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3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38화 지옥으로의 초대(238/355)
< 지옥으로의 초대 >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
아일랜드 귀족 제 2대 백작 에그몬트 백작 존 퍼시벌은 아들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그의 일곱 번째 아들 스펜서 퍼시벌은 특히나 특출난 사람이었다.
최고의 수재들만이 졸업한다는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 출신.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30대 초반의 나이에 국회에 입성한 전도유망한 젊은이.
살짝 머리가 벗겨지고 있긴 해도 그 정도는 단점으로도 꼽히지 않을 만큼 미래가 보장된 이였다.
현재 여당에서 피트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가 누구인가.
정치에 관심이 좀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대부분 스펜서 퍼시벌의 이름을 논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자신의 현 상황을 그다지 만족스럽게 보고 있지 않았다.
“답답하군 답답해······.”
사실상 전쟁은 이미 일어났다.
넬슨과 웰즐리가 이끄는 군대가 신강으로 진군 중이었으니 무력 충돌은 무조건 발생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자신이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결국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를 염두에 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의 이 고언은 같은 여당 의원들에게조차 지지받지 못했다.
‘청과의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전쟁을 준비합니까?’
‘의원님 말대로 했다가는 야당이 우리를 전쟁광이냐고 물어뜯을 텐데 뭐라고 반론하면 좋을까요?’
‘의원님의 자식들부터 솔선수범해서 군대에 보내시고 그러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총리께서 최대한 전쟁을 피하자는 방침인데 그에 따라야지요.’
“머리통에 똥만 가득 찬 멍청이들 같으니.”
불과 수개월 전 자신에게 쏟아진 수많은 비판을 떠올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쾅! 소리 나게 찻잔을 테이블에 찍었다.
진정하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었으니까.
분을 삭인 퍼시벌은 다시 평소처럼 우아한 몸짓으로 오늘자 더 타임즈의 헤드라인을 읽었다.
현재 런던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문제는 놀랍게도 얼마 전 시작된 위구르 분쟁이 아니었다.
물론 며칠 지나면 그쪽이 모든 화제를 잡아먹겠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달랐다.
[점입가경 러다이트 폭동. 공산폭동에 이은 노동자들의 반란인가?] [여성 운동가들도 대거 참여. 정부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 증폭.]저번에 임시 조치를 하긴 했지만 노동자들과의 갈등은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니었다.
근로환경을 개선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여기에 여성 운동이 폭발적으로 번져나가며 여성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대규모 산업화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노동자들과 규합해버렸다.
여기에 영국 경기가 결코 호황이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온갖 목소리가 뒤섞인 끔찍한 혼종이 태어났다.
이들은 지금 발전중인 기계 문명 때문에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는 거라고 주장하며 공장을 습격하고 다녔다.
지네는 러다이트 운동이니 뭐니 했지만 이건 누가 봐도 그냥 폭동 아닌가.
문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만큼 현재 영국의 경기가 불황에 가깝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가 뭔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일단 일도 좀 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개선된 근무 환경의 수혜를 누리는 사람들은 좋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원래 사람이란 자신의 현실이 시궁창이면 어떻게든 다른 외적 요소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한다.
타인이 됐든, 사회가 됐든, 아니면 기계가 됐든.
‘그러니까 내가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고 했던 건데.’
청을 영국의 시장으로 삼겠다는 피트의 노림수는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한다고 곧바로 이뤄지는 일은 아니지 않나.
중간에 밟고 건너 갈 디딤돌이 있어야지.
그런 점에서 퍼시벌은 이번 러시아의 도발을 오히려 호재라 여겼다.
“전쟁 특수를 이용해 최대한 노동자들을 달래고 전쟁이 끝나면 이걸 빌미로 청을 압박하면 되겠지.”
피트도 내심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는 타임즈의 뒷면에 실린 프랑스의 소식에 눈길을 돌렸다.
[프랑스. 전쟁의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다]‘루이 크리스티앙 총리는 러시아와 영국, 신성로마와 에스파냐의 대사들을 모두 불러 중재할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 대륙에서 다시는 큰 전쟁이 발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총리는······.’
확실히 프랑스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다고 받아들이는 모양이군.
신성로마와 에스파냐가 이 정도까지 해줄 줄은 솔직히 몰랐다.
티베트와 운남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건 사실상 립서비스에 불과할 뿐, 이들이 원하는 건 청나라가 지닌 막대한 부와 자원이다.
지금까지는 영국과 프랑스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지만, 자신들도 이제 나름 세졌고 반대로 청은 약해졌으니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것일 터.
오히려 좋다.
대영제국에는 더없이 좋은 흐름이었다.
이제는 딱 두 계단만 더 오르면 된다.
이번 소동을 단순히 소규모 전투가 아닌 대규모 전쟁으로 격화시킬 것.
그리고 전장을 유럽이 아닌 아시아로만 한정 지을 것.
쉽지 않지만 적당한 공작만 덧붙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신롬과 에스파냐만 설쳤다면 몰라도 냄새를 맡고 하이에나마냥 태평양을 건너온 놈들까지 합류했으니.
죽어 나갈 젊은이들에게는 무릎이 닳도록 사죄를 해야겠지만 영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자, 그럼 우리 총리님께서는 어떻게 해나가실 생각인지 고견을 한 번 들어볼까?”
여기서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벌어둔 지지율을 전부 떨구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음 선거는 쪼오금 힘들어질 수 있지만, 이쪽은 손해 볼 게 없다.
피트를 몰아내고 자신을 중심으로 당을 재편해 선거에 임하면 되니까.
솔직히 총리가 뛰어난 인재였던 건 인정하지만 프랑스의 총리에게는 언제나 한 수 접어주기만 하지 않았나.
영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프랑스의 총리에게도 밀리지 않을 담대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자신 같은.
※※※
대혼돈으로 빠져드는 위구르 전선.
-대영제국의 군단이 신강성의 경계를 돌파
본격적인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이 전 유럽에 퍼지며, 마침내 두 나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물론 양국은 신중하게 바로 격돌하지 않았다.
영국의 군대는 만만한 위구르 현지병을 격파하며 지역을 점령해나갔고, 러시아도 침입해온 팔기군을 토벌하며 연일 승전보를 알렸다.
“영국이 청의 편을 드는 건 명백한 폭거이자 내정간섭이다!”
장관들을 불러 모은 알렉산드르 1세는 의기양양하게 포효했다.
“영국이 누가 봐도 아편전쟁인 전쟁을 이 악물고 해방전쟁이라고 부르는 근거가 뭐였는가! 청이 핍박하는 소수민족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목적에 충실히 따르는 우리를 역으로 공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두렵기 때문이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 중인 우리 제국의 기세가!
갈수록 좁혀져 가는 양국의 국력 차이가!”
실제로 영국군과 전투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러시아군이 연전연승을 하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러시아 황실은 연일 승전보를 뿌려댔고, 시민들은 자신들이 대승을 거두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환호했다.
“우오오오오오!”
“영국을 박살 내자!”
“군에 지원하자! 챠르를 위하여!”
그래. 바로 이것이다.
황태자 시절부터 그는 이런 자리를 원해왔다.
선황인 예카테리나 2세는 많은 존경과 찬사를 받았던 황제지만 자신은 어머니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능력으로는 탁월한 사람인 건 알지만 사람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장남인 자신조차 그렇게 느낄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랴.
하지만 제왕은 결국 인간성이 아닌 업적으로 말하는 법.
여기서 러시아의 위엄을 만방에 떨치면 자신은 어머니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가 누구냐 묻는다면 모두가 입을 모아 프랑스의 총리라 한다.
그리고 영국의 총리나 프로이센의 왕은 그 평가를 뒤집기 위해 프랑스와 경쟁하려다가 피를 보기 일쑤였다.
자신은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굳이 프랑스의 총리보다 위대해질 필요가 뭐 있겠는가.
세계는 넓고 정복할 곳은 많다.
프랑스와 충돌하지 않고 두 번째의 자리만 차지해도 충분한 업적을 쌓을 수 있으리라.
알렉산드르 1세의 노림수는 간단했다.
설령 영국과 정면충돌한다고 해도 자신들이 간단히 밀리진 않을 거다.
그 틈에 에스파냐와 신롬을 꼬드겨 전선을 넓히면 영국으로서도 계속 강하게 밀고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가 중재해보려 해도 전쟁은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움직임이 늦을 수밖에 없을 터.
수로 찍어눌러서 영국을 쫓아내면 청나라의 서쪽은 이제 자신들의 세상이 된다.
모든 장관을 불러 모은 챠르의 콧대가 하늘을 뚫을 정도로 치솟았다.
“내가 뭐라 했나? 저놈들은 적당히 조건만 붙여주면 침을 흘리며 달려들 거라 했지?”
“예! 폐하의 고견이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에스파냐 돼지들이 눈이 뒤집혀서 있는 대로 군함을 끌고 왔다고 합니다.”
“그래, 그래. 신성로마제국 놈들도 우리에게 곧 합류할 거야. 별로 많은 수를 보내지는 못할 테지만 원군이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압박이 될 테지.”
탐욕스런 돼지들은 러시아의 편을 들어주는 대가로 청의 남서쪽 영역을 원했지만, 그건 전쟁을 이기기만 하면 다 지불 가능했다.
그리고 에스파냐와 신성로마가 청의 남서쪽을 지배하든 말든 러시아가 알게 뭔가.
“프랑스가 중재할 여지조차 주지 않고 빠르게 승부를 본다. 현장 사령관들에게 슬슬 승부를 걸라 전하도록.”
“그런데 혹시라도 프랑스가 강경하게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강경하게 나온다? 뭐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한 대 얻어터질 수도 있다는 협박이라도 할 거라고 보는 건가? 크리스티앙 총리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유럽에서 가장 이지적이고 무의미한 싸움을 싫어하는 총리가 설마 그런 강압적인 방법을 쓸 리가.
모든 게 챠르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었다.
한자리에 모인 장관들은 어쩌면 정말로 자신들이 표트르 대제 이후 가장 뛰어난 챠르를 모시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진짜로 영국을 몰아내는 거 아니야?’
‘신강만 차지하면 진짜 인도도 도모해 볼만 한데?’
‘챠르는 진짜 천재인가?’
‘이게 제3 로마의 위용이지!’
러시아 제국이 진정한 로마로 우뚝 서기까지 정말로 조금밖에 남지 않은 것만 같다.
그렇게 행복 회로를 불태운 지 정확히 사흘 뒤.
“뭐야, 뭐야, 이게 뭐야! 어째서? 저 섬나라 새끼들이 대체 무슨 미끼를 제시했기에 저놈들이 갑자기 발광하는 거지?”
이전 전쟁을 이겼다며 의기양양 해하던 페테르고프 궁전에 삽시간에 차디찬 냉풍이 들이닥쳤다.
“외무부 장관!”
“예!”
“어째서 미국 놈들이 끼어든 거지? 미국와 영국은 앙숙이 아니었나?”
“그, 그것이 분명 그랬는데······.”
“아니, 수십 년 전만 해도 독립이니 뭐니 하면서 피를 흘려대며 싸운 놈들이 왜 갑자기 손을 잡은 건데! 심지어 미국은 에스파냐와 동맹 아니었나!”
챠르의 분노를 마주한 외무부 장관은 애꿎은 바닥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열지 못했다.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봐야 눈앞에 들이닥친 급보는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었다.
받아들여야 한다.
영국은 원수 같았던 미국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렉산드르 1세는 신경질적으로 자리에 앉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우리가 이길 수 있는 거 맞나? 맞겠지?”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는 전쟁이 이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무저갱의 입구로 변해 버렸다.
아편전쟁이 끝난 지 고작 1년.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와 신성로마제국, 에스파냐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전주곡이 끝났으나 진정한 무대의 막은 이제 올라갔을 뿐이다.
아직 배우는 무대에 다 오르지도 않은 상태였다.
< 지옥으로의 초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