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21화 문화충격(221/355)
< 문화충격 >
다산 정약용이 서학서를 본격적으로 보게 된 건 성균관에 입학한 다음 해였다.
신선한 충격이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서양과 동양이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로 놀라웠던 건 그들의 기술이 아니라 개혁적인 사상이다.
동양과는 판이하게 다른 사상과 학문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회통적 사고를 확장하려는 게 그의 진정한 목표였다.
그렇기에 조정이 인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서양에 대한 정약용의 지식은 그리 깊지 않았다.
애초에 시골 강진에 몇 년이나 유배당해 있었으니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프랑스 측에서 보낸 검은 증기를 뿜어내는 배를 처음 본 순간, 정약용이 받은 충격은 서용보가 받은 충격과 별다를 게 없었다.
바람의 힘도, 노의 힘도 쓰지 않고 배가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상상 따위는 지금까지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양이들의 사이한 요술이 이 정도로 발전했을 줄은······.”
“요술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하, 양이들이 잘나가는 걸 보니 괜히 뿌듯하고 그런가 보군. 자신이 옳았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들었던 정보와는 차이가 너무 큰 듯 한데······.”
서용보가 정약용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이유는 과거 정약용이 서용보가 수령들을 부실하게 관리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파직을 당할 뻔했다고 여긴 서용보는 정약용을 총애한 정조가 승하한 뒤 그를 집요할 정도로 공격했다.
“우상. 우리의 해묵은 감정은 여기서는 잠깐 접어둡시다. 지금 이 배만 봐도 느껴지는 바가 없습니까?”
“또, 또 그렇게 혼자 고고한 척하시는군.”
“우상께서도 곤여만국전도를 보신 적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는 이 세상이 기존의 인식보다 훨씬 더 크고 넓다는 걸 알았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불란서 외교관이 보여준 세계 지도는 이전의 지도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깔끔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랬지.”
“저쪽의 발전 속도가 그만큼이나 빠르다는 겁니다.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조선 사신단은 배를 타고 한참이나 시간이 걸려 마르세유 항구에 당도할 수 있었다.
정약용과 서용보는 자신들이 보았던 지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몸으로 실감했다.
서양과 동양은 현기증 날만큼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즉, 서양의 군대는 이런 거리를 이동한 뒤에도 청의 군대를 여유롭게 격파했다는 뜻이다.
알면 알수록 위기감이 점점 더 커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항구에서 내려서 듣도 보도 못한 거대하고 길쭉한 구조물을 봤을 때 그 느낌은 절정을 찍었다.
“환영합니다! 조선에서 오신 사신분들. 여기 열차를 타시면 파리까지 저희가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열차?”
“정식 이름은 증기기관차입니다. 사실 저도 기계의 구조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그냥 엄청나게 큰 자동 마차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배에 이어서 마차도 자동으로 움직인다니···그것도 이렇게 커다란 게.”
정약용과 서용보는 혀를 내두르며 프랑스 외교관이 안내해준 귀빈실로 들어섰다.
곧 처음 들어보는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이 거대한 구조물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두 사람의 놀라움은 배가 됐다.
“세상에···이게 진짜로 움직인다고?”
“게다가 마차보다 훨씬 빠른데요?”
“여기에 식량이나 사람들을 가득 채워서 운용한다면···양이들이 어째서 청을 이겼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는군.”
“우상. 역시 저번에 제가 말한 대로······.”
“어허. 비록 저들의 사이한 요술이 실로 놀랍다고는 하나 결국 근본이 바로 서지 못한 잡기는 사회를 혼란케 할 뿐이라는 걸 모르나?”
또또 이딴 헛소리로 개혁을 무마하려는 건가.
물론 저들이 어째서 소극적인지는 이해가 갔다.
기술을 도입하고 싶다고 단순히 문자 그대로 기술만 들여올 수는 없다.
필연적으로 새로운 사상이 들어오고, 그걸 바탕으로 다양한 목소리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기득권은 혹시라도 이런 변화가 사회 체제를 흔들까 봐 염려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게 아니라, 정말로 부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까닭이다.
여기서 강경하게 더 주장하면 괜히 서용보의 심기만 더 상하게 할 뿐이다.
전략을 바꾸기로 한 정약용은 귀빈실 주변을 둘러보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저희만 이곳에 도착한 게 아닌 듯합니다. 저 앞쪽에 있는 자들은 왜에서 온 이들 아닙니까?”
“진짜로 청의 인접국 모두에게서 사신을 받은 건가? 설마 새로운 천자가 되어 우리의 입조를 받을 생각은 아니겠지······.”
“그러지 않겠다고 이미 청과 약조를 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확실히 보통 일은 아닌 듯합니다. 왜만이 아니라 대월(베트남), 참파(남베트남), 면전(미얀마), 인니(인도네시아) 등등. 아주 온갖 곳에서 사람을 보내는 듯하니까요.”
“저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지도 꽤 중요할 것 같은데······.”
지금의 조선은 기본적으로 청이나 왜를 제외한 국가와는 거의 교역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다른 귀빈실로 다가가 선뜻 정보수집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왜의 사신이 슬그머니 다가와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십니까. 역시 조선에서도 통신사를 보냈었군요.”
“이역만리 먼 땅에서 교류가 있는 국의 사신을 만나니 반갑구려. 이번 사절단을 책임지는 서용보라고 하오.”
“서용보라면 조선의 우의정을 역임 중이신 중진 아니십니까. 이런 곳에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 쇼군의 명을 받아 이번 사절단을 책임지게 된 곤도라 합니다.”
“이름만 듣고도 바로 나를 알아보다니 타국의 정세에도 꽤나 관심이 많나 보오?”
“조선과 저희는 바로 인접해 있는 이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반응이 나오는 건 저들이 그만큼 열심히 조사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혹시 쓸만한 정보를 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약용이 은근한 목소리로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여기서 만난 것도 인연이니 불란서의 수도까지 가는 길에 이야기를 좀 나눠봅시다. 혹시 저들에 대해 아는 바라도 있소?”
“음···글쎄요. 교환의 형식이라면 저희도 기꺼이 응할 의향이 있습니다만······.”
“그럼 상당히 솔깃할 만한 정보를 줄 테니 그쪽도 아는 바를 좀 말해보시오.”
미지의 강대국과 안면을 트는 자리에 막중한 부담을 느끼는 건 서로가 마찬가지.
곤도 역시 정보교환을 하자는 이야기에 바로 반색하며 빵긋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분석한 바로는 저희 막부와 불란서는 꽤나 잘 통할 여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쇼군께서는 기회를 봐서 불란서와 통상을 하는 것도 고려하시는 듯했습니다.”
“잘 통한다고? 어째서?”
원래부터 이놈들이 설레발을 잘 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김칫국을 치사량 수준으로 들이켜는 거 아닌가.
“불란서는 왕실이 전 국민들에게 엄청난 존경을 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통치는 쿠리수티아노 총리가 한다고 하더군요. 즉, 체제 감성이 저희와 꽤나 흡사하다는 뜻이죠.”
일왕과 쇼군 같은 관계라는 말인가.
사실 조선 측은 프랑스의 정치 체제가 어떤지 제대로 된 분석도 하지 않았다.
막부와 다르게 서양과 교류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전무했으니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불란서 권력의 핵심은 왕이 아니라 그 밑의 신하라는 뜻이로군. 총리라면 영의정 같은 위치인가?”
“저희는 천황 폐하와 쇼군 비슷한 관계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체제다.
잔뜩 표정이 일그러진 서용보가 조선어로 낮게 중얼거렸다.
“쯧쯧, 역시 근본도 없는 오랑캐 놈들.”
“우상. 당연히 아시겠지만 수도에 도착하면 일단 저들의 비위를 맞춰야 합니다.”
“비위를 맞추되 소중화로서의 자존심은 지킬 생각이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내 알아서 할 테니 신경 끄게나.”
이거 왠지 갈수록 불안해지는데.
딱 봐도 왜는 세계 최강국인 청을 박살 낸 새로운 강국과 뭔가를 해보려는 듯하다.
어쩌면 대월이나 참파 같은 국가도 비슷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칫 잘못했다가는 조선 혼자서 고립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상관 없었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이 있을까.
정약용은 타협 불가라고 얼굴에 떡하니 쓰여있는 서용보를 연신 불안한 눈빛으로 흘낏거렸다.
※※※
사절단이 궁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나는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감회가 새롭다.
동아시아의 수많은 국가의 사절이 지금 파리, 튈르리 궁에 와있는 것이다.
아마 훗날 역사에는 이게 저 나라와 프랑스의 공식적인 첫 교류라 기록되겠지.
상인들이 들락날락한 적은 있어도 정부 인사들이 이렇게 방문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홍콩을 할양받았고 광저우에 말뚝을 박은 이상 이미 동아시아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금 와서 다른 국가들과 서둘러 교역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다.
식민통치 같은 건 생각도 당연히 없다.
가성비도 안 나오고 미래의 이미지만 갉아먹을 식민통치는 애초에 고려사항조차 아니었다.
굳이 조선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조선은 그냥 들러리에 불과할 뿐, 사실 어떻게 돼도 대국적인 측면에는 영향이 없다.
내가 노리는 건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먼저 아시아 국가들의 기반시설을 선점하는 것이다.
이렇게 뽑아먹는 게 훨씬 가성비가 잘 나오고 먼 미래까지 내다봤을 때 프랑스의 위상에도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물론 정말로 답이 없는 놈들이라면 말을 알아듣도록 줘팰 수밖에 없겠지.
아직까지는 전쟁이 일상화된 시대니 그 정도는 어떻게든 합리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진짜로 이 시대의 성리학자들은 그렇게 꽉 막힌 인물들일까?
에이, 솔직히 어느 정도는 기록에 과장이 있었겠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모든 걸 다 무시하는 인간들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마침내 내 가설을 검증해줄 인간들이 통역을 따라 궁의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공식적인 일정은 내일부터 시작이니 오늘은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총리님께서 직접 맞아주시니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번 사절단을 대표하게 된 서용보라고 합니다.”
“저는 대표님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은 정약용이라 합니다.”
“프랑스를 대표해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여기 계시는 동안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두라 일러두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약용을 이렇게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목민심서라는 책의 이름은 다들 들어서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아직 목민심서는 저술되지 않은 시기겠지만.
내 지식대로라면 앞으로 10년 가량을 유배지에서 썩고 있어야 할 인간이 파리까지 오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다.
이런 게 바로 역사에 개입한 나비효과인가.
“그나저나 멀리서 오신 분들인 만큼 감상을 듣고 싶군요. 저희가 자랑하는 문물을 보신 소감이 어떠셨는지요?”
“그거야 물론 대단······.”
“확실히 신기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정약용이 뭐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용보가 그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건 기술이 다가 아닙니다. 너무 물질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면 결국 기가 흐려지게 됩니다. 사람이란 본디 마음을 바로잡고 옳은 생각으로 꾸준히 자신을 단련해야 하는 법. 이런 발전이 저희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도 있다는 걱정이 조금은 들더군요.”
통역이 어떻게 통역해야 하나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고 있었으나 나는 이미 대강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오···그러니까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유교 탈레반인가.
아니, 이건 이 인간이 정말로 이렇게 믿고 있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이쪽이 수교를 요청할까 봐 미리 선을 그어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답답하고 미개한 똥양인들이라고 조롱하는 식의 접근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오히려 이 인간들의 필드에서 짓밟아주는 게 훨씬 더 할 말이 없어지겠지.
“격물치지의 이치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주자와 왕양명이 주장한 격물치지는 같은 말이라도 의미가 조금씩 다르죠.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당연히 서로 다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부디 여기 머무시는 동안 고민에 답을 찾기를 바라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주자를 언급한 내 말에 서용보와 정약용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왜들 그렇게 당황해. 파란 눈의 코쟁이가 주자와 성리학을 논하는 게 그렇게 경악스러운가.
물론 내 성리학에 대한 지식이 성리학자들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억지 합리화를 하는 유학자들의 모순을 지적할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니까, 정신 못 차리고 계속 궤변으로 우겨보라고.
다른 나라 사신들 앞에서 개쪽당하고 싶은 거면.
< 문화충격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