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6화 아시아의 미래(256/355)
< 아시아의 미래 >
이렇게 말하면 자화자찬으로 들리겠지만 나는 진짜로 최선을 다해왔다.
어차피 지금은 말만 문명의 가면을 썼지 힘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다.
그냥 가만히 놔둔다면 원역사가 증명하듯 세계는 개판 오 분 전으로 흘러갈 것이다.
내가 최우선으로 놓는 가치는 프랑스의 국익이었으나, 그래도 그 선 안에서는 최대한 보다 좋은 세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일종의 공익과 사익의 합치를 도모했다고 할까.
하지만 결국 이 균형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야 할 때는 온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나도 되도록 프랑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이익을 위해 내가 뼈 빠지게 갈려야 한다면?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참아왔는데 이제 슬슬 위가 너무 아파온다.
그러니 이럴 때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법.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자기 최면으로 업무에 임하니 마음의 부담감은 한결 덜었다.
“총리님, 류큐와 막부의 사신이 계속 비밀리에 찾아뵙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자네 선에서 처리할 수는···없겠지?”
“예. 저번에 듣자 하니 나라의 존폐가 달린 문제라고 하던데 제가 총독이라고 해도 그런 사안을 판단하는 건 조금······.”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이 없다는 듯 말을 흐렸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아무리 외교권을 줬다고 해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니.
“나폴레옹은 지금 뭐 하고 있나?”
“다부 군단장과 함께 군을 정비하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곧 크게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 친구가 준비성은 참 철저하단 말이야.”
현재 짝퉁 의화단스러운 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건 프랑스 쪽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했다.
당장 눈앞의 로베스피에르나 나폴레옹이 그런 사람들의 대표주자다.
지금까지 빨아먹은 게 상당히 달달했던지 이 둘은 요새 쿵짝이 꽤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그런데 로베스피에르, 그 점은 생각해 봤나? 만약 여기서 유럽을 반대하는 자들이 주축이 되어 대규모 폭동을 일으킨다면 우리 민간인들의 피해도 상당하겠지?”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대피작업을 지시해둬야 합니다.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은 곳은 이미 작업에 들어가 두었습니다.”
“좋은 대처로군.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뒤다. 민간의 피해가 난다면 당연히 우리는 개입해서 폭도를 진압할 거고, 청 황실은 또다시 말려들 수밖에 없을 텐데···그렇게 되면 청이라는 나라가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긴 로베스피에르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리겠죠. 청이 무너지는 건 거의 확정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지금까지 명목상으로라도 이 땅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던 나라가 사라지는 건데 이 뒤에 찾아올 혼란은 어떻게 수습할 건가?”
“···역시 총리님께서 진두지휘하셔서 이 땅에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주셔야······.”
그래. 내 이럴 줄 알았다.
저번에 아시아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조정해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나폴레옹이 뛸 듯이 기뻐했던 게 떠오른다.
아마 내 말을 또 자기 좋을 대로 이해한 모양이지만, 결과적으로 하는 일은 비슷할 테니 반론을 하는 것도 지친다.
아무리 나는 그런 자리에 관심 없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그냥 위선자 취급을 당할 뿐이다.
당초 계획대로 나폴레옹에게 엄중하게 주의를 주고 바로 프랑스로 돌아갔다면야 설득력이 있었겠지만···여기 남아서 황제 행세나 하고 있는데 누가 내 말을 믿어주겠나.
어차피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유럽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이미 사라졌다.
저번 연회만 해도 아시아를 둘러싼 숨 막히는 구도를 엿볼 수 있었는데 이걸 다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에게 맡긴다?
그냥 제2의 누벨 프랑스를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고 모조리 때려잡을 가능성이 99%쯤 되지 않을까.
이번에 청나라를 밀어버리는 걸 보니 내가 만든 프랑스와 나폴레옹의 조합은 예상보다도 훨씬 강했다.
진짜로 한다고 하면 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일단 지금 신경 써야 할 문제는 크게 세 가지. 각지에서 벌어지는 반서양 시위와 위구르에서 미적거리는 영국과 러시아, 그리고 자신들끼리 지지고 볶고 싸울 태세인 아시아의 여러 국가다.”
“동시에 처리하기는 꽤 힘든 문제들이군요.”
“일단 영국 쪽은 조금 더 반응을 보면서 기다려도 될 거고 폭도들은 나폴레옹에게 맡겨두면 적어도 우리가 피해 입을 일은 없겠지.”
“그러면 소거법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신경 쓰기만 하면 되겠군요.”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인가.
남의 나라 외교 싸움에 끼어드는 짓은 뒷맛이 썩 개운치 않은데 나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피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류큐와 막부라···일단 따로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긴 해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약속을 잡아보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그 누구더라···파리에 왔을 때와 달리 고분고분해진 그 나라 있잖습니까. 본인들이 청나라 속국이라고 유독 강조하던.”
“조선 말인가?”
“예. 그쪽에서 온 사람이 총리님과 간곡히 만나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이쪽도 청나라에서 벗어나고 싶어 프랑스에 기대려는 건가.
진짜 청나라도 불쌍한 동네북 다 됐구만. 끌끌끌.
“그쪽은 딱히 문제될 거 없으니 여유가 되면 아무 때나 찾아오라 하도록.”
“알겠습니다.”
자, 그럼 유교 꼰대 그 자체였던 양반들의 마음에 어떤 바람이 불어서 저러는지 한 번 들어나 보기로 할까.
※※※
“음? 찾아온다는 사람이 자네였나?”
“총리 폐하, 요청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선 측 인물이라기에 대표인 서용보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를 찾아온 사람은 정약용이었다.
파리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깔끔한 관복을 갖춰 입은 그는 황제를 배알할 때처럼 예를 갖췄다.
“행색을 봐서는 복권된 것 같군. 축하하네. 원래는 당상관이었던 모양이군.”
“폐하께서는 정말로 저희에 대해서 모르시는 게 없으시군요. 그 신묘한 지혜에 그저 감탄만 나올 따름입니다.”
“나도 의외로 놀랐네. 저번에 파리에서 봤을 때와는 이쪽을 대하는 귀국의 자세가 상당히 달라진 듯해서. 자네가 힘을 쓴 건가?”
“저만이 아니라 우상께서도 열심히 노력하셨습니다.”
그 유교 꼰대같던 양반이?
그건 또 의외다.
하긴 저번 연회에서도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었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신기하구만.
“그러면 조선도 개화하기로 결정한 건가?”
“그건 아직···일단 통상을 하면서 천천히 국제정세를 살피려 합니다.”
정신 좀 차렸나 했더니 역시는 역시인가.
이 한없이 무른 판단과 늦은 결단력.
이래야 내가 아는 세기말의 조선이지.
“자네도 그런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그리 생각했습니다. 동도서기. 총리 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저희의 정신을 유지한 채 서양의 기술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암요, 암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우월한 유가의 사상을 포기하실 수 없을 테니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겠지.
전후 사정을 다 아는 내 입장에서는 조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긴 해도, 사실 지금 이런 마음을 먹었다는 건 조선으로서는 큰 결단을 내린 것이긴 하다.
지금 역사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자들은 저들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자네들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가면 되지 않나?”
“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데 외지인의 의견을 참고하고 싶다라···재미있군. 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나?”
“폐하께서 이전에 주신 정보를 보고 어쩌면 저희보다 더 객관적으로 저희를 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조금이라도 지혜를······.”
어렸을 때부터 위인전으로 봤던 양반이 이렇게까지 부탁을 하면 아무래도 마음이 조금 약해지는데.
사실 지금 구상대로 장기적으로 청나라를 조각조각낸다고 가정하면 조선의 지리적인 가치는 조금 미묘해진다.
누벨 프랑스가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에 영향력을 투사할 때를 가정한다고 해도 그렇게 썩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역사의 소련이나 중국같은 존재가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내가 그걸 용납할 리가 없지 않은가.
“자네들을 특별대우해줄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단기간에 마음을 바꾼 점을 높이 사서 몇 가지 조언은 해주지. 기술의 발전은 절대로 사상과 분리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하도록. 이걸 애써 무시해봐야 결국은 헛물만 켜게 될 거야.”
“···역시······.”
“뭐 정 맨땅에 머리를 박아보고 아픈지 아닌지 판단해보겠다면 그것도 자네들 자유겠지. 하지만 원래부터 새로운 무언가는 기존의 체제를 구조부터 모조리 부술 생각으로 의심하지 않으면 태어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도록.”
이쯤 이야기해줬으면 나는 최소한의 의리는 다했다.
이건 전생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시아가 더 시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내 개인의 안위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만약 원역사처럼 19세기의 아시아가 개판이 되어버리면 그걸 수습해야 하는 건 높은 확률로 프랑스와 내가 될 테니까.
“하지만 폐하. 조선은 청과 비슷합니다. 오랫동안 숭상해온 사상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미 기득권은 굳어졌고 이 방식이 절대적 진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관성에 찌든 사회에 짓눌려 백성들은 벌레처럼 짓밟히고 있지 않나? 앞으로 더 나아지기는커녕 심해질 예정이고.”
다른 유학자들이면 여기서 거품을 물고 발광했겠지만 정약용은 오랜 시간 귀양으로 조선 사회의 민낯을 똑똑히 경험한 이다.
여기에 파리에 직접 가서 발전된 신문물을 보고, 지금은 북경에서 청이 어떻게 망해가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았다.
이걸 다 보고도 현실을 부정하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짐승···아니, 짐승만도 못한 놈이지.
“참고로 말해주자면 우리 프랑스는 이렇게 되기 위해서 썩은 귀족들의 목을 모조리 쳐버렸다. 내가 주도해서 단두대로 수백 명이 넘는 타락한 귀족들을 전부 쓸어버렸지.”
“그, 그럴 수가······.”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도록. 만약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사회의 모순은 곪고 곪아서 결국 훨씬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잡아먹었을 테니까.”
원래 인간이 만든 사회는 그에 상응하는 충격이 없이는 변하지 않는다.
인권이 싹튼 것도 그만큼 사람의 인권을 처절하게 짓밟은 반동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도 기계처럼 갈려 나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담보된 것이었고.
20세기를 지나 싹튼 평화에 대한 열망과 식민지의 해방도 세계를 뒤덮은 전쟁을 한 차례도 아닌 두 차례나 치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란 답이 없는 존재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또 그렇지는 않다.
몇 대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는 게 인간이라지만, 바꿔 말하면 몇 대 맞아보면 결국 정신을 차리긴 한다는 뜻이니까.
어떻게든 시행착오를 거쳐 정답을 찾아간다는 의미에서는 확실히 긍정적인 생물이다.
“자, 여기까지 말해줬으면 나로서는 정말로 큰마음 먹고 해준 거니 이제 슬슬 일어나도록 하지. 이다음에도 약속이 많이 밀려 있어서.”
“마,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만···총리님께서는 저희에게 시간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그건 꽤 흥미로운 질문이로군.”
이전까지는 조선 같은 나라들에 남은 시간은 50년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몇 번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충분히 만회가 가능한 시간대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꼭 그렇게 만도 볼 수 없는 게 아시아의 현 상황이었다.
일본은 역사보다 훨씬 빠르게 개화기에 들어갔지만, 메이지유신과는 다르게 이건 막부가 주도하는 개혁이었다.
실패로 끝날 수도 있고, 오히려 더욱 큰 성공을 거둘지도 모른다.
여기에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의 국가들도 나름대로 살길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모든 나라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과연 여유롭게 50년의 시간을 논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골든 타임은 곧 끝난다.
“구체적인 답은 해줄 수 없겠지만, 나는 자네가 나간 뒤에는 막부의 사신을 만날 생각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자네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러니 자네들이 뭐가 최선의 방법일지 한번 잘 생각해 보도록.”
만약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도 헛짓거리를 한다면?
그럼 그냥 망해야지 뭐 어쩌겠나.
사실 잘 되더라도 왕조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굳이 그런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
< 아시아의 미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