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5화 임계점(255/355)
< 임계점 >
“외세에 무릎 꿇은 황실! 웬 말이냐!”
“웬 말이냐! 웬 말이냐!”
“황상의 눈을 가린 간적들!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굴욕외교! 청산하라! 중화의 자존심을! 되찾아라!”
“되찾아라! 되찾아라!”
전쟁에 패배한 뒤 청의 분위기는 살벌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했다.
“천자께서 궁을 버리고 피하신 것도 모자라 저 양이들의 수장이 자금성을 차지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신하들은 전쟁을 피하고자 저들을 중원의 황제와 같은 위치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세상천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우우우우우우!”
“유구한 중화 5천 년의 역사에서 이런 굴욕은 없었습니다! 전 국토가 황폐해질지언정 이런 치욕은 감내해본 역사가 없습니다!”
“옳소! 옳소!”
분노. 경악. 증오.
이들을 사로잡은 감정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은 없었다.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이들은 비단 만주족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당수의 한족도 만주족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분노의 강도만 보면 그들이 더욱 거세 보였다.
프랑스의 총리를 암살하려 한 조직을 붙잡으려는 황실의 노력도 뜻하지 않은 장애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중원의 자존심을 세우려 한 의인들을 잡아 가두다니!”
“우리도 암살범이다! 우리를 잡아가라!”
“우리가 바로 의화단이다! 부청멸양!”
“부청멸양! 부청멸양!”
이번 일을 진두지휘하는 수석군기대신 장린이 각지의 여론을 보고받은 뒤 얼굴이 창백해진 채 황급히 황태자를 찾았다.
“전하! 이것들 보셨습니까?”
“저기 밖의 정신 나간 폭도들 말인가?”
“단순히 폭도라고 치부할 게 아닙니다. 이걸 그대로 놔두면 국내의 혼란이 황실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뻗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하나마나한 소리에 황태자 민녕은 두통을 억누르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황실의 안정이 위협받는 걸 넘어 끝장날 수도 있다는 걸 자네는 모르나?”
“당연히 저도 압니다. 그런데 무리하게 수사를 하면 대규모 폭동이 일어날 거라는 현실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폭동이 일어나면 본보기로 모조리 죽여버리면 될 거 아닌가?”
“그랬다가 그 규모가 더욱 커진다면 진짜로 감당이 안 됩니다.”
“···진짜로 그렇게 심각한가?”
장린은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진짜로 그 정도라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요란 떠는 거 아닌가?
적의 기세가 너무 강하면 잠시 숙일 수도 있는 거고, 꼬와도 참아야 할 때가 다 있는 법이지.
하지만 무지렁이 촌민들은 이런 간단한 현실조차 모르는가 보다.
저들의 말마따나 진짜로 중원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며 프랑스와 계속 전쟁을 하면 뭐 어떻게 되겠나.
10만이 돌격해서 적을 한 명도 못 죽인 역대급 참패가 벌어졌다는 건 그새 머리에서 지워버렸나?
물론 모를 리가 없다.
그냥 다 알면서도 우기는 거다.
아무런 대안도, 탈출구도 제시할 수 없으면서 대가리에 똥만 차서 왈왈 짖어대는 것일 뿐.
‘저 새끼들이 바라는 대로 그냥 확 질러봐?’
저놈들은 어차피 총 들고 싸우는 건 황태자 본인이 아니라 자기들이라는 걸 알고는 있을까.
“후···다른 나라들이 나대는 것도 심란한데 저런 놈들에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다니.”
“다른 나라들이요? 왜놈들 말씀하시는 겁니까? 확실히 이전까지는 이 악물고 오지 않더니 이번 연회에 바로 쪼르르 달려와 꼬리를 흔들어 대는 게 역겹긴 하더군요.”
“그래. 하지만 놈들이야 원래 그랬으니 넘어간다 쳐도 이번에는 조선까지 말썽을 부리지 뭔가.”
“조선이요?”
장린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놈들이 뭐라고 했습니까?”
“자신들은 우리의 번속이기는 하나 엄연히 독립된 나라라는 걸 강조하더군.”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불순한 저의가 느껴지는 언사로군요.”
“만약 조선이 이쪽을 등진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
애석하게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황태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혹시 무슨 묘책이 있을까 싶어 군기대신을 부른 것이었으나, 지금 저쪽은 조선 따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 보였다.
외부에서는 소수민족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고 내부에서는 만주족과 한족들이 중화의 자존심을 지키라며 성토를 벌이고 있다.
특히 황실에 대한 한족의 불신은 이제 거의 하늘을 뚫어버릴 지경이라는 말이 계속 들렸다.
-역시 아무리 중화에 길들여졌다고 해도 근본은 오랑캐인가?
-천조질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언제까지 천자의 자리를 맡겨둬야 하는가!
-천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길을 택한 건 현 황실이다! 이건 반역의 목소리가 아닌 정의의 외침이다!
장린의 보고가 있은 뒤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북경에는 이런 구호를 외쳐대는 패거리들이 돌아다녔다.
황태자는 혹시라도 프랑스가 이걸 구실로 또다시 시비를 걸까 봐 사신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
물론 국익을 위협하는 저 잡놈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주리를 틀어버리면 그만이긴 하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가 더 거센 폭동이 일어난다면 이번에도 프랑스의 개입을 허용할 명분을 가져다 바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는 정말로···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
프랑스와 얽힌 소동으로 중원 천지가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을 무렵.
“그러니까···이 이상 싸우는 건 무의미하다는 뜻입니까?”
러시아군을 이끄는 사령관 베니히센은 침중함 가득한 목소리로 힘없이 물었다.
전쟁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패배를 겪어서가 아니다.
그 증거로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 역시 안색이 썩 좋지는 않았다.
“예. 지금 우리 입장이 참으로 난감해졌다는 건 사령관께서도 알고 계시겠지요?”
“······.”
아서 웰즐리의 말대로.
위구르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러시안 연합과 영미 연합군은 닭 쫓다 지붕만 쳐다보는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정보 전달도 느려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참이나 뒤에 보고를 받는데 그마저도 전부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다.
“일단 본국의 의회에서는 가능하다면 귀국과의 전투를 잠깐 멈추고 상황을 관망하라는 명령이 왔습니다. 귀국의 챠르께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우선 프랑스에서 온 공문을 전달했습니다. 그쪽도 받았습니까?”
“예.”
[위구르 지역은 청 황실이 프랑스에 관리를 일임한 분쟁지역인바. 지금 부당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은 즉시 전투 행위를 중단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웰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청에 협력하는 위치로 이 땅에 군을 파병한 것이기에 청의 인가가 없다면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명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귀국 역시 비슷하겠지요?”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위구르와 청의 분쟁은 위구르 민족의 독립을 둘러싼 내전에 가깝다.
여기서 러시아가 위구르의 편을 들어 참전했으나, 프랑스는 이 지역에서 자신들이 중재하겠노라 선언한 상태였다.
게다가 원래 땅의 주인이었던 청 황실이 그 권리를 인정했다.
여기서 계속 버팅긴다면 프랑스와의 대립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희희낙락 지원을 아끼지 않던 신성로마와 에스파냐의 태도가 대번에 바뀌었다.
베니히센은 아마 영국의 동맹인 미국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리라 여겼다.
“누가 이긴다고 해도 결국 정당한 명분 없이 땅을 갈취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챠르께서도 이를 모르시진 않으리라 믿습니다.”
만약 위구르의 편을 든 러시아가 이긴다면?
프랑스는 즉각 청을 내세워 러시아를 밀어내버리고 자신들이 들어서면 된다.
반대로 영국이 이긴다면?
프랑스는 어차피 영국은 청의 인가 없이 땅을 무단점령한 이들이라며 밀어내고 자신들이 위구르를 차지하면 그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본토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하고만 있는 것이리라.
“우선 저 역시 챠르께 이 이상의 싸움은 무익하다는 보고를 올렸습니다. 총명하신 챠르시라면 분명 제 뜻을 인용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이 지리멸렬한 소모전은 여기서 일단 멈추도록 하죠.”
“···하지만 귀국은 그걸로 만족할 수 있습니까?”
“글쎄요······.”
웰즐리는 뒷말을 흐리며 쓰디쓴 미소를 머금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영국군이 러시아군과 직접 전투를 벌인 횟수는 적었다.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위구르 저항군들을 짓밟으면서 눈에 띄는 전공만 올리고 있었으니.
러시아 측 역시 만만한 팔기군만 토벌하며 자신들의 세를 과시했으니 실질적인 인명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소모된 자원은 다시 회수할 수 없다.
여기에 쏟아부은 화약, 총탄, 그리고 병사들에게 들어간 식량이나 각종 소모품은 어쩔 텐가.
이 모든 걸 허공으로 날려버릴 수밖에 없게 됐으니 속이 타들어 가는 게 당연했다.
차라리 시원하게 적군을 밀어버리고 배상금이라도 타내면 괜찮겠지만···안타깝게도 상대방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웰즐리는 자신이 질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지만, 피해 없이 이길 수 있다는 망상도 하지 않았다.
승리한다고 해도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의 크기와 감수해야 할 리스크의 크기를 저울질하면 간단히 답이 나온다.
게다가 프랑스의 권고를 무시하고 전쟁을 계속한다면 후방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어느 관점으로 생각을 해봐도 여기서 멈추는 게 맞았다.
‘차라리 프랑스가 진격을 시작할 때 우리 쪽도 북경으로 밀고 들어갔다면······.’
의회의 판단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허비한 게 지금 와서는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었다.
“귀국의 진심은 알았습니다. 일단 챠르께서 다음 명령을 내리실 때까지 모든 전투 행위를 중단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렇게 알고 물러나겠습니다. 그런데······.”
웰즐리는 일어나려다 말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결국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이득을 가져간 건 누구일까요? 그리고 과연 정말로 이렇게 전쟁이 끝나는 게 맞을까요?”
“······.”
웰즐리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후···쑤까. 누가 그걸 모르나.”
홀로 남은 베니히센은 담배를 꼬나물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젊었을 때부터 온갖 전장을 돌아다녔다.
이긴 적도 있었고 패배를 겪은 적도 있다.
승리의 영광과 패배의 수치는 그에게 낯선 감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백전노장의 자신이라도 이런 결말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승리도, 패배도 아닌 이런 어중간한 결말로 끝나버린다면 전쟁에서 죽은 자신의 부하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대체 무얼 위해서 그토록 오랜 시간을 이 척박한 대지 위에서 지세웠던 걸까.
정말로 러시아는 이런 결말을 인정할 수 있는가.
뭐, 현실적인 이유는 그도 다 이해한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혈맹이고 어쨌든 프랑스는 러시아가 인도를 공략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약속을 이행할 거라는 증거가 있나?
서면으로 남긴 거라고는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다였다.
이번 위구르 진출은 엄밀히 말하자면 러시아 쪽에는 다시없을 기회였다.
그런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가져간다고 엄한 꿀은 프랑스가 다 가져가게 생겼다.
베니히센은 수도에 있을 챠르와 정치인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
“정말···이게 최선입니까?”
< 임계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