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1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19화 붕괴의 시작(219/355)
< 붕괴의 시작 >
상처 입은 사자는 그만큼 더 흉포해진다고 하던가.
톈진에 모든 주력을 집결시킨 영국군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청의 해안방어진을 전멸시켰다.
청 역시 치열하게 반격해 영국군의 군함 2척이 침몰하는 피해가 있었으나, 결국 승리는 영국의 손에 돌아갔다.
톈진이 완전히 영국군의 손에 떨어진 이상 이제 북경의 안위도 안심할 수 없다.
톈진에서 북경까지의 직선거리는 고작 120km 내외.
상당한 강행군으로 달린다면 고작 며칠 만에 당도할 수 있을 정도로 지척에 있는 곳이다.
실제로 이제 8천까지 불어난 다부의 제2군단은 영국의 보급을 받으며 순식간에 퉁저우를 점령하고 북경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청이 그냥 놀고 있기만 해서 이런 상황이 된 건 아니었다.
안 그래도 행정력에 과부하가 온 청은 현재 반신 마비에 걸린 중환자와 비슷한 상태였다.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있고, 네덜란드와 신성로마제국 함대가 최남단에서 계속 신경을 긁는다.
한 차례 패퇴하긴 했어도 러시아도 여전히 남하를 노리고 있다.
게다가 영국처럼 압도적인 해군력을 갖춘 나라가 톈진까지 밀고 들어온 역사가 지금까지 없었다.
전대미문의 사건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데 어떻게 전력을 집중할 수 있겠는가.
어버버하는 사이에 이미 적군은 수도 앞까지 밀고 들어왔다.
그래도 대항할 수단은 충분히 많았다.
러시아 군대를 격파하고 청의 희망으로 떠오른 몽골 팔기와 만주 팔기군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이끄는 군왕 보르지기트 소드남도르지는 북경으로 통하는 관문인 팔리교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팔리교는 퉁저우에서 북경으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이었으며, 조선 사절단도 반드시 이곳을 통해 북경으로 들어갔다.
즉, 톈진과 퉁저우에 이어 이곳까지 빼앗기면 최악의 경우 천자가 궁을 비우고 피신해야 하는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원의 천조 질서는 붕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바꿔 말해서 이 위기를 이겨내면 팔기 몽골군과 보르지기트의 위상은 천자라고 해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솟구칠 터.
보르지기트는 팔기군 1만 2천을 포함한 도합 2만 5천의 병력의 포진을 마쳤다.
보르지기트는 절대 프랑스 군대를 얕보지 않았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프랑스는 서양에서도 러시아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강의 적.
구국의 영웅이 되고 싶다는 야망과 적에 대한 경계는 완전히 별개다.
준비된 화포만 무려 100문.
거기에에 화승총 부대도 빈틈없이 편성해 두었다.
그러나 아무리 적을 경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 시대의 팔기 몽골군은 근본적인 인식의 한계가 있었다.
가장 강력한 병종이며 보병이 아무리 위협적이라도 결국 기병의 상대는 아니다.
전열 보병은 어지간히 두텁지 않으면 총이 있든 대포가 있든 결국 기병에게 뚫린다.
그도 그럴 게 화승총이나 대포는 자신들에게도 있으니까.
프랑스군의 눈에 비친 청군의 포진은 딱 그렇게 보였다.
“과거의 영광을 지우는 게 이렇게 보면 참으로 어려운가 보군.”
다부의 눈에 비친 청군은 몇 년 전에 보았던 맘루크들을 빼다 박은 듯 했다.
물론 청군이 맘루크보다는 훨씬 더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다.
적어도 보병과 포병을 상당수 배치하긴 했으니까.
문제는 이쪽과 저쪽은 사거리, 숙련도, 연사 속도 모든 게 현격히 차이 난다는 것이다.
“기병 돌격을 해준다면 이쪽으로서는 그저 고맙지.”
기병을 상대할 때의 방진은 유럽 열강이라면 당연히 다들 필수적으로 훈련하는 정석이다.
하지만 2군단은 단순히 훈련으로 다져진 이들이 아니었다.
수년 전의 전쟁에서 직접 맘루크의 기병들을 깨부순 경험이 있는 자들이 현재 2군단의 베테랑들이었다.
“들어라, 자랑스러운 프랑스의 전우들이여!”
금방이라도 돌진할 기세인 적들을 뒤로한 채 다부는 부하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우리는 청의 수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방의 대국이 우리 앞에 무릎을 꿇느냐 마느냐가 이번 전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라! 동방의 대국이라고 해도 다를 건 없다. 지금까지 싸워온 숱한 적군 중 우리 앞에서 맥이라도 추었던 자들이 과연 있었는가?”
“없었습니다!”
2군단의 장교들은 물론 병사들의 얼굴에는 일말의 불안감조차 떠올라 있지 않았다.
“우리 2군단의 역사는 곧 프랑스 승리의 역사를 상징한다! 부패한 귀족의 군대를 날려버리고 새로운 프랑스의 미래를 열어젖힌 게 우리다! 이집트에서 타성에 멎은 맘루크의 대군을 박살 내고 카이로로 진군했을 때의 기억이 제군들의 머리에 아직도 생생할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저 시대에 뒤처진 진형과 무장 상태를 보라!”
병사들의 눈이 자연히 다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했다.
“시대에 뒤처진 편성! 시대에 뒤처진 장비! 시대에 뒤처진 전략! 모든 게 낡았고 또 낡았다. 두려움 따위는 느낄 필요 없다. 가라! 우리가 일으키는 새로운 물결이 시대의 낙오자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다!”
“우오오오!”
“프랑스 만세!”
“승리의 영광을 원수님께!”
수적으로는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열세였음에도 그걸 불리함의 지표라 판단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군단은 언제나 열세의 수로 싸워왔고, 그때마다 언제나 승리를 거뒀으니까.
지금 이 순간이라고 딱히 다를 건 없다.
밀려오는 기병들을 바라보는 2군단의 병사들은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묵묵히 총을 장전할 따름이었다.
※※※
콰아앙!
타타타탕!
북경으로 향하는 요충지인 팔리교 앞에서 벌어진 대전.
아시아의 최강대국과 유럽 최강의 육군을 보유한 두 나라의 전투를 보기 위해 각국의 장교들과 기자들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아직 관전무관단 같은 자리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때나 암암리에 존재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승리의 여신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긴장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청군의 포진이 너무 정석적인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프랑스 보병이 밀집한 곳으로 저렇게 들어가면······.”
타타타타탕!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팔기군의 열이 프랑스군의 화망에 순식간에 녹아내리자 영국 장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렇게 되지요.”
“저렇게 되면 기병대들이 장애물이 되어버리는데.”
이번 전투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급히 내려온 러시아 장교의 탄식은 곧 예언이 되었다.
청의 기병대는 능숙하게 방진을 취한 프랑스군의 방진을 단 하나도 깨지 못하고 처절하게 갈려 나갔다.
기병대가 너무 맥없이 무너지니 보병대라고 딱히 더 할 게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청의 보병과 포병은 하나부터 열까지 프랑스군과는 차이가 너무 커 제대로 된 싸움이 되지 않았다.
“기병 중심의 팔기군이 아니라 그냥 무식하게 수로 밀어붙이는 형태였다면 차라리 더 나은 싸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는데···상성이 지독하게 좋지 않구만.”
이곳은 이제 전쟁터가 아닌 도살장이나 마찬가지.
프랑스군은 천천히 나아가며 우왕좌왕하는 청의 대군을 일소했다.
그러면서도 대열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은 흡사 기계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저렇게 보니 진짜로 그냥 사람 죽이는 기계가 따로 없네.”
“적군이긴 하지만 청이 불쌍할 정도입니다.”
“전사자가 10명은 나올까 의문인데···허참, 프랑스의 기세가 더욱 더 높아지겠네.”
영국의 장교들은 쓰디쓴 입맛을 다시며 혀를 찼다.
저놈들은 대체 뭘 믿고 이런 지형에서 프랑스 육군과 정면승부를 벌였단 말인가.
대가리를 놔뒀으면 조금 굴릴 줄을 알아야지 천하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들.
이미 청에 한 번 격퇴당한 전적이 있는 러시아 측 인물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이 결과가 알려지면 자신들은 고작 저런 놈들에게 밀려났다고 갖은 조롱을 당할 게 아닌가.
조금이라도 선전해주었으면 한다는 다른 열강들의 기대와는 정확히 정반대로, 몽골 팔기군은 문자 그대로 소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고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
[몽골, 팔기군 전멸.] [양이의 군대가 단 하루면 북경까지 입성 가능.]이 충격적인 소식은 순식간에 자금성까지 전해졌고 북경에 얼굴이 사색이 되지 않은 사람은 찾아볼 수도 없게 됐다.
패닉에 빠진 문무대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하루조차 못 버티고 뚫려버릴 수 있는 겁니까!”
“적군은 8천 정도라고 하지 않았나? 아니면 8만을 우리가 잘못 전해 들은 건가?”
“아니아니아니 8천이 맞아요. 분명 우리의 3분의 1 이하라고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하면 3만에 가까운 병사가 8천에 궤멸당한단 말입니까!”
“그거야 내가 지휘한 게 아닌데 어떻게 아냐고요!”
“언성만 높이지 말고 일단 대책을 좀 세워봅시다 대책을!”
“그쪽이야 말로 언성을 낮추세요! 천자께서 보고 계신데 이 무슨 추태란 말입니까!”
“추태는 보르지기트 군왕이 보인 이 참극이 추태고요!”
이미 도떼기시장이 되어버린 자금성에서는 대신들의 고성이 연신 떠나가질 않았다.
이 사태를 책임지고 해명해야 할 보르지기트 군왕은 아직 천자의 앞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혼이 빠져나간 상태로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제 막 자금성의 앞에 당도한 참이었다.
“···이건 꿈이야.”
하루종일 똑같은 소리만 중얼거린 그는 감히 천자가 거하는 궁의 문을 넘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태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는 게 현실.
어떻게든 가서 양이들과의 화친을 주장해야 하는 게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쯤은 잘 알았다.
그렇다. 화친을 해야 한다.
매도 맞아본 놈이 안다고 전쟁도 패배한 놈이 상대국의 두려움을 잘 아는 법이다.
지금의 청은 저 불란서 놈들과 계속 전쟁할 여력이 없다.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남성을 다 끌어모아서 친다면 당연히 이길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
아무리 패장이라고 하더라도 할 말은 하고 나라가 더 이상 망국의 길로 향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야만 할 것이다.
한참을 서성이며 용기를 다잡은 찰나, 그의 곁으로 어마어마한 수의 젊은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이놈들! 저리 물러서라!”
“군왕이시여! 지금 우리 대청의 군대가 양이들에게 참패를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이 미천한 놈들이 지금 뉘 안전이라고 목을 빳빳이 세우고 있느냐!”
“어찌 청의 군대가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양이에게 패배할 수 있습니까! 이건 군왕께서 적들과 내통해 일부러 지휘를 그르치신 게 아닙니까!”
“보자보자하니까 이 새끼들이!”
격노한 호위병사들이 무기를 뽑아 청년들을 쫓아내려던 순간.
촤악!
“······커억.”
“이, 이 미친 새끼들! 감히 네놈들이! 대체 뭘 하는 짓이냐!”
“나라를 오랑캐들에게 팔아넘긴 이에겐 죽음뿐!”
“죽음으로 사죄해라 매국노!”
복부에 파고든 차가운 금속의 감촉을 느끼며 보르지기트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얼마 되지 않은 호위병으로는 이미 광기로 가득한 백성들의 폭동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이런 병신들.
뭐가 청이 오랑캐들에게 패배할 리가 없단 말이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결사항전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지 너무도 훤한데···몸에 더는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패배한 형벌을 목숨으로 치르라면 치러야겠지만, 그래도 더 이상의 전쟁은 무리라 말해야 하는데 그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이 나라는 끝났다.
저기 궁에 틀어박혀 있는 놈들도 필시 인지부조화에 걸린 이 무지렁이들처럼 현실을 보지 못하고 헛소리만 늘어놓을 터.
아니, 어쩌면 이것도 저들 중 누군가가 사주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천자께서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그 바람을 끝으로 패장 보르지기트의 의식은 영원히 어둠 속 저 낮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 붕괴의 시작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