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4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43화 그들만의 오해(243/355)
< 그들만의 오해 >
계산은 완벽했다.
명량은 자신있게 병사들을 상대로 일장 연설을 뽑아내고 당당히 군을 진격시켰다.
“적의 화승총은 우리의 화승총보다 사거리와 파괴력이 월등하다. 하지만 화승총은 화승총. 재장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명량은 천재적인 발상을 지닌 명장은 아니었으나 여러 전장을 거쳐온 경험 많은 노장이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천재는 필요 없다.
그게 명량이 지니고 있는 전쟁관이었다.
규격화된 전술과 그걸 이행할 병사들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적의 화승총은 우리보다 훨씬 진보된 형태라 재장전 속도도 훨씬 빠른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그래 봐야 우리가 2발 발사할 때 저쪽은 3발을 발사하는 차이다.”
사실 사거리와 파괴력 차이도 월등한데 발사속도까지 저렇게 차이가 나면 끔찍한 수준의 격차가 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명량은 애초에 이번 전투에서 동수교환을 할 마음이 없었다.
10만의 병사 중 8만이 죽더라도 저들 2만 5천 중 1만의 병사만 깎아낼 수 있다면 이쪽의 승리다.
어쨌거나 이쪽은 계속해서 병력을 보충할 수 있는 반면 저쪽은 그렇지 않으니까.
이번 전투로 저쪽의 병력을 깎아낸다면 그다음부터는 새로 충원되는 병력으로 축차 투입을 계속하면 된다.
계산대로만 된다면 이쪽의 공세 종말점이 오기 전에 저쪽의 전력이 바닥을 보일 터.
“위대한 중원의 전사들이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태자 전하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하신다!”
아무리 훈련 상태가 밀리고 전투력이 딸릴지라도 압도적인 수의 우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청군은 기세 좋게 돌격했다.
저번 전쟁에서처럼 기병에 의존하기보다는 보병 위주의 인해전술로 찍어누른다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전법.
옹기종기 밀집대형으로 늘어선 청군의 시야에 저 멀리 진을 치고 있는 프랑스군이 시야에 들어왔다.
“···음? 저놈들 뭔가 이상한데······.”
프랑스군의 포진이 전해 들은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 명량의 눈에 의구심이 스쳤다.
“엎드려 있는 건가? 어째서?”
화승총을 쏠 때 누워서 자세를 잡는 방식은 그런대로 퍼져 있긴 했지만, 엎드려서 쏘는 자세는 비효율적이라고 이미 굳어진 지 오래였다.
엎드려 쏘면 초탄의 명중률은 현격히 올라가지만 어차피 한 발 쏘면 다시 자세를 바로해서 장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병을 운용할 때 재장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냥 당연한 상식이었다.
무엇보다 저렇게 엎드린 자세로 있으면 병사들의 간격이 벌어지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하기도 힘들다.
프랑스 보병들이 이런 기초 중의 기초를 잊어버렸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청군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저쪽이 판단 착오를 했다면 사정없이 물어뜯어 붙들고 늘어질 뿐.
“돌격! 돌격하······.”
키이이이잉!
순간, 목이 터져라 부르짖는 장수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릴 정도의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재앙의 비가 병사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쾅!
“으, 으아아악!”
“뭐야 이게!”
“살려줘! 적의 포격이다!”
“반격! 반격하라!”
청이 가진 그 어떤 무기보다 아득한 사거리를 자랑하는 프랑스군의 로켓이 사정없이 내리꽂힌다.
영국군이 마이소르에서 노획한 콩그리브 로켓을 프랑스군은 철저하게 적의 사기를 꺾어놓는 용도로 개량했다.
긴 사거리, 발사와 동시에 보이는 엄청난 불꽃과 착탄까지의 굉음.
게다가 생각보다도 걸출한 탄두의 위력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공포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 로켓 병기의 장점은 대포와는 다르게 복잡한 발사대가 필요 없어 설치와 발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다만 끔찍하게 낮은 명중률이 최대의 단점이었으나 고맙게도 지금 청군은 10만이라는 대군이 옹기종기 뭉쳐 있는 상황이다.
그냥 눈감고 대충 쏴도 누구 한 명은 나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불란서 놈들의 신형 대포다!”
“우리 포병은 뭐 하는 거야!”
“차오니마! 사거리가 안 되는데 어쩌라고!”
“돌격해! 돌격!”
청이 사용하는 홍이포의 사거리로는 아직 한참이나 더 전진해야 유효 사거리가 나온다.
청군으로서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더라도 일단은 계속 전진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었다.
명량도 그걸 알기에 필사적으로 병사들을 독려하며 자신이 몸소 전방의 병력을 이끌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훈련이 덜 된 병사들을 통솔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겁먹지 마라! 놈들은 조준해서 쏘는 게 아니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면 저런 공갈성 무기는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오도록 부르짖은 게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덕일까.
청군은 프랑스의 신병기가 끊임없이 자신들을 타격하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다.
서서히 거리는 좁혀졌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적군 화승총의 사거리 안에 들어온다.
사전에 명량에게 단단히 주의를 받은 각 군의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전의를 상실하지 않도록 쉴새 없이 강조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놈들의 화승총은 이쪽보다 훨씬 사거리가 길다! 그렇다고 두려워하지 마라! 놈들의 연사력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
타타타타탕!
웃기는 소리 지껄이지 말라는 듯.
“커, 커억!”
어마어마한 총탄의 세례가 앞에 돌출되어 있던 지휘관과 병사들의 몸에 쏟아졌다.
“무, 뭐야! 아직은 사거리 밖이라며!”
“차오! 무슨 맞는 말이 하나도 없어!”
“이 새끼들 우리를 그냥 총알받이로 쓰려고 아무 말이나 해놓은 거 아니야?”
지금까지 병사들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갔던 건 아무리 피해가 커도 결국 이길 수 있다는 장군의 말을 믿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그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면 자신들은 여기서 그냥 개죽음당하고 있을 뿐이지 않는가.
물론 지금 상황에 가장 당황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총지휘를 맡은 명량이었다.
“다, 다, 다다다, 당황하지 마라! 아무리 사거리가 길어봐야 화승총은 장전시간이 길다······!”
이제 이쯤되니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타타탕! 타타타탕!
“아악!”
“느리긴 씨발 뭐가 느리단 거야!”
“좃까! 난 이렇게 못 죽어! 난 살거야!”
재장전에 소모되는 속도를 인해전술로 찍어누른다는 기존 계획이 무색하게.
적군의 장전속도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이쪽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이쪽이 2발 가량 쏠 때 저쪽은 5발을 너끈히 쏘아댄다.
심지어 총의 사거리는 이쪽의 총의 몇 배에 달했고, 화포와 견주어도 그리 차이가 없어 보였다.
마치 사격연습처럼 자신들을 과녁 삼아 발포하는 저들을 보니 어째서 엎드려 쏘는지도 의문이 풀렸다.
놈들은 총알을 자신들처럼 총의 앞면이 아니라 후면으로 장전하고 있었다.
저러니 엎드려 쏴서 명중률을 극대화시킨 채로 계속 재장전해서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걸 눈으로 확인하니 새삼 자신들과 프랑스 사이에 얼마나 큰 격차가 있는지 공포스러울 정도로 실감이 갔다.
이건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병력을 4배, 아니 10배를 끌고 왔어도 이길 수 있었을까.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명량은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자신의 표정을 차마 간수할 수가 없었다.
“도, 돌격···돌격을······.”
“차오! 돌격은 너나 해!”
“이 사기꾼 새끼들! 지옥에나 떨어져라!”
지휘관들이 전의를 상실하면 당연히 이는 병사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까지 작전이 틀어진 이상 이 병사들을 통제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불같은 애국심이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각오 따위는 없었던 이들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통제가 될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병사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게 적군의 무기 중 자신이 받은 정보와 일치하는 것들이 단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이런 개버러지 같은 군기처 새끼들. 설마하니 일부러 틀린 정보를 가져다준 건가?’
자신들의 화포보다 족히 3배 이상은 사거리가 길어 보이는 저 요상한 무기에 관해서는 맹세코 들어본 적조차 없다.
저딴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렇게 밀집한 상태로 진격했겠는가.
여기에 총의 사거리와 재장전 속도까지 틀렸다.
이 정도면 고의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편 전쟁의 패배가 몇 년이나 됐다고 그새 저들이 신병기를 이렇게 줄줄이 배치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래. 분명 이는 고의적인 정보 누락이다.
그리고 이내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군기처는 일부러 틀린 정보를 주었는가.
자신을 고의로 패하게 해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곳에는 태자 전하까지 계시거늘···혹시라도 말도 안 되는 대패를 당해 태자께서 잘못되면 뒷감당을 어찌하려고······아니, 잠깐.’
혼란스러운 전장의 상황보다 더욱 더 두려운 가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만약 이게 황태자와 황태자의 파벌들을 솎아내려는 몇몇 권신들의 음모였다면?
원래대로라면 이번 전투에서 황태자는 만에 하나라도 잘못될 일이 없었다.
처음부터 가장 안전한 후미에만 있다가 만약 전황이 불리해지면 바로 호위들이 그를 데리고 도주할 예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로 정보가 잘못되었다면 처음부터 적들과 내통한 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혹여라도 황태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청의 후계구도에도 중대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설마하니 어린 3황자 전하를 옹립해 국정을 장악하려고······.’
병사들이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는 광경 따위는 이제 명량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최대한, 최대한 빠르게 북경으로 돌아가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
이미 명량의 머릿속에서는 자신들을 둘러싼 한편의 거대한 대하소설이 완성되어 있었다.
※※※
“···저놈들 뭐 하는 거지?”
지리멸렬 무너지는 청군의 대형을 바라보는 나폴레옹의 눈이 참담함으로 물들었다.
“저긴 지휘관이 없는 건가? 아니, 지금 저게 뭐 하는 거야?”
10만 대 2만 5천.
질 가능성 따위는 1%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전술을 시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빡세게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새로운 전술 전략을 장교들에게 주입시켰는가.
신병기들이 대거 도입되면서 이전과 전투의 양상이 완벽히 달라진 만큼 실험해볼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투는 자신의 구상을 실전으로 옮겨볼 절호의 기회였다.
다부와 밤새도록 토론을 거쳐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상해 어떤 상황에도 완벽히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를 마쳤다.
그런데···.
저들은 아예 이쪽의 앞에 당도조차 하지 못하고 갑자기 찌그러지더니 지휘체계가 무너져버렸다.
이쯤 되면 이제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고 전술적인 가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게 된다.
“흥이 팍 식어버리는군······.”
이런 나라를 잠자는 사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다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뮈라를 데리고 왔다면 아예 적의 수뇌부를 깡그리 쓸어버릴 수도 있었겠군. 좀 아쉽게 됐어.”
뒤따라온 다부의 말에 나폴레옹도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거대한 대국도 결국 지배자를 잘못 만나면 이 모양 이 꼴이 되는 거지.”
“우리 프랑스도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비슷한 처지였을지도 모르지.”
그래. 역시 모름지기 국가란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하는 법.
이 혼란스러운 대국의 정세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강철과도 같은 지도자가 필요한 법.
“자네, 혹시 진짜로······?”
나폴레옹은 설마 하는 다부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본 채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군에게 톈진을 장악하라고 하게. 그리고 우리는 이대로 수도가 있는 북쪽으로 올라간다.”
이렇게까지 힘의 차이를 보여준 이상 이제 알아서 길 수밖에 없으리라.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몇 번 더 세례를 내려줘야겠지.
< 그들만의 오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