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1화 천조질서 붕괴(251/355)
< 천조질서 붕괴 >
북경 자금성.
명나라 때부터 현재까지 천자가 기거하고 있던 이 도시는 현재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이었다.
“그러니까 본국은 귀국과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정식으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면 합니다.”
“그런 소리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들었는지 아십니까. 그때마다 귀국이 뒤에서 다른 짓을 꾸몄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자금성에 눌러앉은 나폴레옹은 자신을 찾아온 청의 황태자 민녕의 절절한 요구에도 연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저희는 귀국의 입에서 나오는 협상이란 말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시간을 벌고 또 다른 나라들을 꼬드겨 전쟁을 계속하려는 속셈일 줄 어찌 알고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르단 겁니다. 그 증거로 태자인 제가 협약이 정식으로 체결될 때까지 이곳에 남아 보증을 서도록 하겠습니다. 이러면 믿어주시겠지요?”
“실례지만 태자께서 이 나라의 유일한 황자십니까?”
“어린 동생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뭐······.”
애매하게 뒷말을 흐렸으나 민녕은 상대방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황태자의 신변을 확보한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어처구니없는 굴욕이었으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게 더더욱 슬플 따름이다.
“이번 조약이 체결되면 중원 천자의 이름으로 확실한 포고문이 나갈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귀국이 우리를 의심하든 말든 상관이 없지 않을까요? 만약 그 상황에서도 한 입으로 두말을 하면 이쪽은 타국과 더 이상 그 어떤 외교관계도 맺지 못할 테니까요.”
“영국에서 속 시원한 대답이 도착하지 않았나 보군요.”
나폴레옹은 청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게 된 이유를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 청이 자신들과 계속 싸울 방법은 딱 하나.
신강에 진을 치고 있는 영국군을 끌어들이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지금까지 시간을 질질 끌고 있다가 거절을 당하고 나서야 이렇게 화친하자며 매달리는 거겠지.
‘하지만 영국이 아예 이 사태를 두고만 보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국에서 지령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가?’
현재 영국의 최우선 지상과제는 무조건 인도의 안전을 사수하는 것.
그걸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프랑스가 신강성에 영향력을 뻗칠 수 있게 되면 인도는 단숨에 이쪽의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물론 신강에서 인도까지 군대를 어떻게 진출시키느냐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으나, 중요한 건 침공당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영국이 망설이고 있다면 이참에 쐐기를 박아버려야겠군.’
만약 이대로 끝나버린다면 이렇게까지 거대한 판을 벌인 의미가 없어진다.
어차피 영국이 절대로 이렇게 호락호락 손을 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등을 떠밀어준다면 더 효과적일 터.
“···우선 태자께서 직접 인질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드디어 귀국의 진심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건설적인 논의에 들어가 볼까요?”
“이번 회담의 책임자는 저입니다. 귀국은 이번에도 사령관께서 대표로 나서실 겁니까?”
“외교 쪽 책임자는 로베스피에르 총독이지만 그는 지금 중요한 일로 부재중이라 제가 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바로 시작하면 될 듯합니다.”
나폴레옹은 친절하게 황태자를 자금성 남쪽으로 모시고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협상 논의를 시작했다.
“우선 청나라의 요구부터 들어볼까요? 무엇을 원하십니까?”
“양국 다 지금 즉시 전쟁 행위를 중단할 것. 그리고 귀국은 군대를 물리고 다시 광동의 기지로 돌아갈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조약이 체결되면 당연히 이행하겠으나 두 번째는 조금 곤란합니다. 설마하니 저희보고 아무것도 손에 쥐지 말고 왔던 그대로 돌아가란 의미입니까?”
“아닙니다. 당연히 마땅한 배상금을 지불해 드려야지요.”
저번 전쟁에 이어서 이번에도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면 이제 청의 재정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파탄 직전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배상금으로 퉁 치자는 건 영토 할양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의지의 표명이리라.
물론 그러든 말든 나폴레옹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배상금으로 보상하겠다 하셨는데 진지하게 청이 지금 그럴만한 여유가 있습니까?”
“물론 최대한 여력이 되는 대로 빠르게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원래 배상금은 수년에 걸쳐 분할상환하는 게 원칙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수년이 아니라 수십년이 지나도 다 받을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 있어서 말입니다. 저희 쪽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 이상의 배상금을 요구한다고 해봐야 받을 수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모자란 부분은 저희가 직접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직접 취하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우선 홍콩과 연결되어 있는 구룡반도를 전부 이쪽에 할양해 주시죠. 그리고 이쪽이 지정하는 항구 전부를 개항해 주시고, 이쪽의 독점적인 무역권을 인정할 것. 추가로 광동성 전역을 이쪽의 보호구역으로 삼고, 기존에 요구했던 분란 지역의 관할권도 넘겨주셔야겠습니다.”
처음에 프랑스가 요구했던 조건들보다도 한층 더 허들이 올라갔다.
구룡반도를 할양하라는 건 그렇다 쳐도 광동성을 보호령으로 삼겠다는 건 사실상 추가로 영토를 더 내놓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황태자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눌러 담으며 어떻게든 부담을 덜어보고자 머리를 굴렸다.
“그···조건이 너무······.”
“아, 물론 이전에 저희가 요구했던 최혜국 대우와 총리님과 중원 천자를 동격으로 인정하라는 제안도 받아주셔야 합니다. 이건 너무 기본적인 거라 말하는 걸 깜빡했군요.”
“······.”
이곳에 올 때부터 이미 황태자는 자신에게 선택권 따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경제는 피난을 하며 국정에 대한 모든 의욕을 잃은 상태라 어떤 명령도 하달받지 못했다.
그냥 저 지긋지긋한 양이들을 몰아내고 자금성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약소국 신세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알겠습니다. 귀국의 제안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지요.”
결국 협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폴레옹의 뜻대로 진행됐다.
당연하게도 거의 모든 내용은 프랑스가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모양새였다.
앞서 나폴레옹이 말한 것들은 제외한 추가 사항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전쟁으로 소모된 비용과 병사들에게 줄 포상금을 청이 부담할 것. 대신 그 이상의 과한 배상금은 청의 재정상태를 고려해 프랑스도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
2. 프랑스가 지정한 항구 외에도 추가로 개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 언제든 요구 가능.
3. 외교사절의 북경 주재를 허용하고 청에 거주하는 모든 프랑스인에게 치외법권 인정.
4. 지금까지 몰수한 모든 프랑스 시민의 재산을 반환.
5. 청나라가 정한 자국민의 해외 이민 금지를 철폐하고, 원할 시 프랑스인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
6. 철도처럼 차후 청에서 건설하게 될 대형 공사의 수주권은 우선적으로 프랑스 회사들이 입찰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
7. 제후국들의 외교권을 제한하지 않고 그들이 자유롭게 외국과 통상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
8. 각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가혹한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국제법을 준수할 것.
9. 이 모든 사항을 청 황실이 직접 모든 제후국에 선포하고 주지시킬 것.
하나하나 뜯어보면 청나라 입장에서는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즐비했다.
5번이나 7번 항목 같은 경우는 경우에 따라서는 뭐 저런 걸로 유난이냐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중원의 질서와 자존심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문제였다.
특히 7번을 받아들일 경우 천자의 위신은 이제 완벽히 붕괴하게 된다.
물론 이미 베트남 같은 국가들은 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었지만 이걸 자신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겠나.
“지금 귀국은···이쪽을 망하게 만들고 싶은 겁니까?”
“그럴 리가요. 저희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
가식도, 자기기만도 아닌 나폴레옹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진심.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솔한 말이 그의 입을 뚫고 묘한 울림을 발했다.
“항구적인 아시아의 평화입니다.”
※※※
숙련된 기술자가 설계도에 따라 공예품을 똑딱 만들어 내듯.
나폴레옹의 전후 작업은 신속하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청은 평화를 바라는 본국의 뜻에 찬성해 북경에서 역사적인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로써 아시아는 앞으로 더욱 풍족하고 찬란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평화를 위한 화합.
미래를 위한 전진.
지금까지 폐쇄와 쇄국으로 일관하던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청의 발표를 기점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청은 프랑스를 대등한 친우로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교역 상대로 인정하는 바이다. 프랑스의 총리는 중원 천자의 옆에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외교의 동반자이며······.]사실상 ‘쥐어 터져서 백기 들고 항복했어요’로 깔끔하게 한 줄 요약이 가능한 항복문이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문서를 미리 받아본 나폴레옹은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를 더없이 자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 이것 보게. 내가 다 예상대로 흘러갈 거라 장담했지?”
“···진짜로 저질러버렸군. 뭐,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엎질러진 물이니 끝까지 가야겠지만······.”
“고작 이 정도로 놀라서는 곤란해. 지금 이건 내가 구상한 대계획의 1단계에 불과하니까.”
“진짜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 이후 계획도 총리님께 허락을 받은 건가?”
지금까지 다부가 본 총리는 누구보다 나폴레옹의 능력을 신뢰하는 사람이긴 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나폴레옹의 계획을 승인한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친우의 계획에도 찬성하고 있을지 묻는다면 그건 아직까지도 미지수였다.
“아직도 그걸 의심하고 있나? 자네도 저번에 프랑스에서 온 신문들을 받아보았지? 그게 바로 내 결정에 대한 국가의 대답이라네.”
나폴레옹의 방에는 최근 프랑스에서 발행된 신문의 1면이 스크 되어 걸려 있었다.
이제 곧 자금성에서 방을 빼줘야 하는데 저걸 다 어찌 가져가려고 저렇게 주렁주렁 달아놨나 궁금할 지경이다.
“그런가···하긴 방금 도착한 소식을 보니 진짜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군.”
“음? 또 우리에 관한 특종기사라도 본국에 실린 건가.”
“로베스피에르 총독에게 연락이 왔네. 본국에서 우리의 영웅적인 성과를 기리기 위해 고위 관료들이 이쪽을 방문한다더군. 청의 황제와도 인사를 나눌 겸.”
“하하하! 그것 보라지. 의회와 행정부도 우리가 이뤄낸 성과에 고무되지 않았나. 그런데 책임자가 누구인가? 당통?”
“자네가 경애해 마지않는 총리님이 직접 오신다고 하네.”
전쟁을 재개하고 불과 6주 만에 북경을 함락시켜 버린 전쟁의 신은 자신도 모르게 감격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침내! 총리님께서 드디어······!”
이런 시기에 굳이 총리님께서 이런 극동의 땅까지 방문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자신이 깔아놓은 붉은 융단을 밟으며 친히 아시아의 황제로 등극하시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터.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을 더욱 앞당겨 총리님의 기분을 흡족하게 만들어드려야겠다.
지금 이렇게 느긋하게 본인의 업적을 감상할 시간이 없었다.
“다부! 지금 당장 나와 함께 가세. 황태자에게 말해서 총리님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놔야겠네!”
“···그러지.”
아직 진짜 이게 맞나 모르겠지만, 어차피 책임은 친우가 질 테니 상관없겠지.
나중에 총리가 질책하면 다부는 이렇게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는 그냥 나폴레옹이 하자는 대로 한 거예요.’
< 천조질서 붕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