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3화 나의 외교력은?(23/355)
나의 외교력은?
별안간 베르사유궁으로 입궐하라는 명을 받은 나는 들어가자마자 충격적인 소식을 전달받았다.
“저보고 오스트리아까지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무래도 이번 일에는 네가 가장 제격이라는 말이 나오더구나.”
파리에 사는 대신 꼭 한 번씩 참석하라고 했던 베르사유의 주말 만찬에서도 듣지 못했던 말이다.
이토록 갑작스럽게 정해진 건 확실히 국왕보다는 다른 귀족들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의미일 터.
대충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짐작은 간다.
슈아죌이나 모푸겠지.
“경험이 일천한 제가 그런 국가의 중대사를 책임질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됩니다.”
“아, 그 부분은 걱정 말거라. 너에게 전권을 주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너는 저쪽의 체면을 세워주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니까. 실무적인 협상은 내가 최고의 전문가를 붙여줄 테니 그에게 일임하면 될 게다.”
“요컨대 우리는 왕족이 대표로 올 정도로 이번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라는 분위기만 풍기면 된다는 거로군요.”
“정확하단다. 그러니 너무 크게 부담 갖지 말고 일을 처리하고 오너라.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너에게도 실적이 생기는 거니 당당히 베르사유로 들어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
우리 할아버지 아직도 날 궁으로 불러들이는 데에 미련을 못 버리셨네.
이쯤 되니 대강 귀족들이 어떤 말로 국왕을 구워삶았을지 그림이 그려졌다.
실제로 옆에서 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푸의 얼굴을 보니 더욱 확신이 생겼다.
기반도 없고 외부에 인지도도 없는 왕자에게 일감을 하나 던져주고 실적을 쌓게 해주자는 권유를 했겠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왕은 옳다꾸나 하고 제안을 받아들였을 테고.
“그런데 오스트리아 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쪽이 논의를 계속 미뤄서 정말로 화가 많이 난 상태인가요?”
“왕자 전하, 그 부분은 본래 외무대신이 설명해 드려야겠으나 이번만큼은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모푸가 살짝 앞으로 나와 발언권을 요청했다.
루이 15세가 계속하라는 손짓을 보내자 그는 허리를 한 번 굽히고는 말을 이었다.
“계속해서 부상하고 있는 프로이센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더 급한 쪽은 오스트리아일 것입니다. 이미 알짜배기 땅인 슐레지엔은 프로이센의 영토로 거의 굳어졌고, 주도권 대결도 프로이센의 우위로 기울고 있다는 게 중론이니까요.”
“그러면 굳이 제가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지금 한창 로베스피에르 같은 신진 지식인들을 세뇌···. 아니, 교육하는데 바쁜데 오스트리아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건 시간이 너무 아깝다.
라부아지에와 함께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수익금도 재투자할 방면을 물색해야 하고.
외교적인 커리어를 꽁으로 하나 쌓는 건 탐나긴 하지만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다.
하지만 내 반론에도 모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의견을 고수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동맹으로 묶여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저희가 답장을 주겠다고 한 뒤에 연락을 미룬 경우라 마냥 당당하기만은 어려운 입장입니다. 그러나 왕자 전하께서 나서주신다면 쉽게 일을 무마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귀족들도 이번 사절단의 대표로 왕자님을 추천한 것이고요.”
“제가 얽힌 소동 때문에 일이 미뤄진 거니 제가 직접 사과하고 오면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럴 리가요. 그것보다는 그 소동이 벌어진 원인과 그로 인해 왕자님이 가지게 된 권리가 중요합니다. 즉, 천연두의 특허권이지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요컨대 합스부르크 왕가에 천연두 백신을 들고 가서 생색 좀 내고 오면 된다는 말이군요.”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안 그래도 합스부르크 왕가는 최근에 천연두로 엄청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현재 천연두라면 가장 이가 갈릴 왕가가 바로 합스부르크일 것이다.
실질적인 여왕인 마리아 테레지아가 한 번 사경을 헤맸고, 딸들조차 사망하거나 곰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연두 백신을 들고 가서 효과를 보여주면 오스트리아에 상당한 빚을 지울 수 있다는 계산이겠지.
외교적인 결례쯤이야 당연히 없었던 일이 될 터.
거기에 고등법원을 치는데 장애로 생각하고 있을 나까지 오랜 시간 국외로 보낼 수 있다.
모푸의 입장에선 일석이조를 넘은 일석삼조나 마찬가지.
거기까지 놓고 본다면 이건 나에게도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모푸야 내가 고등법원과 완전히 한패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이미 그들의 이용가치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라부아지에는 이미 법원이 아니라 내 사람이나 마찬가지였고, 아쉬운 건 말제르브가 가지고 있는 출판총감의 자리 정도다.
만약 모푸와 의견이 일치만 한다면 저쪽으로 줄을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며 계산을 끝마친 뒤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제가 국익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이 한 몸 바쳐서 임무를 수행하고 오겠습니다.”
내 절절한 목소리에 루이 15세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 수개월, 어쩌면 1년 정도 시간이 끌릴 수도 있다는 점은 확실히 뼈아프다.
하지만 합스부르크 왕가에 백신을 보급하고 오스트리아 전역으로 퍼트릴 수 있다면 그만한 시간을 들이는 이득을 뽑아낼 수 있겠지.
원 역사와 다르게 이쪽은 우두법에 대한 특허를 등록해 놓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제너는 원래 그가 그랬듯 특허 없이 무상으로 풀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으나 내가 거절했다.
단순히 내가 돈에 환장해서는 아니지··· 않고 사실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9할이었던 건 맞다.
그래도 특허료 자체는 싸게 책정했고, 이쪽이 관리권을 지닌 만큼 접종 자체는 더욱 확실히 처리할 수 있는 점도 있었다.
어쨌거나 덕분에 지금 얻고 있는 수입만 해도 상당한데 합스부르크 왕가까지 스폰서로 삼으면 수익은 더 빠르게 불어날 것이다.
덤으로 모푸의 주장대로 성공적인 외교 커리어가 하나 생기는 건 덤이고.
종합적으로 봤을 때 실보다는 득이 많은 출장이 될 수 있으리라.
다만, 한 가지.
저쪽 역시 노리는 수가 있을 테니 그게 뭔지 확실히 캐낼 때까지는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폐하. 아까 외교 쪽 문제는 전문가의 손에 맡기면 될 거라고 하셨는데 누가 저와 동행하게 될 예정인지 여쭤보아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알려줄 수 있다. 샤를 베르젠 백작, 샤를 그라비에가 너와 함께 오스트리아로 갈 게다. 아주 능력이 출중한 외교관이니 믿고 의지하거라. 내 특별히 너를 잘 보좌해 달라 일러놓았으니.”
“베르젠 백작이라면 오스만 투르크에 대사로 있지 않았습니까?”
“너도 아는구나. 올해 막 파리로 돌아와 다음 발령지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단다. 그걸 기억해낸 내가 이번 일에 나서 달라는 말을 했더니 흔쾌히 수락했지.”
샤를 그라비에라면 루이 15세가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 게 무리가 아닐 정도로 뛰어난 외교가다.
물론 현 오스트리아 쪽에도 걸출한 인물이 있으니 마냥 이쪽이 우위인 건 아닐 테지만, 이번에는 양국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점이 크다.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야 이번 일은 편하게···가 아니지.
멍청하게 또 해치웠나 급에 비견되는 플래그를 세울 뻔했구만.
나는 어떤 일이 터져도 이상할 것 없다는 정신무장을 완벽히 마친 뒤, 국왕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왕실의 일원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믿고 지켜봐 주십시오.”
※※※
샤를 그라비에와 합류한 나는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고 길을 떠났다.
루이 15세는 직접 성대한 배웅식을 열어주었고, 법원 측에서도 성공을 빌어주었다.
그 이후 사절단의 호위를 맡은 발랜탱 에스터하지 대령까지 합류해 사절단의 규모는 꽤나 크게 불어났다.
기차 같은 게 깔려 있다면 더 편했겠으나 이 시대의 여행이라면 얄짤없이 마차다.
그나마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승차감을 예상했기 때문인지 마차는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에스터하지 백작은 임무에 지나칠 정도로 열정적이라 거의 한 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결국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 들어간 뒤에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에스터하지 백작은 헝가리 출신이었지?”
“알고 계셨군요. 처음에는 프랑스 출신이 아니라 걱정도 했습니다만 슈아죌 공작님의 배려로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 나도 공작께서 추천하신 인재인 만큼 안전에 관해서는 자네만 믿고 있겠네.”
“예. 제가 곁에 있는 한 어떤 외부의 위협도 전하의 신체를 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나는 사람 좋게 웃어 보이는 젊은 대령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에스터하지에 대한 기록이라면 이전에 얼핏 본 기억은 있다.
분명히 슈아죌의 명대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에 어떤 역할을 했던 자였을 것이다.
나중에는 프랑스의 왕비가 된 마리의 총애를 받은 신하 중 한 명이었다는 자료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임무에 갑작스레 끼어든 인간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이쪽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커리어가 끝장나는 건 호위를 맡은 인물이 될 터.
적어도 사서 경계하느라 이쪽의 인상을 좋지 않게 가져갈 필요는 없겠지.
“그런데 자네들은 오스트리아에서 누가 나올지 들은 바가 있나?”
“저는 외교 쪽에 정보가 밝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베르젠 백작께선 아시지 않을까요?”
이쪽의 시선을 받은 샤를 그라비에가 살짝 고개를 움직였다.
“누가 나오든 간에 오스트리아의 외교 정책은 어차피 한 사람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와 그자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그자라면 역시······.”
내가 막 말을 끝마치려던 찰나,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라비에가 마차의 창틈으로 슬쩍 바깥을 내다보았다.
“오스트리아 쪽의 사람이 배웅을 나온 모양입니다.”
“제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에스터하지가 먼저 오스트리아 쪽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나도 그라비에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환영단의 가장 앞 열에 선 사람을 본 그라비에가 살짝 놀랍단 반응을 보였다.
“꽤나 거물이 나와서 반겨주는군요. 전하, 저 사람이 아까 제가 말했던 그 자입니다.”
“그래, 내 눈에도 보이는군.”
머리가 하얗게 세기 시작한 오스트리아 쪽의 책임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웃고 있음에도 살짝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 다 가려지진 않아 신기한 느낌이었다.
“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벤첼 안톤 폰 카우니츠입니다.”
“루이 크리스티앙 드 프랑스라고 하네. 만나서 반갑군.”
아까 전 주의해야 할 상대라고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가 별안간 모습을 드러냈다.
카우니츠.
오스트리아 외교 정책을 사실상 주도하는 인물로 7년 전쟁에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동맹이 바로 이 사람이 일궈낸 업적이다.
하지만 7년 전쟁은 결국 영국에게 패배했고 프랑스는 오랜 적국이었던 오스트리아와의 동맹에 회의감을 보였다.
그래서 추진하는 게 바로 양가의 왕족이 하나로 묶이는 결혼동맹인 것이다.
카우니츠로서는 자신의 외교적인 커리어가 달린 문제이니 티를 내진 않아도 분명 이 사안에 필사적일 테지.
어쩌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패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물론 이 닳고 닳은 노회한 외교의 대가가 쉽사리 틈을 보여주진 않겠지만.
몇 차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며 궁으로 들어가니 거한 환영 행사가 시작됐다.
불행 중 다행히도 쇤부른 궁의 예절은 베르사유 궁전만큼 까다롭지는 않다.
이런 저런 절차를 다 거친 뒤,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카우니츠가 알현실로 향하는 통로 쪽으로 정중하게 손을 뻗었다.
“가시죠.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대열의 가장 앞에 서서 알현실로 들어섰다.
동맹국의 왕족이 직접 방문한 만큼 오스트리아의 대귀족들도 상당수가 모습을 보였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왕좌가 서서히 가까워지자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여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스트리아 대공국의 여대공이자, 헝가리 왕국과 크로아티아와 보헤미아 왕국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 발부르가 아말리아 크리스티나 님이십니다!”
시종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는 천천히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
당대 최고를 자랑하던 아름다움도 세월의 앞에서는 꺾였지만, 그 시간의 흐름만큼 쌓인 중후함은 그녀의 품격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내리꽂히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여제가 나지막하면서도 위엄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의 궁에 온 걸 환영하네. 젊은 왕자여. 이곳에 머무는 동안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성의를 보일 거라 약속하겠네.”
여제의 목소리는 따스하면서도 거역하기 힘든 묘한 박력을 품고 있었다.
환영에 답을 하기 위해 잠깐 고개를 든 나는 그녀와 눈동자가 마주쳤다.
순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으나 나는 테레지아의 눈동자에 담긴 깊은 호기심을 엿볼 수 있었다.
어째 편안한 휴식이 되기는 그른 것 같다.
그런 확신에 가까운 예감을 주는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