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3)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3화 뿌린 대로 거두리라(273/355)
< 뿌린 대로 거두리라 >
의화단 전체를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고 외치는 듯한 기세로 남하한 프랑스 제3군단.
이들의 진군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청나라 관군들은 의화단의 어리석은 선택을 욕하며 씹어대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왕청은 절반가량 남은 용사들과 의기양양하게 귀환해 프랑스 3군단을 후퇴시켰노라 보고했다.
“불란서 놈들, 생각보다 별거 없었습니다.”
“저, 정말로 놈들을 격퇴한 겁니까?”
뒤늦게 합류한 총사령관 명량은 입을 떡 벌린 채 왕청에게 재차 물었다.
“어, 어떻게···놈들이 가진 무기는 이쪽과는 비교가 안 됐을 텐데요. 정말로 이긴 겁니까?”
“궁금하시면 가서 확인해 보십시오. 3군단은 이쪽의 공세에 밀려 후퇴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저희가 이렇게 유유히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그, 그건······.”
명량은 자신이 이끄는 팔기군을 전멸시킨 2군단의 악몽과도 같은 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의화단이 고작 10만으로 그들을 패퇴시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3군단이 2군단보다···정말로 많이 약한 건가? 그렇다면 이해는 가는데······.”
“···아, 아아···뭐 그랬을 수도 있지요. 사령관과 싸운 불란서의 부대는 정예들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싸운 놈들은 좀 더 약한 놈들이었나 보지요. 크흠!”
저번 전투를 복기해보면 명량의 말이 맞았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왕청은 명량의 추론을 그대로 핑곗거리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무기가 좋긴 했지만 다루는 게 그리 능숙하진 못해 보였습니다. 그러니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든 우리 군에게 패배할 수밖에요.”
“오호라! 그렇다면 이해가 갑니다. 하긴···그런 악귀 같은 놈들이 몇만씩 더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으니.”
뭔가 걷잡을 수 없이 일이 흘러가는 느낌이었으나 왕청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여기에 돌아온 목적은 처음부터 단 하나였으니.
“자, 그럼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러 가볼까요?”
“그래야지요. 마침 다른 분들도 와 계십니다.”
“다행이로군요. 이야기가 빨라지겠어요.”
명량의 뒤를 따라 막사 안으로 들어간 왕청은 미리 앉아있던 다른 대두목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동지들.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양이를 격퇴한 영웅이 오셨구만! 하하하, 이거 지금까지 청의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우리 단이 이뤄내니 절로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그렇지요. 우리의 몸을 보호해주는 부적을 거의 다 써버린 건 뼈아프지만···그래도 승리는 거뒀으니까요.”
“하하하! 이겼으면 그만 아닙니까.”
의화단의 대두목들인 장복구와 조덕정은 왕청의 승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
모아놓은 약을 거의 다 썼다는 말이 의도치 않은 신뢰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은 명량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제임스 소령과는 이야기를 나눠보셨습니까? 잔뜩 화가 나서는 배를 타고 나가버렸는데요.”
“저희가 불란서와 싸운다고 하니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하더군요. 뭐, 이렇게 결과로 증명이 되었으니 그자들의 눈은 옹이구멍이었다고 봐야겠지요.”
“어차피 그놈들도 양이 아닙니까! 멍청한 양이들이 제대로 된 판단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요!”
동지들의 맞장구에 왕청은 양심의 가책 따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듯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입니까! 더러운 양이들의 힘을 빌릴 것 없이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증명했듯 우리에겐 충분히 그럴 힘이 있습니다!”
“···그러면 적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는지는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걸 알면 앞으로의 계획을 짤 때 수월할 것 같습니다.”
“아~피해 상황. 그렇죠. 그러니까···음···워낙 전투가 격렬했었기 때문에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이쪽이 절반이 죽었으니 저쪽도 절반은 죽었다고 할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티가 너무 난다.
“적의 3만 병력 중 1만···아니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피해를 입힌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5천은 넘었을 겁니다.”
“1만!”
명량이 눈을 부릅뜬 채로 입을 딱 벌렸다.
10만을 넘게 꼬라박고 1명도 죽이지 못했는데 1만에 가까운 적군을 죽였다고 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 그렇다면 놈들의 무기를 노획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것들을 가져가면 이쪽의 전력에 엄청난 도움이······.”
“어···그러니까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만 놈들이 기가 막힐 정도로 쓰러진 동료들의 무기를 챙기더군요. 아무래도 이쪽에 무기를 넘기기 싫었나 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랬어도······.”
“그리고 이쪽도 피해가 꽤나 컸기 때문에 적의 역습을 고려했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요.”
필사적인 변명에도 명량은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다른 의화단 대두목들의 눈치가 보였는지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크흠! 어쨌든 저희에게 중요한 건 이게 아닙니다. 지금 황상께서도 저희의 승전보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듣자 하니 이번에 만주까지 피하셨다는데 하루 빨리 옥체를 자금성으로 다시 모셔야지요.”
“그건···그렇지요.”
가경제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크리스티앙의 보복을 피해 열하행궁을 떠나 만주까지 도망갔다.
천자의 신하인 명량으로서는 황제의 안전 문제가 거론되자 의구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전쟁이 길어진다면 안 그래도 쇠약해진 천자의 몸이 견디지 못할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넘어왔다고 판단한 왕청은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면 이제 여세를 몰아 저희가 역공을 취할 차례입니다. 우리의 소모가 크기는 해도 아직 25만에 가까운 병력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놈들은 고작 2만 남짓. 12배에 달하는 이쪽의 병력이 질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길리의 넬슨 제독은 절대로 싸우지 말라 신신당부를 했는데······.”
“그게 틀린 판단이었다는 건 이미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여기서 우리가 놈들의 말에 순순히 따르면 놈들은 우리를 더 얕잡아 볼 겁니다. 오히려 여기서 이쪽의 힘을 보여줘야 놈들도 우리를 호구로 보지 못하지요.”
구구절절 이치에 맞는 말이었기에 명량도 따로 반박하지는 못했다.
확실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영국의 지시에 따라 전쟁을 수행하면 전쟁이 끝난 뒤 정말로 놈들의 속국 신세가 될지도 모르지 않나.
한번쯤은 이쪽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확실한 거겠지요?”
“아무렴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나가서···불란서 놈들과 결전을 벌이도록 하죠.”
“오오오오!”
청나라 역사를 통틀어 봐도 이 정도의 대군을 한 전투에 쏟아부은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그게 나라의 명운을 걸고 임하는 건곤일척의 승부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대역사의 현장에서 주인공이 된 의화단 대두목들은 열광적인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따먹을 수많은 과실로 꽉 차 있겠지.
명량 역시 청을 구한 구국의 영웅이라 칭송받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멋쩍은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왕청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좋아. 이제 저놈들의 재산까지 다 챙겨서 도망가면 되겠군.’
자신이 미쳤다고 그 악귀 같은 놈들과 다시 싸우러 가겠는가.
20만을 데려가든 25만을 데려가든 놈들의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가 모조리 몰살당할 게 뻔한 사지로 동지들을 몰아넣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렇지 않으면 패전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죽을 게 뻔하니까.
게다가 야반도주를 하면 평생을 악착같이 벌어놓은 재산의 반도 챙기지 못할 텐데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이유가 있겠는가.
오히려 이렇게 놈들을 보내버리면 찬찬히 이쪽의 재산을 회수하고 덤으로 저놈들이 가지고 온 금이나 은을 가지고 갈 수도 있다.
오랫동안 봐온 사이니 동지들의 습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대충 어디에 어떻게 재산을 은닉했는지도 감은 잡혔다.
애초에 비슷한 방식으로 단민들을 착취해 재산을 불렸을 텐데 뻔하지 않나.
나라가 망하든 민족이 망하든 왕청은 처음부터 먼지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긴 뒤 나중에 신분 세탁을 하고 프랑스로 투자 이민을 가면 안락한 여생을 즐길 수 있다.
그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
호북성.
프랑스군 막사.
전투를 벌인 뒤 잠시 뒤로 후퇴하고 새운 사령부에서, 장 란은 크리스티앙에게 보낼 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연기가 효과가 있었을까 걱정이로군. 놈들이 속아 넘어갔을까?”
“그랬다면 좋겠지만 어렵지 않겠습니까. 놈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아니, 놈들은 바보가 맞다. 그러니까 꼴랑 그 병력으로 우리와 상대하려 한 거겠지. 문제는 우리의 연기가 바보조차 속이기 어려울 정도로 부자연스러웠을 거라는 거고.”
“그렇다면 그냥 군을 몰아 놈들에게 진격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란이 주목한 건 적들의 통일되지 않은 지휘체계였다.
이걸로 조금이라도 적의 내부에서 이쪽을 얕잡아 보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일단 의화단 놈들의 동태를 계속 살펴라. 놈들이 이다음에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우리 행동 방침을 정해야겠다.”
“알겠습니다.”
3군단은 기세가 한풀 꺾인 것처럼 위장하고 호남성으로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다.
그 결과, 믿기지 않게도 적의 대군이 호남성에 집결해 북상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두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 기적의 움직임이다.
“세상에···이게 먹히다니.”
“설마 정말로 우리가 퇴각한 거라고 생각한 건가?”
이것도 설마 함정···아니,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란은 이미 저번 전투에서 적군의 밑천을 전부 다 파악했다.
중세 이후로 먹히지 않을 정신론으로 무장한 오합지졸들.
‘아니지. 단순히 그런 게 아니라 어떤 불순한 목적마저도 느껴졌어.’
어쩌면 놈들을 이끄는 수뇌부는 자신들이 외치는 대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신념 같은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물증은 없었지만, 란은 영 꺼림칙한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겠지. 중요한 건 이게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는 사실뿐.”
여기서 의화단을 뿌리 뽑아버리면 당분간은 남부도 안전해진다.
영국의 함대가 영 거슬리긴 해도 그들이 직접 광동 내륙까지 들어와 성을 점령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원수님. 그래도 적의 군대는 25만 가까이 되는 걸로 예측됩니다. 이쪽의 8배가 넘는 병력인데···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다. 저번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안 되겠지. 이번에는 보다 철저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적군을 섬멸할 것이다.”
란은 북경을 떠나기 전 크리스티앙에게 들었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의화단의 주축은 한족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한족의 영향력을 최대한 약화시켜 둘 필요가 있어.
무력과 노동력의 감소만큼 확실하게 상대방의 힘을 꺾어놓을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많은 한족의 수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그다지 티도 나지 않는 수준이겠지만.
“적은 대군이고 이쪽은 아무리 무장이 좋다고 하더라도 소수입니다. 퇴각하는 적들을 쫓아가 토벌하는 건 힘들 겁니다.”
“하지만 뿔뿔이 흩어진 놈들을 대신 죽여줄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지금까지 의화단이 이 근처에서 한 패악질은 자신들의 귀에까지 들어와 있었다.
“결국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 다른 민족들을 억압하고 핍박하고, 자신들 좋을 대로 힘을 휘두른 대가는 결국 자신들의 목을 조르게 될 것이다.”
과장을 보태지 않아도 이 일대에서 한족에게 호의적인 다른 민족들은 찾아볼 수 없다.
프랑스군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승리로 그들이 들고일어날 용기를 주기만 하면 된다.
즉, 이번 전투가 끝나는 순간.
한족을 중심으로 한 대제국은 두 번 다시는 중원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 뿌린 대로 거두리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