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20화 모든 사신은 파리로(220/355)
< 모든 사신은 파리로 >
아편전쟁.
영국이 이 악물고 해방전쟁이라고 부르는 이 전쟁의 소식은 그 어떤 소식보다도 빠르게 프랑스까지 전해졌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지라 아직 대륙 간 해저 전신 케이블 같은 건 깔리지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프랑스의 손길이 닿는 거의 모든 지역과 동맹들 사이에는 전신을 깔아두었다.
덕분에 러시아가 겪은 고전, 영국의 진땀승, 프랑스가 이룩한 기록적인 대승의 소식을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받아볼 수 있었다.
“우오오오! 프랑스는 무적이다!”
“프랑스 만세!”
원래부터 프랑스와 영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유럽 최강국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의 최강국인 청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으니, 이제 사실상 세계 최강대국은 자신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당연히 이런 프랑스인들의 국뽕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기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청의 사상자 수는 2만이 조금 안 되는 정도. 우리측의 피해는 전사 7명과 부상 52명이 전부라···다부가 돌아오면 줄 훈장부터 준비해 놔야겠는데?”
“프랑스군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나폴레옹은 내 손에 들린 보고서를 뿌듯하게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사실 제가 직접 지휘하고 싶었지만 보아하니 그럴 필요조차 없었던 듯합니다.”
“1만 남짓한 병력을 지휘하게 하는데 프랑스 육군의 대원수를 보낼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죠. 청이 프랑스와 맞닿아 있지 않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진짜로 자신이 군대를 이끌고 싶었던 것인지 나폴레옹은 다부의 전과가 적힌 보고서에서 연신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나폴레옹처럼 과시욕으로 넘치는 인간이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더 뽐내고 싶었겠는가.
지금 시대에서도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육군과 청의 육군이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는 건 꽤나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프랑스인이라면 백이면 백 나폴레옹의 승리를 점쳤으나 유럽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갈렸다.
나폴레옹으로서는 자신이 직접 증명해주고 싶었을 텐데 부하에게 선수를 빼앗겼으니 내심 아쉬울 만도 하다.
“그래도 결국 증명된 거 아닌가? 다부가 이끄는 2군단의 일부에 3배가 넘는 청군이 박살 났으니 네가 갔다면 이미 북경이 불타고 천자의 항복문서가 내 앞에 와 있었겠지.”
“상세한 전투 기록을 봤는데 사실 운도 꽤 따라줬습니다. 하필 기병 잡는데 선수인 우리 군에 시원하게 기병으로 박아줬으니까요.”
“어쩔 수 없지. 그게 저들이 생각하는 최강의 전법이었을 테니. 그나저나 이제 슬슬 종전협상을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을 텐데······.”
원역사에서 1차 아편전쟁도, 2차 아편전쟁에서도 청은 거하게 한번 패배한 뒤에는 백기를 들었다.
애초에 내리막을 타고 있는 국가가 저렇게 한번 대패를 하면 계속 싸움을 이어나가기가 불가능해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나라가 멸망할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취합 중인 탈레랑이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다가와 직접 정리한 서류를 내밀었다.
“안 그래도 영국 측이 지금 청에 평화 조약을 체결하자는 신호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의 상황이 꽤나 혼란스러운 듯 싶더군요.”
“혼란스러워? 왜?”
“팔기군의 지휘를 맡았던 청의 지휘관이 암살당했다고 합니다. 패배의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시민들의 폭동이라고 하기엔 시기와 장소가 상당히 공교로웠는지라······.”
“혹시 자신에게 군대를 맡기면 이번에는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놈이 종전을 거부하고 있나? 그렇다면 그놈이 범인일 텐데.”
“그게···한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네.
아직 완전히 망조가 들지 않은 만큼 여력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로 전쟁을 계속하면 완전히 나라가 쪼개질 텐데 이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그래도 천자는 더 싸울 의지가 없는 듯하니 결국 평화조약은 체결될 것 같습니다. 물론 내부에 저렇게 불온 분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이상 평화가 오래 갈 가능성은 없겠죠.”
십중팔구 그렇게 되겠지.
무엇보다 청이 계속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고 해도 영국이 그걸 두고 볼 리가 없으니까.
이미 실시간으로 호구화 진행 중인 게 뽀록 났고 상당히 열도 받은 상태일 텐데 여기서 끝낼 리가 없다.
뒤끝 하나는 진짜 끝장나는 놈들이고 이쪽과 맺은 계약도 이행해야 하니 말이다.
“영국 측이 준비한 조건은 대충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상세한 문건은 현재 정리 중에 있지만 핵심 내용은 대략적으로 다 파악했습니다. 일단 사전에 저희와 계약한 대로 홍콩섬을 이쪽에 할양하는 것과 광저우에서 이쪽의 독점 무역을 허가할 것. 그리고 7개 항구를 연합군에 개항하고 유럽과의 무역을 독점하던 공행을 폐지, 배상금 지불, 마지막으로 연합군 측이 제안하는 관세를 받아들일 것. 대략 이 정도로 정리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부수적인 조약들이 있었으나, 1차 아편전쟁의 난징 조약과 대부분 비슷한 내용들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홍콩과 광저우 일대가 프랑스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왔다는 정도?
“영국은 그래서 이 조약을 체결한 다음에 뭘 어쩌려는 건지 파악된 게 있나?”
“청을 박살 냈으니 이 여세를 몰아 주변국들을 개항시키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내 생각도 그래.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도 영국은 동아시아의 천조질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군.”
나는 빈 종이에 다부에게 전할 서신을 적어 탈레랑에게 넘겨주었다.
“요구사항을 두 가지 더 추가하라고 전해줘. 이번 전쟁의 기록을 공식적으로 남기는 데에 동의할 것. 그리고 청에 조공을 바치고 있는 모든 국가가 이쪽에 사신단을 보낼 수 있게 협력하라고. 물론 이쪽에 조공을 바치라고 할 마음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덧붙여주고.”
동아시아의 국가들을 가장 쉽게 개항할 방법은 다름 아닌 청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다.
청으로서는 자신들의 종주권을 인정해주겠다고만 해도 지금은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이겠지.
거짓말은 아니다.
프랑스는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어떻게 지지고 볶든 상관하지 않을 방침이니까.
다만 당사자들이 더 이상 기존의 질서를 따르지 않겠다면, 그 부분은 최대한 존중을 해줘야겠지.
※※※
청의 충격적인 패배 소식은 곧바로 인접국 모두에게 전해졌다.
청은 어떻게든 정보를 통제하려 해보았으나 네덜란드가 작정하고 정보를 살포해대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서양의 조작이라고 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청 황실의 직인이 떡하니 찍혀져 있는 문서가 공개되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의 외교관이 무려 천자의 소개장을 가지고 통상을 하자며 각국에 방문한 것이다.
수많은 국가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때아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대립이 오고 간 건 역시나 조선이었다.
“당연히 가야 합니다. 이쪽이 거절할 명분이 없어요.”
당장 사신단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상대적으로 젊은 문관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물론 이들의 발언권은 제한적이라 그저 겉도는 소리에 불과할 뿐, 진짜 실세들은 아직 조심스럽게 사태를 주시하는 중이었다.
“전하! 양이들의 기세가 범상치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옵니다. 저 대국인 청마저 잠시 몸을 숙인 이상 이쪽이 따른다고 하여 부덕의 소치라 지탄 받을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우의정 서용보가 용감하게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온갖 반대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아니! 우상께서는 지금 양이들에게 굴복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청이 무릎을 꿇었으니 우리라도 더 굳건히 버텨야지요.”
“과거 명이 고초를 겪을 때에도 조선은 소중화로서의 자존심을 지키지 않았습니까!”
“어허, 말을 끝까지들 들으세요.”
서용보는 쏟아지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사신단을 보내는 것 자체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쪽은 영악하게도 천자의 직인이 찍힌 소개장을 들고 왔어요. 여기서 무시하면 조선 왕실이 청의 황실을 무시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지금 무작정 반대하시는 분들은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 뒷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다 고려하시고 그러는 거겠지요?”
“···그거야······.”
“그러니 일단 사신단을 보내 통상을 논의하는 흉내 정도는 내줘야 합니다. 나머지는 현장의 판단으로 적절히 대처하는 수밖에요.”
“쭉 들어보니 우상의 의견이 제일 합리적이로다.”
이공은 지끈지끈 쑤셔오는 머리를 억누르려는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친정을 하자마자 이런 대형 사고가 연달아 터진다는 말인가.
신하들의 의견을 들어보려 해도 도무지 합의가 나오질 않으니 결국 선택은 왕의 몫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면서도 자신이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은 어떻게 가야 하겠는가? 일단 청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확실히 구색은 갖춰둬야 할 텐데.”
“양이들의 감언이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성리학에 특히 정통한 이가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기야 한데···너무 반목을 하면 불똥이 이쪽으로 튀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는가? 적당히 어르고 달래줘야 할 필요성도 고려를 해야 할 듯 한데······.”
“그러시면 최고 책임자를 성리학에 특히 능통한 이로 세우시고 그 밑으로 서학에 조예가 깊은 이를 배치하시면 될 듯하옵니다.”
이조판서의 의견에 더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이공의 마음도 자연스레 이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면 우상과 이판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하지. 서학에 능통한 이로 누구를 보내면 좋을지 다들 의견을 말해보게.”
“······.”
“······.”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졌지만, 그와 별개로 편전에는 싸늘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게 신유박해로 천주교 인사들의 목이 싹 날아가고, 서학을 연구한 이들이 귀양을 간 게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서학에 능통하다고 자신있게 나설 수 있는 이가 없는 게 당연했다.
“아무도 없는 건가?”
“···전하. 신의 생각으로는 귀양 가 있는 인사 중 적당한 이를 불러 보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좋은 성과를 낼 시 복권시켜주겠다 약조하시면 사력을 다해 임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묘안이로고. 그럼 기탄없이 말들 해보라. 불란서로 갈 사신으로 누가 좋겠느냐.”
“거중기로 화성을 축조한 이력이 있는 다산이 적합하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천주교와 서학에 상당한 지식이 있으니 적절한 인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산이라.”
확실히 어렴풋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름이었다.
선친께서 옥좌에 계실 때 특히 아꼈던 신하 중 한 명이었던가.
지금은 아마 강진 쪽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걸로 기억한다.
“짐이 보기에도 괜찮은 인선인 듯하다. 혹시 이견이 있는 사람은 있는가?”
여기서 반대하면 본인이 불란서까지 가야 할 수도 있는지라 모두가 쥐 죽은 듯 입을 다물었다.
오직 한 명. 다산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우의정 서용보만이 극렬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전하! 다산은 비록 배교했다고는 하나 천주교를 섬기고 서학에 심취했던 이입니다. 단순히 서학에 지식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양이들을 추종할 우려가 있사옵니다.”
“그럼 대신 누구를 보내는 게 좋겠나? 대안을 말해보게.”
반대를 위한 반대였으니 대안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잠시 고뇌에 빠져 있던 서용보는 결연한 목소리로 재차 부르짖었다.
“그러시다면 다산을 감시할 책임자로 신을 보내주시옵소서! 양이들의 감언에 흔들리지 않고 성리학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성과를 낸다면 복권시켜주겠다는 말은 곧 성과가 없다면 귀국하는 그대로 유배지로 직행이라는 소리.
서용보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신을 파직시킬뻔했던 다산이 복권되는 꼴은 볼 수 없었다.
그놈이 불란서 오랑캐들에게 알랑방귀를 뀌려고 하면 자신이 끊어버리면 그만일 터.
철저히 본심을 숨긴 그의 열변에 이공은 오랜만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상의 충심이 참으로 믿음직스럽도다. 내 그대들만 믿고 있을 테니 부디 이 나라에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잘 마무리 해주게.”
“맡겨만 주시옵소서!”
쿠르르르릉!
재수 없게도 하필 이런 때에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서용보와 다산, 정약용의 뿌리 깊은 악연을 아는 신하들과 젊은 개혁파 문관들은 영 불안한 시선으로 우의정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 꼰대들이 일을 다 망치고 오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젊은 개혁파 관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발을 동동 구르는 것 외에는 없었다.
< 모든 사신은 파리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