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2)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2화 설상가상(252/355)
< 설상가상 >
나폴레옹의 폭주가 완전히 정신 나간 짓이냐고 한다면, 꼭 그런 건 아니었다.
물론 총리를 중원의 천자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는 정신이 나간 게 맞지만, 그걸 위해 청을 약화시키는 건 크리스티앙의 구상과 일치했다.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구 10억 이상의 대국이 패권을 쥐는 건 좋지 않다. 이번에는 러시아와 아메리카 쪽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더더욱 예방주사를 놔야지
뒤의 말은 이해 불가였으나 어쨌거나 총리님은 청이 이대로 존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프랑스가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하고 있으나, 200년이 지나도 과연 그러할까.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축복받은 땅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땅의 크기라는 한계가 있었다.
당장 100년, 아니 50년만 지나더라도 프랑스 본국보다 누벨 프랑스의 힘이 강해질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만큼 국가의 발전에 땅이 주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물론 청나라의 자원이 신대륙보다 좋은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철강이 필요하면 철강이 나오고, 석탄인 필요하면 석탄이 나오고, 초석이 필요하면 남미에서 초석을 가져올 수 있는 게 누벨 프랑스니까.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신학자들마저 이곳은 신께서 실수하신 게 아니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청나라가 이런 신대륙보다 자원은 적을지 몰라도 어마어마한 땅 크기와 인구수를 자랑한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구수가 깡패이지 않았던 역사는 없다.
청이 프랑스나 영국에게 기술의 차이로 털리고 있지만 이건 청의 국내 상황이 막장인 덕이 컸다.
만약 청이 옹정제 시절처럼 안정된 상태였다면 제아무리 나폴레옹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했어야 할 것이다.
인구수는 곧 국력이며 시장의 크기.
이 만고불변의 법칙은 앞으로 더 확고해지면 확고해지지 약해지지 않는다.
“청나라가 인구 10억을 넘긴다면 프랑스가 이 대국을 통제할 수 있을까?”
“10억이요? 그쯤 되면 통제는커녕 제발 우리 기업을 받아달라고 굽신굽신거리며 비위를 맞춰줘야 할 겁니다.”
나폴레옹이 자문을 구한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한결 같았다.
정말로 단독으로 인구 10억을 넘는 대국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거대한 권력을 지니는 셈이다.
특히 중원은 인도와 다르게 통일 왕조가 들어선 역사가 길다.
지금 이 우위는 그리 길게 가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예측이 나폴레옹의 행보를 더 가속화시켰다.
“총리님이 친히 북경으로 오시는 지금이 기회다!”
“하지만 천자가 자금성으로 올 마음이 없다고 하는데요.”
“그러면 더 좋지. 황태자에게 충실히 협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하면 되니까.”
“그쪽은 자존심 빼면 시체인데 받아들일까요?”
지금까지 청나라 사람들이 보인 행보라면 ‘조약이 뭔데! 중요한 건 우리 중화의 자존심이다!’라고 외치며 배째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
자신들도 한 국뽕하는 사람들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런 자신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들었으니.
물론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오히려 이쪽엔 이득이다.
“그런 생각 없는 짓을 하면 이번에는 천자가 있는 곳까지 밀고 올라가면 그만이지.”
“알겠습니다. 일단은 저쪽도 격식에 맞춰 준비하겠다고 했으니 불상사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언제든 변수에 대처할 수 있게 병력을 상주시키도록. 총리님과 함께 오는 면면을 생각하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지만.”
크리스티앙 총리의 옆에는 언제나 그루시가 이끄는 호위부대가 그림자처럼 붙어있고, 이번에는 란이 이끄는 군대까지 함께 오니 말이다.
그래도 조심한다고 나쁠 건 없겠지.
자신들의 상식으로 생각했다가는 언제나 뒤통수를 맞곤 하는 곳이 바로 이 땅이었으니까.
※※※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내가 홍콩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나폴레옹이 체결한 베이징 조약이 모든 아시아 국가에 퍼진 뒤였다.
프랑스의 총리가 홍콩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접한 베트남과 일본은 사신을 보내 접견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어댔다.
베트남이야 그렇다 쳐도 일본 얘네는 어째 빠지는 데가 없는 느낌인데 확실히 준비성 하나는 타고난 놈들이다.
어쨌거나 일본은 이미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스탠스가 확실했지만, 베트남도 이번 베이징 조약을 기점으로 완벽히 청에서 돌아섰다.
게다가 이놈들은 나폴레옹과 로베스피에르에게 뭔 소리를 들었는지 골이 띵해지는 부탁까지 해왔다.
“왕조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제왕의 인정을 받는 게 이 땅의 오랜 불문율이었습니다. 청은 그 자격을 상실했으니 이제 더는 책봉의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해서 총리님께서 저희 폐하의 정통성을 인정한다는 칙령을 내려주신다면 다시없는 영광일 것입니다.”
“아니···우리는 그런 걸 하지 않는데···정 원한다면 프랑스 의회나 국왕 폐하께 부탁해볼 수는 있을 테지만.”
“그러시다면 의회의 보증과 함께 총리님의 서명을 써주시면 감사하겠나이다!”
역시 아직 전제군주정인 아시아는 역시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나.
원 역사에서도 조선의 사절단이 미국의 대통령을 처음 봤을 때 황제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니 딱히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로베스피에르도 그걸 아니까 그런 식으로 바람을 넣었을 것이고.
“하···알겠으니 자세한 건 이곳 총독과 이야기를 해보게.”
뭐라고 해야 할까.
큰 틀에서 보면 나폴레옹과 로베스피에르는 일을 잘 해내긴 했지만, 예상보다도 일을 너무 과하게 잘해버린 느낌이다.
실제로 홍콩에서 북경으로 가는 내내 로베스피에르는 자신만만하게 자신과 나폴레옹이 이룬 업적을 설명해댔다.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이미 조선과도 이야기를 마쳐두었습니다. 북경에 가시면 조선에서 온 사절단이 총리님을 알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오, 조선도 청을 손절하기로 한 건가?”
“아직 대놓고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이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봐야 할 겁니다. 얼마나 쓸모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패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래, 수고했다. 역시 예상대로 자네가 일은 잘한단 말이야.”
지금까지 파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것과 다르게 확실히 신수가 훤해졌다.
자신도 그걸 인식하고 있는지 로베스피에르는 어깨를 쭉 펴며 묘하게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려댔다.
“총리님께 칭찬을 받을 수 있게 열심히 했습니다. 처음에는 나폴레옹 사령관의 폭주에 걱정을 했지만 그가 이렇게 하면 결국 총리님께서도 기뻐하실 거라고 강하게 나가더군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제지하지 않은 게 잘했던 선택 같습니다.”
아니, 그건 좀 제지해주지 그랬니. 그랬으면 지금보다 세 배는 더 극찬해줬을 텐데.
“그런데 북경으로 간 뒤의 일정은 어떻게 되지? 바로 청의 대표와 접견하도록 되어 있나?”
“예. 원래 청의 황제와 만찬을 가지려 했는데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총리님께서 원하신다면 좀 더 압박을 넣어 볼까요?”
“됐다. 핑계가 아니라 진짜로 병이 났을 수도 있는데 그걸 강제로 불러내면 오히려 반감만 살 수도 있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6주 만에 나라가 절단났는데 속이 타들어 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원 역사에서 2차 아편전쟁 때 북경이 털리고 도망간 함풍제도 병으로 죽지 않았던가.
당장 내년쯤 가경제가 건강 악화로 죽는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잠깐. 그런데 청의 대표를 접견하는 일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기로 했지?”
구체적인 일은 다 실무진이 짜놓기에 아직 내 쪽까지 보고가 올라오지는 않았다.
원래 이런 행사가 정확히 어떻게 치러지는지 가장 위에 선 사람이 신경 쓰는 일은 없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홍콩에서 겪은 일이 있다 보니 묘한 불안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걱정 마십시오! 나폴레옹 사령관과 사전에 의논을 다 했습니다. 그쪽에서 빈틈없이 준비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빈틈없이 준비했는지가 궁금하다는 건데.”
“아, 그런 의미셨군요. 총리님이 아시아에서 가져야 할 위상에 걸맞은 절차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으니 동양에서는 동양의 관습을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대충 짐작이 가는구만.”
이제보니 가경제가 건강 악화로 나오지 못하는 게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솔직히 내가 이런 시기에 아시아에 온 게 나폴레옹의 폭주를 더 부추길 수도 있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의심을 시선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는다면 진짜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날 황제로 삼는 막장 왕조가 청나라 땅에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차악을 택한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북경에 도착하니 예상대로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 불란서 제국의 총리 폐하의 방문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무려 청의 황태자가 직접 이끄는 환영 행렬이 거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나를 맞이했다.
그 옆에는 2군단을 이끄는 나폴레옹과 다부가 칼같이 각이 잡힌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잔뜩 긴장한 얼굴의 황태자는 온갖 미사여구가 가득한 찬사를 읊어대며 입이 쉬지를 않았다.
누가 보면 황제라도 방문한 줄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황제를 맞이하는 행사를 치르는 거구나.
“대 불란서 제국의 총리 폐하의 무궁한 영광에 찬사를 올리며 앞으로 양국의 사이가 반석처럼 돈독해지기를 바랍니다. 극리사제아낙 총리 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음···그래.
프랑스 제국이라는 이름이나 총리를 폐하라고 칭하는 호칭까지 대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넘어가자.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뿌듯하게 보고 있는 나폴레옹을 향해 이리 오라는 손짓을 건넸다.
자연스럽게 피로에 찌든 목소리가 내 목에서 흘러나왔다.
“설마 자금성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 식의 절차가 꽉 차 있나?”
“물론입니다! 황태자에게 천자에게 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수준의 환영을 부탁한다고 하니 알아서 준비하겠다 했는데 어떠십니까? 제가 볼 때는 이 정도면 그래도 만족스러운 것 같은데.”
“···적어도 성의가 듬뿍 담겨 있다는 건 잘 알겠다. 그리고 자네는 이따가 나와 얘기 좀 하지.”
“예!”
이놈도 보아하니 로베스피에르처럼 칭찬받을 기대로 머리통이 꽉 차 있나 보구만.
물론 이번에 보인 군사적 성과나 천조질서의 해체에 엄청난 공을 세운 건 맞긴 하지만···나도 이제 모르겠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고.
북경으로 들어가면서도 앞으로 또 어떤 뒷골 땡기는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 갑자기 앞쪽이 소란스러워지며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아!”
“뭔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어떤 상황이지 알아보겠······.”
탕!
저 멀리서 울려 퍼진 소리를 보니 굳이 묻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저런 병신들이 나올 줄이야.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는지 어찌어찌 목소리가 들릴 정도까지는 접근한 한 명의 만주족이 이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중화의 자존심은 죽지 않는다! 간악한 양이들을 토벌하고 보국의 기치를······!”
타앙!
“커, 커어·······.”
총을 쏜 건 이쪽의 병사들이 아니라 무려 옆에 있던 군관의 총을 넘겨받은 황태자였다.
“차오! 이 호로잡놈의 새끼들이 대체 무슨 짓이야아아아아아아!”
황태자는 어찌나 분개했는지 쓰러진 암살범들의 시체에 발길질을 해대며 울부짖었다.
“이 새끼들! 너네 만주족 아니지! 사실대로 말해! 으아아아아!”
당연히 쓰러진 자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죽은 자들은 원래 말이 없으니까.
< 설상가상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