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6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63화 개전의 포효(263/355)
< 개전의 포효 >
대영제국, 런던의 총리실.
“러시아와는 이미 이야기가 다 됐습니다. 이제 귀국만 참가하시면 모든 게 완벽해집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모두가 증오스럽다는 걸 모르진 않으실 텐데요.”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번에 저희가 했던 일은 전부 프랑스의 부탁으로 총대를 멘 것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저희가 정신병자도 아니고 케밥이 맛없다고 대사관을 철수하는 게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너희는 정신병자가 맞잖아.’
투르크 대사 이브라힘은 반사적으로 솟구치려는 속마음을 도로 삼켰다.
그리스 독립 전쟁 때 영국과 프랑스에게 당한 상처는 아직도 다 아물지 않은 오스만 제국 최악의 치욕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근 100여년 동안 틈만 나면 전쟁을 벌여온 오스만 최악의 대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편을 들라는 피트의 제안을 얼핏 듣기에는 광인의 헛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금까지 유럽과 기나긴 분쟁의 역사를 가진 귀국께서는 이런 분쟁에 또다시 휘말리는 게 탐탁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귀국에게는 다시 없을 기회이기도 합니다.”
“기회?”
“먼저 죄송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리스가 독립해서 떨어져나가고, 이집트까지 영향력에서 벗어난 뒤 귀국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그리스의 독립은 당시 전 유럽의 염원이었지만 이집트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집트를 사실상 자신들의 보호국으로 만든 건 명백한 프랑스의 독단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말만큼은 설득력이 있었다.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가장 먼저 이집트로 향했으니까.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목적은 명확했다.
수에즈의 운하를 자신들이 꿀꺽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리스의 독립은 사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았을 게 틀림없다.
오스만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나, 아쉽게도 지금의 프랑스에게는 감히 항의조차 할 수 없을만큼 국력 차이가 컸다.
“물론 귀국은 지금 상태라도 계속 유지하자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유지가 될까요?”
“지금 본국의 미래에 비관적인 예언이나 늘어놓으려고 저를 부르신 겁니까?”
“그럴리가요. 이미 술탄께 서신으로 설명을 드렸듯,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시라는 걸 다시 한번 요청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러시아의 참전이 확정된 이상 이제 그림은 완벽해졌습니다.”
“설마 러시아와 한배를 타라는 말입니까. 진심으로 그러시는 건 아니겠지요?”
이브라힘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혐오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닳고 닳은 외교관마저 무의식적으로 드러낼 정도로 양국의 사이는 최악이라는 단어로도 형용이 불가능했다.
지금 이 순간조차 어째서 술탄께서 피트의 헛소리를 바로 쳐내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으니.
“제가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저희의 편에 서신다면 러시아와 오스만의 뿌리깊은 갈등은 이제 더 일어날 일이 없을 겁니다.”
“그걸 총리님께서 어떻게 장담하시는 겁니까?”
“러시아가 계속 남하하려고 했던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종교적인 이유였으나 이게 핑계에 불과하다는 건 솔직히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죠. 그들의 염원은 사시사철 얼지 않는 부동항입니다.”
러시아가 지닌 영토 중 가장 온난한 항구는 흑해에 인접한 도시들이다.
하지만 흑해는 사실상 닫힌 바다나 마찬가지라 보스포루스 해협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반쪽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오스만이 수도인 이스탄불을 ‘네, 드리겠습니다!’ 하고 바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두 국가의 갈등은 지리적인 여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총리님 말씀대로 탐욕스러운 러시아 놈들은 부동항을 원하지요. 그러니 절대로 남하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갈등이 끝날 거라 단언하시는지요?”
“간단합니다. 러시아가 동쪽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토록 염원하던 부동항을 손에 넣는다면 굳이 기를 쓰고 귀국을 칠 이유가 사라지니까요. 게다가 이제 양국의 사이에는 그리스라는 좋은 완충지대도 있지 않습니까? 저희가 책임지고 귀국에 대한 러시아의 불가침 조약을 끌어내드리죠.”
“아시아쪽을 터주는 대신 이쪽과의 분쟁을 멈춘다라······.”
“예. 대신 귀국께서는 종교쪽에서 러시아에게 조금만 양보해주시는 모양새를 취해주십시오. 그 정도로 러시아의 체면만 세워주면 협상 자체는 무난하게 끝날 겁니다.”
말이 안 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절묘한 중재안이었다.
만약 정말 이대로만 된다면 오스만 입장에서는 정말로 영국에게 절이라도 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요새 제국의 국력은 나날이 깎여만 나가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하락세를 멈추고 조금이라도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 여건도 그만큼 자신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오스만이 절치부심하고 개혁을 해보려한들 러시아가 치고 들어온다면 지금 제국은 저항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야 영국이나 프랑스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은근슬쩍 오스만이 무너지지 않도록 끼어들었으나,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사실 오스만의 운명은 자신들의 손이 아닌 유럽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가장 큰 위협인 러시아를 잠잠하게 해준다는 건 지금 오스만에게는 거절 수 없는 유혹이나 마찬가지.
이제야 술탄께서 어째서 피트와 의견을 조율해 보라는 명령을 내리셨는지 이해가 갔다.
“그러면 귀국은 우리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겁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사정이 그리 좋은 게 아니라 많은 걸 할 수는 없습니다.”
“간단합니다.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더도 덜도 아니고 에스파냐의 시선만 끌어주면 됩니다.”
“프랑스의 동맹국들을 견제하겠다는 생각인 듯 한데···신성로마는 어떻게 할 겁니까?”
“그쪽은 프로이센이 맡아줄 겁니다.”
“뭐라고요? 프로이센까지 끌어들이신 겁니까?”
사실 아직 이야기가 완전히 다 끝난 건 아니었다.
프로이센은 하늘을 찌르듯 뻗어나가던 18세기의 힘을 상당수 잃어버린 상태라 지금 국력 자체는 신성로마보다 아래였다.
피트는 새롭게 프로이센의 국왕으로 즉위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에게 많은 걸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냥 신성로마제국이 다른 곳에 군대를 보내지 못하도록 험악한 분위기만 조성하면 된다.
만약 실제로 전쟁을 벌여 군을 일으킬시 신성로마에 빼앗긴 영토를 장기적으로 되찾을 수 있도록 무조건적으로 협력하겠다.
-러시아와 투르크도 우리의 편이니 승산은 충분하다.
거의 이판사판 돌려막기식 외교에 가까웠으나, 각국이 간절히 원하는 부분만을 절묘하게 찌르고 들어간 것도 사실.
프로이센은 오스만과 러시아가 참전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달고 영국에게 협력하기로 약조했다.
어차피 그들은 이대로 가면 고사해서 말라비틀어질 처지였으니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오스만 역시 마찬가지다.
에스파냐와는 오랜 앙숙 사이이기도 했지만, 지금 오스만의 국력은 과거의 전성기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도 피트는 아시아까지 원정군을 보낸 후유증이 남아있는 양국의 발목을 잡아끄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보았다.
“굳이 전면전을 걸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트리폴리를 거점으로 해서 사략선으로 에스파냐의 상선들만 집요하게 약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정말로 러시아와 프로이센과도 이야기가 끝난 겁니가?”
“물론입니다. 원하신다면 내일 그쪽 대사분들과 4자 대면을 주선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돌려막기가 뽀록날 수도 있지만, 그 정도야 피트의 출중한 화술이라면 너끈히 커버칠 수 있다.
“지금 이대로 가면 결국 이 세계에 프랑스와 프랑스를 따르는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발을 디딜 곳이 없게 될 겁니다. 우리가 하려는 건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성전이며, 해방을 위한 역사의 한 걸음입니다. 영국의 모든 시민들을 대표해 귀국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피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브라힘은 갑자기 입이 근질거렸다.
‘이 인간들 그놈의 해방이라는 말은 진짜 겁나게 좋아하네.’
생각해 보면 자신들을 쳤던 것도 그리스의 해방을 위해서라고 했으며, 청과의 전쟁도 모두가 아편전쟁이라고 부르는 걸 자신들만 이 악물고 해방전쟁이라 하지 않던가.
그리고 이번에는 프랑스의 마수에서 세계를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라···배알이 조금 꼴리긴 했으나 어차피 자신들은 이득만 보고 빠지면 그만이다.
안 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에스파냐를 두들기고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나쁜 거래는 아닐 터.
어차피 자신들에게는 악밖에 남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떨어질 처지라면 이 기회에 한 놈 같이 잡고 길동무로 삼아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 대상이 과거 자신들을 제대로 엿먹인 나라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
※※※
드넓은 청의 대륙은 같은 나라라고 하더라도 동부와 서부에 엄연한 시차가 존재한다.
북경에서 한창 크리스티앙이 정무를 돌보고 있을 아침.
북경과는 반대로 서쪽 끝에 있는 신강성은 이제 막 새벽을 밝히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게···이게 챠르께서 내리신 결정입니까? 진짜로 이대로 강행하는 겁니까?”
“프랑스와의 동맹은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당연히 파기지!”
“저희 황가의 피를 이은 사람이 프랑스의 차기 국왕이 될 텐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쾅쾅!
갈수록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참모진의 분위기에 총사령관 베니히센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이미 이렇게 될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지 않았나! 이제와서 우좡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장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죄,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그러면 바로 영국과 합동작전에 들어가는 겁니까?”
“그래야지. 이미 웰즐리와도 이야기가 다 끝났다.”
베니히센은 가장 최근에 도착한 황실의 지령을 손가락으로 집어올렸다.
“북쪽으로 피신한 청의 황제도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는 정보다. 여기에 지금 남동부에서는 반프랑스를 외치는 시위도 일어나고 있지. 이건 다시오지 않을 기회다. 신께서 러시아가 진정한 제 3의 로마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사한 이 은총을 저버릴 수는 없어!”
진군 명령을 내리는 이 시점에서도 한켠으로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군인.
챠르의 명이 떨어졌다면 조국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다할 뿐이다.
“미리 보낸 선전포고문이 북경에 도착하는 즉시 움직인다. 우리의 목표는 외곽의 프랑스 군. 중재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무장을 해제하러 온 가증스러운 놈들을 개전의 제물로 삼는다.”
지금까지 웅크리고 있던 겨울의 맹수들이 기나긴 동면을 끝내고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이에 맞춰 유럽 본토와 인도의 영국군도 행보를 맞출 터.
프랑스에 주둔 중인 주력이 본격적으로 전선에 투입되기 이전에 모든 걸 결정 짓는다.
아무리 크리스티앙이 불세출의 천재라 해도.
2군단을 이끄는 나폴레옹이 유럽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전쟁의 신이라 해도 이번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으리라.
“전군! 최단 시간안에 프랑스, 프랑스군을······.”
현 세계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내리는 진격명령이다.
베니히센은 절로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으며 일부러 더욱 발작적으로 외쳤다.
“프랑스군을 격퇴하고 우리가 최강이 된다!”
그렇다. 어차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과연 러시아의 쌍두독수리 깃발이 프랑스의 백합을 찢어발기고 유럽 정상에 군림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이제 신만이 아실 것이다.
< 개전의 포효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