을 다시 겪는다면 그 참상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겠사옵니까.”
안 그래도 의욕에 비해 심지가 단단하지 않은 젊은 왕은 비변사의 간언에 마음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이놈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거짓부렁을 지껄이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조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상세하고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자 그런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광주 일대는 물론 천진까지 양이들의 손에 떨어졌다? 천진이라면 조선에서도 지척이 아닌가.”
“예. 만약 저들이 청을 공격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이쪽으로 배를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공은 비변사 쪽에서 올린 산더미 같은 상소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이 방대한 기록들은 대체 어디에서 다 가져온 것인가? 청에서 정보를 공유해줬을 것 같지는 않은데.”
“예. 청과의 전쟁에 참여한 화란(네덜란드)이라는 양이들이 지속적으로 전쟁의 경과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 전쟁 중인 이들이라면 당연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록을 조작했겠지. 이걸 믿을 수는 없다.”
원래 아군의 전공은 2배쯤 부풀리고, 적군의 피해는 5배쯤 뻥튀기하는 게 전쟁 중 선전작업의 기본 아니던가.
자료에 대한 신뢰도가 한순간에 저 밑바닥으로 처박히는 느낌이었다.
“저희도 처음엔 귀를 기울일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오나 이 기록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쟁이 발생한 경위와 참여한 국가 장군들의 자세한 신상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있었던 전투에 동원된 병사의 수, 화포의 수량, 선박의 피해와 전투가 일어난 장소, 시간, 전개 과정 등. 병적일 정도로 상세한 기록이 돋보입니다. 혹시 몰라 확인을 해보았사온데 저희가 알아낸 일부 정보와도 상이한 점이 없었사옵니다. 즉, 어느 정도는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상하군. 대관절 저 화란이라는 자들이 무얼 목적으로 이런 자료들을 건네준다는 말인가.”
이 정도의 상세한 기록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조선은 아주 상세한 기록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본인들이 나서서 제발 읽어달라며 뿌리고 다닌다니, 완전 어불성설 아닌가.
“자신들의 강함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실로 오랑캐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이 자료를 가져온 화란의 상인들에 의하면 불란서의 총리···그러니까 영의정이 부탁했다고 합니다.”
“불란서의 영의정.”
“예. 극리사제아낙(克里斯蒂亚诺) 이라는 자이온데···양이들이 다들 그렇듯 괴이한 이름을 지난 자였습니다. 화란 상인의 말에 의하면 지혜가 하늘에 닿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을 지녔다 하는데 그자가 현재 온갖 곳에 이 자료를 뿌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미 왜는 물론이고 월남에까지 소식이 뻗어 나간 모양입니다.”
그 정도로 광범위하게 정보를 주고 있다면 여기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꽤 낮아 보였다.
만약 어설픈 가짜 정보를 섞어놨다면 바로 교차검증이 가능할 테니까.
“그들이 뭔가를 요구하거나 하지는 않았나? 확실히 말해두지만 양이들과의 통상은 절대로 허가할 수 없다.”
“기이하게도 바로 통상을 하자는 말은 없었습니다. 대신 불란서의 영의정이 말하길 성의를 보여줄 테니 도움이 되었다면 한 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하였습니다.”
“성의? 무슨 성의를 보이겠다는 것인가?”
“지금 당장 평안도에 상세한 조사와 감찰을 보내면 자신이 무엇을 말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하였습니다. 특정인의 이름까지 적어두었는데 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지라 상소에만 적어두었습니다.”
“저들이 평안도라는 지명까지 언급했다고?”
대관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제 판단이 힘들다.
조선의 국왕과 대소신료들의 의지와는 하등 무관하게.
아시아에서 불고 일어난 광풍은 이미 주변의 모든 나라를 휩쓸리게 하며 뻗어 나가고 있었다.
< 얘기 좀 합시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