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0)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0화 예측불가(270/355)
< 예측불가 >
의화단이란 어떤 단체인가.
처음에는 동양의 전통을 지키자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술집단이었으나, 서양에 반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무섭게 규모를 키워 지금에 이르렀다.
단순히 거기서 그쳤다면 자국을 수호하는 의로운 집단으로 그칠 수 있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아닌, 서양에 대한 증오였기 때문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이들은 서양인들을 모조리 죽여 쫓아내는 것만이 중화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길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 기존의 노동자들은 모조리 굶어 죽을 거라는 여론을 퍼트렸다.
“서양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우리를 좀먹는 해충과도 같다. 시설들은 때려 부수고 서양에 포섭된 이들은 구제의 여지가 없으니 모조리 죽여 본보기를 삼아야 한다!”
“보이는 족족 죽여라!”
사실 이 거대한 제노포비아의 흐름에는 프랑스가 너무 압도적인 힘으로 청을 찍어눌렀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자칫 잘못하면 이 나라가 통째로 프랑스에 넘어갈지도 모르겠다는 공포.
의화단의 수장들은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양이들은 선교를 가장해 땅을 약탈한다더라. 당장 광동성에는 프랑스 선교사들이 사들인 땅이 너무 커서 기존 사람들이 다 쫓겨날 정도라더라.”
“서양 교회는 난교를 권장한다는데? 게다가 고아원이라는 시설을 열고 아이들을 납치해 잡아먹는다더라!”
“자금성을 점령한 불란서 놈들은 한족의 문화를 짓밟는데에 쾌감을 느낀다더라!”
온갖 그럴싸한 선동과 추측이 버무러져서 의화단의 기세는 무섭도록 뻗어나갔다.
심지어 목숨을 걸고 악의 화신 프랑스 총독을 암살하려고 한 정의의 단체라는 명성까지 얻으니 세력확장에도 순풍이 불었다.
물론 모두가 이들에게 찬동하는 건 아니었다.
의화단에 협조하는 이들의 거의 대다수는 한족이었다.
소수민족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프랑스에게 붙어서 독립을 해보려는 꿍꿍이가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프랑스에 협력하는 이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끝임없는 폭력과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저깄다!”
“저 묘족 새끼! 기독교인이다! 죽여!”
“양이에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매국노 새끼들!”
호남성에 터를 잡고 있던 묘족 진경오의 가족도 이런 분위기의 희생양이 됐다.
앞으로 대세는 프랑스가 될 거라는 생각에 기독교 교리도 공부하고, 프랑스령 홍콩으로 이주하기 위해 돈도 모아왔다.
어차피 한족도 아니고 만주족도 아닌 자신의 가족은 이 나라에서는 위로 올라갈 수가 없는 신세라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그점이 문제가 된 걸까?
함께 홍콩으로 이주하려던 가족들과 친지들은 여지없이 의화단의 표적이 되었다.
“어이, 매국노들. 아주 그동안 니네 세상이 온 것 같은 기분이었겠어?”
“나라를 팔아먹고 양이들 편에 서니 속이 후련하냐?”
“오, 오해입니다! 나라를 팔다니요! 저희는 그저 조용히 남쪽으로 내려가서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날이 시퍼런 무기와 구식 화승총이 쥐여져 있었다.
이걸 어디에 쓰려고 가져왔는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익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러니까 나라를 떠나 양이놈들에게 몸을 의탁하고 싶었다는 거 아닌가?”
“차오! 너같은 새끼들이 제일 나쁜 새끼들이야. 지금까지 나라에게 받은 은혜를 나몰라라 하고 바로 다른 곳으로 가서 붙으려 해? 너 묘족이지? 이러니 천한 놈들은.”
한족으로 보이는 사내가 침을 퉤 뱉고는 기다란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사, 살려주세요! 모아놓은 돈도 다 드리겠습니다! 홍콩으로 갈 생각도 포기할 테니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지랄을 한다.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켰어야지.”
“어이, 무기로 한방에 쳐죽이면 너무 간단하잖아. 그냥 불에 태워버리는 게 어때?”
“그럴까? 그러면 여자는?”
“죽여야지. 그래도 그전에 재미는 좀 보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 자들은 과연 어느쪽인가.
진가네 가족들의 눈에 절망이 어린 순간, 저 멀리서 비교적 말끔한 행색의 사내가 말을 몰아 황급히 다가왔다.
“자네들!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건가? 소집명령이 떨어졌을 텐데?”
“아, 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이 묘적 상인 새끼좀 죽이고 바로 가겠습니다.”
“상인? 상인이라면 모아놓은 돈 좀 있나?”
“그런 것 같다는데요. 그거야 이놈 죽이고 느긋하게 뒤지면 나오지 않겠습니까?”
말을 탄 사내는 진가네 가족과 의화단원들을 둘러보더니 작게 혀를 차고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들 마음은 익히 알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네. 어이, 묘족 쓰레기. 지금 당장 모든 재산을 다 토해내고 꺼진다면 목숨은 살려주마.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예? 그냥 보내주신다고요?”
“어쩔 수 없네, 동지들. 불란서 놈들이 남하한다는 정보가 들어와 소집 명령이 떨어졌네. 무기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 지금은 최대한 빠르게 한푼의 은자라도 더 챙겨놔야 해.”
“불란서 놈들이 남하를? 드디어 그놈들의 배때지에 무기를 꽂아줄 날이 오는 겁니까?”
“그래. 그러니 빨리 본대와 합류하도록 하세.”
의화단 무리들이 허겁지겁 진가네 재산을 털어 수레에 실었다.
진경오와 그 가족들은 평생을 모아온 소중한 돈이 털리는 걸 눈뜨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저들이 모두 떠난 뒤에야 진경오는 그나마 목숨은 건졌다는 자그마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천인공노할 놈들······.”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까지 막나가는 놈들일 줄은 몰랐다.
관군은 대체 어디서 무얼 하는지···아니, 관군도 이제는 한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솔직히 억울했다. 자신이 무슨 나라를 팔았다는 말인가.
애초에 자신들이 국가에게 받은 거라고는 한족이나 만주족보다 높은 세율밖에 없었다.
설령 나라를 팔아먹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위치가 돼야 팔든말든 할 게 아닌가.
그래도 자신들은 목숨은 건사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모르긴 몰라도 호남성에서는 아마 대학살이 일어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러고보니 남하하는 불런서를 막겠다고 몰려갔었나······.”
이렇게 된 거 프랑스군이 저 빌어처먹을 놈들을 모조리 갈아마셔버리면 소원이 없겠다.
어차피 이 망할 놈의 나라가 잔존하는 이상 자신들은 끊임없는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야 할 터.
그러면 그냥 망해버리는 게 차라리 좋지 않을까?
진경오가 함께 홍콩으로 가기로 했던 옆 마을 양가네 집안이 몰살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그로부터 정확히 이틀 뒤였다.
19세기의 청나라는 끊임없이 광기와 증오의 소용돌이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같은 시각.
하남성을 거쳐 호북성으로 남하중인 프랑스 제 3군단.
“의화단이 집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오는 건가.
2군단에게 그렇게 짓밟혀 놓고도 자신들을 또 막으려 하는 저들의 사고방식이 진심으로 이해는 가지 않는다.
나폴레옹은 지금까지 본 청의 행동양식대로라면 3군단과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었다.
물론 확신까지는 아니고 가능성은 5할 이하라고 봤으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의화단을 자극하기 위해 남하하면서 그들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시설은 모조리 불태우고 박살내버렸다.
이런다고 진짜로 반응이 올까 싶었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넬슨이 의화단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놈은 해상봉쇄를 해야하니 내륙의 병력을 제어하긴 힘들 겁니다. 명령은 내려놓겠지만 일반 관군도 아닌 폭도의 연합이 쉽게 통제가 될리가요.”
“그렇긴 한데···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지.”
란은 자신이 혹시라도 무얼 놓치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물론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을 얕보고 있다면 또다시 처발리러 나올 수야 있겠지.
거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나폴레옹도 50% 이하의 가능성을 예측했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지 않나.
“정말로 적의 수가···이쪽의 3배 정도밖에 되지 않나?”
“예.”
“매복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1, 2만도 아니고 10만이 훌쩍 넘을 인원을 대관절 어디에 매복시키겠나.
참모들 중 그 누구도 란의 의문에 속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말이 안 되잖아. 의화단의 전 병력을 이끌고 회심의 승부를 벌이려 하는 거라면 그나마 이해하겠는데 꼴랑 10만? 장난하는 건가?”
지금까지 파악된 의화단의 전체 규모는 관군들까지 다 합치면 거의 30만에 달할 거라고 추정됐다.
그 모든 병력을 이끌고 온다면 아무리 3군단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질 거라는 생각 따위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저쪽의 지휘체계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고,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리니. 저들이 아무리 열악하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자신들의 방심을 유도하려는 고도의 술책일지 누가 알겠는가.
당장 이곳에 오기전에 교양으로 읽어본 동양의 서적에는 온갖 신묘한 책략을 부리는 명장의 이야기가 많았다.
이건 뭐, 묘사만 놓고 보면 알렉산드로스에 한니발을 합쳐 놔도 어림도 없을 것 같은데 이들이 역사에 실존했던 인물이라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바람을 불러 일으켜 화공을 했다는 묘사는 믿기 힘들었지만, 자연의 흐름조차 예측하고 전략을 짰다는 말일 터.
생각해 보면 크리스티앙 총리도 그런 부류의 사람인데 동방에도 그런 인간이 있었을 수도 있지.
어쨌거나 그런 책사들을 배출한 국가인데 방심 따위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원수님. 그러면 조금 더 정찰병을 파견해 볼까요?”
“그래. 어차피 놈들이 우리와 싸우려고 하는 이상 그리 급할 건 없으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란은 탁 소리가 나도록 지도 한복판, 호북성과 호남성의 경계를 가리켰다.
“모든 정보가 수집되면 곧 결전의 때가 오겠지. 아니, 이걸 결전이라고 해야하나······.”
“10만 남짓한 적군이라면 그냥 쓸어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못한다면 그건 우리 군단의 수치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걸 과연 좋아만 해야하나?
잘 생각해보면 이는 작전의 실패도, 성공도 될 수 없었다.
이기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전쟁의 목적은 전투에서 이기는 게 아니다.
특히 이기는 게 당연한 전투라면 더더욱 그랬다.
“차라리 30만이 전부 나와주는 게 속이 편했을 텐데.”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만약.
만약 정말로 저들이 고작 10만으로 3군단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면.
나폴레옹과 자신조차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저들의 판단력에 하자가 있었다면, 이번 전투 이후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조금은 얕봐줬으면 싶었지만 이 정도까지 내려치기를 당하니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군.”
대체 뭔 생각으로 이렇게 나온 것인지.
전투가 끝나면 포로라도 잡아서 한번 물어봐야겠다.
장란은 다시 행군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북경으로 보낼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놈들, 설마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믿고 나온 건 아니겠지?
< 예측불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