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3화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253/355)
<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에게 가장 두려운 걸 하나 꼽자면 바로 암살일 것이다.
제 아무리 권력의 최정점에 선 이라도 암살로 한 순간에 훅 가버리면 그간 누려온 모든 권세가 허망해지니까.
고대 시대부터 근대까지 암살로 생을 마감한 권력자들은 한둘이 아니다.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긴 카이사르부터 숱한 로마의 황제들.
심지어 중원의 천자 중에도 독살된 이가 무려 20명에 달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권력을 쥔 자들은 암살을 당하지 않기 위해 온갖 애를 쓴 것이다.
만약 어떤 경로라도 암살 시도가 있었다면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대사건으로 격화된다.
곤란한 쪽은 어떻게든 숨기려 애쓰지만 현장에서 발각된 경우라면 그러지도 못한다.
특히 이번처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판을 벌였다가 실패했다면 더더욱.
“으아아아아아아아!”
아무튼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청나라의 입장이 미묘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아니, 최대한 순화해서 미묘해졌다고 하는 거지 까놓고 말하면 엿 된 거나 마찬가지다.
아직도 고래고래 소리치며 시신의 멱살을 부여잡고 흔드는 황태자의 모습이 이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상하긴 하다.
어렸을 적 숱하게 암살을 당해본 피암살 장인인 내가 볼 때 이놈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초보다.
세상 어떤 바보천치가 이 정도로 군이 밀집해 있는데 밀고 들어와서 거사를 일으키려 한다는 말인가.
이건 뭐 누가 보면 자작극인 줄 알겠네.
음? 자작극?
뭔가 싸한 느낌이 든 나는 아닌 척 시선을 돌려 나폴레옹과 로베스피에르의 반응을 관찰했다.
“대체 어떤 놈들이 이딴 짓을!”
“배후를 철저히 밝혀 모조리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진짜로 화가 난 것 같기는 한데···이것만 봐서는 모르겠다.
저놈들이 자작극을 벌였다면 당연히 더 오버하면서 열을 올릴 테니까.
그런데 내게 귀뜸조차 하지 않고 자자극을 벌인 거라면 이건 좀 괘씸한데.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까지도 고려해 봐야 하는 폭주다.
내 머릿속이 이렇게 복잡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동행한 기자들에 의해 바로바로 퍼져나갔다.
[사상 최악의 환영행사가 된 사고! 크리스티앙 총리 암살 미수 사건.] [과연 정말로 실수일까? 배후는?] [청나라 경호체계의 부실함이 다시 한번 증명되다. 암살범을 코앞까지 오게 한 무능함!]이런 특종이 터진 이상 조금만 있으면 이제 이 뉴스가 전 세계로 다 퍼진다고 봐야 한다.
당장 이토록 좋은 구실을 얻은 프랑스가 이 불을 쉽게 꺼지게 할 마음이 없을 테니.
“정말!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저희의 실수입니다! 지금 계속 조사를 진행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모조리 발본색원해 능지처참하도록 하겠습니다!”
황태자는 사건이 터지고 거의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댔다.
체면 따위는 다 집어던졌는지 황제를 알현할 때 하는 삼궤구고두례까지 해대는 모양새가 솔직히 좀 불쌍할 정도였다.
“그래서 흉수가 누구인지는 윤곽이 나왔습니까?”
“그것이···일종의 비밀결사들 같은데 서양에 대한 반감이 큰 이들로 구성된 건 확실해 보입니다.”
“당연히 그러니까 암살을 시도했겠죠. 우리 쪽에 친화적이면 암살을 하려 했겠습니까?”
“그, 그렇지요. 너무 당연한 말을···죄송합니다. 그래도 놈들이 이곳에 온 경로를 역으로 추적해 꼬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으니 며칠 만 더 지켜봐 주십시오.”
결국 요약하자면 ‘우리는 지금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인가.
청이 이렇게까지 무능한 모습을 보이자 나폴레옹은 길길이 뛰며 조약을 무효로 돌려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정전 협정이 맺어진 지 대체 얼마나 됐다고 이런 해괴한 일이 터진다는 말입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군을 일으켜 북쪽으로 도망간 천자의 신병을 확보해야 합니다.”
심지어 그나마 온건파에 가까웠던 로베스피에르마저 과격한 주장을 마구 쏟아냈다.
“자금성 한복판에 단두대를 설치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번 사건과 연관된 모든 이들의 목을 모조리 쳐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눈의 방향이 날 쪽을 향하도록 누워서 참수를 당하게 하죠.”
“오, 총독님. 그거 참 명안입니다.”
“그렇지요? 감히 총리님을 암살하려 한 잡놈들에게 평범한 사형집행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철저하게 본을 보여야 합니다.”
마음만은 고맙다.
참 고맙긴 한데···점점 측근들의 충성심이 무서워지는 건 기분 탓일까.
이러다가 진짜로 의회에서 청을 멸망시켜 버리라는 공문이 날아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나는 일단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린 뒤 나폴레옹과 로베스피에르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자네들 내 말 잘 듣게.”
“예. 사실 저희도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그래? 우연이군. 나도 그런데. 자네들 제정신인가? 아무리 비밀스럽게 해도 영원한 비밀이란 있을 수가 없는 법이야. 이런 자작극을 벌였다는 게 나중에 알려지면 어떤 후폭풍이 올지 생각을 안 해봤나?”
“······예?”
순간적으로 얼빠진 소리를 낸 나폴레옹과 로베스피에르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자신들끼리 시선을 주고받았다.
“저기···총리님께서 하신 일 아니셨습니까?”
“뭐?”
“저희는 역시 총리님은 저희보다 훨씬 과감하시구나. 이런 일을 벌이시기 위해 북경까지 직접 오셨다니 하면서 감탄하고 있었는데요.”
“···이쪽이 벌인 일이 아니었다고?”
평소와는 판이하게 다른 멍청한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 건 확실해 보였다.
하긴 요새 아무리 독자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해도 내 암살 미수 같은 자작극을 독단으로 진행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런데···그러면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생기는데.
“설마···자작극이 아니면 그게 진짜 암살 시도였다고?”
“···에이, 설마 그게 자작이 아니면······아니, 진짜?”
“말이 안 되는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잠시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진짜 미친놈들인가.”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리고 청나라는 그 허접한 놈들에게 경비를 돌파당했다는 뜻이고요.”
“······.”
이 상상도 못 한 반전에 잠깐 머리가 멍해졌던 나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현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사실 나는 자네들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 뭘 하면 좋을지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이것 참 곤란하군.”
“저희도 총리님께서 슬슬 지령을 내려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마음 놓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죠?”
“일단 일은 벌어졌고 소문은 퍼졌으니 이용할 수 있는 건 철저히 다 이용해줄 수밖에.”
“맞습니다. 이건 천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는 엄청난 호재이니까요. 최소한 항구 한두 개는 더 뜯어내야죠.”
다만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건 아까 황태자가 말한 비밀결사 조직의 존재다.
이게 우리 측의 자작극이 아니란 걸로 밝혀진 이상 저 조직은 실존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중이라 봐야 했다.
그렇다면 정체가 뭘까.
이쪽에 극도로 적대적인 걸 봐서는 태평천국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의화단에 가까운 자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의화단의 본격적인 태동은 태평천국의 난이 실패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제는 지금은 그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키는 홍수전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점이라는 거다.
물론 원역사보다 수십 년이나 빠르게 청이 몰락하고 있으니 의화단 같은 조직이 먼저 생겨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터.
흐름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생긴다.
정말로 원역사의 의화단 운동처럼 일이 커진다면 이쪽에 있는 시민들과 상인들이 받을 피해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일 테니.
“일단 황태자에게 암살을 모의한 조직의 정체를 정확히 밝히라고 압박을 넣도록. 수장이 누구인지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필요 없으니까 대략적인 윤곽이라도 알아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방을 나서는 나폴레옹의 얼굴이 묘하게 신이 난 듯 보였지만 그와 반대로 내 속은 계속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
왠지 괜히 이곳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차라리 진짜로 암살당해서 회귀라도 해버리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미치겠구만 이거.
※※※
북경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흉흉해져만 갔다.
지금까지 중원 왕조가 타 국가의 왕을 황제로 대우해준 역사가 없다.
그 오랜 역사를 뒤엎고 타국의 왕도 아닌 재상을 황제처럼 대우해줬는데 암살 미수가 터졌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바로 결론을 내리는 나라는 많지 않았다.
청의 병사들이 눈을 시퍼렇게 뜬 채 암살범들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어 보이는 자들을 마구잡이로 뒤졌고, 실제로 꽤나 많은 이들이 끌려갔다.
여기서 혹시 처신을 잘못하면 괜한 덤터기를 쓰고 본국에까지 영향이 갈지도 모른다.
크리스티앙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정약용과 서용보는 잠시 숨을 죽이며 자신들의 거처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기로 했다.
“아니, 이게 대관절 무슨 일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혹시 수사 상황에 어떤 진전이라도 있었나? 내가 듣기로는 불란서의 자작극일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저도 그 말을 듣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합니다. 무슨 부청멸양을 외치는 정신병자들이 일으킨 소행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부청멸양? 청을 받들고 양이를 멸한다는 뜻인가?”
청나라가 어떻게 박살났는지를 아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실소만 나오는 구호였다.
특히 청의 황태자가 프랑스의 총리에게 세 번 머리를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걸 본 서용보는 더욱 그렇게 느꼈다.
“시대에 뒤처진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일이로군.”
“우상 대감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확실히 울림이 다르긴 합니다.”
“···마음대로 비꼬게.”
서용보는 확실히 자신이 지금까지 엄청난 오판을 하고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처음 프랑스의 수도에 갔을 때는 머리로는 알았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북경에 와보니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현실 파악이 됐다.
단순히 힘의 우열만이 아니다.
애초에 조선은 단순히 상대가 강하다고 밑에 납작 엎드리는 유형의 국가가 아니었으니.
중요한 건 제3자가 봐도 너무할 정도로 한심하게 보이는 청나라의 현 상황이었다.
물론 조선이 청을 비웃는 건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었으나, 청은 그래도 지금까지 역사를 선도해온 중원의 주인이 아니던가.
그런 나라가 누가 봐도 국운이 기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선택을 내리기가 한결 쉬워졌다.
본국에는 진짜 유학을 숭상하는 국가야 말로 중화의 적통이라는 좋은 핑곗거리를 말해놓았으니 문제가 될 소지도 없었다.
사실 이렇게 조선의 사신들이 프랑스 총리를 보기 위해 북경까지 왔다는 데서 이미 이쪽의 의지는 저쪽에 전해졌으리라.
“우상대감. 그러면 역시···예정대로 할까요?”
“···그래야 하지 않겠나? 지금 분위기를 보면 이쪽도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듯하니.”
조금 더 고민을 한 다음 결정하고 싶었지만 이런 대형사고가 터졌으니 하루빨리 입장을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좋은 것처럼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먼저 걸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결단을 내린 서용보는 본국에서 가져온 온갖 호사스러운 진상품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양의 국가에 이런 걸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지만···청이 먼저 했으니 적어도 수치가 되지는 않겠지. 입조하기로 하세.”
<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