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4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49화 여기는 이제 우리 집이다(249/355)
< 여기는 이제 우리 집이다 >
프랑스와의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명량과 장린은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귀환했다.
“하하하, 그래서 그 불란서 놈들이 자네 말을 그대로 믿었다고?”
“예. 역시 군사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오랑캐는 오랑캐. 시간을 좀 벌려고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니 바로 속아 넘어가더군요.”
“좋아. 그럼 이제 위구르에서 영길리와 회담을 하러 간 이들이 돌아오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군.”
일단 최소한의 시간을 벌었다는 데에 가경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협상할 마음 따위 없이 이런 제안을 한 건 후세에 비판받겠지만, 알게 뭔가.
급한 건 지금이고 미래의 평가 따위 지금 쌀 한 톨의 가치도 없는 것을.
“영길리 놈들이 말을 고분고분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힘만 강한 야만인들입니다. 불란서처럼 적당히 말로 현혹해주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 거둔 성공에 고무된 장린은 만약 영국과의 협상이 결렬된다면 자신이 해보겠노라 나섰다.
마치 지혜와 언변만으로도 영웅들을 쥐락펴락한 연의의 제갈공명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만약 양이들을 몰아내는데 자신이 계속 공을 세운다면 황실의 중심이 누가 되겠는가.
현 태자가 훗날 천자로 등극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자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화위복이라.
오히려 이전에 터진 사고들은 앞으로의 영광을 위한 발판에 불과했던 걸지도 모른다.
영웅들의 전설만 봐도 여의주를 얻어 승천하기 전에는 언제나 좌절과 역경을 겪지 않던가.
그러나.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환상에 취해있던 장린의 망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이틀 뒤.
산동의 주둔군이 프랑스군에 의해 전멸당했다는 소식이 자금성에 도착한 것이다.
협상이 잘 풀린 줄 알고 마음 놓고 있던 가경제는 당연히 뒷목을 잡고 쓰러졌고 장린과 명량은 사태파악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다.
“서로 시간을 가지기로 합의했다더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모,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협의를 했는데···이건 명백한 협정 위반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지껄이지 말고 당장 산동성으로 내려가서 불란서 놈들에게 따져야지! 대체 어째서 군을 일으켰는지!”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장린과 명량은 그길로 바로 자금성을 뛰쳐나와 말에 올랐다.
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프랑스 놈들이 뭘 잘못 먹었나?
자신들이 북경에 도착한 뒤 이틀 만에 전멸 소식이 전해졌다는 건 협상이 끝나자마자 바로 군을 일으켰다는 소리다.
협정서에 적은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위반을 했다는 건데 세상천지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혹시 잘못된 정보가 도달한 건 아닐까?
냉정히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래. 분명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장린이 산동성에 도착했을 때 본 광경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주둔군과 황급히 도망치기 위해 짐을 싸고 있는 현지 관리들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모르겠습니다! 불란서 놈들이 갑자기 우리가 협정을 위반했다며 공격해 왔는데···제가 도리어 묻고 싶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아니, 무슨 짓을 했냐니···그건 도리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저쪽이 협정 위반을 근거로 쳐들어 왔다는 건 이쪽이 빌미를 줬다는 소리 아닌가!”
“빌미고 뭐고 대신께서 북경으로 돌아가자마자 놈들이 쳐들어 왔는데 우리가 뭔 빌미를 줬단 겁니까!”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장린은 천자의 분노를 살 지도 모른다는 공포보다는 황당함이 먼저 밀려왔다.
이렇게 된 이상 프랑스의 사령관을 만나보고 시시비비를 따져봐야겠다.
당장 프랑스군에 전령을 보내 해명을 요구하자 의외로 빠르게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설마 진짜로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이놈들이 최소한 양심의 가책 정도는 느끼고 있단 것일까.
한달음에 달려간 프랑스군의 진지에서 나폴레옹을 만난 장린은 즉시 해명을 요구했다.
“이보십시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너무나도 태연한 나폴레옹의 물음에 장린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이건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척 너스레를 떨거나, 아니면 뭔가 변명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오히려 조금 짜증이 난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협상을 먼저 어긴 쪽에서 이런 태도라니 당황스럽군요. 동양에서는 도둑놈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속담이 있다는데 지금이 딱 그런 경우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슨 협상을 어겼다는 겁니까!”
“우리는 분명 양측의 경계에 있던 군을 물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찰을 보내보니 귀국의 군대는 전혀 미동을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쪽은 우리 요구를 이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공격을 재개했습니다. 뭔가 문제라도?”
“아니, 이런 미친······!”
잠자코 보고 있던 명량이 기어코 분노를 터트렸다.
이번에는 장린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 역시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군대를 물리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루 만에 철수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저희는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안에도 가능합니다. 즉, 의지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이건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우릴 함정에 빠트린 거 아닙니까! 세상천지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자행하다니······!”
“그럼 귀국이 협상하자면서 주변국들을 몰래 끌어들이려 한 건 말이 되고요?”
돌연 차갑게 가라앉은 나폴레옹의 물음에 장린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설마하니 알고 있었던 것인가.
“무, 무슨 말씀이신지 도통······.”
“베트남과 조선에 원군을 파병해 달라고 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지요?”
“저는 모, 모르는 일······.”
“저들이 거절해서 망정이지 조선이 산동으로 상륙하고 베트남이 홍콩 쪽을 치고 들어왔으면 이쪽은 큰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그렇다고 지진 않겠지만 많이 귀찮아질 뻔했다 이 말입니다.”
어디서 정보가 샌 거지.
조선이 했을 것 같지는 않고 월남 측에서 손을 쓴 것일까.
저 정도로 상세하게 알고 있다면 더 부정하는 의미가 없다.
“아무래도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모양······.”
“먼저 협상을 하자며 뒤통수를 치려고 한 것도 그쪽. 진지하게 협상을 할 마음이 없던 것도 그쪽. 그런데 우리가 공격을 재개한 걸 비난하는 건 도리가 아니죠.”
장린은 양이들은 멍청하고 속기 쉬운 자라고 생각했던 과거 자신의 멱을 따버리고 싶었다.
이놈들은 자신들보다 더욱 지혜롭고, 간교한, 그야말로 뱀 같은 자들이다.
서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했었던 걸 통감하는 그에게 나폴레옹의 싸늘한 한 마디가 날아와 박혔다.
“가서 자금성의 황제에게 고하십시오. 머지않아 제가 직접 찾아뵐 테니 기다리고 계시라고.”
이건 단순한 위협이나 공갈이 아니다.
이놈들은 한다고 하면 진짜로 한다.
이제야 자신들이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자각한 장린과 명량의 등을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프랑스의 재침공이 있은 지 정확히 한 달 하고 보름 뒤.
한다면 하는 남자 나폴레옹은 자신의 말을 충실히 지켰다.
“여기가 원명원인가? 황실의 정원답게 아름다운 곳이로군.”
앞을 막는 모든 저항을 간단히 으깨버린 프랑스군은 손쉽게 북경까지 입성했다.
“가능하다면 천자라는 이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프랑스군이 하북의 경계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접한 가경제는 바로 북경을 버리고 북쪽의 열하행궁으로 도피했다.
여기서 더 쫓아가서 천자를 생포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별로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이제 중원 천자의 위엄 같은 건 박살 나다 못해 가루가 됐다고 봐야 한다.
단순히 궁을 버리고 튀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폴레옹은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듯 홍콩에서 광동으로 상륙하고 그대로 북경까지 올라왔다.
광동에서 북경까지는 파리에서 모스크바 보다 조금 더 짧은 거리다.
물론 해상에서 끊임없이 보급이 들어오고 날씨도 쾌적해 진군의 난이도는 차원이 다르게 낮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단순히 거리가 아니라 최남단에 상륙한 적의 병력이 북경까지 온 국토를 가로지르는 동안 저지하는 시늉조차 하지 못했다는 거다.
야심 차게 끌어모은 병력은 싸우는 족족 박살 나고, 육군만이 아니라 해군까지 박살 났다.
프랑스가 설마 해군까지 그렇게 강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던 청은 완벽하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주요 항구 도시들은 거의 전부 봉쇄당하거나 백기를 들었다.
사실 이제 동부 해안가는 그냥 전부 프랑스의 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결과는 네덜란드의 손에 의해 실시간으로 아시아 전역에 보고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천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지금 틀어쥔 숨통을 풀어줄지, 더 강하게 조일지는 전적으로 나폴레옹이 선택할 문제였으니.
넓이 4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다가온 다부가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자네도 이곳이 마음에 드나 보지? 나도 이화원보다는 이곳이 더 취향이던데.”
“이 정원을 만원지원이라고 하는데 그 뜻이 만개 중의 정원이라고 한다더군. 즉, 황실이 자랑하는 정원 중의 정원이라는 의미라네.”
“확실히 예쁘긴 해. 동양적인 느낌에 우리 건축양식을 섞은 건물도 있고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랄까?”
“이쯤 되니 이런 곳들을 버려두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간 저쪽 황실 인사들의 심정이 궁금하단 말이지.”
본래 수도가 적에게 함락당하면 기본적으로 문화재 약탈에 방화 정도는 기본으로 수반되는 법이다.
청나라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자금성 내부에서 급하게 보물들을 챙긴 흔적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가치가 높은 물건들을 이쪽에 넘겨주고 싶지 않아 주렁주렁 싸 들고 도망친 모양이다.
“어떻게 할까? 일단 저들에게 본보기를 보일 겸 원명원과 이화원을 불태우자는 의견도 있던데.”
“무조건 기각. 총리님께서 절대로 하지 말라고 엄금한 사항이니.”
지금까지 곁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크리스티앙 총리는 타국의 문화재를 훼손하는 걸 꺼리는 걸 넘어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가치 있는 문화재는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도 행동에 옮겼다.
보존 상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가져오는 것도 고려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약탈하는 것에도 조심성을 기하는 이였다.
이집트에서도 그러했고, 그리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탐욕스럽게 문화재나 보물이라면 닥치고 쓸어 담고 보는 영국과는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게 주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자신이 그런 우둔한 선택을 할 리 있겠는가.
나폴레옹은 이번 전쟁을 치르면서도 민간인 약탈이나 문화재 방화 같은 행위는 철저하게 엄금해 왔다.
그러면 뭘로 병사들에게 보상을 해주느냐고?
그거야 보상금을 두둑하게 뜯어서 뿌리면 되는 거다.
북경을 점령한 이상 중원의 주인 자리는 반쯤이나 넘어온 것이나 마찬가지.
이제 지금까지 품어온 원대한 구상을 실현할 때가 왔다.
“이제 청은 협상을 피할 수 없을 테니 총독에게 부탁해서 서쪽에서 싸우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전할 포고문을 준비해주게.”
“그러지. 뭐라고 준비하면 될까?”
“외교적 수사문은 그쪽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내용은 요약하자면 이쯤 되겠지.”
나폴레옹은 의아해하는 다부에게 가벼운 미소와 함께 본심을 입에 담았다.
“다 꺼지라고.”
< 여기는 이제 우리 집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