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6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60화 파국(260/355)
< 파국 >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영국은 사실 프랑스를 진짜 대등한 상대라고 여긴 적이 별로 없었다.
까놓고 말해서 프랑스 놈들은 축복받은 땅에 자리를 잡은 덕을 본 멍청이들일 뿐이지 않나.
그런 땅을 가지고 인구도 많으면서 언제나 주변의 국가와 티격태격하기만 하고 딱히 압도는 못한 멍청한 나라가 프랑스다.
심지어 영국과 대립한 이후로는 영국이 언제나 판정승을 거두었다.
7년 전쟁은 그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비록 쏟아부은 자원에 비해 쏠쏠한 재미는 보지 못했으나. 사실상 전쟁에 패한 프랑스는 영국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의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시대가 왔음을 확신했다.
인도에서 완벽하게 주도권을 쥐었고, 신대륙에서도 프랑스를 완전히 쫓아내 버렸다.
‘이제 대영제국은 의심할 바 없는 유럽의 최강의 대국으로 우뚝 섰다!’
조금 성급한 이들은 대놓고 그런 말을 떠들었다.
신중한 이들도 아직은 모른다면서 내심 판은 기울었다는 걸 확신했다.
하지만 대체 언제부터인가.
이런 흐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던 것은.
프랑스의 사생아 왕족이 천연두를 치료할 백신을 찾았다며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게 그 시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그냥 불쾌했을 뿐이었다.
영국의 의사를 데려가 백신이란 걸 만들어 두고 전적으로 자신의 공으로 포장을 해버리다니.
그래봐야 결국 사생아는 사생아일뿐.
계승권조차 없는 사생아 왕족은 그냥 귀족···아니, 어지간한 귀족 보다도 실권이 떨어지는 반푼이에 지나지 않는다.
대영제국의 실권자들은 그런 시시한 가십거리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프랑스의 궁정문화가 어떤 곳이던가.
빡빡하기로 소문난 다른 유럽의 왕실들마저 혀를 내두르며 손사레를 칠 정도로 꽉 막혀 있는 집단이다.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사생아는 베르사유에서 자리를 잡기 힘들다.
이런 가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이걸 내기거리로 삼기도 했다.
이게 프랑스에 갑자기 튀어나온 사생아에 대한 영국의 냉정한 평가였다.
“나도 그랬었고.”
피트는 자신이 처음 크리스티앙에 대한 말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굉장히 어렸던 시절이긴 하지만 기억은 생생했다.
콧대 높은 영국에서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사건이 터졌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의 동맹에 사활을 건 오스트리아의 여제. 딸을 사생아 왕족과 결혼시키다.]유럽에서 가장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합스부르크 왕가가 어떻게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게다가 결혼을 논하는 자리에서 사생아 왕족을 암살하려는 모의까지 적발됐다고 하니 그 충격은 더욱 배가 됐다.
사실 이 동맹이 파토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영국이나 프로이센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영국은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오스트리아의 여제가 딸을 사생아에게 줄 정도로 프랑스와의 동맹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해석해야 할 거다. 어쩌면 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
남다른 식견을 자랑하던 아버지조차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 사생아를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이걸 전부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이라는 두 나라의 큰 그림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피트도 이때는 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계속 사건이 터지면 터질수록, 프랑스가 승승장구하면 할수록 그 중심에는 사생아 왕족의 이름이 따라다녔다.
루이 크리스티앙.
미국 독립전쟁에서 대패하고 프랑스에게 신대륙의 패권을 고스란히 가져다 바친 뒤로는 영국의 그 누구도 이제 그를 사생아 왕족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니, 부를 수 없게 됐다.
프랑스의 제 1귀족이자 오를레앙 공작, 더 나아가 프랑스의 기존체제를 완전히 뒤엎어 버리고 총리직까지 거머쥔 그는 영국이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장벽이었으니.
“후우···어렵군.”
피트는 웰즐리에게서 올라온 하소연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게서 올라온 보고는 한 줄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완전 망했습니다.’
뭐,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정치인에 가까운 군인이기는 해도 웰즐리가 어떻게 크리스티앙을 설득하겠는가.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 처음 크리스티앙을 보았을 때는 미처 몰랐다.
저 인간이 이렇게나 짜증나면서도 답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거라고는.
“이거 참 진짜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마음만 같아서는 진짜로 그냥 콱 암살이라도 해보고 싶다.
그런데 저 인간이라면 그조차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역으로 이쪽을 때려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혹시라도 의회에 그런 멍청한 놈이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따름이었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들을 불러 모아서 몰래 신신상부를 해놓았겠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면 답이 없을 정도로 몰려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Fuck···주님께서는 어째서 절 빚으시고 크리스티앙 저 인간을 또 빚으셨다는 말입니까.”
엄밀히 말해서 크리스티앙이 자신보다 먼저 태어났지만 이건 기분상의 문제다.
솔직히 저놈만 없었어도 지금 세계의 주인은 영국일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크리스티앙의 밑에 있는 군사의 천재들도 얕볼 수는 없었다.
나폴레옹이나 장 란, 다부, 모두가 결코 얕볼 수 없는 엄청난 인재들이니까.
하지만 어차피 이 세상은 군사적 재능 하나만으로 모든 걸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설령 유럽 전역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대영제국의 저력이라면 결국에는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티앙만 없다면.
“여기서 물려야 하나···아니면 계속 가야하나······.”
습관적으로 머리를 긁으려던 그는 퍼뜩 손을 멈췄다.
여기서 손가락을 대면 또 머리가 한움큼 빠져나올 텐데 또 후회할 일을 할뻔했다.
북경에서 온 웰즐리의 말에 의하면 이제는 더 시간을 끄는 것도 한계라 한다.
이제는 진짜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탈출구가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도 망할 의회 놈들은 자신에게 또 ‘해줘~!’ 라는 태도로 나몰라라 하는 게 제일 열받는다.
특히 퍼시발 그 새끼.
‘피트로는 크리스티앙을 이길 수 없다. 지금까지 잘해나간 건 인정하지만 결국 이건 상대적인 문제 아닌가. 영국은 크리스티앙에게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총리가 필요하다!’
최근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는 정보원들의 말이 계속 올라왔다.
뭐랄까···할 말은 많았지만 딱 총리직에 오르기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그냥 입을 닫고 있기로 했다.
차라리 진짜 해보라고 한번 물러나볼까?
장담하는데 이 자리에 앉고 딱 한 달만 지나보면 현실을 알 텐데 대행이라도 맡겨보면 알게 되겠지.
“한 달도 길게 잡았나? 보름만 지나도 바로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고 싶을 텐데.”
그러고보니 이건 진짜 좋은 생각 같기는 했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하고 칩거해버리면 저 개자식이 내각을 이끌어나갈 수밖에 없잖아?
만약 이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심이 진짜 조금만 더 부족했어도 이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겼으리라.
그만큼 피트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정치인들 중 누구를 앉혀놔도 크리스티앙에게 탈탈탈 털릴 미래가 훤히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까지 시달리면서 조금이라도 면역이 생긴 자신이 짐을 짊어지는 게 낫지···다른 놈이 빤히 보이는데 배를 암초에 꼴아박아버리는 꼴은 못본다.
“뭔가···뭔가 하나만 파고 들어갈 틈이 보인다면······.”
고민은 깊어지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피트는 어디 구원의 동아줄이 되어줄만한 게 없을까 눈에 불을 켜고 유럽의 모든 나라들의 정보를 긁어모았다.
아무리 경우의 수를 따져보아도 지금 영국 혼자서는 프랑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없었기에······.
※※※
협상을 하자며 왔던 웰즐리가 내 세치 혀에 탈탈 털려 돌아가고 한 달이 지나기까지.
아시아의 재편성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조선과 일본, 태국과 베트남에 파견할 외교관들도 다 선정했고 상세한 조약 내용들도 다 검토를 마쳤다.
“이제 슬슬 목표가 현실이 되는 느낌이군. 그쪽은 어떻지?”
“예. 현재 청의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황실의 지방통제력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악화만 되고 있습니다.”
“다른 쪽은?”
“한족을 중심으로 뭉친 세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긴 합니다. 이들은 현재 청의 황실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새로운 천자를 옹립해야 한다는 입장인 듯 합니다.”
좋아, 좋아.
갈라치···아니, 고상하게 디바이드 앤 룰이라고 할까.
이쪽의 전략은 이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제발 부탁이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폭주를 해달라고.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설령 그놈들이 본격적으로 행동해도 우리쪽 민간인들이 크게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며 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준비는 언제라도 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곳은 유럽과 다르다. 실제로 문제가 터지면 엄청나게 넓은 범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밀고 들어올 거야.”
“바라는 바입니다. 그래야 저도 능력을 다 발휘하죠.”
나폴레옹은 물 만난 고기마냥 생기가 넘쳐 보였다.
사실 저번 진격 작전으로 나폴레옹의 명성이 유럽을 넘어 전 아시아까지 퍼져나갔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유는 대강 들어서 알고 있다.
청과 싸우기 위해 그가 얼마나 수많은 전술을 구상하고 부하들을 훈련시켰는지는 나도 잘 알았다.
거기에 10만의 대군과 싸우기 위해 다부와 머리를 맞대고 온갖 전략을 다 구상해놨는데 그걸 하나도 쓰지 못했다고 하지 않나.
단순히 전쟁을 하고 싶은 전쟁광이라서가 아니라 신무기를 활용하는 최적의 전술을 찾기 위해서라도 실전검증은 필요했다.
그리고 이걸 통해 최대한 국익을 증진시키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걸 위해 로베스피에르에게도 일을 시켜놨으니 슬슬 들으러 가보실까.
“총리님! 총리님!”
뭐야, 관심법이라도 쓰나?
안 그래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양새가 어째 불안불안해 보인다.
“여기 계셨···! 아, 나폴레옹 사령관님도 계시는군요.”
“무슨 일인가? 혹시 조약을 맺기로 한 국가들 중에 문제가 생긴 곳이라도 있나?”
“문제가 생기긴 했는데 아시아쪽이 아니라···본국입니다.”
뭔 소리야. 프랑스에서 문제가 터졌다고?
혹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또 의회에서 지네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라도 한 건가.
역시 이래서 내가 자리를 비우기 싫었다니까.
“후···그래. 언제나 사고가 터지면 처리해주는 게 내 역할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이번에도 처리해줄 테니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보도록.”
“그게···왕비께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고···합니다.”
“뭐라고?”
이건···생각지도 못한 사고였다.
당연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죽은 사람의 목숨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차라리 내가 죽는다면 회귀라도 하겠지만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니까.
“형님께서 많이 슬퍼하시겠군.”
그런 의례적인 말이 자연스레 나왔으나 그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건.
“지금 즉시 돌아···아니, 그러면 안 되지. 본국의 상황을 일단···아니, 아니지. 러시아의 챠르에게 편지를 써야겠으니 종이를 가져와!”
혈맹이라는 관계로 묶여있는 골치아픈 동맹의 반응이었다.
< 파국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