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8화 내려갈 나라는 내려간다(258/355)
< 내려갈 나라는 내려간다 >
조선의 수도, 한성.
정약용과 서용보를 파견하긴 했으나 조정 대신들의 고민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사실 조선은 지금까지 국제 정세 따위는 귀를 닫고 눈을 감으며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처음에 청나라가 양이들에게 무릎 꿇었을 때만 해도 놀라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몰랐다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냥 걱정 없이 살았을 텐데 이제는 아니었다.
특히 서용보 보다 먼저 귀국한 정약용이 들려준 말들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청의 황태자가 양이의 재상을 황제처럼 대우하며 예를 표했다니?
청의 지방 통제권이 사실상 서양의 한 나라에 넘어간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말은 덤이다.
상상도 못 한 이 흐름에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정말로 프랑스가 청을 대신해 중원의 주인이 되는 건가?
그럼 조선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명에서 청으로 넘어갈 때처럼 소중화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나.
아니면 그때의 교훈을 떠올려 순순히 저들에게 협조해야 하는가.
어쨌거나 조선이 불란서에 입조하는 그림이 된 건 사실이니 그에 맞춰서 예우를 해주면 될 일이긴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땅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저어어언하! 양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될 나라의 비극이옵니다!”
“조상을 공경하지 않는 저 패륜의 무리들에게 입조라니요!”
“전하! 유학의 정신을 져버린 것이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앙의 관료들은 대부분 설득이 된 상태였으나 지방의 유림들은 또 사정이 달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편전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이후 청나라가 어떻게 작살 났는지 아는 바가 없었다.
알려고 하기는커녕 관심도 없었다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이리라.
그렇다고 이런 지방의 목소리를 아예 무시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 반응은 해줘야 했다.
‘불란서의 총리는 비록 양이의 피가 흐르기는 하나 유학의 도를 깨우친 군자다.’
‘중원 황실이 그를 인정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며 조선은 굴복한 게 아니라 청의 요구로 존중을 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머저리들.
지식인을 자처하며 사서오경에는 통달했으나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모르는 우둔한 자들.
정말로 애국충정을 하고 싶다면 이 조선이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할지 고찰해야 할 터.
성리학의 정신이 정말로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서학을 배우고 양자를 비교해봐야 할 텐데 죽어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정약용의 눈에 귀국한 뒤의 조선은 이전과도 또 다르게만 보였다.
이제 손수 국정을 돌보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너무 젊은 임금은 이 급변하는 흐름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버거운 모양새였다.
사실 이건 임금을 탓할 일이 아니다.
설령 정조대왕이 살아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니.
이제 나라를 다스린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임금에게는 짐이 너무 가혹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자각 정도는 가져줬으면 좋겠는데, 너무나도 답답하다.
이 나라도, 대신들도, 사대부들도, 심지어 임금도 위기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저 곤란한 상황이 왔으니 어떻게 피해를 안 보고 비켜 갈 수 있을까 고민만 하고 있을 뿐.
“소신이 북경에 가서 직접 본 바로는 앞으로의 세계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지난 천 년간 있어왔던 변화보다 앞으로의 50년이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 확신합니다!”
“그 정도인가?”
“예. 단적으로 군사기술만 봐도 그러합니다. 지금껏 청이 얼마나 강했습니까. 하지만 그 청나라의 10만 대군이 불란서의 2만 5천과 싸워 단 한 명의 병사도 사살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지금 시대의 전쟁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이런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고요.”
“흐음···그런데 그거 확실한 정보이긴 한가? 아무리 봐도 허위 정보 같은데.”
답답하긴 해도 이해는 가는 소리다.
사실 정약용도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터무니 없다 여겼으니.
“불런서 측이 아니라 청의 관리에게 확인을 받았으니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실이라 봐야 할 것입니다.”
“허어···그게 사실인가?”
“어찌 두 대제국이 전쟁을 했는데 그런 결과가 나올 수가······.”
“불란서가 사용하는 총은 우리가 사용하는 화승총보다 사거리가 수배에 달하고, 화포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 폭발력과 사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 곳에서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작열탄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청의 관리에게 들은 것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이렇게까지 말하자 국왕과 대신들도 조금이나마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것인지.
국왕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병조판서를 향해 물었다.
“병판, 우리는 저런 병기를 만들 수 있나?”
“···송구하오나 무리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형조참의가 무슨 상상 속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라······.”
“그렇다면 결국 저들의 기술을 가져와야 한다는 소리로군.”
이야기의 흐름이 여기까지 흘러갔을 때 정약용은 내심 환호했다.
잘만하면 크리스티앙 총리의 말대로 뼈를 깎아내고 새로운 주춧돌을 쌓아 올리는 개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우선 양이들의 비위를 살살 맞춰주는 척하며 어떻게든 기술만을 빼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라.”
“영명하신 판단이옵니다. 그리고 설령 양이의 기술을 빼내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정신에 맞게 다듬는 과정 역시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과인의 생각 또한 그러하다. 이렇게 거센 풍파가 몰아닥칠수록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 법. 경들은 이런 때일수록 우리 조선의 정신을 굳건히 하며 외세의 침략에 굴하지 않을 자강의 방법을 도모해보라.”
정약용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그동안 자신의 입에 침이 바싹 마를 정도로 열변을 토해가며 설명했던 말들은 대체 다들 어디로 들었단 말인가.
“저, 전하! 지금 정세는 시급을 다투옵니다. 당장 바로 아래에 있는 왜마저 전격적인 개혁을 표방하며 서양의 기술을 마구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 탐욕스러운 왜구들이 그럴만한 힘이 생기면 항상 주변국을 탐한 건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하지 않습니까. 임진년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사옵니다.”
“그러니 우리도 양이의 기술들을 연구해서 취할 건 취하겠다는 게 아닌가. 형조참의가 걱정하는 바는 과인도 이해하니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왜인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같은 조건이 주어진다면 어찌 우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소신들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는 대소신료를 바라보는 정약용은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날, 편전회의에서는 앞으로의 개항 정책과 기술 발전에 대한 반향이 모두 확고히 정해졌다.
반론은 허용되지 않았다.
※※※
러시아와 영국에 즉각 전투행위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낸 지 어언 수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워낙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딱히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
계속 싸움박질을 하고 있다면 모를까 전투 자체는 멈췄다고 하니까.
본국에서 어떤 식으로 종전을 해야 할지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고 있을 테니 답신이 늦어지는 것일 터.
반대로 아시아의 국가들은 내 요구에 즉각 답신을 보내왔다.
“현재 각국에서 정식으로 통상조약을 맺자는 요구가 쇄도해오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연락을 해온 건 베트남과 에도 막부 측이고 조선도 담당을 보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인근에 위치한 시암도 응우옌왕조를 견제하기 위해 우리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눈치입니다.”
“좋아. 그러면 요구대로 외교관들을 보내서 정식으로 저쪽을 개항시키고 우리 측 상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 그건 자네가 해결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역시 이쪽에 유리한 조건으로 추가 항목을 구성해야겠죠?”
파리와 북경에서 기본적인 틀은 다 잡았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면 여러 조건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근대적인 조약을 여러 차례 맺어본 프랑스와 이제 처음인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는 엄청난 경험의 차이가 존재했다.
진짜 작정하고 털어먹으려면 눈 뜨고 코 베인 줄도 모르게 온갖 독소조항을 넣어놓을 수도 있으리라.
“일단 초안들을 가져와 보도록.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는 당연히 이쪽이 이득을 보도록 해야지.”
원역사의 제국주의 열강들처럼 식민지들을 마구 착취할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조건 없이 퍼주는 자선사업가가 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모두에게 이득이 가는 방향을 추구하지만 프랑스가 가져가는 이득이 가장 커야 한다.
이 절대적인 원칙은 앞으로도 반드시 고수할 생각이다.
“그나저나 영국은 몰라도 러시아 쪽은 이제 슬슬 반응을 보일 때가 됐는데 왜 아무런 소식이 없을까? 혹시 뭐 들어온 거 없나?”
“아직 없습니다. 알렉산드르 1세도 머리가 아프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뭔가 사정을 하거나 항의를 할 거라 예상했는데.”
일단 에스파냐와 신성로마제국은 이쪽의 공문이 가기 무섭게 슬쩍 발을 뺐다.
대신 청나라에 고통받는 소수민족들을 외면할 수 없으니 선처를 해달라면서 물타기를 해왔다.
어차피 이들은 쏟아부은 자원이 크게 없었고, 프랑스에 붙어서 떡고물을 나눠 먹으면 된다는 판단이었을 테니 현명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미국도 일단 대만 땅을 사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는지 바로 이쪽에 밀사를 보내왔다.
‘대만 땅을 전부 먹지 않아도 충분하다. 우리가 이쪽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손을 뗄 용의가 있다.’
사실 전략적 요충지에 가까운 대만에 미국이 자리를 잡게 해주는 건 조금 걸렸으나, 어차피 프랑스가 이 모든 땅을 다 집어먹을 수는 없다.
동맹국들에 어느 정도는 퍼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생각해 보면 미국은 꽤나 괜찮은 대상이었다.
원역사와 다르게 지금은 누벨 프랑스의 존재 때문에 미국은 태평양으로 나오기가 힘들다.
파나마 운하가 뚫려있다면야 모를까 그조차 아닌 상태에서 미국이 용을 써봐야 아시아에 보낼 수 있는 병력은 한 줌에 불과했다.
그러니 대만 땅의 한쪽 귀퉁이라도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일 테지만, 결국 그 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권은 이쪽에 있다.
만약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다가 영국이나 러시아가 전쟁 멈출 테니 대만 땅이라도 같이 나눠 먹자는 요구를 해오면 곤란해진다.
이쪽이 다 먹다가 체할 거라면 제일 만만하고 위협이 안 되는 놈에게 선심 쓰듯 내어줘야지.
“미국 측에는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하고 황태자와 3자 회담을 주선해줘. 대만을 다 주는 건 말도 안 되지만 주둔지 정도는 마련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볼 테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군이 처음부터 자리를 잡긴 어려울 테니 이쪽이 도와주겠다는 말도 덧붙여야겠지?”
물론 그러려면 대만에도 프랑스군의 기지를 몇 개는 지어놔야 하지 않을까.
내 속내를 이해한 로베스피에르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동맹을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의무니까요.”
10의 이득을 나눠야 한다면 7~8은 프랑스의 몫이며, 2~3을 동맹에게 주면 된다.
“그런데 러시아에 위구르를 주실 마음은 없으신 거지요?”
“당연하지. 애초에 러시아가 위구르를 먹는다고 인도를 도모할 수도 없을 텐데.”
정말로 인도를 겨냥할 거라면 좀 더 확실한 수단을 택해야지 이런 어설픈 방법은 좋지 않다.
괜히 위구르를 러시아에 줬다가 내가 구상하고 있는 작업에 지장이라도 가면 어떻게 하나.
일단 지금은 모든 게 계산대로였다.
일주일 뒤, 영국에서 날아온 피트의 서신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 내려갈 나라는 내려간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