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7화 꿈틀거리는 지렁이(257/355)
< 꿈틀거리는 지렁이 >
관심법을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지금 이곳을 찾은 여러 국가의 심리를 완벽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솔직히 현재 상황은 원역사와 너무 많이 달라져서 내 지식에 의존하는 건 위험했다.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유교 꼰대여야 할 조선이 동도서기론이라도 해보겠다고 하고 있고, 앞으로 70년은 더 존속해야 할 류큐 왕국이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지 않은가.
“하오니, 폐하. 저희 쇼군께서는 앞으로도 프랑스의 절친한 친우로 남고 싶어 하십니다. 사실 프랑스가 아시아에서 계속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우방의 존재가 필수적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게 바로 자네들이다?”
“예! 지금 파리에 있는 곤도가 이미 말씀드렸겠지만 저희는 대제국 프랑스야말로 앞으로 세계를 선도해나갈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옆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는 게 저희 쇼군의 거짓 없는 진심입니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이 가토라는 인간의 아부 실력도 상당한 수준급 같다.
곤도가 파리에서 대제국 프랑스를 외쳐대며 프랑스인들의 국뽕을 꽤나 자극했었는데 그게 나라 차원에서 밀고 있는 구호였나?
사실 개항 초기에는 일본 쪽도 반서양 여론이 꽤나 심했다고 알고 있는데 의외로군.
“아시아에서 우군의 확보는 확실히 중요한 문제지.”
“예, 프랑스가 현재 유럽의 열강 중 의심할 여지 없는, 독보적인, 최강의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그럴수록 주변국의 견제도 심해질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저희는 설령 국력이 성장한다고 해도 그럴 염려가 없습니다.”
“그건 어쩌려나. 반대로 생각하면 먼 훗날 귀국이 더 이상 지금 차지한 그 땅만으로 만족을 못 하게 됐을 때 칼날을 어느 쪽으로 돌리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 같은데?”
“저희의 문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와의문화. 즉 화합을 중시하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걸 꺼려하는 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역사에서 배웠던 20세기의 일본은 어디 다른 세계 지구4의 일본이었나 보구나.
아니면 대동아의 화합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칼을 뽑아 들었던 것인가.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그냥 어처구니없는 핑계일 뿐이었지만, 가토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논리대로면 류큐 왕국이 보이고 있는 두려움은 말이 안 되지 않나? 그쪽은 지금 당장이라도 자네들에게 병합당할까 봐 벌벌벌 떨고 있던데.”
“그쪽은 문제가 조금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류큐는 예전부터 본국의 식민지였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저희와 동화되었기에 슬슬 병합의 절차를 밟으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쪽에 병합된다면 식민지로서 받던 차별도 사라지게 될 테니 그들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전형적인 침략자의 논리 잘 들어봤고요.
하지만 사실 일본이 류큐를 꿀꺽하는 것만큼이나 이쪽이 저쪽 사정에 개입할 명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쭉 조공을 받아온 청나라라면 몰라도 프랑스는 류큐와 아예 관계를 가진 역사가 없으니까.
만약 류큐가 일본과 전쟁을 벌여 분쟁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면 억지로 파고들 여지가 생기지만, 그럴만한 실익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오키나와가 일본 영토로 들어가면 장기적으로 일본의 해양력이 강화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게 프랑스의 대아시아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리가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이 문제에 개입을 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중국 본토에서 열리는 분쟁이라면 지금까지 해둔 빌드업이 있으니 어떻게 넘어간다 쳐도 이건 이야기가 달랐다.
[프랑스가 청을 대신해 아시아 전역을 집어삼키려고 한다.]라는 선동을 당하기에 딱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피트라면 분명 이걸 빌미로 이쪽의 발목을 엄청나게 잡아당길 게 틀림없다.
프랑스가 정말로 류큐 분쟁까지 손을 댄다면 저 비판에 딱히 반박할 거리도 없어지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봤을 때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수밖에 없다.
그러면 최대한 이걸 티내지 않고 저쪽에 뭔가를 더 뜯어내야 할 텐데 뭐가 좋을까.
“그쪽의 진심은 충분히 전해졌으니 긍정적으로 고려를 해보도록 하지. 하지만 몇 가지 주의를 해줬으면 하는 사항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나?”
“하이! 물론입니다. 무엇이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우선 정말로 류큐를 병합하게 되더라도 최대한 평화적으로, 유혈사태 없이 처리하도록 할 것. 만약 인권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시 이쪽에 개입하자는 여론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귀국이 개항할 시 이쪽의 독점적인 권리들을 보장해줘야겠어. 그래야 우리도 그쪽을 믿을 수 있지 않겠나?”
가토는 이번에도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댔으나 반대로 내 머릿속은 조금 복잡해졌다.
얘네들에게 대체 어떤 족쇄를 채워놔야 원역사같은 개막장 짓을 벌이지 않을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일본이 패망하게 된 태평양 전쟁도 개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당시 진주만을 공격당한 미국은 자신들이 석유와 철강을 다 팔아주고 있으니 제한을 걸면 저쪽이 숙이고 들어올 거라 예상했다.
상식적으로도 그게 맞는 판단이다.
다만 당시 일본이 그렇게 상식적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아니었다는 게 비극이었을 뿐.
그러니 일본이 그 정도로 맛이 가버릴 수 있다는 걸 다 아는 나로서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철강과 석유로 족쇄를 채워놔도 미친개가 돼서 이쪽을 물려고 할 수 있는데 뭘 더 해놓으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이 원역사의 일본제국처럼 막장 국가가 되지 않도록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있나.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 일본의 개화는 메이지 유신이 아니라 막부 측에서 나름대로 살길을 도모해보려는 개혁에 가까웠으니까.
가장 성공한 사례인 프랑스를 참고해서 군인들의 영향력을 확 낮춰놓는다면 혹시 모르겠지만···국민 정서가 워낙 다른 곳이다 보니 이것도 잘 되리란 보장은 없다.
어쨌거나 프랑스의 새로운 시장이 되어줄 아시아의 평온한 미래를 위해서는 이놈들을 시한폭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최대한 티 나지 않도록 목줄을 채워서 이쪽의 충견으로 만들 수 있을까.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 일단은 장단을 맞춰주는 척해야겠지.
※※※
대영제국 런던.
순조롭게 위구르를 유린하고 있다는 보고로 승리에 취해 있던 의회는 하루아침에 초상집이 되었다.
사실 이번 전쟁은 영국에게 있어서는 기회나 마찬가지라는 게 여야를 가리지 않은 정계의 중론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는 신흥 강국 러시아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면 대영제국의 위세를 다시 한번 만방에 떨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감히 누구도 인도를 넘볼 수 없다는 본국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특히 여러 국가가 참전하며 전선이 확대되는 것도 내심 반길만한 일이었다.
영국은 이참에 국내의 노동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는 속셈으로 대규모 선전을 해대며 모든 공장을 풀로 가동했다.
더욱 많은 병력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동인도 회사의 병력만이 아니라 아예 본토에서도 지원을 받았다.
덕분에 아주 잠시 동안은 때 아닌 호황이 찾아왔다.
일자리도 늘어나고 보수도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불만의 목소리도 줄어들었다.
최근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는 여성계도 일자리를 부여받으니 잠잠해졌다.
물론 이건 장기적으로는 전부 다 부채가 될 수 있는 도박수였으나 정부는 걱정하지 않았다.
“까짓거 전쟁에서 이긴 다음 따서 갚으면 될 거 아냐?”
“러시아에 보상금을 뜯어내면 되는데 뭐가 문제가 되는 거지?”
“러시아만이 아니라 신성로마에 에스파냐도 끼어들어 줬으니 오히려 좋은 거 아냐? 배상금 받을 곳이 3배로 늘었네?”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소위 지식인들이라 칭하는 계층마저 이 따갚되 이론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사실 이건 딱히 새로운 게 아니라 이전부터 흔히 찾아볼 수 있던 심리였다.
다만 영국의 국내 정세가 꽤나 어려웠는데 마침 탈출구가 나타나 줬다는 게 너무 컸다.
오죽하면 허구한 날 여당을 까대던 야당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겠는가.
어차피 상대가 프랑스만 아니라면 영국이 만에 하나라도 질 리가 없다는 확신도 있겠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딱 하나 예상 못 한 게 있다면.
“이렇게 전쟁을 멈춰버린다면 대체 뒷수습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 돌아가는 공장들도 생산량을 다시 줄여야 하는데 그럼 해고된 노동자들에게는 뭘로 보상해주죠?”
“지금 벌써부터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만약 이게 폭락해버리면 감당이 안 된단 말입니다!”
승전했을 시의 플랜은 전부 다 세워두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패색이 보이면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궁리도 해두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전쟁이 멈춰버릴 거라고는 꿈에도 예상 못 했다.
군인들이야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데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었으나, 정치권이 마주한 압박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뒤로 의원들은 거의 매일같이 모여서 머리를 맞댔다.
야당도, 여당도 서로에게 책임전가를 할 수 없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밀어붙인 일이었으니까.
“총리님, 아까부터 말씀이 없으신데 의견을 좀 내주십시오.”
“맞습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요?”
“······.”
주변 의원들의 재촉에도 피트는 벌레라도 씹은 얼굴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실 그라고 딱히 묘안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뭔 대안을 요구하는 건가.
피트는 지금 곤란해하는 의원들을 쏘아보며 차오르는 욕설을 도로 삼켰다.
‘결국 이 사태에 책임을 질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거 아닌가.’
진짜로 자신에게 해결책을 원하는 놈들은 이 중 10프로도 채 되지 않는다는 데에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지금 저놈들이 제일 걱정하는 건 다음 선거에서 혹시라도 낙선하면 어쩌나.
내 의석이 날아가면 어떻게 하지 하는 추악한 자기 보신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입을 다물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피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프랑스의 요구는 일단 이치에 맞습니다. 청과 정식으로 조약을 맺고 그에 근거해 정전을 권유하는 것이니······.”
“그러면 정말로 이대로 아무 소득 없이 물러나야 한다는 겁니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쪽이 얻을 손해가 얼마인데요!”
“그러면 의원들께서는 프랑스의 요구를 무시하고 그들과도 싸워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그건······.”
아무리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해도 그런 미친 짓을 입에 담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순순히 모든 손해를 뒤집어쓰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 또한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그런 와중,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스펜서 퍼시발이 조심스럽게 음모론을 제기했다.
“저희···혹시 프랑스 놈들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요?”
“함정?”
“예. 놈들은 우리에게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일부러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방관하다가 끼어든 겁니다. 그 증거로 전쟁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중재하려는 모양새조차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거야 프랑스가 남의 나라 땅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입장이 아니었으니까.
라는 상식적인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지금 의원들은 이번 일을 자신들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탓으로 떠넘기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이 모든 경제문제는 프랑스의 농간이며 우리끼리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건 놈들의 노림수대로 놀아나는 겁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쪽에서 뭘 더 할 수 있겠습니까?”
한 의원의 의문 섞인 물음에 퍼시발은 비장한 눈빛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이번 전쟁을 누구보다 찬성하고 밀어붙인 사람은 그였다.
이대로 간다면 차기 총리는 개뿔 다음 선거에서 의석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이 똥물을 다른 놈의 머리 위로 뿌려버려야 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더 나아가 영국의 장기적인 패권 확보를 위해 이 전쟁은 이렇게 덮여서는 안 된다.
“우리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 다른 놈들도 그렇게 되게 만들어줘야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칙은 지금 시대에서도 통용되는 진리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그건 이제 현 총리인 피트보고 고민하라고 해야지.
퍼시발의 의견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압도적인 박수 세례가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의사당을 뒤덮었다.
< 꿈틀거리는 지렁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