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26화 태동(226/355)
< 태동 >
19세기 초 아시아에 대한 내 이해도가 조금 부족했던 걸까.
이 시대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태반이 쇄국정책을 펴고 있었기에 조금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1세기를 기준으로 보면 정말 답답하고 바보들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역사를 보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해서 저 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의식체계를 뜯어고쳐야 하는데 어떻게 넙죽 받아들이겠는가.
그래서 막상 통상을 약속해도 본 조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꽤나 소극적일 거라 예상했다.
사실 원역사에서 일본도 바로 개항을 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근대화에 성공한 거였으니까.
영국을 기함하게 한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도 따지고 보면 조선 못지않은 유교 꼰대력을 자랑하는 나라였다.
여기에 있을 때는 참파의 존재나 분위기에 휩쓸려 통상을 할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언제 그랬냐며 손바닥을 뒤집을 수도 있었다.
아니, 보통은 이렇게 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런 시각 역시 역사를 제3자의 입장에서 이해했을 때 생기는 오해였나 보다.
“총리님. 따지고 보면 저희가 프랑스와 가장 가깝지 않습니까. 당연히 저희 쪽에 가장 먼저 사람을 보내주시겠지요?”
“총리님. 저희 쇼군께서는 두 팔 벌려 프랑스 외교단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외교단을 저희와 함께 귀국시키는 것도 고려를 해주십사······.”
유교든 쇄국이든 이 시대의 사람들도 딱 보면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다 안다.
그리고 조사를 해보면 유럽의 국가 중 어디가 믿을 만하고 어디는 그렇지 않은지도 다 알 수 있다.
보아하니 어떻게 하면 이쪽의 우월한 기술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 나름대로 맹렬히 머리를 굴리는 중인 듯했다.
“우선 서로 시장을 개방하면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저희가 철도나 전신 같은 것들을 설치해 드릴 겁니다. 물론 대가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받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예. 저희가 알아보니 유럽에서도 프랑스는 동맹의 이익을 최대한 대변해주는 외교로 명망이 높더군요. 그러니 저희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동양식으로 말하면 공존공영이 저희의 방침입니다.”
저쪽이 1의 이득을 가지면 나는 10의 이득을 가져가는 식이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잖아?
“그런데 본국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습니까?”
“당연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평판과 통상을 해야 할 당위성을 제가 열심히 설명하면 전부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와 하지 않는다면 결국 영국과 하게 될 거라고 얘기해주시면 더 잘 먹히긴 할 겁니다.”
“아···그렇군요. 꼭 그것도 강조해보겠습니다.”
프랑스의 산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이쪽의 물건을 팔 더 넓은 시장의 존재가 필요하다.
머지않은 시간 내에 원역사의 미국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누벨 프랑스까지 고려하면 그리 여유로운 상황이 아닐지도 모른다.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게 단순히 이쪽의 생산력만 높아진다고 다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프랑스와 누벨 프랑스의 인구가 몇 배로 뛰겠지만,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려면 수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생산력의 발전과 정비례로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차치하고 생각해도 아시아의 광대한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조금 과장 섞어서 말하자면 지금 아시아는 물 반 고기 반인 낚시터나 마찬가지.
그냥 낚싯대를 던지면 바로 신호가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이놈들은 영 글렀다고 판단한 조선마저 결정적인 선은 넘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런 추측은 베트남과 일본 사절단과의 회담 뒤에 가진 서용보와의 대담에서 확신이 섰다.
“조선도 정식으로 저희 외교단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참으로 흡족하군요.”
“프랑스는 다른 서양국가들과는 다르게 군자의 덕목을 중시하는 인상을 받아 결정한 일입니다.”
“조선의 조정에서도 저희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기쁠 따름이지요. 아무쪼록 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건설적인 관계를 맺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도 몇 가지 조건은 걸 수밖에 없습니다. 서학···그러니까 천주교의 전파 같은 건 말입니다.”
“그거라면 걱정 마시죠. 이전에 있었던 건 천주교가 귀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비극이었으니까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각별히 조심할 것을 제 이름으로 약속드리겠습니다. 애초에 조상을 기리는 갸륵한 마음이 미신숭배 따위와 비교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요.”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는 립서비스에 서용보의 안색이 대번에 밝아졌다.
어차피 저 인간 입장에서도 인륜을 모르는 양이와 교역을 약속했다고 하면 바로 우의정이라는 직위가 날아갈 터.
조선에 돌아가면 어떻게 해서든 나를 서양의 군자로 포장해서 올려치기에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쓸 수 있는 소스 몇 가지 정도는 던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곳에 와서 우의정께서 내리신 결정이 훗날 조선의 미래를 환히 밝혔다는 평가를 받게 될 거라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물론 저희 전하께서 오늘 여기서 있었던 약속을 인정해주셔야겠지만······.”
“현 조선의 국왕께서는 비할 데 없이 현명하셨던 전대 대왕의 피를 이어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분의 총기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습니다.”
“허어···총리님의 지식이 정말로 놀랍습니다. 제가 전하께도 꼭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시아 국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타인의 시선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건 프랑스나 영국에도 있는 국뽕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속된 말로 관음이라고 해야 하나.
타국의 시선과 인정에 목말라 있는 게 딱 보였다.
스스로 소중화라고는 해도 실상 인정해주는 국가는 없을 테니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 증거로 정조를 언급하면서 한 번 띄워주니까 바로 얼굴에 미소가 퍼져나가지 않나.
정말로···알기 쉬운 인간들이라니까.
※※※
윌리엄 피트는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캐슬레이 자작의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아시아의 판로를 확장하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도 훨씬 더 순조롭고 속도가 빨랐다.
자신들이 이전에 몇 번 문을 두드렸을 때는 이렇게 부드럽게 일이 진행되지 않았었는데.
청을 무너뜨린 배경이 이토록 크게 작용한 것일까.
-베트남, 일본이 가지고 있는 본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음.
-조선은 언급의 가치가 없음.
사실 캐슬레이 자작의 보고서는 전부 예상대로였다.
누군가는 그러니까 아편을 팔면 안 됐다고 하겠지만 그때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어쨌거나 아편전···아니, 해방전쟁의 승리로 영국이 가져간 이득은 적은 수준이 아니었다.
프랑스가 그 이상으로 싸그리 쓸어 담고 있는 게 문제였지.
그는 눈앞에 앉아있는 두 장성을 향해 물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어떤가? 모두가 전쟁의 영웅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네.”
“군인으로서 임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토록 성대한 환영을 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굉장히 소득이 많은 싸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격차를 눈으로 확인했고, 프랑스 육군의 수준도 확실히 관찰했으니까요.”
호레이쇼 넬슨과 아서 웰즐리.
대영제국의 육군과 해군을 대표하는 두 명장은 이전보다 더욱 믿음직스러워진 채로 귀환했다.
전쟁의 마무리를 프랑스가 장식한 건 조금 뼈아팠으나, 일단 러시아보다는 훨씬 좋은 전과를 거두었다는 건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대영제국의 해군력이 아시아의 최대강국조차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검증된 건 꽤나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시민이 자네 둘을 보고 싶어 하니 훈장 수여식은 공개된 장소에서 하기로 했네. 혹시 불편하다면 지금 말해주게. 취소할 테니까.”
“아닙니다. 저희야 영광이죠.”
“저 역시 대영제국의 군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 그나저나 이번 전쟁에서 겪은 자네들의 생각을 듣고 싶네. 보고서만으로는 현장의 시선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니까.”
솔직히 피트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프랑스의 전력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증기선 생산 체제가 확립된 프랑스의 해군력은 이전과는 위압감 자체가 확연히 달라졌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는 증기선의 위용은 영국 측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여기에 홍콩, 베트남 같은 국가들에 프랑스의 전진 기지까지 생긴다면···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총리님.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프랑스의 육군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강입니다. 심지어 그 차이가 타국과 좁혀지기는커녕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나라 기병들은 적이 봐도 안쓰러울 정도로 갈려 나갔다는 보고는 봤네.”
“프랑스를 따라잡으려면 본국도 한층 더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해야 할 듯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여도 결국 국방력은 돈에서 나온다.
돈이 있다고 무조건 강한 군대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강한 군대가 나올 수가 없다.
특히 갈수록 화력이 중요해지는 지금 시대에서는 이건 피할 수 없는 진리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그 돈이란 게 생겨나란다고 생겨나는 재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도 아직 절망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어쨌든 청을 무릎 꿇리고 이쪽의 물건을 잔뜩 판매할 수 있는 루트는 뚫어놓지 않았던가.
“역시 답은 우리도 아시아의 시장을 장악하는 수밖에 없나···그러려면 청의 분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하는데.”
“저희가 현장에서 본 청나라는 현재 하나로 통합되지 않은 오합지졸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분열을 일으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그리고 예상외로 프랑스도 이 일에 꽤나 진심인 것 같더군. 이쪽에 아주 유용한 정보를 산더미처럼 보내올 정도로.”
피트는 두 사람이 오기 전까지 주의 깊게 읽고 있던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여기에 청의 대략적인 민족 분포와 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역사가 빼곡하게 적혀 있네. 이걸 보니 대강 머리에서 그림이 그려지더군.”
디바이드 앤 룰은 원래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 특기였다.
인도를 지배할 때도 이 방식을 아주 유용하게 써먹은 바 있다.
“그럼 바로 작업에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단, 이쪽에서 개입했다는 티가 나지 않게 은밀히 움직여야 하네. 자네 둘이 믿을 만하고 능력있는 장교들을 한 번 알아보게.”
“알겠습니다.”
우선 첫 단추는 지금 차곡차곡 쌓여가는 한족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청 황실을 지원한다는 핑계로 이쪽이 청의 내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구실이 생긴다.
“좋아. 대략적인 방침은 정해졌으니 군부의 도움이 필요한 건 차후 논의해 보도록 하지. 오늘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슬슬 이동해 보도록 하세.”
피트는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등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뒤를 따라 나온 넬슨과 웰즐리와 함께 마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마차 밖으로 비치는 풍경을 찬찬히 감상하던 넬슨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감동이 서렸다.
“이렇게 보니 런던도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군요.”
“그건 그렇지.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 나조차 가끔씩 깜짝깜짝 놀랄 정도라네.”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피트는 길가에 상당수의 사람이 모여 있는 걸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저놈들이 또 왔군.”
“저놈들이라 하시면?”
“요새 공장들이 많아지니 저런 이상한 자들이 꼬이기 시작하더군.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세.”
거리가 가까워지자 길가를 점유 중인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귀에 잘 들려왔다.
“추악한 자본가들은 각성하라!”
“노동자는 단결하자!”
“일주일 120시간 노동이 웬 말이냐!”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자본가와 국가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생전 처음 들어보는 구호를 마주한 넬슨과 웰즐리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피트는 듣기 싫다는 듯 혀를 차며 마차의 창을 닫아버렸다.
“무시하게. 먹고 살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니 이제는 돈을 더 달라고 저러는 거니까. 이렇게 보면 사람의 탐욕이란 참으로 끝이 없단 말이야.”
어차피 저런 말을 하는 인간들을 잘라 버려도 일할 사람은 차고 넘친다.
일하기 싫으면 일하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누가 일하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영국이 낳은 위대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따르면 정부는 시장의 독점만 막으면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그다음 균형은 시장에서 알아서 맞춰지겠지.
피트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붉은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한 귀로 흘려버리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 태동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