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6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61화 그의 빈자리(261/355)
< 그의 빈자리 >
그동안 파고들 틈 하나 없이 얻어터지기만 하던 영국 의회는 그 날도 평소처럼 생산성 없는 토론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프랑스에 대한 성토와 누구 하나 책임을지지 않으려는 천하제일 남탓대회.
이런 꼬라지를 보면 누구라도 답이 없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나겠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무조건 프랑스 탓으로 돌려야 한다니까요! 이건 여야를 구분하지 않기로 이미 합의가 된 사항 아닙니까!”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프랑스에게 뒤집어 씌울지 구체적인 방법을 말해달란 겁니다!”
이제 진짜로 시기가 촉박해진 의원들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안 그래도 요새 지원을 해주는 자본가들이 곡소리를 내는 중이라 후원금도 예년 같지가 않다.
만약 여기서 일이 더 꼬인다면 현재 의원들 중 태반이 의석을 잃게 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몰래 벌려둔 사업들이나 약속받은 이권은 어떻게 되겠나.
다른 놈들에게 넘기거나 이 기회를 틈타 치고 들어올 기회만 엿보는 경쟁자들에게 빼앗기라고?
그럴 수는 없다. 절대 그럴 수는 없고 말고.
“자자, 진정하십시다.”
“지금 이게 진정할 일입니까? 혹시 의원님은 믿는 구석이라도 있으시나 보죠?”
“어허! 우리끼리 핏대 세워봐야 해결될 일이 아니란 겁니다. 총리님을 믿고 기다려 봅시다!”
저 구석에서 회의를 경청하던 피트는 모두의 눈길이 자신에게 쏠리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이런 때만 죽이 잘 맞는 게 진짜 이루말할 수 없는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의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익이나 시민이 아닌 자신의 의석이란 진리가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모든 의원들이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침묵을 고수할수만은 없는 노릇.
시원한 물로 바싹 마른 입술을 축인 그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여러분. 제가 여러모로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총리님!”
“뭔가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르신 거군요!”
떠오르긴 개뿔.
그랬으면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었겠나.
피트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의원들의 기대감을 어떻게 하면 분노로 바뀌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해답을 갑자기 깨달을 수가 있겠는가.
프랑스에게 이 모든 걸 덮어 씌우자는 퍼시발의 주장은 까놓고 말해서 망상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나가면 결국 전쟁을 하자는 거나 다름없는데 지금 영국이 프랑스와 단독으로 전쟁을 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프랑스의 동맹국들도 굳이 프랑스를 편들어주진 않을 것이다.
이미 아시아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득을 취한 프랑스는 전 유럽의 견제 대상이 되어 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영국을 도와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아마 거의 모든 국가들이 영국이 최대한 프랑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걸 기대하리라.
파멸의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 이런 지옥의 입구에 자진해서 발을 디딜 필요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피트는 이내 마음을 굳히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존경하는 의원님들······.”
비록 어려운 미래가 예상되나 모두 힘을 합쳐 어떻게든 극복하자는 통상적인 말을 하려던 찰나.
쾅! 하고 문을 부수다시피 들어온 비서가 황급하게 작은 종이쪽지를 피트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무슨 소란······음?”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하늘의 도우심.
피트는 종이에 써진 ‘프랑스 왕비 사망.’ 이라는 짤막한 문장을 본 순간 실로 오랜만에 신의 존재를 온 몸으로 느꼈다.
“할렐루야······.”
신께서는 아직 대영제국을 버리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단 1초도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찰나에 찰나를 쪼갠 짧은 시간.
모든 판단을 마친 그는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미친 사람처럼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나갔다.
설마 아직 늦지 않았겠지?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다른 때라면 감히 공작을 벌일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지만 저 루이 크리스티앙이 머나먼 아시아에 있지 않나.
지금이 아니라면 안 된다.
지금이 아니라면 대영제국은 영원토록 프랑스에게 밀리는 2인자의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제는 머리를 굴릴 시간마저 아깝다.
피트는 상념을 끊어내고 마부를 부를 몇 초의 시간마저 아까워 본인이 직접 마차를 이끌고 의회를 나섰다.
“이 소식이 나에게 도달할 때까지 정확히 어느 정도나 걸린 거지?”
“당연히 모든 일에 우선해서 최대한 빠르게 전달된 보고입니다.”
“좋아. 그러면 시간은 충분하다.”
그의 발길이 향하는 방향의 끝에는, 당연히 러시아 대사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이름의 기나긴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밤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레오폴도브나 여대공이자 프랑스의 왕비.
현 러시아의 챠르와 피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명실상부한 로마노프 황실의 혈통.
이런 화려한 수식어와 다르게 프랑스 왕비 율리아느의 삶은 기구함 그 자체였다.
말이 좋아 황실의 일원이지 이미 철이 들 무렵부터 궁중에서 축출당해 평민보다 못한 삶을 살아왔다.
철혈의 마음을 가진 예카테리나 2세는 정적의 자손들에게 일말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가족 모두가 비참하게 죽거나, 죽을 운명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그녀는 그나마 나았다.
당시 러시아는 프랑스와의 정략결혼이 필요했고, 프랑스의 왕족과 결혼할 수 있는 적당한 나이의 로마노프 황가의 여성은 그녀밖에 없었으니까.
그렇다고는 하나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고향 땅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가 기꺼울리가 없다.
게다가 말이 좋아 왕비이지 아무런 기반도 없고 뒷배도 없는 그녀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남편인 국왕부터가 실권과 책임을 바라지 않는 괴짜라 의외로 죽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옆에서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대화 상대가 되어준 마리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아마 그녀가 없었다면 율리아느는 우울증으로 몇 년도 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살아갈 마음을 품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계속 살아가기로 했다.
루이 16세 역시 그런 아내가 싫지는 않았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처지이긴 해도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되도록 아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다행히 부부 사이는 계속 좋았고 아이들이 커나가는 걸 보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함께 나이를 들어가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사람의 운명이란 그렇게 마음대로만은 되지 않는 법이다.
“······.”
“폐하. 여기 계셨나요?”
“···내가 뭔가 더 해야할 일이라도 ? 장례는 다 마쳤을 텐데.”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폐하께서 러시아 외교관들과 만나주셔야·····.”
마리는 거의 시체처럼 쾡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루이 16세의 모습에 차마 말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심리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만약 자신도 크리스티앙이 세상을 뜨기라도 했다면 식음을 전폐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내를 잃은 남자가 어떤 기분일지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냉정하게 들릴 말이긴 해도 국왕은 국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게 왕의 혈통으로 태어난 이의 책임이니까.
“폐하. 현재 의회도 이 때아닌 비극에 혼란스러워하는 중입니다. 폐하께서 흔들리시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결국 나라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아내가 몸이 좋지 않은 건 이미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때 더 신경을 써줬어야 했는데······.”
“의사의 말로는 심장쪽에 병이 있었던 것 같다고···폐하의 책임이 아닙니다.”
“내가 더 배려를 해줬어야 하는데······.”
루이 16세는 실이 끊어진 인형마냥 축 쳐져서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아무리 봐도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며칠은 좀 더 안정을 취하게 놔둬야 하는데···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누군가가 앞에 나서서 이 혼란을 수습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입헌군주정이라고 해도 현재 왕실의 영향력은 결코 낮지 않다.
루이 16세가 행사할 마음 자체가 없어서 그런 것이지 전면에 나서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국정을 제어할 수 있었다.
특히 남편이 자리를 비운 지금은 왕이 이런 역할을 대신해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저 머리가 어질어질할 따름이다.
“···폐하.”
“미안하지만 자네가 좀 대신해주면 안 되겠나? 능력있는 동생이 자리를 비우니 나도 뭘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서.”
“그냥 대사를 만나서 유감의 표시를 해주시고, 앞으로도 양국의 동맹관계는 굳건할 거라는 확약만 받아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건 원래 동생이 다 알아서 했던 거라···내가 한다고 뭔 의미가 있나 싶은데.”
혹시 비꼬는 건가 싶었지만 그런 기색이 손톱만큼도 느껴지진 않았다.
이건 정말 순도 100프로의 진심이다.
남편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맡겨 놨더니 남편의 부탁 없이는 뭔가를 할 마음조차 들지 않는 것일까.
‘이러면 좋지 않은데······.’
물론 심정은 이해 한다.
하지만 지금 외교부처부터 국회까지 전부 난리가 났는데 나라의 수장이 혼자 슬퍼하고만 있으면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그 뒤처리를 총리도 아닌 영부인인 자신에게 해달라니.
아무리 요새 여권이 좀 신장되는 기미가 보이긴 해도, 이게 여성은 너무 앞에 나서면 안 된다는 말이 대세이던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싶을 지경이다.
물론 이건 남녀를 떠나서 자신이 이 나라에서 가장 크리스티앙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는 걸 잘 알았다.
“예. 제가 일단 어떻게 해볼테니 폐하께서도 마음 굳게 드시고 다시 기운차리시길 바랍니다. 왕비께서는 주님의 곁에서 편히 쉬고 계실 거예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마리는 힘없는 루이 16세의 말을 뒤로한 채 베르사유 궁에서 나왔다.
그녀가 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의원들과 외무부 장관 탈레랑이 허겁지겁 다가와 질문 세례를 쏟아냈다.
“폐하는 뭐라고 하십니까?”
“러시아 대사와는 만나보겠다고 하시나요?”
“혹시 총리님께는 따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까?”
“하나씩 대답할게요. 폐하께서는 당분간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고 하셨고, 그러니 러시아 대사와는 장관님께서 만나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고요.”
평상시에는 그토록 명석하게 일을 잘 처리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사실 아무리 왕비가 사망했다고 해도 국왕이 죽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당황할 필요는 없을 텐데.
정말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러시아와의 관계 정도니 그쪽만 확실히 잡아두고 나머지는 남편의 연락을 기다리면 되지 않나.
마리는 새삼 남편의 그늘이 얼마나 이 나라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 저들이 능력이 부족해서 저렇게 우왕좌왕하는 게 아니다.
너무 한 사람에게만 의존적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최적의 판단을 내려주던 상급자가 부재하니 갑자기 뇌정지가 온 것이리라.
“일단 탈레랑 장관님이 수고를 좀 해주세요. 도움이 필요하신 게 있다면 제가 도와드릴 테니 언제든 말씀해주시고요.”
“그러시다면 저와 함께 러시아 대사를 만나러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왕비께서 부인과 가장 친하셨으니 부인께서 계셔주시는 게 더 이야기가 잘 풀릴 것 같아서요.”
“예. 그렇게 하죠.”
어쨌거나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는 자신도 함께 힘을 내는 수밖에.
마리는 오늘따라 유난히도 한숨을 많이 쉬는 자신의 처지에 쓴웃음을 머금으며 러시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 그의 빈자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