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3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35화 대전의 불씨(235/355)
< 대전의 불씨 >
나폴레옹이 자신의 주군에게 중원을 통째로 가져다 바칠 계획을 세우고 있을 무렵.
[청해성에서 대규모 폭동 발생] [운남성 이족 폭도들에게 관군 대패] [광동성 민족해방전선이라 자칭하는 역도들에게 토벌군 참패]각지에서 올라오는 급보에 가경제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갔다.
소수민족들의 반란은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일이라 솔직히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서양 세력의 야욕을 막아내는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월남과 조선, 왜의 동향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특히 월남이나 왜가 묘하게 불란서와 청을 저울에 놓고 비교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중이라 시선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조선은 양이들을 혐오하니 넘어가지 않겠지만, 월남이 서양 세력에 붙어버리면 황실의 입장이 크게 곤란해진다.
안 그래도 아편 전쟁 이후 황실의 권위가 뚝 떨어졌는데 여기서 그 흐름이 더 가속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지금까지 지켜온 중원의 질서가 근본부터 어그러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가경제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도 월남의 경우 청의 종주국을 인정해 주겠다는 불란서의 확약을 받아냈다.
양광 총독도 새롭게 부임한 홍콩 총독이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 자라는 보장을 해주었다.
덕분에 가경제는 드디어 한 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잠깐 다른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더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이놈의 나라는 국토도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변방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는 중앙까지 도달하는 데 한세월이 걸렸다.
예전처럼 행정체계가 완벽히 돌아가는 시점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다.
심지어 관리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없던 일처럼 거짓으로 보고하는 일마저 흔했다.
결국 가경제가 직접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사고를 걷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확인된 반란세력들이 총 몇 개지? 5개?”
“청해와 운남, 광동, 신강, 사천, 복건, 강소, 여기에 몽골까지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고 하니 확인된 것만 8곳입니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중앙에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그, 그것이 들어오긴 했사온데······.”
기억을 되짚어 보니 분명히 각지에서 보고가 올라오긴 했다.
하지만 가경제가 읽었던 구절은 순조롭게 반란을 토벌 중이라는 희망찬 내용이 전부였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 팔기군이 저런 반역도들조차 제대로 제압하지 못할 정도로 약체화된 거지? 백련교 놈들이 날뛴 이후로 분명 체제를 다시 정비해 두라 하지 않았나!”
“소, 송구합니다. 그것이 저번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다수라······.”
“그래서 피해 복구는 제대로 되긴 했나?”
“······.”
고관들로 가득 들어찬 넓은 대전이 삽시간에 침묵으로 물들었다.
가경제도 이제는 알았다.
지금 청이 힘든 건 세수가 부족해서도, 생산력이 딸려서도 아니다.
중간에 해 처먹을 생각만 가득한 개잡놈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흔히 들 나라에 망조가 들면 이런 간신들이 들끓는 법이라 하는데 설마하니 벌써 그때가 된 것일까.
믿고 싶지 않았다.
당장 가경제가 즉위하기 이전의 청나라는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전성기를 겪었다.
그런데 불과 십수 년 만에 나라 꼴이 이렇게 되어버렸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대로 가면 가경제는 역대 최악의 천자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될지도 몰랐다.
“손 놓고 구경만 하지 말고 즉각 병력을 보충해 토벌군을 편성하라! 영길리나 불란서의 군대를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없으니 우리 주력을 투입하면 손쉽게 진압이 되지 않겠나?”
“반란분자들이 아무리 애써도 순수 전력으로는 이쪽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오나 지금 저들의 규모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 줌에 불과한 폭도들을 짓밟는 것조차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을 내가 어떻게 이해해줄 수 있겠나!”
최고 정무 기관인 군기처의 대신들마저 이 모양이니 천자의 속은 계속해서 타들어만 갔다.
30년, 아니 2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가장 충격적인 일은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에도 다른 군기대신들이나 내각대학사가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모두가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걸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나 제대로 읊어보도록.”
“···예. 그것이 폭도들의 무장 수준이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그거야 지금 세력이 불어났으니 정규군이 사용하던 무기들을 상당수 약탈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게 바로 폭동을 조기에 진압해야 하는 이유다.
당장 백련교가 온 나라를 들쑤실 때도 비슷한 흐름으로 가지 않았는가.
“우선 반란군의 규모가 큰 지역부터 전력을 집중해 하나하나 분쇄하도록 하라. 섣불리 전력을 퍼트렸다가 패전을 하기라도 하면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으니.”
“그게 정로이긴 하온데···심상치 않다는 건 단순히 이쪽의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러면?”
“상당한 고성능의 화승총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화포까지 쓰는 놈들도 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조준해서 포격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건 누군가의 뒷배가 있다고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총이면 어떻게 이해한다 쳐도 무지렁이 백성들이 화포로 목표를 정확히 타격한다?
군기대신의 말대로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사전에 훈련을 받지 않고서야 절대로 가능할 리가 없다.
그리고 그런 가정을 세운다면 용의자 후보군도 자연스럽게 좁히는 게 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청의 정규군이 사용하는 무기 이상의 품질을 마구잡이로 뿌릴 수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
가경제의 머릿속에는 딱 두 나라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자네들은 반란의 배후에 영길리나 불란서가 있다고 생각하나?”
“···혹은 둘 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에서는 평화 협상을 하자고 하고 뒤에서는 다른 민족들을 부추겨서 반란을 일으키게 했다?”
정말로 그랬다면 천하에 다시 없는 개자식들이 아닌가.
홍콩 총독은 말이 잘 통한다고 했던 양광총독의 눈이 옹이구멍이었던 걸까.
아니면 설마하니 양광총독도 불란서의 뇌물에 눈이 멀어 일부러 거짓 보고를 올린 것인가.
“···미쳐버리겠군.”
“일단 반역도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확보해 분석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어느 나라의 물건인지 확실시된다면 정식으로 항의를 하고 이 사태에 책임을 지라 요구해야 할 듯합니다.”
“일단 조사는 그렇게 하고 반란 토벌에도 최우선으로 힘을 집중하라. 만약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군기처를 해산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중화는 세계의 중심이고 천자는 그 세계의 주인이다.
비록 전쟁에서 한 번 패했다고 해도 그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한 번 더 진다면?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란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다면?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최악의 결과가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경제는 문득 눈을 들어 청의 거대한 영토를 그린 지도를 올려다보았다.
천자의 위엄을 만방에 떨치는 저 웅장하고도 광활한 영토가.
언제라도 손을 뻗으면 손아귀로 움켜쥘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자신의 땅이.
어디서부터 손을 보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
자금성이 혼란과 걱정으로 뒤범벅되고 있는 시각.
러시아 제국, 상트페테르부르크.
“전쟁부 장관.”
“예, 폐하.”
예카테리나 2세의 뒤를 이어 새로운 차르로 즉위한 알렉산드르 1세는 얼굴 가득 떠오른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아시아 서남쪽의 지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러시아의 군대가 인도에 근접한 지역까지 내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절반조차도 진군하고 있지 못한 형국이었다.
“육로로 서인도까지 도달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는 왜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것인가?”
“그것이···얼마 전에 있었던 아편 전쟁에 전력이 분산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오~ 그렇군. 그러면 그 아편 전쟁에서 우리는 눈부신 전과를 거두었겠지?”
“······.”
저번 전쟁에서 보인 추태를 기억하는 장관은 차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안정적인 해로로 온 이들과 다르게 저희 군은 육로로 접근한지라 아무래도 체력면에서 문제가······.”
“그러면 그걸 고려해서 작전을 세웠어야지. 아닌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러시아는 야심 차게 이런저런 사업을 벌여놓았지만 실상 무엇을 얻었는가 분석해보면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토록 얻고 싶었던 부동항은 투르크의 허락이 없으면 해협을 통과할 수 없는 반쪽자리.
인도로 바로 나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공수표였다.
여기에 한몫 크게 챙기려고 끼어들었던 아편 전쟁은 오히려 청에게 역공을 맞아서 자존심만 구기게 됐다.
항구를 개항시킨 영국이나 프랑스는 신나게 무역수지를 뽑아먹고 있지만, 러시아는 딱히 건진 게 없다.
“프랑스에서 들어온 소식은?”
“딱히 없습니다.”
“···그런가. 지금 듣자 하니 영국이 청에서 분열작업을 시작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예. 지금 각지에 퍼져 있는 여러 민족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청은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합니다.”
“제길······.”
영국의 속셈은 익히 짐작이 간다.
여기서 청이 갈가리 쪼개지면 그 이득은 다 누가 가져갈까.
단연코 반란을 지원한 영국과 협력자인 프랑스가.
영국의 도움으로 독립을 얻게 된 민족들이 얼마나 자신을 지원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겠나.
굳이 식민지로 삼지 않아도 사실상의 식민지 역할을 수행하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여기에 프랑스는 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교류를 트고 있었다.
청이라는 아시아의 중심이 무너지기만 하면 그대로 치고 나갈 만반의 준비를 해둔 셈이다.
만약 청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완전히 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전처럼 아시아의 주인으로는 군림하지 못할 테니 종이호랑이 신세밖에 더 되겠는가.
프랑스도, 영국도, 더 이상 눈치를 볼 필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아시아는 유럽의 손에 떨어지는 셈이나 마찬가지.
옛날이라면 물리적인 거리라도 부담이 컸지 이제는 그조차 한결 덜해졌다.
그냥 이집트에 뚫린 운하를 이용해 손쉽게 아시아의 부를 자신들의 나라로 옮겨 나르면 그만이니까.
즉, 이번에도 손 놓고 있으면 배제당하는 건 러시아뿐이다.
에스파냐, 심지어 네덜란드조차 프랑스를 거들어서 한몫 챙겨가는 중인데 자신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알렉산드르 1세로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에 있는 대사에게 전하도록. 우리도 행동에 들어갈 테니 동맹으로서의 의리를 다해달라고.”
“그렇다면 폐하의 뜻은······.”
“그래. 신강성의 위구르들에 접촉해라. 영국이 모든 걸 가져가게 둘 수는 없지. 그 지역은 우리가 차지한다.”
“신강을 차지하면 인도까지는 금방입니다. 영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
지들이 뭐 어쩔 텐가.
만약 시비를 걸어온다면 받아주면 그만이다.
온 유럽의 축제에서 자신들만 소외되느니 차라리 축제장을 모조리 불살라버릴 방화범이 되리라.
< 대전의 불씨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