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5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59화 외통수(259/355)
< 외통수 >
-친애하는 크리스티앙 총리께
‘지금까지 저희가 친분을 나눈 지도 어언 십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데······.’
라는 감성팔이 문구로 시작한 피트의 편지는 눈물 없이는 끝까지 볼 수 없는 한 편의 인간극장이었다.
이 서신에 따르면 영국의 시민들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가련한 자들이고, 프랑스는 그 원인을 초래한 천하에 다시없을 사악한 자들이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하루벌어 먹고살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갖은 격무에 시달리고 날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저는 그 광경을 보고 눈가에 자연스레 눈물이 고여······.’
누가보면 내가 영국 노동계를 주름잡고 있는 줄 알겠네.
그게 그렇게 눈물겨운 모습이었다면 너님께서 노동법을 더 엄격하게 개정해보시든가요.
여튼 황당한 소리만을 늘어놓던 피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끝으로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현재 국내는 이런 여러 어려움이 산재해 있어 쉽사리 큰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번 전쟁에 본국도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던 바. 이런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부디 총리님께서도 인도적인 결정을 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우선 상세한 사항은 제 대리로 북경에 갈 웰즐리 경과 논의를 해주시기를······.’
영국이 이런 저자세로 나왔던 적이 또 있었던가.
실제로 이 편지를 본 로베스피에르는 입이 거의 귀에 걸려서는 득의양양하게 웃어댔다.
“영국놈들이 드디어 고개를 숙였군요.”
“확실히 너무 판을 크게 벌여놓긴 했지.”
지금까지는 곧 죽어도 존심을 세우며 자기네가 잘났다고 외쳐대던 게 영국이다.
그런 놈들이 이렇게 납작 엎드려서 제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하는 건 확실히 흐뭇하긴 했다.
하지만 이놈들이 갑자기 이렇게 태세전환을 하는 게 조금 의외였다.
내가 아는 대영제국이라면 이런 상황에서조차 정신승리를 하면서 사실상 우리의 승리라고 포장을 해야 정상인데 말이다.
아니면 현실파악 능력 하나는 끝내주는 피트가 아직도 총리를 맡고 있어서 이런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걸까.
그도 아니면 그냥 영국의 표면적인 전략과는 별개로 피트 개인이 열심히 읍소하는 걸까.
내가 지금 파리에 있었다면 바로 전보 몇 장 쳐서 상세히 알아보겠지만 북경이라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은 게 걸린다.
역시 다른 곳은 몰라도 주요 항구도시와 북경에는 전신을 설치하는 게 좋겠네.
물론 공사비용과 수수료는 황태자에게 두둑하게 뜯어내는 걸로 하고.
“로베스피에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영국 총리가 개인적으로라도 이렇게 비는 모양새를 취한 건 정말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무시하는 것도 좀 그러니······.”
“역시 그렇겠지?”
달리 생각해보면 이렇게 해서 시간을 끄는 게 저쪽의 목적일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 명령서가 위구르에 있는 웰즐리에게 가고, 그 웰즐리가 인도로 빠져나와 배를 타고 북경까지 오려면 또 한 세월이 걸릴 테니.
그러면 그 사이에 어떻게 해결책을 마련해보겠다는 계획일 터.
얄팍한 잔머리이긴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저렇게라도 해야지 뭐 어쩌겠나.
현실적인 고뇌가 느껴져서 아주 조금이지만 동정도 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웰즐리는 끌 수 있는 한 최대로 시간을 질질 끌며 느릿느릿 북경에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총리님. 저희의 부탁을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쪽에서 워낙 구구절절하게 부탁을 했으니까요. 이야기라도 들어보지 않으면 우리가 나쁜 놈이 될 것 같더군요.”
“하하······.”
오랜기간 신강성에 있느라 고생 좀 했는지 웰즐리의 얼굴은 살짝 초췌해 보였다.
아니, 그냥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저런 몰골로 이곳에 왔을 가능성이 높으려나.
웰즐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감탄사를 흘렸다.
“자금성에는 처음 와보는데 정말 동양적인 멋이 가득한 곳이로군요.”
“이 나라는 일단 뭐든지 다 크고 웅장하죠. 사실 동양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이 나라가 유독 특별한 거지.”
“아~역시 대국은 대국인가 봅니다. 이런 스케일은 유럽의 국가들은 불가능하죠.”
“그나저나 인도에서 여기까지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차라도 한잔 하시죠. 이건 청의 황족들이 즐겨 마신다는데 피로회복에 좋다는군요.”
가벼운 다과와 차로 분위기가 훈훈해지자 웰즐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 총리님께서 보내신 편지는 받아보셨다고 하니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고 싶습니다. 프랑스는 정말로 아시아를 단독으로 집어삼킬 계획인 겁니까?”
“어째서 이야기가 그렇게 가는지 모르겠네요.”
“청나라와 맺은 조약만 봐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심지어 의전 서열도 청의 황제와 동격으로 맞추셨다는데···다른 아시아의 국가들은 총리님을 폐하라고 칭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거긴 정말 수많은 오해와 사정이 있습니다. 제가 본국에 상세한 해명을 보내놓았으니 나중에 귀국에서도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원하신다면 여기서 설명해드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진짜로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지 않나요?”
“···예.”
어떻게든 손해를 최소화시키고 싶다는 심정으로 왔을 텐데 계속 겉도는 게 역시 속으로는 좀 쫄리나보지?
황제 운운하면서 간을 보는 것도 어떻게든 트집거리를 잡아서 딜을 해보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이미 속내를 간파당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웰즐리는 내 눈치를 살살 살피며 말을 이었다.
“사실 본국에는 이번 귀국의 행사가 조금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당하다? 어째서?”
“본래 저희와 귀국은 청나라를 함께 쪼개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전쟁을 하는 틈을 타서 단독으로 수도를 점령하고 이런 결정을 강요했으니···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한 마디로 ‘같이 짜고 치기로 했으면서 왜 너네 혼자 이 땅을 다 꿀꺽하려는 거냐’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
요컨대, 자신들이 본 손해를 커버할 수 있게 뭣 좀 나눠달라는 소리다.
물론 이쪽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니 그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저희도 할 말이 있습니다. 진짜로 솔직하게 말하면 이것도 저희 쪽에서는 귀국에게 관대한 처분을 배풀어 준 겁니다. 그런데도 부당하다고 하시면 오히려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군요.”
“관대한 처분이라고요?”
“그렇지요. 아까 말씀하셨다시피 저희는 귀국에게 청을 분열시키라고 요구했고, 귀국도 이를 승낙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각지의 반란을 지원하며 소수민족들을 독립시키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프랑스가 광동을 침략할 때 써먹었던 민족해방전선도, 사방에서 벌어진 독립투쟁도 전부 이쪽이 뒤에서 암약한 결과물이다.
아무리 고물 무기들을 헐값에 넘겨줬다지만, 독립을 한 뒤에는 이쪽에 많은 이권을 가져다주기로 약속을 했지만 어쨌거나 이쪽의 돈이 꽤 들어간 건 사실이다.
이건 양국이 다 아는 사실이니 발뺌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귀국은 갑자기 약속을 어기고 청 황실을 도와서 신강성으로 진군해버렸죠. 이걸 저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아니, 그건 러시아가 인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서······.”
“혹시 러시아군은 하늘을 날아서 히말라야 산맥을 넘나들 수 있습니까? 아니면 산맥 아래로 땅굴을 파서 인도로 진입할 정도의 토목 기술을 갖췄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영국 입장에서 억울하기 짝이 없는 말이라는 건 나도 잘 안다.
인도의 안정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영국 특성상 아무리 산맥이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바로 위에 러시아군이 떡하니 들어서는 걸 허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진짜로 엄밀하게 따지면 신강성에서 인도로 침범한다는 건 현실성이 꽤 떨어졌다.
물론 역사에는 워낙 ‘이걸 들어가네?’ 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미친 상황들이 나왔으니 주의를 하는 게 맞다.
내가 영국 총리였어도 러시아가 위구르를 먹는 건 절대로 두고보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가장 규모가 큰 반란이었던 위구르족이 진압 당하면 각지에서 일어나는 독립투쟁이 어떻게 될지는 뻔히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인도 안정은 중요하니 저희와 맺은 조약은 어찌됐든 상관없다. 뭐 그런 걸까요?”
“······.”
“게다가 이번 전쟁에서 귀국이 승리를 거두었다면 분명 청 황실을 쥐고 흔들었을 텐데 그러면 저희는 조약만 믿고 있다가 완전 뒤통수 맞은 멍청이가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라도 처음 계획을 행동으로 옮긴 겁니다.”
“그러면 프랑스는 청을 사실상의 속국으로 만들 마음이 없다는 겁니까?”
나는 믿을 수 없다는 웰즐리의 물음에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진짜로 한톨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으니 양심에 찔릴 것도없다.
“물론이죠. 제가 누누이 말했지만 이 넓은 땅에 하나의 국가가 있는 건 장기적으로 세계의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16개 정도면 딱 좋을 것 같은데······.”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청을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은 채 그쪽의 영향력 아래에 계속 넣어두고 있는 게 가장 좋을 텐데 그걸 포기하시겠단 겁니까?”
“그렇다니까요.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전 귀국이 인도를 집어삼킨 것처럼 이곳을 먹을 마음이 없다고요.”
이렇게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리면 이제 더 트집을 잡을 것도 없겠지.
그냥 얌전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싼 똥을 치울지 고민하는 게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
“그러니 아무 책임도 묻지 않고 그냥 전쟁을 멈추기만을 요구한 저희의 진심을 너무 곡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자, 그러면 러시아와 정식으로 정전협정을 맺으셔야겠지요? 일자가 확정되면 알려주십시오.”
어디서 속에 빤히 보이는 수작질로 책임을 모면해 보려고.
어림도 없으니 몇 년간은 경기 침체를 겪을 각오나 하고 있어라.
※※※
러시아 제국, 상트페테르부르크 페테르고프궁.
“이제 슬슬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백성들도 슬슬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먼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도 계속 잘 되고 있다는 소식을 뿌리는 건 한계가 있다.
외국의 신문을 구해오는 상인들이 워낙 많아서 이미 신강성 방면의 전선이 고착 상태에 빠져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여기에 아무 소득 없이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더해지니 서서히 이건 아니지 않냐는 말들이 끊이지 않고 쏟아졌다.
“현장에서도 계속 폐하의 뜻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이상은 명분이 없는 전쟁입니다.”
“하지만 이걸 멈춘다면 인도까지 길을 뚫는 작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방에서 왱왱 울려대는 장관들의 성화에 알렉산드르 1세의 머리도 점점 더 복잡해졌다.
이럴 리가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프랑스는 러시아의 혈맹이 아니었던 건가?
크리스티앙 총리는 분명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왜 러시아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인가.
인도를 도모하게 해줄 거라고 약속했으면 응당 신강성을 자신들의 손에 쥐어줬어야 하지 않나.
사실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멋대로 믿고 있던 알렉산드르 1세는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꼈다.
“일주일···일주일만 더 기다려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
“폐하!”
“신강성에서 군을 주둔시키고 있을수록 계속해서 아무 의미없는 지출만 늘어나는 겁니다. 빨리 결단을 내리셔야······.”
“그러니까 일주일만 더 두고 본다고 하지 않나!”
까놓고 말해서 일주일 기다린다고 프랑스가 뭔가 의미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 같지는 않다.
신하들은 애초에 이번 전쟁을 말렸던 프랑스가 대체 왜 자신들의 사정을 봐줘야 하나 의문이었으나, 혼자 기대심을 품었던 챠르는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뭐가 됐더라도 전쟁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끝까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어머니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업적이 필요한데 어떻게 이대로 끝낼 수 있겠는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알렉산드르 1세의 눈이 위험한 빛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 외통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