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4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48화 3번 당하는 사람은 없다(248/355)
< 3번 당하는 사람은 없다 >
자금성은 대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중원이 전성기에 비해 다소 약해졌다고는 해도 제후국에 대놓고 무시를 당한 적은 없다.
그게 지금까지 동아시아를 지배한 천조 질서였으며, 계속 지켜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진리였다.
그런데 연달아 도착한 비보는 이런 믿음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월남이 파병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예. 운남과 해남을 내놓지 않으면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운남과 해남도를 내놓으라고? 이놈들이 실성을 했나······.”
“뿐만 아니라 항의하는 사신에게 모욕을 주고 강제로 끌어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프랑스가 기세등등하니 월남 같은 놈들까지 감히 황실을 능멸하는가.
보고를 듣고 있으려니 자연히 분노로 주먹이 떨렸다.
마음만 같아서는 즉시 팔기군이든 녹영군이든 모조리 투입해서 월남을 정복하고 주제도 모르는 임금을 옥좌에서 끌어내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경제의 화를 돋우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월남과 싸우기는커녕 월남이 이를 틈 타 해남도나 운남을 치면 방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게 현실이었으니.
“조선은? 그놈들은 원래 이쪽의 말이라면 설설 기는 자들 아니냐.”
자존심이 높고 뻗대긴 해도 먼 과거에 쓴맛을 본 뒤로 조선은 지금까지 청에 고분고분해왔다.
이번에도 윽박과 회유를 적절히 섞어서 설득한다면 군대를 내놓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10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조선은 지금 북쪽에서 민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충격으로 조선의 왕이 몸져눕고, 여유가 없어 지원군을 보낼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니! 무지렁이 폭도들이 반란 좀 일으켰다고 국가에 여력이 없어지는 게 말이 되는가. 지원하지 않기 위해 변명을 하는 건 아니고?”
“그것이······.”
대신들이 말끝을 흐렸지만 가경제는 이들이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대강 이해했다.
엄밀히 말해서 지금 청도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란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지 않나.
조선에 고작 반란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냐 일갈해봐야 자기 얼굴에 침 뱉기밖에 되지 않는다.
“왜놈들은···그들에게도 사신을 보냈나?”
“그들은 그냥 대놓고 불란서의 딸랑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폐하와 자신들의 왕을 대등하게 대우해 달라는 헛소리나 내뱉는 자들과 무슨 말이 통하겠습니까.”
“···그렇지. 그러면 결국 이쪽의 힘만으로 해야 하는가.”
그런데···그게 가능한가?
10만을 들이부어서 적을 한 명도 죽이지 못한 기적의 대패를 겪으면서 이미 군부의 의욕 자체가 꺾여 버렸다.
물론 처음에 받았던 정보가 틀렸기 때문에 일어난 대참사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패장인 명량은 애초에 4배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으며 10배를 데려와도 힘들다고 단언했다.
청은 아시아 최고의 대국이며 인구는 약 4억에 달한다.
작정하고 병사들을 징집하면 100만 단위로도 능히 뽑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쓸 무기는 어떻게 할 것이며, 식량은 또 어디서 가지고 오며, 이런 대규모 노동력이 빠져나간 뒤 지방 통제는 무슨 수로 한다는 말인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명량이 말한 적의 10배, 즉 25만 대군을 편성하는 것만으로도 뒤가 없다고 봐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10만의 병력을 초장부터 날려 먹은 게 너무나도 뼈아프다.
가경제는 이 사태를 초래한 두 주범, 패장 명량과 수석군기대신 장린을 쏘아보며 물었다.
“그대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현재 불란서군은 진로를 틀어 남경을 점령하고 아예 그곳에 눌러앉아 있다지? 지금 이들을 자력으로 물러가게 할 힘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가?”
“폐하···그러니까 그것이······.”
“그게 아니라면 저들이 요구하는 저 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마지막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비장한 수석군기대신의 발언에 가경제의 몸이 비스듬히 앞으로 기울었다.
“그게 무엇이지?”
“이이제이. 본래 오랑캐를 격퇴할 때는 다른 오랑캐를 이용하는 게 지금까지 옛 선현들이 사용했던 방식이고 효용도 증명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후국들도 참전을 거부했는데······.”
“사실 저희는 이미 위구르에서 이이제이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간악한 아라사 무리들을 견제하기 위해 영길리를 우방으로 삼아두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그들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프랑스를 치기 위해 영국을 끌어들인다.
얼핏 보면 괜찮은 의견 같기는 했으나 현실성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영국이 그렇게 이쪽 좋을 대로 움직여줄까.
아무리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해 봐도 제대로 된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영길리는 위구르에서 아라사와 대치 중인데 불란서를 치려고 할까?”
“냉정히 말해서 신강은 불란서를 쫓아내고 정세가 안정되면 언제든 다시 탈환이 가능합니다. 영길리는 천축의 안정을 위해 신강을 다른 국가에 넘겨주기 싫어하니 슬슬 구슬리면 그때도 도움을 주겠죠.”
“신강을 전략적으로 잠시 비워두고 불란서를 우선적으로 치자···우리 쪽에서는 혹할만한 이야기겠지만 영길리는 딱히 실익이 없어 보이는데?”
“그럴만한 이권을 쥐여줘야겠지요.”
홍콩이나 광동의 군사기지들처럼 프랑스가 지금까지 차지한 영역을 전부 영국에 할양한다.
그리고 주요 항구를 영국 상인들에게만 독점적으로 개방하고 천축을 수호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 영국이 원하는 조건들을 추가로 들어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가경제의 마음도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출혈이 뼈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이대로 가면 나라가 쪼개지게 생겼는데 그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그럼 비밀리에 영길리와 협상을 하도록 하지. 우선 자네들이 남경에 있는 불란서 사령관에게 가서 적당히 시간을 끌도록 하라. 그 사이에 신강에 있는 영길리의 사령관에게 사신을 보내 의견을 조율해 볼테니.”
“알겠습니다! 신명을 다 바쳐 폐하의 명을 수행하겠나이다!”
“자네 둘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게 한 책임이 있다는 걸 명심하고 이번 일에 사활을 걸도록 하라.”
즉,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없으면 모가지란 뜻이다.
“명심하겠나이다!”
지엄한 천자의 엄포에 명량과 장린은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영국과의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프랑스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좋겠는데···. 이전에도 협상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다른 방식을 쓴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지금까지 두 번이나 그렇게 했는데 설마 세 번을 속아줄까.
바보가 아니라면 세 번은 당하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과연 어떻게 될는지.
가경제는 애써 불안감을 떨쳐내며 영국과 협상하러 갈 사신을 물색해보기로 했다.
※※※
협상에 성실히 임할 의지를 표명한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계속하는 건 일종의 불문율 위반이다.
전쟁도 어쨌거나 양국 간의 타협점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폴레옹은 진지한 협상을 해보자고 남경까지 직접 찾아온 이들을 내치지 않았다.
“북경에서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프랑스군을 이끄는 총사령관 나폴레옹입니다.”
“군을 이끄는 사령관께서 직접 회담에 임하시는 겁니까?”
“아~원래 총독부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쪽은 지금 다른 업무로 바빠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곳의 전권은 저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의회의 승인이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을 겁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의회의 승인이 떨어진 공식 문서를 보여주자 수석군기대신인 장량도 납득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의 옆에 자리한 명량은 자신의 군대를 갈아버린 나폴레옹을 곁눈질하기 바빴다.
‘구라파에서 악명이 자자한 전쟁의 신이라기에 삼두육비의 괴물일 줄 알았는데···생각보다 멀쩡한데?’
협상의 자리이기는 해도 자신을 중원 역사에 길이 남을 무능력자로 만든 자를 마주하는 게 편할 리가 없다.
그와 동시에 저 인간과는 다시는 싸우기 싫다는 현실적인 꺼림칙함도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이었다.
“그런데 청은 아직도 저희와 전쟁을 계속할 생각이신가 봅니다. 강소성과 산동성의 경계에 수비군이 집결 중이라고 하던데.”
“그거야···당연히 군을 아예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산동이 뚫리면 북경이 있는 하북까지는 지척이나 마찬가지다.
전쟁을 계속하든 하지 않든 프랑스군이 넘어오는 건 저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군요. 그런데 단순히 경계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이쪽의 영역까지 슬금슬금 넘어오는 듯하던데요.”
“허허···그쪽의 영역이라니요. 남경이 있는 강소성은 엄연히 대청제국의 영토입니다.”
장린은 하마터면 욕설을 내뱉을 뻔한 걸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차분하게 답했다.
통역을 낀 덕분에 한 차례 정제된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라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아, 그랬었죠. 여기 머문 지 오래돼서 잠시 깜빡했습니다.”
뭐라? 깜빡?
아니, 참아야 한다.
이건 분명 도발이다. 이런 값싼 도발에 넘어가는 순간 협상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법.
장린은 당장이라도 화를 터트리려는 명량을 제지시키고 차분하게 화제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저희가 바라는 건 양국의 화평입니다. 사실 귀국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면 전쟁을 계속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저희는 청이 이쪽이 내건 조건을 수락하기만 하면 지금이라도 바로 군대를 돌릴 겁니다.”
“제시하는 조건은 타협할 생각이 없으시고요?”
“예. 세부적인 사항은 조율이 가능하겠지만 큰 틀은 절대로 수정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국의 재상을 황제와 동격으로 대우해 달라는 그 웃기지도 않은 조건도 끝까지 밀어붙일 거라는 이야기군.
역시 이놈들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마음이 없다.
어디까지나 자신들은 말로 해결하려 했다는 면피용 구실일 뿐.
세상에 어느 미친 인간이 총리와 황제를 동격으로 취급해 달라는 걸 가장 중요한 1번 사항으로 못 박겠는가.
이건 저 경우 없는 왜놈들보다도 한술 더 뜨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었다.
적어도 그놈들은 장군이 아니라 일왕을 천자와 동격으로 대우해 달라고 했으니.
게다가 그런 요구를 끼워 넣은 게 저 군부의 사령관이라는 점부터 웃기는 일이었다.
듣자 하니 프랑스의 총리는 투표로 뽑힌다는데 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이 그런 인사에게 충성을 바친다?
아무리 여러 관점에서 이해해 보려 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결국 나오는 결론은 단 하나.
이 나폴레옹이라는 놈은 자국의 재상을 구실로 계속 전쟁을 하려는 전쟁광이며 진정한 충심 따위는 지니고 있지 않다.
처음부터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자국의 대응도 조금 다를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늦게 깨달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일단 귀국의 입장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쪽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이해해주시겠지요?”
“글쎄요···지금까지 늘 그렇게 말하면서 뒤로는 다른 준비를 했던 게 귀국 아닙니까. 신용이 가질 않습니다.”
“이번에는 진짜입니다. 당장 반란이 일어나는 지역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셨는데 청의 영토는 넓습니다. 저쪽에 공문을 보내고 화답을 받는 데만 해도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쯧, 본국이었다면 전보 한방 치면 끝날 일을 참으로 불편하게 하시는군요.”
끝까지 속을 살살 긁던 나폴레옹은 크게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표정으로 인근 지도를 펼쳤다.
“그러면 이번 한 번 더 속아드리는 심정으로 여러분을 믿어보겠습니다. 대신 이쪽이 믿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은 해주셔야겠습니다. 이쪽의 영역을 넘어온 병사들은 물론 산동과 강소의 경계에 있는 청군을 뒤로 물리십시오. 그러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의지가 있다고 믿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제안이지만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해냈다.
역시 무식한 양이들은 그럴싸한 말만 해줘도 두 번이 아니라 세 번도 속는 법이구나.
장린은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앞으로 구체적인 협상안을 마련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예. 부디 살펴 가시죠.”
희희낙락 자리를 떠나가는 장린과 명량을 손까지 흔들며 배웅해준 나폴레옹은 돌아오자마자 다부를 불렀다.
“군단에 소집 명령을 내리게. 내일 당장 산동성 경계에 있는 청군을 격멸시켜야겠으니.”
“···음? 분명 협상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 증거로 청에 군을 물리라 했고······.”
“그랬지. 그런데 청이 군대를 물리지 않았지 않나. 그러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지.”
“오······.”
확실히 군을 물리라고는 했지만, 언제까지 퇴각하라고 정확한 일시를 정해준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철수하는 게 아니면 먼저 공격하고 왜 군을 물리지 않았느냐는 논리를 펼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이나 할 법한 이 놀랍고도 신묘한 혐성에 다부는 잠시 말을 잊은 채 친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하나? 이번 작전은 시간이 생명인데.”
“아, 그래. 알겠네. 바로 준비하도록 하지······.”
어차피 최고 책임자는 자신이 아니니 그냥 이럴 때는 뇌를 비우고 명령에 따라야지.
“산동을 손에 넣고 그대로 북경까지 뚫어버릴 수 있도록 해군 측에도 협조를 구해놓게.”
영국도 한 수 접고 들어갈 혐성의 현장.
그래도 따지고 보면 청이 꾀를 부리다 제풀에 걸려 넘어진 셈이니 누구를 탓할 것도 없었다.
이런 걸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하던가.
다부는 습관적으로 휘파람을 불 뻔하다가 급히 멈췄다.
이번 한번만 예외로 하고 다음번부터는 그래도 반대해야겠다.
영국놈들과 동격이 될 수는 없잖은가? 암, 그렇고말고.
< 3번 당하는 사람은 없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