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6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67화 손절은 타이밍(267/355)
< 손절은 타이밍 >
넬슨 제독은 언제나 영국의 로열 네이비가 최강이라 자부했었다.
평생을 군인으로 지내오며 바다에서만큼은 한 번의 패배도 겪지 않았다.
간혹 몇 번의 소규모 전투에서 패한적은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언제나 자신의 승리였다.
그런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해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으로서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번 전쟁만 승리로 장식하게 된다면 자신의 이름은 영원토록 역사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리라.
“잠시도 숨을 돌릴 틈을 주면 안 된다. 계속해서 몰아치고 또 몰아쳐야 한다.”
자신은 하지만 자만은 하지 않는다.
현재 아시아에서 영국군이 프랑스보다 확실한 우세를 점하고 있는 쪽은 해군뿐이었다.
육군의 경우도 러시아가 계속 증원을 보내고는 있지만, 넬슨은 러시아군을 믿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군의 육군을 책임지는 웰즐리도 러시아 육군을 딱 한마디로 요약을 해주었다.
“걔넨 그냥 병신이야.”
동맹에게 과한 기대를 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일도 없고, 그로 인해 발목을 잡힐 일도 없으니까.
러시아군의 존재 의의는 처음부터 프랑스군의 보급을 소모시키는 인간 샌드백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병신들이라고 해도 얘네한테 쏘는 총알과 대포는 평등하게 소모되지 않는가.
그 정도면 충분히 1인분은 해낸 것이다.
어차피 이 전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의 해군.
로열 네이비가 프랑스 본토의 지원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느냐 아니냐로 승패가 갈린다.
“홍콩의 프랑스군은 어떻게 됐지? 보급품이나 쓸만한 장비는 좀 남겨놓았나?”
“중요한 무기와 서류들은 싹 다 가져갔습니다. 이미 거점을 광동성의 내륙으로 옮긴 듯합니다.”
“잽싸기도 하군. 짜증날 정도로 빠른 판단이야.”
할 수만 있다면 홍콩에 정박중인 프랑스의 군함들을 좀 박살내고 싶었는데 헛물만 키는 결과로 끝났다.
홍콩을 점령하긴 했으나, 애초에 이건 이쪽의 전력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프랑스의 본대는 현재 북경쪽에 있었고, 홍콩의 방어체계는 완벽히 갖춰진 상황이 아니었으니.
지킬 수 없다는 걸 알자마자 줄건 주는 판단을 내리는 건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긴 어렵다.
프랑스의 증기선을 한 척이라도 줄여놓고 싶었던 넬슨으로서는 홍콩을 점령한 이 결과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육군쪽은 어떻게 하고 있지?”
“웰즐리 원수님께서는 러시아군과 함께 동쪽으로 진군 중입니다.”
“좋아. 지금까지는 예정대로군.”
신강성에서 북경까지는 한세월 걸리지만 영러 연합군은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보급은 청나라에게 다 떠넘긴 상황이었고, 이들의 진짜 목표는 진짜로 북경까지 쳐들어가 수도를 탈환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에 있는 연합군의 전력은 크게 세 갈래.
넬슨이 이끄는 동인도 함대와 웰즐리와 베니히센이 이끄는 육군, 그리고 청이 비밀리에 접촉중인 의화단이라는 폭도들이다.
넬슨과 웰즐 리가 그리는 구상은 일단 이러했다.
전국에서 극성을 부리던 의화단은 현재 하나로 뭉쳐 광동성을 공격하게 한다.
그리고 영국과 러시아의 육군이 서쪽으로 진군해 북경을 위협하면 프랑스측에 양자택일을 강요할 수 있다.
여기에 넬슨이 해로를 봉쇄해 프랑스군의 보급을 차단하면 적들을 천천히 말려죽이는 게 가능하리라.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바다를 제압하고 있는 한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아무리 육군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해군이다.
땅개들이 아무리 설쳐봐야 바다를 제압하는 자가 진정한 시대의 지배자가 되는 법.
이 로열 네이비가 굳건한 이상 대영제국은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한 지지는 않을 수 있다.
프로이센이나 러시아가 박살난다고 해도 영국 본토에만 적의 침공을 허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말로는 다 퍼줄 것처럼 이야기를 해놓았으나 영국 의회가 진짜로 약속을 이행하리라고는 넬슨조차 믿지 않았다.
뭐, 그러든 말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는 것이었으니.
※※※
조선 한성, 편전 회의가 열리는 창덕궁 선정전.
마침내 온 대륙을 말려들게 한 대전쟁의 소식이 극동의 조선까지 당도했다.
조선은 과거 옆에서 열강들이 전쟁을 하든 땅따먹기를 하든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들에게까지 영향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한 지금은 달랐다.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자가 비밀리에 밀지를 보내온 것만 보더라도 이번 사태는 가볍게 대처할 일이 아니옵니다.”
노환으로 은퇴한 김재찬의 뒤를 이어 새로 영의정의 자리에 오른 서용보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확인된 것만 하더라도 영길리와 아라사, 불란서가 전쟁을 하고 있고 여기에 청이 끼어들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심지어 저 먼 구라파(유럽) 대륙에서조차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다 합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말려든 대전. 세계대전이라 할만한 규모의 전쟁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우리 조선도···말려들 수밖에 없는 것인가?”
“적어도 청은 그러기를 원하고 있사옵니다.”
청나라는 프랑스와 맺은 평화조약이 무색하게 이번에도 뒤로 수작을 부리는 중이다.
심지어 그 내용이 조선으로서는 쉽사리 승낙할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군사를 일으켜 산둥반도로 들어와 불란서를 공격하라니···이건 저희에게 선전포고를 하라는 거 아닙니까?”
“저번에도 지원군을 보내라고 했지만 이젠 아예 대놓고 전쟁을 하라고 부추기는군요. 그것도 최소한 만단위의 병력을 보내라는 건 이쪽을 완전히 속국 취급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행위입니다.”
과거 아라사와의 전쟁에 지원군을 파병했을 때도 고작 250명 규모였는데 만 단위의 병력을 내놓으라는 건 대체 무슨 도둑놈 심보란 말인가.
아니, 애초에 만 단위의 병력을 보내는 건 지금 조선의 재정이 감당할 수가 없다.
모든 보급을 저쪽에서 책임져 준다고 하면 모를까.
“저번처럼 도저히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로 넘어갈 수 없겠습니까?”
“무리입니다. 청은 우리가 반드시 참가해야만 하는 이유를 아주 조목조목 적어두었습니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을시 조공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 확실히 명시해놓았습니다.”
“허어······.”
설마하니 청이 이 정도로 강경하게 나올 줄이야.
조선의 누구도 가경제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지금 이건 단순히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청과 영러 연합, 그리고 프랑스 중 어느쪽 줄을 탈지를 선택하라는 통첩이나 다름 없었다.
“전하! 아무리 불란서가 강대국이라 하나 지금 청의 뒤에는 영길리와 아라사가 있습니다. 종합적인 전력을 고려하면 그리 큰 차이가 아닐 터. 그렇다면 중원의 질서를 수호하는 게 소중화인 조선의 책무가 아니겠사옵니까.”
“이판의 말도 일리가 있사오나 만약 불란서가 전쟁에서 이기기라도 하면 저희가 괜한 화를 덮어쓸 우려가 있습니다. 당장 영길리는 저 멀리 있지만 불란서는 지근거리에 거점을 둔 국가가 아니옵니까.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조선은 청을 향해 국운을 걸어야 할 정도의 의리는 없사옵니다!”
“어허, 호조판서! 아무리 그래도 양이의 편을 들고 중원의 왕조를 배척하자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아니, 말은 바로 해야지요. 사실 청의 황실도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오랑캐 아닙니까! 문명화가 됐다고 오랑캐가 아니면 불란서도 오랑캐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쪽 재상이야 말로 왕도 정치를 표방하는 군자라고 하는데.”
이전에 지원군을 파병하네 마네하는 문제와는 차원이 달랐다.
둘 중 어느쪽을 선택하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 앞에서 대신들의 의견은 완전히 둘로 나뉘었다.
아무리 그래도 중원 황실을 무너뜨리려는 양이의 편을 드는 게 말이 되냐는 쪽과, 프랑스는 양이가 아니니 상관없다는 쪽.
심지어 노론 내에서도 시파와 벽파를 막론의 구분 없이 중구난방으로 목소리가 갈렸다.
팽팽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사이에서 젊은 국왕의 이마에 주름이 점점 더 깊어져갔다.
“이번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정을 미루면 어떻게 되는가?”
“청의 태도를 봐서는 그러기만 해도 바로 자신들을 적대하는 거라 받아들일 듯 합니다. 정말로 그럴 거라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불란서의 편을 들어 그쪽의 비호를 받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이라 사료됩니다.”
“전하! 불란서가 아무리 유학을 받아들였다고 하오나 근본은 탐욕스러운 양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국의 유생들이 이 굴욕적인 결정을 어찌 받아들이겠습니까!”
“그 근본을 교화하는 게 바로 유학이 추구하는 궁극의 방향이옵니다! 지금 이걸 부정하는 자들은 주자의 말씀을 부정하는 사문난적이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통촉.
이공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대신들의 성화로 깨질 것만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서용보와 정약용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국왕의 바람과는 달리 둘은 굳게 입을 다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짐작이 간다.
이들이 친 프랑스파라는 건 조정에 널리 퍼진 사실이라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반대파를 자극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은 국왕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홍경래의 난을 조기에 발본색원한 덕분에 조정에서 왕의 입지는 실로 단단했다.
반대파가 아무리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무시하고 찍어누를 수 있다.
결과만 괜찮다면, 과정 따위는 합리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어느 쪽을 택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이리 소모적인 논쟁으로는 끝이 나지 않겠다. 대신들은 각자 의견을 적어 상소를 올리라. 내 하나하나 직접 검토해 보고 이틀 안으로 결정을 내리겠노라!”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런 시간끌기가 최선.
이공은 대신들을 물리고 비밀리에 승지들을 시켜 정약용과 서용보를 불러오라 명했다.
‘하필 왜 내 대에서 이런 일이 연달아 터진다는 말인가.’
조선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국왕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무거워져만 갔다.
※※※
영국 놈들의 공세를 어떻게 받아쳐야 하나 고심하고 있는 와중.
황태자의 방문은 나조차 예상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총리 폐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누가보면 선전포고를 받은 게 프랑스가 아니라 청나라인 줄 알 정도로.
황태자의 눈 밑은 시꺼멓게 죽어 있었고 변발임에도 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머리카락도 푸석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마음 고생이 심하셨나 봅니다.”
“예, 폐하.”
“그런데 제가 바빠서 그리 길게 이야기하지는 못할 것 같군요.”
설마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이쪽의 속을 떠보려고 온 것인가.
복수심에 훼까닥 돌아버린 천자가 의화단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쯤은 이미 이쪽의 정보망에 다 걸려 있었다.
만약 황태자가 이걸 떠보려고 여기 온 거라면 이 놈의 이용가치는 여기서 끝.
그냥 슬슬 치워버리는 걸 고려해봐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거기까지 말한 황태자는 내 예상과는 반대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제에발 저좀 살려주십시오! 폐하!”
“···음?”
“저는 진짜로 이번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호라. 그렇게 된 건가.
청을 찢어버릴 수 있는 최고의 카드패가 알아서 손 위로 굴러왔다.
< 손절은 타이밍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