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4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42화 제물(242/355)
< 제물 >
불란서 놈들이 드디어 미쳐버렸다.
양광총독의 보고를 읽자마자 천자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불란서의 공식적인 의견인가? 이 정신 나간 요구가?”
“그, 그러하옵니다!”
“역시 근본은 오랑캐인가······.”
“단칼에 거절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걸 바로 끊어내지 못한 양광총독을 엄히 처벌해야 합니다!”
“대학사의 말이 옳습니다! 즉각 양광총독을 파면하고 불란서에 강하게 나갈 수 있는 다른 인재를 파견해야 합니다!”
내각대학사의 말을 기점으로 양광 총독에 대한 성토가 삽시간에 대전을 뒤덮었다.
가경제는 이런 순간에도 남을 물어뜯을 생각만 하고 있는 대신들의 행태에 진저리가 났다.
“그럼 가서 양광총독을 대신해 불란서의 사령관을 엄히 지탄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앞으로 나서 보아라. 단, 그에 따른 결과의 책임도 본인이 지어야 할 것이다.”
“······.”
“···크흠······.”
역시 이런 식이다.
막상 멍석을 깔아줘도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나오는 순간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양광총독이 불란서의 요구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것도 자신이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가경제는 솟구치려는 한숨을 억누르고 다소 피곤한 얼굴로 손을 휙휙 저었다.
“되었다. 책임을 지라는 말은 하지않을 테니 현실적인 대책을 논해보라. 영반군기대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제안입니다.”
실질적인 국무 최고 의결기구의 수장인 영반군기대신의 의견은 곧 군기처 전체의 뜻이나 마찬가지.
가경제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쪽도 이런 얼토당토 않은 제안을 우리가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터. 진짜로 노리는 무언가가 있지 않겠는가.”
“저쪽의 노림수는 간단합니다. 지금 이쪽의 내정이 어려우니 억지로라도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거지요. 그래서 저렇게 대규모로 군을 동반한 것일 테고요.”
“저쪽은 우리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로 해석하겠다고 했다는데. 이건 협상이 부결되면 군사적 행동을 일으키겠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대비를 해야 합니다.”
“대비라고 해도······.”
현재 청은 각지의 반란을 제압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심지어 위구르 지역에서는 아라사를 주축으로 한 유럽의 오랑캐들과 일전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불란서와 전쟁을 할 여력까지는 없지 않나 싶었다.
당연히 그걸 모르는 멍청이는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폐하,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면 황실의 위엄은 완전히 끝장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합니다.”
“···반란군을 진압 중인 팔기군을 다시 되돌려서라도 불란서를 쳐야 한다?”
“그 방법밖에 없다면 그러셔야 합니다.”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초강수이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었다.
어쨌든 불란서 놈들의 말을 들어주면 사실상 이쪽은 저쪽에게 호구처럼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될 테니.
“···역시 아무리 고뇌해 봐도 처음부터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라는 결론만 나오는군. 우선 불란서 측에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언질을 주도록. 그리고······.”
뒤에 이어질 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병사 개인의 수준은 저쪽이 높다는 건 이미 저번 전쟁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최소한 세 배 이상의 전력으로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 나와야 한다.
“모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병력을 집결시켜라. 이번 일전을 통해 본 황실의 힘이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주겠다.”
배수의 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진 청은 결국 승부수를 띄웠다.
만약 여기서 불란서를 격퇴할 수 있다면 외곽에서 싸움질을 벌이고 있는 다른 유럽의 국가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저번에는 양이들의 무기가 어떤 방식인지 정보가 부족했기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설마하니 불과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무기들을 가지고 오지는 않겠지.
아무렴, 설마 세상에 그런 나라가 어디 있겠어.
※※※
처음부터 나폴레옹은 청이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 거라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받아들였다면 순간 뇌 정지가 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의 대응은 고마울 정도로 정석적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긍정적으로 검토?”
“예, 예. 천자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나 기다리면 그 긍정적인 답이 돌아오겠습니까?”
“어···한 달?”
“이보십시오. 지금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있고, 이 순간에도 우리 프랑스 상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벌벌 떨고 있는데 한 달이라니 장난하는 겁니까?”
나폴레옹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양광총독을 향해 쏘아붙였다.
“북경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를 생각해 딱 보름 기다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답이 오지 않는다면 거절이라고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양광총독은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자신은 어차피 중간에 끼인 놈이라 실권이 없는데.
총독의 입장에서 최고의 상황은 어떻게든 상황을 질질 끌면서 파국의 때를 늦추는 것이었으나 보아하니 양쪽 다 그럴 마음은 없어 보였다.
불안한 예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역참을 총동원해 프랑스 측이 보름 안에 답을 원한다는 전갈을 북경에 보내자 딱 보름이라는 기한에 맞춰서 답이 돌아왔다.
[불가.]이 두 글자와 함께 광동성은 알아서 방비하라는 명령을 받은 그 날. 양광총독은 자신의 거처를 비우고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이를 개전의 신호로 받아들인 나폴레옹은 옳다구나 하고 바로 군을 진군시켰다.
“청은 협상을 가장하고 뒤에서 병력을 모아 우리의 뒤통수를 치려했다! 군인과 상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는 끝까지 본국의 의지를 관철시킬 것이다!”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쳐둔 프랑스군의 움직임은 신속하기 그지없었다.
순식간에 광동일대를 장악한 프랑스군은 홍콩에서 광동으로 이어지는 보급로를 굳건하게 다져놓았다.
어차피 광서성은 현재 좡족의 봉기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고, 복건성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프랑스군은 좌우를 신경 쓰지 않고 북상하기만 해도 되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진 셈이었다.
어차피 청나라도 광동에서 프랑스를 막아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방어선을 뒤로 물린 상태였다.
전황을 파악한 나폴레옹은 파죽지세로 군을 몰아 중국 최대 담수호가 있는 강서성으로 북상했다.
“그런데 놈들이 우리와 싸워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전쟁이 시작됐음에도 군단을 이끄는 다부가 걱정하는 건 오히려 전쟁 외적의 상황이었다.
“시간을 질질 끌면서 농성을 하면 어떻게 하냐는 건가? 그러면 그냥 북경까지 올라가서 수도를 점령해 버리면 그만이지.”
북경이 멀기는 해도 이미 북경의 관문이나 마찬가지인 텐진을 마음만 먹으면 함락할 수 있을 정도로 해군력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육상에서도 적을 막지 않고 해상에서도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줄 건 주는 것도 전략의 한 방법이지만, 그러다가 진짜로 다 주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진짜 최악의 경우 수도를 버리고 이곳저곳 옮겨 다닐 수도 있지 않나? 이 빌어먹을 땅덩어리는 너무 넓어서 저쪽이 그런 전략을 쓰면 1개 군단으로는 제압이 불가능한데.”
“이게 단순히 우리와 청의 전쟁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청의 황실은 저런 짓을 할 만큼 여유롭지 않아.”
황제가 수도를 버리고 도망가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실로 치욕스러운 일이다.
안 그래도 중원 천자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지금 시국에 수도를 버린다?
오히려 이걸 이용해 중원을 조각조각 내버리려는 총리님의 계획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떤 경우라도 상황은 우리에게 웃어주고 있으니 걱정 말게. 이제 총리님을 중원의 황제로 등극시켜드릴 날이 멀지 않았어······.”
“아니, 그건 총리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나폴레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다부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고 용맹하게 진군하는 자신의 병사들을 흐뭇하게 둘러보았다.
어차피 이번 싸움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다 쓰러져가는 종이호랑이인 청 따위 자신의 안중에도 없다.
물론 동방의 최강대국을 자신의 손으로 무릎 꿇린다는 야망은 아직 유효했으나, 지금은 그보다 더욱 찬란한 명예가 자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
“드디어, 온 건가!”
프랑스의 대군이 강서성으로 넘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대청제국의 황태자, 민녕은 긴장감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청은 프랑스군을 막아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장기전으로 몰고 가서 프랑스군의 전비 소모를 가속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는 현실성이 없다고 기각당했다.
분명히 이번 전쟁은 본진에서 싸우는 청과 원정을 온 프랑스 간의 싸움이었으나 시간은 청의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청의 지방 통제력은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전쟁을 이겨도 청으로서는 국가가 쪼개지는 사태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즉, 지금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최단시간으로 프랑스군을 격파하고 청의 힘이 건재하다는 걸 만방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란을 진압하던 팔기군과 녹영군의 상당수를 무리하게 끌어모아 무려 8만 이상의 병력이 집결했다.
2만 5천으로 추정되는 프랑스 2군단의 3배가 넘는 병력이다.
여기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추가로 2만의 지원군을 더 끌어모았다.
아무리 무기와 훈련수준이 떨어진다고 해도 10만의 군세가 주는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황태자인 민녕이 직접 전선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직접 지휘를 하거나 전투에 뛰어드는 건 아니었으나, 차기 천자의 자리에 오를 이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장수들은 꽤나 고무된 상태였다.
“하하하, 백련교도의 난을 토벌한 저희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다니 이것도 묘한 인연이로군요.”
이번 군의 총지휘를 맡은 명량은 황태자를 안심시키려는 듯 짐짓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백련교도의 난을 이끈 왕총아를 궁지로 몬 장수가 바로 명량이었으며, 가경제를 암살하기 위해 자금성 내로 침입한 폭도를 제압한 이가 바로 황태자였으니.
“그 지독했던 폭도들의 수괴를 처단한 장수가 있으니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년이 뛰어 내려서 사로잡을 수는 없었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지만요. 어쨌거나 이번에도 저만 믿으십시오! 태자 전하께서 계시니 병사들의 사기도 높고 병력도 이쪽이 4배는 더 많습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전 아직도 몽골 팔기군이 저들의 일부에 전멸당했다는 악몽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기억이 생생하니까요.”
“그때는 저희가 놈들을 너무 과소평가했습니다. 그렇게 훌륭한 화기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저번 전쟁의 교훈으로 적의 총기가 일각에 몇 발이나 발사 가능한지, 사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전부 분석이 끝났다.
“제 계산으로는 충분히 적을 괴멸시킬 수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주십시오.”
준비된 자의 자신감.
과거 양이 오랑캐들에 대한 정보의 부족, 거기에 자만이 더해져 낳았던 대참사는 더 이상 없다.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천조국의 힘을 보여줄 때.
“승리의 영광을 황상과 태자 전하께 바치겠습니다.”
< 제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