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22화 동양의 신비(222/355)
< 동양의 신비 >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 곤도는 충격을 넘어선 일종의 감동을 느꼈다.
처음 프랑스라는 나라를 들었을 때는 막연히 청처럼 엄청난 땅 크기와 인구를 지닌 대국이라 생각했다.
천하를 호령하는 대국의 필수조건이 땅 크기와 인구라는 건 상식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청과 비교하면 인구는 고작 10분의 1 정도이고, 영토도 훨씬 비좁았다.
누벨 프랑스라는 속령이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쪽은 정보수집이 덜 됐다.
사실 굳이 거기까지 둘러보지 않아도 파리는 에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된 곳이었다.
풍문으로 들은 청의 수도 북경도 여기에 비하면 시골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서 보고 들은 것들을 말했을 때 본국에서 사기꾼으로 오인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들 정도로 수준 차이가 너무나 컸다.
“역시 오란다(네덜란드) 상인들에게 정보를 사두길 잘했어···틀린 말이 하나도 없구만.”
열차를 타고 오며 이야기를 나눠본 바로는 조선 사절단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쪽은 서양에 대한 인식이 처참할 정도로 바닥을 기는 게 딱 보였으니까.
반대로 대월···아니, 지금은 왕조가 바뀌어서 대남(응우옌)이라고 했나.
어쨌든 그쪽과 참파는 조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참파는 지금 대남에 언제 멸망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 사절단 구성에 진심인 게 느껴졌다.
고작 8천으로 청을 무너뜨린 무적의 군대를 지닌 나라에 붙을 수만 있다면 대남 따위가 두려울 리 있겠는가.
자신이라면 쿠리수티아노 총리의 발이라도 핥는다.
대남 역시 이 사실을 알 테니 어떻게든 프랑스에 잘 보여서 중립을 유지하려 하겠지.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경쟁이 붙을 수밖에 없게 될 터.
“어이,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나?”
“예. 오란다 상인에게 들은 대로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총리를 거의 살아있는 신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동양에서 온 우리가 봐도 총리님이 대단한 것 같다는 식으로 운을 띄워주니 술술 불더군요. 오히려 뇌물을 주려고 한 참파 쪽은 문전박대당했습니다.”
“역시. 언제나 과실을 따 먹는 건 우리처럼 준비된 자들이지. 듣자 하니 조선 사절단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던데······.”
“예. 어찌나 넋이 나갔던지 정보를 빼내기 쉬웠습니다. 쿠리수티아노 총리와 대담을 했는데 그의 지식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자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논하는 경지였다고···오히려 통역을 맡은 이가 당황했었다고 합니다.”
“서양인이 주자를 안다고?”
대충 어깨너머로 들은 정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상을 논할 정도였다면 이해도가 보통은 넘었다고 봐야 한다.
언뜻 들어서는 믿기지 않았으나 사실 이쪽에도 천주교를 깊이 연구한 자들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
저쪽의 총리가 그런 부류의 사람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손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지. 저쪽이 우리에 대해 그토록 정통하다면 어째서 차이가 이토록 벌어졌는지도 이해 가능하다.”
어쩌면 쿠리수티아노 총리라는 자야말로 동양의 사상과 서양의 실학을 완벽히 조화시킨 완성형 지도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후 막부가 아시아의 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해 참고할 가장 좋은 사례일지도 몰랐다.
“문제는 저쪽과 이쪽이 가진 정보의 비대칭인가. 우리는 이곳을 잘 모르는데 저쪽은 잘 아는 듯 하니···어설픈 처신으로는 본전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겠어.”
현재 막부는 기본적으로 쇄국정책을 피고 있으나, 언제까지 그걸 고집할 수만은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곤도의 임무는 본국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정확한 정보를 많이 가져가는 것.
그리고 통상을 할 때 최대한 좋은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쪽에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쿠리수티아노 총리에 대해 더 알아낸 건 또 없나?”
“이게 흔한 사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총리의 아들이 인접한 제국의 차기 황제로 내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딸은 또 북쪽 어느 왕국의 차기 여왕이 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왕을 다른 나라에서 데려온다고? 아무리 영향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게 말이 되나?”
“아무래도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 물론 총리의 영향력이 엄청나니 가능한 거겠지만요.”
곤도의 머리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진 않았다.
다이묘라면 몰라도 천황을 다른 나라에서 데려오는 격이 아닌가.
자신들만이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만약 조선 왕가의 핏줄이 끊긴다고 과연 청의 황자를 차기 왕으로 모실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머나먼 방계 중의 방계 왕족을 데려와서라도 왕으로 세우겠지.
“···이런 게 바로 문화의 차이고 인식의 차이라는 거겠지. 그나저나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아서 다행이로군. 빨리 선물을 더 준비하도록. 차기 여왕과 황제의 품격에 맞는 선물로···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본국에서 아예 박박 긁어오는 건데.”
“그래도 일단 총리님의 부인께 진상할 선물은 풍부하게 가져왔습니다. 총리님의 부인도 인접한 제국의 황녀라고 하니 그 격에 맞는 물건으로 엄선해왔습니다.”
“그래, 그래. 이런 세세한 부분에서 우리와 다른 나라의 성의 차이가 드러나는 거야.”
딱 봐도 조선은 목을 빳빳하게 세우고 백자 몇 점이나 선물이랍시고 던져주겠지.
그러나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도자기 제작 기술도 자신들이 위면 위지 아래가 아니다.
조선의 백자는 이쪽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최고급 작품으로 가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좋아. 그러면 이제 우리가 준비한 깜짝 행사만 성공하면 되는 거군. 후···잘 되어야 할 텐데.”
다행히도 막부는 오랫동안 오란다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쌓인 경험과 자료가 있었다.
국가가 다르긴 해도 서양인들은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서로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쪽의 사람들 역시 오란다 상인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보인 소재에 관심을 보이겠지.
광대처럼 보일지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쪽의 국익이지 자신의 자존심 따위가 아니니까.
※※※
각국 사신단이 모두 도착하고 얼마 뒤.
나는 사절단의 핵심 인사들을 초대한 파티를 주최했다.
“아이고,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주시다니 총리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오셨으니 당연히 이 정도 대접이야 해드려야지요. 저희가 자랑하는 요리들을 준비해 뒀으니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에에~! 안 그래도 이곳 요리야말로 구라파 제일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드디어 제가 맛보게 되는군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얘넨 작정하고 아부하러 나왔나.
현대의 대한민국도 이런 쪽으로는 일가견이 있는데 역시 원조의 품격은 남다른 데가 있다.
곤도는 이후로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번개같이 반응해 아부를 좔좔 늘어놓았다.
하도 말이 멈추지를 않아 극한직업을 경험 중인 통역사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릴 정도였다.
여기에 베트남 쪽 국가들은 서로 견제하며 어떻게 끼어들어야 하나 눈치를 보는 중이었고, 조선의 서용보는 눈앞의 와인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중이었다.
“이게 서양의 술인가···으음······.”
“포도로 만들었다고 하는 걸 보면 일종의 과실주인가 봅니다.”
“음식들도 역시 우리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군. 풍기는 냄새 자체는 상당히 좋긴 한데······.”
저번에 이쪽에 찍소리도 못하고 기선제압을 당해서 그런가.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유교 꼰대 같은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만약 여기서 설치면 그 우의정 자리를 절대 유지하지 못하게 만들어주려 했는데 최소한의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알아 다행이네.
“자, 여러분. 앞으로 여러 공식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만약 필요하신 게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실무진들에게 최대한 여러분을 배려하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잇! 감사합니다 총리님!”
이번에도 통역의 말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반응한 곤도가 슬쩍 내 옆으로 다가왔다.
“총리님. 마침 분위기도 적당히 무르익었는데 저희가 준비한 여흥을 보여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뭘 준비해오셨습니까?”
“예. 서양에서 온 상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소재를 발굴해 일종의 행위 예술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뭘 또 그렇게까지 열심히···알겠습니다. 그러면 즐겁게 관람해보죠.”
내 허락이 떨어지자 곤도가 바로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일본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퍼포먼스의 정체.
그건 바로 닌자 분장을 한 예인집단이었다. 세상에 맙소사.
먹던 와인을 뿜어내버릴 뻔한 나와 달리 국왕을 비롯한 프랑스 고위층의 반응은 꽤나 좋았다.
“오! 설마 저게 아시아의 하사신?”
“하사신도 아시아 아닌가?”
“그러면 지팡구의 하사신이라고 하지, 뭐!”
상당히 열심히 준비해왔는지 닌자 복장을 한 예인단은 모형 수리검을 던지거나, 몇 번이나 공중제비를 돌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중의 반응이 꽤나 좋자 자신감을 얻은 곤도가 가슴을 쭉 펴고 설명충 모드로 진입했다.
“저희들은 이런 이들을 닌자라고 부릅니다!”
“닌자!”
“저런 게 바로 아시아의 신비인가?”
실제로는 닌자는 절대 저런 요상한 옷을 입거나 과장된 동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곤도는 애초에 실제 고증은 제껴 두고 서양인들에게 재패니스 판타지를 주입하러 온 것일 터.
서양이 닌자에 뿅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건가···머리가 어질어질하네.
내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끅끅거리는 와중에도 퍼포먼스는 종반으로 향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닌자의 탈을 쓴 예인부대가 복잡한 수인을 맺으며 우렁찬 외침을 토해내었다.
“인법! 화염의 술!”
“푸흡!”
다행히도 모두의 시선이 불을 뿜는 닌자들에게 향한지라 내가 와인을 뿜어버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여기서는 뭐라고 해줘야 하나.
아니, 불이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화···이게 아닌가.
“크흠! 멋진 무대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귀빈도 다 좋아하는 걸 보니 저도 뿌듯하군요.”
“감사합니다!”
내 속마음이 어쨌거나 일본 측이 준비해온 쇼는 일단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그러자 다급해진 베트남과 참파 쪽도 더 재지 않고 허겁지겁 자신들이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총리님! 저희 대남의 황제께서 친히 고르신 최고급 비단이옵니다. 사실 저희는 왕조를 건국할 때 프랑스 선교사의 도움도 받았던 만큼 귀국에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도 이 자리를 빌어 꼭 예전의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쪽 선교사가 사비를 털어 무기를 구해주었다는 기록은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신기한 인연이로군요.”
“총리님! 이건 저희 참파의 국왕께서 즐기시는 커피와 비단입니다. 우정의 증거로 받아주십시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내가 환하게 웃으며 선물을 받으려 하자 이에 질세라 곤도도 엄청난 양의 선물을 가져와 발치에 내려놓았다.
“저희도 천황 폐하와 쇼군께서 모두 총리님께 전하는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건 저희 나라 최고의 장인이 만든 도검으로 우치카타나라고 부릅니다. 총리님께서 실전에 쓰실 일은 없을 테니 실용성보다는 최대한 심미적인 면이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건······.”
진짜로 작정하고 준비해왔는지 일본 측 선물은 진짜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도자기부터 각종 장신구에 그림 등등, 딱 봐도 느껴지는 성의가 보통이 아니었다.
당장 자식들의 선물까지 가져왔다는 데서 나조차 약간은 ‘이놈들 봐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국왕은 물론 왕비나 왕자들에게 줄 맞춤 선물까지 나오자 다른 의원들의 눈에도 자연스레 호감이 서렸다.
이대로 가면 조선만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는 게 확정이다.
슬쩍 돌아보니 잔뜩 초조해 보이는 정약용이 쉴 새 없이 서용보에게 뭐라 말을 거는 중이었다.
잔뜩 똥 씹은 표정으로 스테이크만 씹고 있던 서용보는 마침내 자신도 위기감을 느꼈던 건지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내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해온 게 없는 상황.
결국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약용이 황급히 종이를 가져와 즉석에서 먹을 갈아 멋들어진 필체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이것도 나름 퍼포먼스가 됐는지 주변의 흥미로운 시선이 쏟아졌고, 이를 알아챈 정약용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펴졌다.
본의 아니게 시선이 끌리자 내친 김이라 여긴 걸까.
서필을 하는 정약용의 팔 놀림이 더욱 더 과장되고 큰 궤적을 그렸다.
그렇게 시선을 주목시킨 정약용이 마침내 글을 완성하자 서용보가 천천히 다가와 정중하게 종이와 도자기를 내밀었다.
“조선이 자랑하는 백자와 서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서예를 갈고 닦는데 진심인 이들이라 그런지 글자 자체는 아주 멋지게 잘 빠졌다.
쓰여있는 한자는 대략 이러했다.
대불제국만세
극리지치, 태평성대.
파방황실만만세.
직역하자면 대 프랑스제국 만세, 크리스티앙의 치세 태평성대, 부르봉 왕가 만세 정도일까.
그래, 애썼다.
일단 이 정도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저 나라의 서글픈 현실이겠지.
이미 경고는 줬으니 진짜로 나가리되기 싫으면 지금부터라도 잘해라 좀.
< 동양의 신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