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2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28화 불은 옆집에만 난 게 아니다(228/355)
< 불은 옆집에만 난 게 아니다 >
공산주의는 보통 마르크스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마르크스가 제대로 이론을 정립하기 이전의 공산주의는 까놓고 말해서 지나친 이상론에 지나지 않았다.
지식인들은 이를 몽상이나 공상이라며 비판했고, 실제로 마르크스도 자신의 이론을 이들과 구별짓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이전의 사회주의들은 공상적 사회주의고, 자신의 이론은 과학적인 사회주의로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원래 19세기 초기의 사회주의는 너무 유토피아적이라 한계가 명확했다.
물론 이 이론을 주장한 이들이 단순한 몽상가들은 아니었지만, 냉정히 말해서 사회적인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19세기 초 공산주의 3대장 중 무려 2명이 프랑스 태생임에도 내가 경계를 하지 않았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오언이 공상적 사회주의의 대표 격 인물 중 하나이긴 해도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진성 빨갱이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좋은 노동환경을 보장해 달라는 진보적인 기업인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뭔가가 이상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대사들과 몰래 심어놓은 스파이들의 보고를 종합해보니 이건 단순한 노동운동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
소위 말하는 ‘빨간 맛’의 냄새가 너무 진하게 풍겨왔다.
“부인, 혹시 최근에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같은 용어를 쓰는 인사들과 접한 적이 있나요?”
“공산주의요? 그게 확실히 요새 주목받는 화제인가 보네요. 얼마 전에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요새 영국에서 이걸로 굉장히 시끄러운 거 같은데 혹시 아느냐고.”
마리는 최근에 나보다도 더 시민들이나 일반 귀족들과 접촉하는 빈도가 더 높았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역시나 벌써 입질이 왔던 건가.
“누구입니까?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이.”
“어디 보자···그러니까 생시몽 백작이었던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저번에 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어주러 갔을 때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있었네요. 샤를 푸리에라고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와도 아는 사이라고 소개받았던 기억이 나요.”
“생시몽과 푸리에라···역시.”
19세기 초 공산주의 3대장 중 2명의 이름이 슬슬 귀에 들려올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국이 저렇게 시끄러운데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았을 리도 없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뭐랍니까?”
“되게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던데요.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시대가 되었지만 결국 소수의 부르주아들이 이 자유마저 독점하고 있지 않는가. 조금 더 나은 사회 경제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노동자가 자본으로부터 해방되는 삶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기억나는 건 일단 이 정도네요.”
“그래서 부인은 뭐라고 했나요?”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 자체에는 저도 동의했어요. 직접 가서 보니 빈말로도 만족하며 일할 환경이라고는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거야 뭐 당연하죠. 안 그래도 지금까지 미비했던 노동법 분야를 제대로 손보려고 하는 참입니다. 이미 입법 논의에 들어갔어요.”
아무리 내 프랑스에 공산당은 안 된다는 슬로건이 있어도 단순히 찍어누르기만 해서는 될 것도 안 된다.
무엇보다 과한 탄압을 한다면 어디선가 반드시 역풍이 불 수밖에 없는 게 사회의 구조였다.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약자에 대한 동정이 내재되어 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20세기 공산주의 라이징과 실패, 그리고 냉전의 폐해를 아는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산주의의 공자만 보여도 머리통 깨버리고 있는 영국의 대처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영국의 자본가들이 얼마나 정치권에 깊게 개입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주면 확실히 불만도 많이 사그라들겠네요. 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불만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불만이 엄청날 텐데요. 경쟁력도 조금 떨어질 테고.”
“그렇지요.”
지금까지 노동환경 개선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마리가 지적한 문제였다.
내가 경제 쪽으로 박사 학위를 딴 게 아니라 이런 시대에 어울리는 노동 강도를 산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18세기에 행해졌던 것처럼 사람을 숨도 못 쉬게 하는 제도를 유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시대에 주 40시간 칼보장 같은 걸 할 수는 또 없지 않은가.
21세기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미국의 자본주의조차 이 시대의 자본가들이 보기엔 그냥 골수까지 새빨간 빨갱이들에 지나지 않으리라.
그러니까 시대에 맞게 점진적인 완화를 하고 적절한 선과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그만한 연구와 단계적인 실험이 필요하다.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이게 맞으니까 그냥 한다고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하긴 해야죠. 무엇보다 계속 찍어누르기만 하면 영국처럼 될 게 뻔해서.”
“아~일종의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이네요.”
“이렇게 말하면 좀 사악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근을 던져주는 것만큼 적절한 갈라치기가 또 없거든요.”
“부르주아들의 불만은 어떻게 하게요?”
“일정 시간 계도기간을 두고 정부 방침을 따라주는 사람들은 세제 혜택을 줘야겠죠. 그리고 앞으로 시장이 훨씬 더 커지는 만큼 해외 판로 개척에 도움을 줘서 훨씬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게 해주면 군침 흘리면서 해줄 거예요.”
자본가의 횡포니 노동자의 단결이니 주장해봐야 등 따습고 배부른 인간들이 합류할 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내부에서 이 정도 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는 건 프랑스가 압도적인 강자의 입장이라 가능한 것이다.
그 어떤 국가보다 쉽고 싸게 자원을 수급할 수 있고, 기술도 좋아서 비용 자체가 적게 들어간다.
여기에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편의를 어느 정도 봐주더라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일단 노동 개혁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그 생시몽과 푸리에라는 사람들을 제가 봐야겠는데 부인이 초대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초대해주는 게 저들도 더 편한 마음으로 올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이 직접 보게요?”
“개인적으로 흥미가 조금 있어서요.”
노동자들의 인심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적장이 건재하면 언제든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는 법.
원래 적을 칠 때는 대장부터 잡으라는 사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공산주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이들을 초장부터 꺾어두든가 이쪽의 사람으로 잡아두면 적어도 프랑스는 안심할 수 있겠지.
※※※
영국에서 시작된 공산주의 파동은 역시나 프랑스에도 서서히 스며들어왔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 그리 큰 파장은 일으키지 못했다.
지금은 그런 추상적인 것보다는 새롭게 발표된 노동법 개혁이 훨씬 더 큰 화제였기 때문이다.
“이제 안식일에는 쉰다는데?”
“하긴 교회는 가야지.”
“영국 놈들은 휴일도 없이 죽어라고 일만 한다는데 우리가 걔네랑 같은 급은 아니잖아?”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다른 국가들보다 극적으로 개선된 환경에 노동자들은 진심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처음에는 이러면 기업 다 망한다고 부르짖던 부르주아들도 여러 가지 혜택을 약속받자 의견이 분분하게 갈렸다.
무엇보다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 안식일은 지키라는 말을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게 영국과는 조금 다른 흐름으로 노동운동이 전개될 무렵.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총리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19세기 초 공산주의 3대장 중 무려 2명이 내 부름을 받고 튈르리 궁으로 들어왔다.
“나야말로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게 되어 반갑군. 여기 앉게.”
“예. 그러면 감사히······.”
내 이름값이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두 사람은 잔뜩 쫄아서 슬금슬금 이쪽의 눈치를 보았다.
내가 문책하려고 불렀다고 생각하는 건가?
“편히들 있게. 내가 자네들을 불러본 건 어디까지나 건전한 토론을 해보려고 부른 거니까.”
“토론···말씀이십니까?”
“그래. 아니면 이 프랑스를 산업사회로 만든 나는 자네들에게 자본가의 우두머리쯤으로 여겨지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런 불경한 생각 따위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없는 노동가들을 위해 여러 법을 제정 중이신 총리님을 어떻게 타락한 자본가와 동치시키겠습니까.”
황급히 부정하는 모양새가 어째 찔리는 것 같기도 한데.
뭐가 됐든 간에 이 둘에게 목줄만 채울 수 있으면 나로서는 상관이 없지만.
“아내에게 자네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는데 꽤나 흥미로운 주장을 하더군. 혹시 나에게 묻고 싶은 건 없나?”
“그게 그러니까······.”
“어려우면 내가 질문하도록 하지. 생시몽 백작, 자네는 사회가 노동자 위주로 재편되어야 하고 금융가들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며 돈을 번다고 비판했던데 그 생각은 아직도 유효한가?”
“그렇습니다. 이런 기조는 곧 프랑스의 근본인 농업을 약화시킨다고 보았기에······.”
“자네 말대로 금융을 축소하고 부르주아를 타파하고, 농업을 중시한다면 프랑스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데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공산주의가 실패한 원인은 여러 가지 나오지만 그중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자본가에 대한 혐오다.
흔히들 공산 사회라 동기부여가 안 된다고 말하는데 사실 이건 틀린 말이었다.
만약 진짜로 공산주의 국가에서 태업 같은 걸 했다가는 바로 교화소행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산국가를 수립한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타락한 자본가들의 사회를 부수고 더 나은 국가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이전보다는 나은 삶을 살게 해줘야 하니 생산량이 떨어지는 걸 묵과할 수 없다.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국가가 자본을 독점해서 운영하는 건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단 점이다.
무엇보다 자본가를 악으로 규정하고 축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장이 어떻게 성숙할 수 있겠나.
생시몽의 주장도 이 시대 공산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까 총리님 같은 위인이 노동자와 농민들의 삶을 꾸준히 개선하고 자본가들을 억제할 수 있으면······.”
“그건 결국 철인통치에 의존하는 또 다른 독재국가 아닌가? 프랑스가 자랑하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와는 모순되는 것 같은데.”
“그건······.”
자본론을 완성하고 과학적 사회주의 이론을 완벽히 정립한 마르크스라면 모를까···아니, 그런 마르크스가 상대라도 공산주의가 어떻게 패망했는지 아는 나라면 토론에서 할 말은 다 할 수 있다.
하물며 아직 그런 단계까지 진화하지 못한 자들이 상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나도 지금 같은 체제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국가를 경영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니까. 자네들이 주장하는 공산주의 이론을 완벽히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고. 분명 분배의 측면에서는 자네들의 이론도 수용할 여지가 있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사실 공산주의 이론이라는 걸 유심히 보면 결국 자본주의가 완성된 사회를 가정해야 이룩할 수 있는 게 상당히 많이 눈에 띄니까.”
적당히 감언이설로 홀려주니 생시몽의 눈이 반쯤 풀리기 시작했다.
너희의 이상향을 이루고 싶으면 일단 지금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것부터 도와달라고.
사회 자유주의 정도의 온건한 입장이라면 나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줄 용의가 있으니까.
“총리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일단 돌아가서 조금 더 이론을 가다듬고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성과가 나온다면 나에게도 꼭 알려주게.”
그런데 넙죽 고개를 숙이고 일어난 생시몽과 달리 푸리에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 아직도 ‘공산주의 못 잃어’를 외칠 생각인가?
“혹시 아직 더 물어보고 싶은 게 남았나?”
“···그, 총리님. 이건 조금 다른 화제이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푸리에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던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총리님께서는 기본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육체적인 면이 아니라 지성적인 부분에서.”
“······어?”
설마설마했던 그 화제가 나오자 나조차 잠깐 말문이 막혔다.
샤를 푸리에.
잠깐 간과하고 있었지만 이 사람을 수식하는 표현은 19세기 초 공산주의 3대장이 다가 아니었다.
최소의 여성해방론자, 혹은 최초의 페미니스트.
루소의 낭만주의를 정면에서 배격한 시대의 총아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불은 옆집에만 난 게 아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