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4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45화 뭔 소리야 이게(245/355)
< 뭔 소리야 이게 >
파리 튈르리 궁.
내 자택이자 세계의 명사들이 어떻게든 방문을 허락받으려고 애쓰는 이곳은 어느새 파리 최고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갈수록 한층 더 아름다워지는 정원에서, 나는 마리와 함께 꽃밭에서 뒹구는 어린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 벌써 저렇게 컸다니.”
“우리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거죠.”
“하긴···다른 애들은 이미 장성했으니까.”
첫째는 누벨 프랑스에서 총독 대리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고, 장녀는 스웨덴의 차기 계승자로서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던 셋째조차 차기 신성로마제국 황제로서의 위엄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다고 하니 이런 감상에 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심지어 늦둥이인 넷째 에마뉘엘조차 이제 저렇게 혼자 뛰놀 수 있는 나이로 자랐다.
이제 진짜로 마냥 젊다고 우길 수만은 없는 건가.
아직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왠지 서글프구만.
“그래도 우리 아이 중 잘못된 애들이 한 명도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거야말로 하느님의 도우심이겠죠.”
“그건 그렇네요. 그게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긴 하죠.”
당연한 말이지만 이 시대의 영유아 사망률은 현대와 비교도 안 되게 높다.
그래도 중세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리 왕족이라고 하더라도 어린 자식을 일찍 여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네 명의 아이를 모두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우리 부부는 그것만으로도 주변에서 부러움을 받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천연두가 사라졌고, 내가 병적으로 위생을 신경 쓴 덕분이 가장 강하지 않을까 싶다.
잠시 후 에마뉘엘을 사랑스럽기 그지없던 눈으로 바라보던 마리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시아 쪽 문제는 잘 처리되고 있나요? 전에 그거에 엄청 신경 썼잖아요.”
“계획은 완벽하고 실행할 이들의 능력도 문제없으니 즐겁게 결과를 기다릴 뿐이죠. 아마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걸요?”
“확실히 당신은 나폴레옹 사령관의 능력을 엄청나게 믿네요. 어떨 때 보면 뭐랄까···축구 선수를 동경하는 우리 아이들 같은 표정일 때가 있어요.”
예리하네.
일종의 스타를 바라보는 팬의 심정이라는 건 사실이긴 하지.
내가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세팅해놨을 때 나폴레옹이 어느 정도로 날뛸 수 있는지 순수하게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그냥 나폴레옹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내가 바짝 붙어서 영재교육을 하고, 단점을 보완해준 나폴레옹이니까.
솔직히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잖아.
역사학도라면 누구라도 내 마음을 이해할 거다.
“로베스피에르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하고 있죠?”
“예전에 말했던 대로 그 녀석은 장단점이 확실한 인간이라 장점이 부각될 환경을 만들어주면 일 잘합니다.”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처음에는 내 예상을 훌쩍 벗어나나 싶었으나 지금은 그것도 어느 정도 통제가 되기 시작했다.
열강들이 위구르에서 암만 난리 쳐 봐야 제일 중요한 건 그 지역의 종주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이쪽이 청 황실이 보증하는 권한을 손에 넣는다면 저들은 하루아침에 남의 땅을 가지고 땅따먹기를 하려는 날강도들이 된다.
종이호랑이 판정을 받은 청이라면 그냥 씹을 수 있지만 상대가 프랑스라면?
물론 지금까지 쏟아부은 게 있으니 그런다고 순순히 말을 듣지는 않겠지.
아무리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자국의 국익 앞에서는 한순간에 돌변하는 게 이 시대의 동맹이다.
대놓고 선전포고까지는 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무력 충돌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 별문제는 없다.
전장이 육지고 전투를 하는 건 2군단,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게 나폴레옹과 다부인데 무슨 걱정이 있으랴.
“지금쯤이면 나폴레옹이 청의 대군을 전멸시켰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이쪽 병사들의 손실이 적었으면 좋겠는데.”
“저번에도 그랬다고 하지 않나요? 이번에는 그 뭐더라···신형 총기까지 배치됐으니 더 희생이 줄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렇기를 바라야죠.”
냉정하게 추론해 보면 지금 꼬라지의 청나라가 나폴레옹이 이끄는 2군단 병사들에게 3자리 수의 사상자를 낼 수 있을까 의문이긴 하다.
하지만 전쟁이란 온갖 변수가 난무하는 괴물이나 마찬가지.
방심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그 괴물에게 잡아먹히기 일쑤다.
그렇기에 정말 만에 하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대비책도 마련해 두었다.
지금 내 프랑스의 국력이라면 그 정도의 대실패도 최대 2번까지는 만회가 가능할 테니까.
그렇게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마리가 놀다가 잠든 에마뉘엘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정원 안으로 그루시가 들어섰다.
“이제야 도착했군. 그래, 아시아에서 온 연락이겠지? 그런데 옆에는······.”
내 호위대장이자 비서실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그루시의 옆에 있는 남자는 나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정식 직함을 받고 파리로 돌아온 사신, 곤도였다.
이 인간이 보여준 닌자 인법쇼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였던지 곤도는 프랑스 상류층 사이에서 일종의 엔터테이너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쪽을 찾아올 이유는 딱히 없을 텐데 혹시 청나라에서 올라온 소식을 듣기라도 했나.
아니나 다를까 옆으로 다가온 그루시가 작은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청에서 들어온 소식을 알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죽치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과 하나 듣겠다고 돈도 엄청나게 쓴 것 같더군요. 총리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그 정도 정성이면 인정해줘야지. 어차피 바로 퍼져 나갈 소문이니 그렇게 비밀로 부칠 것도 아니고.”
그루시에게 넘겨받은 전보를 본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의 피해 따위는 셀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대승리.
다행히도 예상대로 나온 결과는 내일이면 전보를 통해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갈 터.
이런 건 굳이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곤도 같은 이를 이용해 사방팔방 퍼트릴 필요가 있다.
나는 최대한 반가운 척 온화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랜만입니다, 곤도 경.”
“하이! 총리 전하를 다시 뵙게 되어 크나큰 영광입니다!”
“예. 그런데 제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요?”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총리님, 우선 이걸 다 보시고······.”
그루시가 다급하게 건넨 서류뭉치를 넘겨받은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휙휙 저었다.
“그럼 읽어보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되겠군. 어디 보자···나폴레옹이 청의 대군을 격파하고 청 쪽에서는 회담을 청했다는 거로군. 뭐, 당연한 것들을 이렇게 길게 적어놨어?”
이쪽이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내용은 이미 로베스피에르를 통해 전해두었으니 저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정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조정해도 별문제는 되지 않는다.
어쨌든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
“총리 전하! 이번에 전하의 군대가 거둔 용맹하고도 영웅적인! 역사에 길이 남을! 대승리를 축하드리옵니다!”
“아, 예. 그렇게 자국의 일처럼 기뻐해 주시니 이쪽도 고맙습니다.”
보나 마나 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러는 거겠지만 일본 측의 반응은 아시아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했다.
이쪽이 지금 대놓고 프랑스 라인을 타려고 하는 걸 보면 다른 국가들도 곧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테니까.
그런데 오늘따라 뒤쪽에서 서성이는 그루시의 반응이 뭔가 요상하긴 하네.
어째 내가 빨리 손에 들린 서류의 내용을 다 읽었으면 하는 눈치 같은데.
혹시라도 뭔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 걸까 싶어 뒷면을 확인하려는 순간,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곤도가 냅다 무릎을 꿇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소인은 위대한 천황 폐하의 신하이며 저희는 중원의 천자를 천황 폐하와 동격의 대상으로 여겨왔습니다.”
“아···그렇군요······.”
아시아에서 천자라 하면 보통 왕보다 더 높은 존재.
다른 문화권으로 치면 임페라토르나 바실레우스, 샤한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이라 하면 일반적인 왕을 넘어 자신들의 문화권의 최정점에 군림하는 지배자라는 점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지배자가 그런 존재들과 마찬가지라 주장하는 것이고.
동아시아 국가의 사람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근본 없는 자신감이었으나 지네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는데 뭐 어쩌겠나.
뉘예, 뉘예 그러시군요라고 해줄 수밖에.
“그런데 그것과 곤도 경이 제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게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오늘 전해 들은 소식이지만 전하의 명을 받들어 시대에 뒤떨어진 청군을 소탕한 용맹한 장수들이 청과 교섭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위대한 프랑스의 국왕과 총리를 청의 천자와 동격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이를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라고······.”
“······엥?”
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내가 로베스피에르에게 지시한 건 분쟁 지역의 토벌권과 중재권, 그리고 이쪽이 지정하는 모든 항구의 개방과 최혜국 대우, 그리고 치외법권의 인정, 조선과 베트남 같은 국가가 프랑스와 교역을 한다고 압박을 가하지 않을 것.
같은 무난하고도 실용적인 사항들이었는데.
아니, 생각해 보니 루이 16세를 천자와 동격으로 두고 대등한 관계를 맺는다는 조항을 삽입하라 했던 기억은 난다.
그런데 이게 언제부터 내가 천자랑 동격의 대상이 되는 걸로 둔갑했지?
그루시가 눈치를 주었던 게 이쪽 부분이었던 건가.
후다닥 서류 뒤편에 적힌 나폴레옹의 협상안을 본 나는 솟구치는 두통을 억누르기 위해 반사적으로 관자놀이를 검지로 억눌렀다.
-위대한 프랑스의 국왕과 총리를 천자와 동격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이를 아시아의 전 국가에 선포할 것.
곤도의 입에서 나온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활자가 눈앞에 떡하니 박혀 있었다.
아니겠지, 뭔가 착오가 있던 걸 거야.
침착하게 눈을 비비고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었지만 역시 변하는 건 없었다.
곤도는 황당해하는 나를 앞에 두고 이제 아예 고개까지 처박으며 넙죽넙죽 절을 올렸다.
“저희가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게 되면 총리 전하께서는 천황 폐하와 동격의 대우를 받게 되실 테니 미리 이렇게 예를 표하려는 것입니다. 아, 그렇게 되면 호칭을 전하가 아닌 폐하로······.”
“아니, 아니, 일단 곤도 경의 뜻은 충분히 이해했으니 이만 일어나시죠.”
“만약 총리 전하···아니, 폐하께서 이끄시는 프랑스가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르게 되면 부디 저희를 그 일원으로 받아주기를 이렇게 간청드리옵니다! 저희는 프랑스의 충실한 동맹으로 양국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아, 알겠으니까 일단 나중에 이야기해봅시다. 오늘은 돌아가시고 내일 다시 오시죠. 그때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약속하지요.”
급한 대로 일단 둘러대서 곤도를 돌려보낸 다음 나는 거의 넘어지듯 자리에 철퍼덕 앉았다.
“그루시.”
“예.”
“지금 당장 당통에게 말해서 의원들을 소집해.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알겠습니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전력으로 달려나가는 그루시의 뒷모습에서 눈을 뗀 나는 나폴레옹의 활약상이 담긴 문서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아니 씨발, 미치겠네 진짜.”
전쟁에 이기고 국익에 도움이 되라고 보내 놨더니 이 미친놈이 대체 아시아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건가.
아무래도 직접 아시아 순방을 해야 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뭔 소리야 이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