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1)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1화 패배의 나팔을 불어라(271/355)
< 패배의 나팔을 불어라 >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호남성에 자리를 잡은 의화단 제 2지부.
의화단을 이끄는 대두목들 중 한 명인 왕청의 위대 대장 이복천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집결한 의용군은 10만이 넘습니다. 반면 저 무도한 불란서의 군대는 3만 이하. 이쪽의 병사들 3명이 저들을 1명만 맡아준다고 해도 약 1만 이상이 남습니다.”
“그래. 수의 우세는 압도적이긴 하지.”
대두목 왕청만이 아닌 다른 대장들도 이복천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중에 딱 두명.
넬슨의 명을 받아 파견온 영국군 장교와 청의 관군을 지휘하는 장수만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통역에게 지금 돌아가는 회의 내용을 전달받은 영국군 장교는 결국 입을 떡 벌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아니! 지금까지 우리 말을 뭐라 들은 거요! 제독께서는 절대 프랑스군과 싸우지 말라고 하셨다니까?”
“명량 대장군께서도 그런 말을 하셨습니다. 불란서군은 포악하고 사나운 살인기계들이니 정면에서 맞서는 건 무의미하다고······.”
“쯧쯧, 이런 겁쟁이들을 보았나. 청의 군대가 패배한 건 그냥 그쪽 병사들이 허접하기 그지 없어서 아닙니까? 우리 의화단의 병사들이 사기도 낮고, 훈련도 받지 않은 관군과 같은 줄 아십니까.”
“아니, 문제는 그게 아니라니까······.”
청의 장수는 뭐라 더 말을 하려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말을 해봤지만 이 사기꾼 놈들은 도무지 자신의 말을 들어먹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청나라 대표가 이렇게 쉽게 입을 다물어버리니 당황한 건 영국쪽이었다.
넬슨은 절대로 프랑스군과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이 멍청한 인간들이 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판단을 내리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니! 말이나 들어봅시다! 대체 왜 싸우겠다는 거요?”
“그러니까 코쟁이 양반. 당신 이름이···제임스였나? 하여간 당신들은 이것도 모르나? 지금 저 양이놈들이 우리와 관련된 걸로 추정되는 마을은 죄다 불태우고, 요인들은 체포하면서 내려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그대로 두면 우리가 겁먹었다는 의심을 살 수가 있어요.”
“하···미치겠군. 그러면 그걸로 더더욱 언론 플레이를 해서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용도로 쓰면 될 거아니오!”
“아니,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말이 있는데 여기서 나서지 않는다면 병사들의 사기에도 영향이 간다니까요. 그리고 지금 이들을 먹일 식량은 하늘에서 떨어집니까?”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이들의 어조에 제임스 소령은 복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단편적일수가 있을까.
‘제독님. 제독님의 판단이 틀리신 것 같습니다.’
넬슨은 아무리 멍청한 놈들이라고 해도 시키는 대로는 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나라의 한족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총체적인 난국이기는 했으나, 이놈들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남의 말을 도무지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리들이 말하는 경험담조차 한 귀로 흘려버리니 외국인들인 영국의 의견을 들을 리가 없었다.
“이보시오. 프랑스 육군의 힘은 당신들이 무얼 예상하더라도 그보다 더 위라는 말이요! 그러니까 제발 지금이라도 이쪽 말을 들어야 한다니까!”
“아 물론 이쪽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닙니다. 듣자하니 관군을 밀어버린 불란서의 부대는 정예 중 정예로 이름이 높은 2군단이라지요? 하지만 지금 내려오는 자들은 전쟁이 다 정리되고 들어온 3군단입니다.”
“3군단이 2군단보다 약할 거라는 건 그냥 당신들의 희망일 뿐······.”
“그리고 청군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한 건 처음부터 그들의 사기가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는 다르지요.”
의화단의 병사들은 모두 도검불침과 신령부체라는 문구에 세뇌되다 시피 푹 절여져 있었다.
의화단에 몸을 담고, 정갈한 마음으로 훈련을 수료한다면 양이들의 사이한 무기는 몸을 침범하지 못한다.
그리고 전투에 나서기 전 신령이 함께하는 부적을 몸 안에 들이면 양이들의 총포가 몸을 비켜가게 된다.
제임스가 보기에는 세상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지만, 의화단 병사들은 이를 진지하게 믿었다.
“뭐, 당신들이 그런 요상한 구호로 사기를 올리는 건 그렇다 칩시다. 어느 나라든 부대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쓰니까.”
실제로 영국군도 이런 사이비 같은 일은 하지 않지만 용기를 얻기 위해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지 않는가.
“하지만 설마 당신들 정말로 부적 쪼가리 좀 먹는다고 총탄이 비겨갈 거라 생각하는 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이게 사기라는 걸 알아챈 순간 병사들의 사기가 뚝 떨어질 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을 텐데?”
“걱정 마시죠. 정말 어지간한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그리 쉽게 제정신이 돌아오지는 않을 테니까.”
왕청의 호언장담을 들은 제임스는 순간 뭔가 더 있음을 직감했다.
“제정신이 돌아와? 설마······.”
“아, 예. 그들이 삼키는 부적에는 용기를 복돋아 주는 신묘한 효과가 있습니다. 신령부체라 하지 않았습니까. 용감한 신령이 병사들과 함께하니 목숨을 걸고 적을 붙잡고 늘어질 겁니다.”
“마약을······.”
“신령이라니까요.”
왕청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제임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걱정은 접어두시고 두 다리 쭉 뻗고 지켜보십시오. 승리의 공은 당연히 그쪽과도 나눌테니.”
제임스는 이 모자라면서도 악랄한 사기꾼들의 행각에 더는 입을 열 수 없었다.
이제와서 보니 승부를 서두르려는 이유도 대강 짐작이 갔다.
의화단 조직은 명환한 한명의 구심점이 아닌 여러명의 대두목이 지휘를 하는 구조였다.
모두가 스스로를 신통하고 광대하며 법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자들이었다.
물론 그들 중 제대로 된 지휘관은 단 한 명도 없다.
실제로 전쟁이 터지면 전방에서 그 잘나신 법술을 쓰며 적과 싸울 위인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에만 열중하는 속물들일 뿐이다.
정말로 싸울 거라면 모든 병력을 모아 적의 궤멸을 노려야 한다는 충고를 가뿐히 무시한 것만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런 미친 놈들의 최후에 같이 어울려줄 의리는 없지.’
내일이라도 몰래 이곳에서 빠져나가 남쪽으로 튀어야겠다.
그나마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그는 하루빨리 이 소식을 넬슨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금쯤 바다에서 용맹하게 함대를 지휘하고 있을 제독이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
사전에 프랑스군이 전투가 벌어질 거라 예상했던 호북과 호남의 경계.
콰아아앙!
동이 트자마자 시작된 프랑스군의 포격에 의화단은 굴하지 않고 용맹히 전진했다.
“부청!멸양!부청!멸양!”
“양이들에게서 나라를 지키자!”
왕청의 호언장담대로 의화단 병사들은 쏟아지는 로켓과 대포의 포격에도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갔다.
의화단민들은 포탄에 몸이 찢겨도, 총알에 머리가 날아가도 개의치 않았다.
옆에서 전우들이 죽어나가도 단민들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앞으로 달려나갔다.
물론 도검불침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는 건 전투가 개시된지 단 10초만에 증명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화단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장 란은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막돌격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무슨 묘책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정말로 이렇게 들이받을 줄이야.
“원수님. 저렇게나 몸을 아끼지 않고 들이대는 놈들은 처음 봅니다.”
“흠···설마 이것도 뭔가 계략의 하나는 아니겠지? 정말로 그냥 머리가 빈 놈들이었나보군.”
“저희를 그만큼 얕잡아 보았나 봅니다.”
“분명히 역사서라고 들었는데 내가 뭔가를 잘못 안 건가? 영국놈들이 번역해 들여온 책이라 오역이 있었던 것인가······.”
어찌 쓰리 킹덤 로망스의 나라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자살돌격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영국 놈들이 번역을 이상하게 했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전부 구라였든가.
어느쪽이 됐든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장 란은 새삼 허탈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저렇게 목숨을 도외시하고 계속 달려들면 몇몇은 지근거리까지 당도할지도 모르겠군. 조금 더 연사력이 좋은 무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본토에서 총을 쉴 새가 없이 뿜어대는 중화기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는데 아직은 실전에 도입되지 못했다.
물론 그런 무기가 없다고 해도 저런 무모한 돌격은 잘 훈련된 프랑스 육군을 상대로는 먹히지 않는다.
숫자 차이가 10배쯤 나면 모를까 고작 3배 정도의 차이로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요상한 구호를 외치며 달려오는 병사들은 이쪽의 집중사격에 흙바닥과 열정적인 키스를 했고, 자신들의 붉은 피로 바닥을 물들였다.
“씁. 눈 뜨고 봐주기가 힘들군.”
“저 놈들 군을 물릴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진짜로 여기서 다 죽일 생각인가.”
콰아앙!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작렬하는 포탄에 의화단원들 2명의 몸이 핏물로 화해 하늘로 솟구쳤다.
“상대 지휘관의 낯짝을 한 번 보고 싶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휘를 하고 있는 거야?”
사실 란은 이번 전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쥘 계획이 전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면 후방에 대기중인 적군의 본대에 경각심을 심어줄 것 같아서였다.
차라리 적의 군대가 전부 몰려왔다면 이쪽도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며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 적을 격멸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의 판단력에 너무나도 하자가 있었던 나머지 고작 3분의 1정도 수준의 병력과 싸워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서 저들을 압도적으로 전멸시키면 뒤에 있는 본대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과 싸워주지 않겠지.
그러면 3군단도 광동쪽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게 된다.
최대한 빠르게 의화단 무리를 해체하고 북경으로 돌아간다는 기존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조금만 선전해 줘도 티가 안 나게 후퇴를 하려고 했는데···이런 병신 새끼들 같으니.”
무언가 책략이 있을 테니 그게 먹혀들어간 척 적당히 호응해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개같이 돌격을 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상황이 너무나도 흠잡을 데 없는 대승으로 흐르기 시작하자 참모들의 얼굴에도 점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원수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 역사에 남을 대승의 분위기인데요.”
“···쓰읍. 어떻게 하지? 여기서 의심을 받지 않고 퇴각할 수단이 있을까?”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지.
어쩌면 사실 놈들은 바보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쪽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던 게 아닐까.
설마 그걸 위해 10만의 병사를 제물로?
그런 터무니 없는 추론마저 머리솟을 맴돌던 찰나,
“······음?”
죽음을 불사하고 돌격하던 적군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놓고 있던 정신줄이 이제야 돌아온 듯한 반응이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잊고 있던 공포를 다시 찾은 것만 같은 적군이 갑자기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니 순간 전장의 분위기가 붕 떠버렸다.
“좋아! 지금이 기회다!”
“···예?”
“사격 중지! 저들이 물러나는 움직임에 맞춰서 우리도 당황한 척 군을 물린다!”
“예!”
눈치 빠른 참모들이 재빠르게 장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싸우다 말고 이게 대체 뭔 헛짓거리인가 싶었지만, 병사들은 일단 충실히 명령을 따랐다.
“지금부터 전군! 최대한 당황한 척하며 후퇴한다!”
“전군 후퇴! 후퇴!”
“으. 으아아아. 적들이 너무 강해. 5만밖에 죽이지 못했다.”
“으아아아. 큰일났다. 탄약을 5분의 1이나 써버렸다. 도망가자.”
프랑스에는 2군단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던 장 란 원수의 용맹한 3군단.
작전계획도, 준비도, 실제 전투수행도.
모든 게 완벽했던 그들은 마지막에 누가 봐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몸놀림으로 전장을 뒤로했다.
< 패배의 나팔을 불어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