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6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66화 그 길은 가지마오(266/355)
< 그 길은 가지마오 >
프랑스의 허를 찌른 거침없는 선전포고 직후.
영국의 함대는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랑스를 타격 중이었다.
프랑스가 한박자 늦게 이 전면적인 대공세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짜내고 있을 때.
수년 전 프로이센의 국왕으로 새롭게 즉위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는 신하들 한가운데에서 고뇌에 잠겨 있었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인가? 정말로 모든 걸 걸어볼 가치가 있을까?’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처음에는 영국의 부탁대로 신성로마제국이 참전하지 못하게 국경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선에서 행동을 멈추려고 했다.
그도 그럴 게 빌헬름 3세는 내심 영국이 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국력을 봤을 때 분명 영국은 유럽의 2인자가 맞다.
그것도 3위 이하의 국가와는 아득하게 차이가 있는 독보적인 2위였다.
문제는 그들이 전쟁을 건 상대가 유럽의 최강국이라는 프랑스라는 점이다.
물론 승리플랜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현재 아시아에 있는 프랑스는 2개 군단이 전부.
2개 군단만 해도 엄청난 전력이었으나 가장 중요한 보급선을 끊어버리면 아무리 뛰어난 군대라도 오래 버티긴 힘들다.
영국은 동인도 회사의 막강한 해군력을 이용해 수에즈 운하의 출구를 봉쇄해버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적으로 해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빌헬름의 머릿속에 짜여져 있던 판세가 혼랍스럽게 뒤섞였다,
투르크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소심하게 에스파냐 상선을 약탈하기만 하던 기존 방침을 바꿔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만약 프로이센이 여기서 좀 더 공세적으로 밀고 나간다면 전쟁이 끝난 뒤 조금 더 많은 전리품을 노획할 수 있지 않을까?
증오스러운 프랑스와 신성로마에게 빼앗긴 공업지대의 절반만이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이 나라는 다시 도약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저 지역을 모조리 빼앗기게 된 건 영국의 가증스러운 이중적 태도 때문이라는 게 불변의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괘씸해서라도 영국의 편을 듫어주기는 싫었다.
그냥 영국과 프랑스 둘다 함께 망해버렸으면 하는 게 빌헬름 3세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그러나 누가봐도 프랑스가 영국보다 강한 이상, 둘다 망하려면 프로이센이 영국의 편을 들어 힘의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
애초에 과감한 결단력을 갖추지 못한 빌헬름 3세는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이 타들어가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이런 국왕의 심경을 헤아린 프로이센군의 원수 발슈타트 후작 게프하르트 레베레히트 폰 블뤼허와, 재상 카를 아우구스트 폰 하르덴베르크 후작이 든든하게 그의 곁을 지켰다.
“폐하. 그 어떤 선택을 내리시더라도 저는 목숨을 걸고 폐하의 명을 수행하겠습니다.”
“저번 전쟁의 참패로 저희는 내정개혁에 한층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체제가 정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를 뒷받침할 자원과 경제력이 없다면 더 성장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들은 이번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프랑스를 적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느 정도는 도박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가봐야 프랑스는 고사하고 저 시대에 뒤쳐진 합스부르크 놈들조차 따라잡기 힘들다는 게 현실. 그렇다면 도박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생각과 완벽히 일치하는 재상의 충고에도 빌헬름 3세는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영국 놈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건 나라의 자존심이······.”
“영국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뿐입니다. 만약 영국이 불리해진다면 가차없이 버리고 우리가 살 길을 도모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거리를 하나 만들어두는 것도 좋을 겁니다.”
“오! 그건 괜찮은 방법 같군.”
생각해보면 영국 놈들도 저번 전쟁에서 딱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던가.
그러니 같은 방식으로 당한다고 하더라도 이쪽을 욕하지는 못할 터.
승리의 기쁨은 함께 나누고 패배의 벌칙은 혼자 지게하면 된다.
“문제는 신성로마 놈들이 진짜로 죽자고 달려들면 어떻게 하냐는 건데······.”
“놈들은 덩치만 큰 허수아비들입니다. 프랑스의 지원이 없다면 우리 군의 상대가 될 리가 없습니다.”
“예전이었다면 그렇겠지만······.”
블뤼허는 자신만만했으나 국왕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프로이센 제일의 용장인 건 사실이지만 블뤼허는 기본적으로 너무 교양이 없었다.
성격도 단순하고 전략적 식견도 부족하고,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도를 볼 줄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소문까지 들려왔다.
다만 부하들을 자식처럼 아끼며 누구보다 솔선수범하고 참모들의 조언을 절대 허투루 치부하지 않는 면모도 갖춘 사람이긴 하다.
그렇지만 너무 저돌적인 사람이라 전쟁을 했다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도 사실.
충심은 인정하되 의견은 조금씩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신성로마 놈들을 이쪽이 이긴다고 해도 현재 놈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나? 군을 재편성하는 것이나 경제를 다시 끌어올리는 속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러니 일단 험악한 분위기만 조성하면서 저쪽의 분위기를 살피기로 하지.”
현재 프로이센의 밥줄은 슐레지엔과 야금야금 개발을 완료중인 폴란드 지역이다.
죽어도 이 두곳은 사수하면서 루르 일대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우선 영국이 얼마나 프랑스를 효과적으로 압박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특히 아시아 지역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최대한 빠르게 정보를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기울어가는 나라의 수장으로서, 그에게는 이제 기회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동맹을 뒤통수치는 행위조차 마다하지는 않으리라.
※※※
유럽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국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
동방의 최강국인 청나라를 압도적으로 박살낸 이후 감히 누구도 프랑스에 도전할 거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었다.
제 정신이 박힌 국가라면 누가 감히 그럴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제 정신이 아닌 국가가 드디어 나타났다.
그래도 시민들의 충격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다른 나라도 아닌 영국이라면, 언젠가는 한번 붙을 날이 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던 의회도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총리와 대원수가 아시아에 가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파리에는 인재가 많이 남아 있다.
당통은 누구보다 빠르게 의회의 권한으로 영국을 프랑스의 적으로 선포하고 모든 병력을 총동원하기로 결의했다.
초반의 주도권은 빼앗겼으나, 이 이상 질질 끌려다닐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미치겠군.”
“그러게나 말이야.”
의회에 불려온 마세나와 베르티에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자신들의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총리님께서는 별 말씀 없으셨나?”
“없었지. 애초에 아시아에서 여기까지 그렇게 빨리 연락이 올리도 없고.”
“그러면 군은 어떻게 하지? 나폴레옹 하나면 몰라도 다부에 란까지 자리를 비웠는데.”
“어떻게 하긴. 우리가 맡아서 처리해야지.”
영국놈들이 프로이센처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면 이미 초토화시켜버렸을 텐데 바다란 놈은 참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영국도 그걸 믿고 자신있게 선빵을 때린 거겠지만.
마세나는 최고 책임자의 자리를 마다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첫 무대가 영국과의 대전이라는 건 확실히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만약 여기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자신은 단번에 나가리 되지 않겠는가.
베르티에는 처음부터 1인자보다는 2인자에 특화된 인재라 자신과는 입장이 달랐다.
뮈라도, 베시에르도 마찬가지다.
이 친구들은 최고의 기병 사령관이라 누구도 대원수를 맡으라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미셸이나 최근 원수로 임명된 슐트 역시 마찬가지.
이들은 1개 군단을 이끌 능력은 충분해도 그 이상의 군을 지휘할 그릇이 아니다.
현 프랑스의 육군 체계는 크리스티앙 총리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라 감히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럴 마음을 품은 이도 없었고.
“내가 대원수라는 직책을 잘 수행해낼 수 있으려나······.”
“걱정 말게. 내가 참모장으로서 확실히 보좌해줄 테니. 솔직히 자네 혼자라면 나폴레옹에게 어림도 없겠지만, 내가 옆에서 보좌해준다면 글쎄···한 0.9폴레옹 정도는 하지 않겠나?”
“좋아. 그 정도면 영국 놈들 밀어버리는 건 아무 문제도 없겠군.”
베르티에의 농담에 마세나의 표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해보니 굳이 나폴레옹만큼 일을 해낼 필요는 없었다.
굳이 그 정도로 해내지 않아도 영국 놈들을 박살내는 건 충분했으니까.
자신감을 얻은 마세나는 의원들의 앞에서 당당히 선언했다.
“폐하와 의회, 그리고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저 앙드레 마세나가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영국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로 칼을 뽑아들었는지 여실히 느끼게 될 것입니다!”
반년안에라고 하려 했지만 해군이라는 변수를 고려해 기간을 넉넉하게 1년으로 잡았다.
“우선 이쪽의 해군을 총동원해 운하를 봉쇄하려는 영국의 해군을 밀어내겠습니다.”
로열 네이비가 바다의 왕이라는 건 영국 놈들이 품고 있는 고루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그 사실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으로 전쟁을 시작하도록 하자.
“마세나 대원수, 영국에 협력한 동맹국들에게는 어떻게 대처할 생각입니까?”
“영국과 해군으로 맞상대하는 것보다는 우선 육군을 파견할 수 있는 동맹국들을 처단하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의미가 없습니다. 영국이 노리는 건 아시아에 있는 총리님과 나폴레옹 사령관의 부대를 고립시키려는 겁니다. 대륙을 장악해봐야 청나라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영국의 노림수를 차단하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동맹국이 전부 이탈하면 영국도 전쟁을 속행하기 힘들 것 같은데······.”
“그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총리님께서 이전부터 누누이 하신 말씀이 있기 때문에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아직 아시아에서 전언이 도착한 건 아니지만 크리스티앙이 옛날부터 입버릇처럼 나폴레옹에게 강조했던 말이 있다.
“총리님께서 내린 특명이 있단 말입니까?”
“뭡니까,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러시아만 박살내면 영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요.”
“저희가 예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어쩌면 총리님께서는 그때부터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예측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분이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 같기도 한데······.”
당통을 비롯한 의원들의 대다수는 크리스티앙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켰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크리스티앙의 신도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대전을 사전에 예상했다고 해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게 사실이었다.
오히려 ‘뭐, 당연하지.’라는 심정에 가까웠다.
“그래서, 총리님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모스크바에 꼴아박으면 뒈진다.”
원래는 ‘모스크바에 절대로 쳐들어가지 마라.’ 였지만 의미만 통하면 상관없지 않나.
그날 부로 의회에서 러시아에 육군을 보내자는 의견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 그 길은 가지마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