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0화 답답하면 내가 뛰던지(250/355)
< 답답하면 내가 뛰던지 >
프랑스가 대륙종단을 한 이래로, 위구르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영국은 벙찐 채 중원의 동향을 주시해야 했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파악해 보려 해도 청나라 땅이 좀 넓어야지.
바다를 끼고 있다면 그나마 신속한 연락체계를 갖출 수 있었겠으나 이놈의 신강은 너무 깊숙한 내륙에 있었다.
청 본토를 가로지를 연락수단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영국은 주로 인도에서 올라오는 소식에 의존해야 했다.
처음에는 청에서 정보를 얻었으나 크로스체크를 해보니 이놈들이 순 거짓부렁만 보내고 있었다는 걸 알아서였다.
“이제 슬슬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신강 방면 영국군 최고 사령관 아서 웰즐리는 매일 같이 재촉하는 부관의 성화에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군. 골든타임을 놓쳐도 한참 놓쳤더니 이런 사태가······.”
이게 다 망할 청나라 놈들의 가짜 정보 때문이다.
영국은 프랑스가 광동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인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
청에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니 사소한 오해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 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고 보니 전쟁이 벌어졌다지 뭔가.
생각해 보면 이때 바로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
그러나 웰즐리는 신중을 기하는 성격이었기에 조금 더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었다.
청에서도 실시간으로 계속 보고를 해주겠다고 약속했기에 문제는 없으리라 여겼다.
결국 가장 큰 실수는 이 망할 놈들을 믿었다는 것이다.
“아니,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프랑스군 5천을 격퇴해 진군을 저지했다고 했잖아! 양심을 어디에 팔아먹으면 0명을 5천명으로 과장할 수 있단 말이야! 전공을 대체 몇 배로 부풀린 거야!”
“0에 어떤 수를 곱해도 0이니 계산이 불가능하군요.”
“이 미친 새끼들!”
물론 속아 넘어간 놈이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웰즐리도 처음엔 납득을 했었다.
10만의 병사가 2만 5천에 꼬라박아 5천의 피해를 입히고 자신들도 거의 전멸했다는 건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나.
사실 이 정도만 됐어도 프랑스군은 교전비가 10:1을 훌쩍 넘었으니 엄청난 선전을 거둔 셈이다.
설마설마하니 1명도 못 죽이고 역사에 남을 대패를 당했다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북경이 점령당했다면 뭐 손 쓸 수가 없는데 우리에게 대체 뭘 바란다는 건가? 이렇게 되기 전에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중재를 요청했어야지.”
“···지금이라도 중재를 해달라는 게 청 황실의 바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천하의 모자란 놈들. 단순히 수도만 털렸으면 몰라, 남쪽부터 북쪽까지 모세의 기적을 당해놓고 대체 어떤 조건으로 중재를 해달라는 거지? ‘우리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라고 하면 저쪽에서 ‘아 넵! 그러겠습니다’라고 할 거라 생각하나?”
“저들은 아직도 우리가 편을 들어주면 프랑스를 밀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카악~퉤! 미친놈들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진짜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첫 싸움이 끝나자마자 모든 걸 털어놓고 솔직하게 엎드렸어야지.
상황이 최악이 되고 나서야 수습해 달라고 하면 이쪽이 뭘 할 수 있겠나.
“솔직히 말하면 이제 저놈들이 보내는 정보가 사실인지 도무지 믿질 못하겠다. 인도에서 정확한 보고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청나라의 말로는 베트남은 조건부로 파병을 해주겠다고 하고 조선은 반란이 끝나면 지원을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니 여기서 영국이 합류하면 프랑스를 사방에서 공격해 몰아낼 수 있다는 게 저들의 요지였다.
계획 자체는 그럴싸하다.
제아무리 프랑스군이 강하고 나폴레옹이 전략의 천재여도 전선이 넓어지면 혼자 커버할 수는 없을 테니.
문제는 지금 청의 보고에 현실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일단 베트남과 조선이 참전할 거라는 저 말부터가 수상했다.
영국의 조사에 의하면 조선은 몰라도 베트남은 서서히 프랑스로 갈아탈 낌새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조건부로 파병을 한다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못 믿는다.
그래서 일단 동인도 회사 쪽에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해 보고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리 인도에서 배를 띄워도 청까지 당도하려면 꽤 먼 길을 빙 돌아가야 한다.
당연히 사태파악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해상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항상 신속한 정보를 전달받았던 영국군으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청의 사신에게는 완곡하게 거절한다고 할까요?”
“···일단 총리님과 의회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겠다.”
마음만 같아서는 청나라 놈들이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다만 이건 감정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이 인내심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주었다.
“만약 프랑스가 처음에 내세운 모든 조건을 관철시킨다면 아시아의 구도가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질 거다.”
“분쟁 지역의 관할권을 넘기라고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 말은 현재 우리가 대치 중인 이 지역도 프랑스의 관할권이 된다는 의미다.”
“그럼 프랑스가 신강을 러시아에 넘기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아니. 자신들이 중립적으로 운영해주겠다고 위구르를 괴뢰국으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더 크겠지.”
아마 자신이 프랑스 결정권자라면 영국이나 러시아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진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동맹이라고 해도 진짜로 인도를 칠 기회까지 주면서 도와줄 리는 없다.
프랑스가 바라는 동맹은 딱 에스파냐나 신성로마처럼 절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없는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지금 아슬아슬하게 그 선을 넘으려고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지난 몇 년 간 피트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진 이후로,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이제 웰즐리도 확신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인도를 러시아에 줄 마음도 없고, 절대 그렇게 놔두지도 않는다.
“그러면 만약 본국에서 청과 협력하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글쎄. 총리님이 그런 도박수를 던질 가능성은 낮을 것 같은데···그렇다고 또 이걸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고.”
차라리 아예 위구르에서 발을 빼고 프랑스에 붙어서 청나라를 모조리 쪼개버리자고 할까.
하지만 그래 봐야 현 상황에서 알짜배기는 전부 프랑스가 가져갈 수밖에 없다.
남부의 주요 도시들과 북경까지 점령해 놓은 상황이니까.
만약 이 선택지를 고르려 했다면 최소 한 달은 더 일찍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
청이 온갖 거짓 보고를 해댄 것도 아마 자신들이 프랑스에 붙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결국 지금은 어느 쪽을 고르더라도 무조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과연 의회는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시간이 깊어갈수록 고뇌도 함께 깊어져 갈 따름이었다.
※※※
파리의 분위기는 요즘 나날이 축제나 다름없었다.
조금만 거리를 살펴보아도 잔뜩 신이 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고, 신문은 연일 아시아에서 오는 승전보를 보도했다.
프랑스가 마침내 동양을 정복하고.
저 오만했던 동방의 왕조들이 위대한 국왕 폐하와 총리님의 앞에 엎드릴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역대 그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했던 전무후무한 업적.
마침내 프랑스는 제2, 제3의 로마가 아니라 로마를 뛰어넘은 대제국으로 도약하는가?
언론은 거의 매일같이 설레발을 쳐댔다.
[나폴레옹의 쾌진격, 이제는 북경이다!]전쟁이 벌어지고 단 한 차례도 아군이 고전 중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없다.
이게 왜곡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에 언론도 잔뜩 신이 났다.
기자들부터 그걸 읽는 시민들까지.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국뽕을 치사량까지 들이킨 채 행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총리님, 오늘자 신문입니다.”
“그래. 내가 직접 보지.”
“오늘도 별로 다른 건 없습니다. 아, 당통이 한 말이 실려 있다는 건 좀 색다르더군요.”
“이놈이고 저놈이고 잔뜩 신이 나서는······.”
기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나는 커피로 마음을 다스리고 그루시가 가져온 아침 신문을 펼쳤다.
승리, 또 승리.
이제는 당연해진 그런 소식들은 대강 건너뛰고 내가 궁금한 소식들을 찾기 위해 뒷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원의 대변자 당통, “프랑스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입헌군주국. 청조의 황제와 총리님을 함께 묶는 건 오히려 총리님에게 실례.”] [프랑스의 요구는 전혀 과하지 않다. 한 입으로 두말하려던 청나라를 향한 통쾌한 복수!] [현지의 로베스피에르 총독. “그냥 누워서 잠만 자고 있어도 전쟁이 끝난다. 나폴레옹 사령관을 임명한 총리님의 선견지명에 그저 놀라울 따름.]당통 저 인간은 이전 회의 이후로 조용하나 싶더니 요새 또 저러고 있구만.
이거 이러다가 진짜로 천자를 내 밑으로 깔아버리라는 요구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까지 간다면 좋을 게 없는데.
“후우······.”
한숨을 내쉬며 신문을 팽개치자 그루시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걸 도로 주워들었다.
“총리님의 진짜 뜻을 모르는 자들이 다 안다는 듯 저렇게 목소리를 높여대니 마음고생이 심하겠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내가 암만 말해봐야 씨알도 안 먹히고. 자네는 알아주는군.”
역시 경호실장은 달라도 뭔가 다르단 말이야.
계속 내 옆에 붙어 있었으니 당연히 이쪽의 진의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겠지만.
“총리님께서는 이렇게 시끄러운 게 아니라 조용히 권좌에 오르시고 싶으실 텐데요. 너무 시끄럽게 굴면 도리어 멋스럽지 않다는 걸 모르는 듯합니다. 나폴레옹이나 당통은.”
아, 이놈도 틀렸구나. 말을 말자.
“···그루시. 내가 아무리 말해봐야 저들이 도무지 들어 처먹지를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총리님께서는 지금까지 함상 겸손과 겸양의 미덕을 보이셨으니까요. 사실 이쯤 되면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그런 거겠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저들의 범위에 그루시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본인은 모르겠지만, 일단 나도 그의 의견에는 동감이다.
사실 이번 조약도 지금 와서 내가 왈가왈부해본들 북경까지 소식이 당도할 때쯤이면 이미 체결이 끝난 상태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그냥 내 위가 조금 아파질 뿐이지 허용범위를 벗어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암만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이걸로 끝이 아닐 것 같단 예지에 가까운 예감이 든다는 점이다.
나폴레옹은 해명을 요구한 내 서신에 ‘저만 믿으십시오.’라는 머리를 열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짤막한 답장을 보내왔다.
앞으로 아시아에서는 처리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청을 해제한 이후에는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마련하고, 주변국들의 균형도 조정을 해줘야 하는데 로베스피에르는 몰라도 나폴레옹은 뭔가 불안하다.
왜, 이러다가 주변국들의 왕에게 파리까지 입조하라는 요구를 할지 누가 알겠는가.
저 먼 거리에서 오는 소식을 파리에서 받아 볼 때면 이미 사건은 터져 있는 이후이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원래 계산대로면 내년쯤이 적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앞당겨야겠다.”
“무얼 앞당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아시아에 프랑스의 뿌리가 확고히 내린 걸 기념하기 위해 본국의 요인들을 보내야겠다. 영웅적인 대승을 거둔 우리 장병들을 치하도 할 겸.”
“알겠습니다. 그러면 책임자는 누구로 할까요? 지금 사람을 보내 의견을 묻겠습니다.”
나는 바로 비서를 호출하려던 그루시를 제지하고 천천히 검지를 들어 내 쪽을 가리켰다.
“책임자는 여기 있으니 나머지는 그냥 구색만 맞추면 된다. 당통에게 전해두면 그쪽이 알아서 할 테니 그대로 전해줘.”
“···예? 총리님께서 아시아까지 가신다고요?”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다소 뜬금없을 정도로 튀어나온 내 말에 그루시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누벨 프랑스야 내가 총독이었으니 간다 쳐도 아시아까지 직접 가겠다고 하니 저렇게 경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입을 쩍 벌리고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는 웃기는 모습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원격으로는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으니 뭐 어쩌겠는가.
답답하면 내가 뛸 수밖에.
< 답답하면 내가 뛰던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