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3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37화 대해적시대(237/355)
< 대해적시대 >
세상사라는 게 원래 낙관적인 예측은 빗나가기 일쑤고 비관적인 예상은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다.
영국과 험악한 외교 관계를 조성하던 러시아는 기어코 남하하던 진로를 동쪽으로 틀었다.
본래 위구르 지역은 청이 들어서기 이전에는 중원보다는 튀르크와 더 관련이 깊은 지역이었다.
건륭제의 손에 준가르가 멸망하고 신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 아직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땅.
초기에는 청나라도 위구르를 달래기 위해 우호적인 정책을 폈으나, 지금은 이미 통제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주둔 중인 팔기군에 보내는 지원도 점점 줄어들었으며 무슬림 위구르인들이 봉기를 일으키는 횟수도 크게 늘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신강과 접해있는 중앙아시아의 코칸드 칸국 같은 나라들이 국경을 넘어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방팔방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수습하는데 정신이 없는 청은 신강까지 전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었다.
위구르는 이를 명분 삼아 자신들 스스로 군대를 조직하고 무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쪽에서는 코칸드 칸국이 넘어오고, 신강에 머무르는 일부 팔기군도 이때다 싶어 약탈과 납치를 일삼으니 위구르만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게 러시아였다.
알렉산드르 1세는 자신들은 절대 위구르를 식민지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위구르에 러시아군이 주둔할 수 있게 해주고 보급을 책임져주기만 하면 충분하다.
물론 이래놓고 서서히 빨대를 꽂으려는 걸 모르는 바보들은 없었지만, 원래 멀리 있는 조폭보다 가까이 있는 깡패가 더 짜증 나는 법.
신강성은 기꺼이 러시아의 군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코칸드 칸국의 군대를 간단하게 짓밟아 버렸다.
이어서 신강을 관리 중이던 1만의 팔기군도 허무할 정도로 쉽게 쓸려나갔다.
러시아가 위구르를 해방해준 구세주가 되기까지 고작 2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러시아가 거품이라고 해도 코칸드나 신강 팔기군은 그 거품 정도면 깨끗하게 씻겨나가는 먼지 수준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깨어나게 된 거인의 분노는 거품 정도로는 다룰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으니.
“총리님!”
“총리님! 르 피가로에서 나왔습니다! 한 마디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파리 시보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어허! 총리님께서는 지금 바로 의회에 출석해야 하니 모두 물러가세요!”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영국, 러시아의 확장정책에 격분!] [피트 총리, 동인도 회사의 전력을 총집결하기로 결의!] [청, 위구르의 독립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선언 발표!]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내지 않은 프랑스에 각국의 시선이 집중]내가 아는 피트는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인간이다.
알렉산드르 1세와 피트를 비교하자면 피트에게 미안할 정도로 한쪽으로 추가 기우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동아시아에는 넬슨과 웰즐리가 나가 있지 않나.
당장 몇 달만 있어도 내 발을 붙잡고 제발 좀 영국을 말려주세요라고 싹싹 빌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만 영국이 어떤 방식으로 이 사태에 개입할지가 관건인데 다행스럽게도 피트의 행동 자체는 예상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총리님! 영국이 청 황실과 협력하기로 했는데 이건 저희에 대한 배신 아닙니까?”
“지금까지 합작을 하기로 하고 청에 붙어버린 건 저희가 강하게 항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의회에서 확실한 결의문을 발표할까요?”
“홍콩 총독으로 나가 있는 로베스피에르에게도 당장 연락을 보내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의회는 이걸로 어떻게 하면 영국에게 엿을 먹일 수 있을까 하는 궁리로 한창이었다.
언제나 초지일관.
한 결같이 똑같은 인간들이라 이럴 땐 참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이제야 집에 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격이니 굳이 영국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청 황실이 볼 때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테니까요.”
“하긴···저쪽도 머리가 있으면 영국이나 우리가 배후라고 생각했을 텐데 갑자기 러시아가 튀어나와 버리니 지금 사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겠군요.”
당통이 의회에 크게 걸려있는 지도와 현재 상황이 정리된 서류를 번갈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그의 말대로 자금성은 지금 아비규환에 가까운 상태일 것이다.
설마하니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란의 진짜 배후가 러시아였나.
영국은 왜 갑자기 자신들을 도와서 반란을 진압해준다고 손을 뻗어오는가.
이걸 거절해야 하나 찬성해야 하나.
프랑스는 왜 또 입 꾹 닫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가.
영국의 도움을 받아들였을 시 부작용은 또 없을까.
반란이 터진 것도 서러운데 온갖 골치 아픈 문제가 한번에 배가 됐으니 머리가 터져나가지 않고는 배길 리가 없다.
새삼 가경제의 머리숱이 걱정이네.
“일단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의 보고를 기다려 보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죠. 그때까지는 의회도 섣부른 움직임은 보이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우리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니······.”
“마음 같아서는 이참에 러시아의 편을 들어서 영국 놈들을 아예 끝장내 버리고 싶기도 한데 말이죠. 막말로 인도를 잃은 영국은 우리에게 털끝만큼도 위협이 될 수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고려를 해보긴 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프랑스가 러시아를 편들어서 인도를 도모하려고 하면 영국은 모든 전력을 다 끌어모아 이쪽을 칠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서로의 국운을 건 대전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이쪽이 감수해야 할 손해가 너무 크다.
지금이 아니라 한 10년 뒤라면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는데 일이 너무 일찍 터진 게 아쉽구만.
“알겠습니다. 그러면 의회는 영국이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걸 본 뒤에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도 모든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할 테니 계속 유기적인 협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단순히 영국과 러시아만의 갈등이라면 모를까 중간에 끼인 청의 존재가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대게 비관적인 예측은 언제나 잘 들어맞는 게 세상의 진리였다.
※※※
[청의 황제, 영국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 [아서 웰즐리가 이끄는 영국 군대가 신강성으로 진격] [넬슨 제독 일갈! “러시아는 앞으로 바다로 나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영국이 이번에는 진심으로 나서려는 것 같은데.”
“제가 넬슨과 이야기를 나눠 본 바로는 총독님의 추론이 맞습니다. 영국은 러시아를 제대로 밟아서 기강을 세게 잡기로 이미 이야기가 끝난 것 같더군요.”
“허어···갑자기 이런 변수가 생기다니.”
“그러게나 말입니다.”
로베스피에르는 나폴레옹의 상황분석을 듣고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내정이나 외교 쪽은 이제 잘해나갈 자신이 생겼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애초에 자신은 군을 움직일 권한도 없는데 여기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게 정답이란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의 이놈은 왜 묘하게 기분이 상기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그런데 어차피 전쟁은 러시아와 영국이 하는 거니 이쪽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요?”
“보통은 그렇겠지만 우린 우리대로 할 일을 해야지요. 총리님께서는 청이 분열되는 게 앞으로 모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좋을 거라고 단언하셨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작업을 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아닐까요?”
“그건······.”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세계의 모든 이목이 중앙아시아 쪽에 쏠리지 않았습니까. 즉, 지금 우리가 물밑에서 움직이는 걸 막을 자들이 없다는 소리입니다.”
하도 총리님의 곁에 있었더니 이 인간도 모략에 눈을 떠버렸나.
하긴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도 자연스럽게 온갖 계략을 떠올리고 있으니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다.
“그러면 사령관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고 싶으십니까?”
“음···글쎄요. 일단 적당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 같긴 한데 아직 결정적인 한 걸음이 부족합니다. 그게 아쉽단 말이죠.”
이제 전쟁이 터졌으면 하는 속내를 아예 숨기지도 않는구만.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게 딱히 자신에게도 손해는 아니었다.
어쨌든 일이 터지면 그걸 빌미로 프랑스가 개입할 명분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나폴레옹의 말대로 총리님의 명령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게 되니까.
물론 진짜 전쟁이 터진다고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면 이런 생각은 다 망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로베스피에르에게는 그런 불안감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전쟁이 터지면 뭐 어쩔 텐가.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인데.
※※※
“아니 이 새끼들이 진짜 사람 새끼들이야?”
나는 오늘자로 들어온 급보를 그대로 책상 위에 내던졌다.
처음에는 활자가 잘못 인쇄된 건가 싶어서 몇 번이고 재차 확인해 보라 일렀다.
그리고 놀랍게도 조금의 왜곡도 없는 진실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대로 뚜껑이 열려버렸다.
“아니! 이 인간들이 노망이 났나.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지 여기에 왜 기어들어 가서 이 난리를 치는 건데!”
“총리님 말씀대로, 끼어들 분위기를 잘못 읽었다라고 밖에는······.”
탈레랑과 당통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다는 얼굴로 내가 내던진 종이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총리님께서 요제프 2세께 서신을 보내시는 게 어떨까요? 필요하다면 영부인께서도 거드시는 게······.”
“내정간섭이라는 소리나 해대겠지. 은근히 자존심이 쎈 양반이라. 일단 잘 알아듣게 편지는 써보겠지만.”
“하지만 이미 일을 터트린 상황이라 바로 수습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건이 커질 거라는 걸 모를 사람들이 아닐 텐데 어째서······.”
탈레랑의 진한 한숨에 내 고개도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러시아의 개입이 에스파냐와 신성로마를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했었어. 그런데 이걸 나에게 상의도 안 하고 냅다 질러버릴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나는 속으로 욕을 한 사발 쏟아내고는 세계지도 위에 체스 말을 하나씩 옮겼다.
“러시아가 위구르에 말뚝을 박았고, 영국이 이에 반발해 군대를 진군시켰지.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이 뜬금없이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한다면서 군대를 파견했고, 에스파냐는 운남의 독립을 지지하겠다고 군대를 파견하기로 했다라······.”
인도와 청을 둘러싼 이 갈등에 끼어들 갈통들이 있는가 의문이었는데 놀랍게도, 진짜로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총리님,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설마 신성로마와 에스파냐가 러시아와 사전에 교감이 되어 있던 걸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에스파냐와 신롬은 러시아와 영국이 기 싸움을 하는 지금이 자신들이 영토 확장을 할 절호의 기회라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대로 동북아의 구도가 굳어지면 자신들이 더 이상 파고들 여지가 사라진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고.
위험 부담이 크다는 걸 몰랐을 리는 없다.
그것보다 영토 확장과 이권 침탈에 대한 야욕이 훨씬 더 컸을 뿐.
그래. 원래 제국주의 시대는 이렇게 흘러가는 게 정상이다.
이 인간들은 내가 청을 분할하려는 목적이 그 넓은 땅을 골고루 찢어서 식민지로 삼으려는 거라 생각했던 걸까.
하긴 나였어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먼 미래를 위해 중국은 좀 갈라져 있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을 진지하게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프랑스 총리가 영토를 넓히려고 같지도 않은 명분을 가져다 쓴다고 받아들이겠지.
“일단 에스파냐와 신성로마제국의 대사를 전부 불러보도록. 무슨 생각으로 일을 저질렀는지 변명이라도 들어봐야겠으니.”
“예!”
탈레랑이 대답과 동시에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그와 엇갈리듯 달려 들어온 비서가 황급히 소리쳤다.
“총리님! 급보입니다!”
“또? 에스파냐와 신롬이 아예 영국에게 선전포고라도 한 건 아니겠지?”
거의 뺏어가다시피 비서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낚아챈 내 입에서 기어코 진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하아···이런 멍청한 새끼들을 봤나.”
방을 나가려던 그대로 엉거주춤 멈췄던 탈레랑이 내가 내민 보고서에 적힌 활자를 느릿느릿 읽더니 눈을 치켜떴다.
“미합중국···미다그 왕국 재건론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타이완섬의 독립을 지지···군함을 파견?”
여기 지능이 탐욕에 패배한 머저리 하나 더 추가요.
당장 호출해야 할 대사의 수가 한 명 더 늘어났다는 데에 그저 헛웃음만 흘러나올 뿐이다.
< 대해적시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