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3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31화 분열의 씨앗(231/355)
< 분열의 씨앗 >
나이가 들수록 젊은 날의 총기를 잃어가는 이가 있고 더욱 노회해지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 캐슬레이 자작이 보기에 루이 크리스티앙은 명백한 후자였다.
피트 총리는 멀리 떨어진 런던에서 소식을 접하니 간과하는 걸 테지만, 자신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능구렁이는 점점 더 대하기 힘든 사람이 되고 있다.
아니면 원래 그랬던 사람인데 이제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보는 시야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
보통의 지식인들은 자신의 식견과 추론을 무기로 삼는다고 한다면 크리스티앙은 논리로 수식할 수 없는 확신을 대포처럼 쏘아댔다.
어쩌면 성경에서 나오는 선지자들이 저런 유형이 아니었을까.
물론 주장의 기반이 통찰이라는 점에서는 종교 지도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래서, 피트 총리께서 이제 본격적으로 계약을 이행하실 마음이 들었다는 거로군요.”
“예. 그러니 프랑스의 구체적인 협력 약속을 받고자 합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요. 전력으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원래는 최대한 준비를 해두고 들어가려 했으나, 지금 영국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저희는 바로 행동에 착수했습니다.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귀국께서도 동맹의 의무를 다해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저희도 귀국이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대강이라도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러려고 제가 온 거니까요.”
이른 오전, 아직 목이 다 풀리지 않았음에도 캐슬레이 자작은 교수 앞에서 발표하는 대학생마냥 발표를 시작했다.
엄격한 채점을 하는 크리스티앙의 표정에서는 어떤 속내도 읽어낼 수 없었다.
※※※
피트, 진짜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구나.
아무리 앙숙 관계라고는 해도 저렇게나 괴로워하는 걸 보니 내 양심에도 일말의 가책이 있···기는 개뿔.
캐슬레이와 대담하는 내내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로 빵 터져버리면 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가지 않겠는가.
캐슬레이 자작이 돌아갈 때까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한 내 인내력에 박수를 보내고픈 심정이다.
“영국이 진심으로 나설 생각인가 보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 나설 거라는 게 이쪽의 예측이었는데.”
군부와 외무부를 대표해 자리한 나폴레옹과 탈레랑의 의견이 오랜만에 일치했다.
“총리님, 이러면 우리 쪽도 속도를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지. 노동법 제정 때문에 조금 늦어진 감이 있지만 이제 슬슬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되긴 했어.”
“외무부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당장이라도 대사들을 파견할 수 있을 겁니다.”
“가서 체결할 조약의 내용들은? 검토가 끝났나?”
“예. 혹시 모르니 총리님의 재가를 받고 실행에 옮기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탈레랑이 손짓을 하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실무진들이 산더미 같은 서류를 들고 왔다.
“베트남과 일본에 요구할 사항들을 정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선 쪽은 조금 조율이 필요할 것 같아서 총리님의 조언이 필요할 듯합니다.”
“안 그래도 그쪽은 내가 한 번 보려고 했는데 잘 됐군.”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차피 베트남과 일본과 체결할 조약도 내가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실무진들이 빡세게 검토해도 동양의 정서와 사상을 배려하지 않은 조항들을 다 걸러낼 수는 없다.
이쪽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저쪽의 역린을 건드리는 경우는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미 조선에서 벌어졌던 신유박해고.
“영국이 청에서 공작을 피기 시작하면 동북아의 정세는 또 한 번 흔들릴 거다. 우리가 파고들 여지도 그만큼 많이 생긴다는 뜻이 되겠지?”
“그런데 총리님. 영국이 정말로 청을 쪼개려고 하면 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또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묘한 열망이 느껴지는 어조로 나폴레옹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또 전쟁이 벌어진다면 청도 국가의 존폐가 걸린 사안이니 전력을 다해 대적하지 않겠습니까? 그때가 되면 프랑스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저번에 전선에 나가지 못한 게 어지간히도 한이 맺힌 건가.
안 됐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될 텐데 이걸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만약 전쟁이 터진다면 우리도 참전하긴 해야겠지.”
“그렇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적으로 고려해보면 전쟁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예?”
아니나 다를까 나폴레옹의 눈이 삽시간에 까맣게 죽어버렸다.
지금까지의 행적 덕분에 내 말에 관한 부하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일어날 거라고 하면 일어나고,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고 믿어버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래서 나도 조금씩 언행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이번 건은 아무리 봐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수렴하니 어쩔 수 없잖아.
“방금 들은 영국 측의 계획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가장 큰 분란은 청 내부에서 일어날 거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적절히 조미료를 뿌리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동참할 수도 있을 거고.”
“그들만의 싸움이 될 거라는 뜻입니까?”
“정확한 표현이로군. 만약 우리가 끼어들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거야.”
“······.”
실망감이 듬뿍 담긴 침묵.
진짜 저 인간의 자기 과시욕은 어쩔 수가 없네.
하지만 영웅적인 서사 하나 써주자고 국가의 자원을 마구 퍼붓는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쉬워도 이번에는 포기하라고.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전쟁 얘기는 이쯤하고 넘어가지. 물론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는 해둬야 하니 긴장을 풀지는 말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영국은 청에서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홍콩에 건설할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했으니 그쪽도 편의를 봐주게. 적절한 비용을 치르면 보급도 해주도록 하고.”
영국도 자유롭게 무역을 할 수 있는 항구를 지정받았지만, 아예 영토를 할양받은 이쪽과는 운신의 폭이 다르다.
게다가 프랑스는 광저우에 말뚝까지 박아놨으니 영국 입장에선 이쪽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아, 그리고 이 기회에 홍콩에도 총독을 파견할 생각인데 적합한 인재가 있다면 추천해보게.”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폴레옹이 손을 번쩍 들었다.
“혹시 저도 가능하겠습니까?”
아니, 여기서 자천을?
“안 됐지만 초대 총독부터 군부의 인사를 박아버리면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자네나 다른 원수들은 일단 배제할 생각이야. 애초에 프랑스의 육군 대원수가 굳이 홍콩 총독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홍콩 총독은 주둔군의 통수권도 주지 않을 테니 자네가 갈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고.”
“···그렇습니까.”
시무룩해 하는 나폴레옹과는 달리 탈레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청나라 사람들에게 온건파 인상을 심어주려는 거로군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리고 홍콩을 기반으로 광저우, 아니 광동성 전체에 서서히 우리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거지.”
“그런 거라면 일단 최대한 공정하고 법에 걸맞은 행정을 할 사람이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원리원칙주의인 사람이 가면 좋겠군요.”
“그 말을 들으니 딱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아무리 큰 권력을 얻어도 뇌물 한 푼 받지 않고 사생활에서도 어떤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던 사람.
조금 극단적인 성향을 띄기 쉬운 게 흠이었지만 오랜 의원 생활로 그 단점도 어느 정도는 희석되었을 거라 믿는다.
“그렇군요. 저도 로베스피에르라면 나쁘지 않은 인사라고 생각합니다.”
“좋아. 그러면 오늘 당장이라도 그 녀석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로 하지.”
나는 아직도 애석해하는 나폴레옹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하며 국회 회의를 준비 중인 로베스피에르를 데려오라는 전령을 보냈다.
그런데 설마하니 로베스피에르 이 인간이 법을 어긴 청나라 사람들의 목을 단두대로 쳐버리지는 않겠지?
일단 그것만 주의하라고 미리 언질을 줘야겠다.
※※※
-서양 상인들이 진귀한 물품을 가지고 들어온다는데, 그 평이 아주 좋다더라.
-서양 상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항구는 이전보다 더 활기가 돌고 사람들도 만족하고 있다더라.
-불란서의 땅이 된 홍콩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을 정도로 태평성대라더라. 관료들은 공정하고 수탈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더라.
“이게 다 뭔 말인가?”
“그것도 모르나? 요새 남쪽과 동쪽이 시끄럽지 않나. 피부 허옇고 눈이 퍼런 서양인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와서.”
청의 한인들은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물건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전에 듣기로 서양 오랑캐들은 무슨 삼두육비의 괴물들인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닌가 보구만.”
“서양인도 서양인 나름이라던데? 영길리 놈들은 악질인 자들이 많지만 불란서 상인들은 그래도 나름 정도를 안다는 말이 있어.”
“하긴 같은 나라라고 해도 아직도 무식한 티를 다 못 버린 인간들이 있는데 외국은 더하겠지.”
“그러게나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만주 놈들은 지금 봐도 좀 그렇지 않나? 아니 그놈들은 대체 어떻게 된 게 중원에 들어온 지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오랑캐 티를 다 못 벗었냐고.”
이전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대화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내린다.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현재 만주족에 대한 한족의 불만은 차곡차곡 알차게 적립되는 중이었다.
계기는 역시 아편전쟁의 패배였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그렇게까지 대패할 수가 없는 전쟁인데 현실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그로 인해 유구한 중원의 역사상 최초로 서양 오랑캐에게 영토를 가져다 바치는 촌극까지 일어나 버렸다.
한족들은 내심 이 책임을 지배층인 만주족의 통치력 부족 때문이라 여겼다.
심지어 이를 부채질하는 목소리가 유럽 쪽에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네 그거 아나? 원래 영길리는 우리와 전쟁을 하면 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었다는군. 그래서 원래는 제대로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간만 보고 빠지려 했다는데?”
“누가 그래?”
“내가 저번에 물건을 산 상인이.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 아예 영길리에서 나온 책까지 주더라니까?”
“아니, 그러면 역시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던 전쟁을 그렇게 허망하게 져버렸다는 건가?”
“그렇다니까! 이거 우리 언어로 번역된 서적도 많으니 자네도 한 번 구해보게.”
한 번 불이 붙은 괴소문은 밑바닥 여론에서부터 서서히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황실의 고관들은 전쟁의 승패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더라!
-오히려 서양 국가들에 자국의 이권을 팔아넘겨 본인의 배만 찌울 생각이라더라!
-청 황실은 이번 패배의 손해를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할 계획이라더라!
여기에 영국과 프랑스의 상인들은 한족의 자존심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사상을 계속 퍼트렸다.
“얼마 전에 유럽에서 발표된 내용인데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지배를 당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더군.”
“뭐야. 그거 완전 우리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 아닌가? 기가 막힌 우연도 다 있군.”
“그렇지?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만주족 놈들에게 지금까지 억눌려 살았던 건지······.”
실제로 한족도 다른 민족들을 마구 찍어누른 역사가 있었으나 대다수의 사람에게 이런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누적된 짙은 패배감과 사회적 불만을 폭증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다른 계층의 탓으로 돌리는 것.
피트가 뿌린 거대한 분열의 씨앗은 성공적으로 청의 대지에 뿌리를 내렸다.
이게 어느 정도의 싹으로 자라날지는 아직 이 시대의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분열의 씨앗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