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5)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5화 안 싸워주면 그만이야(275/355)
< 안 싸워주면 그만이야 >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왕청···왕청은 어디었어! 저런 놈들을 이겼다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전황을 관망하던 의화단의 수뇌부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명량! 명량 장군은?”
“적의 포격에 휘말려 다리가 날아갔습니다! 명량 장군의 부대가 저쪽에서 도움을 청하고 있······.”
“닥쳐! 다리가 날아간 병신을 데리고 가면 우리만 늦어지지! 지금 당장 기수를 돌려라!”
“옳은 판단입니다! 우리라도 살아야지요!”
그토록 자신들의 법력을 자랑하던 의화단의 대두목 두 명은 전황이 기울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퇴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한시라도 빠르게 숨겨둔 재산을 가지고 해외로 튀어야 한다.
다행히도 미끼로 쓸 병사들은 넘치도록 많았기 때문에 이들이 도망갈 시간 자체는 충분했다.
문제는 남겨진 한족 병사들이다.
안 그래도 보병 위주인 이들은 최고 지휘관들이 싸그리 도망가버리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도검불침이라며! 이미 한 번 이겨봤던 적들이라며!”
“우리 한족이 뭉치면···누구라도 으아악!”
타타타탕!
“도, 도망가! 도망가자!”
“차, 차오! 우리는 속았어! 속았다고!”
그나마 후열에 있던 병사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수 있었지만, 뭣 모르고 앞 열에 배치되어 있던 이들은 대부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프랑스군이 전진하기 시작하자 자신들이 끝장났다는 걸 직감한 의화단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친 의화단원들이 순조롭게 목숨을 건사한 건 아니었다.
“어이! 여기 의화단 놈들이 있다!”
“이 개같은 살인자 놈들!”
가까스로 도망친 이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으나, 이들을 기다리는 건 의화단에게 학살당한 소수민족들의 분노였다.
“자, 잠깐! 나는 의화단원이 아니오! 한족이라고 의화단원이라 모는 건······.”
“알 게 뭐야! 이 한족 새끼들! 니네한테 우리 가족이 죽었다고!”
“누가 의화단원인지 아닌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그냥 다 쳐 죽여!”
“우리 아버지를 강물에 던지고 낄낄거리던 새끼들이야! 똑같이 해주자!”
의화단에 의해 피해를 본 소수민족들은 프랑스군이 이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그대로 분출시켰다.
이토록 피해자가 많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의화단이 군자금을 모을 때 사용한 방법이 멀쩡한 소수민족들을 프랑스의 앞잡이로 몰아 재산을 갈취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만주족과 한족을 제외한 다수의 소수민족들은 청나라의 지배하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기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장 란은 사전에 주변 소수민족들에게 의화단 패잔병들을 사로잡는다면 자신들에게 양도해 달라 부탁했었다.
그러나 당연히 프랑스군에 양도된 자들은 없었다.
사로잡힌 순간 모두 피의 보복을 당했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도망쳤던 의화단의 대두목 조덕정과 장복구도 왕청에 털린 재산을 되찾기 위해 머뭇거리던 사이 복수심에 불타는 묘족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청의 전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의화단의 몰락은 이렇게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
의화단의 대패와 몰락.
이 따끈따끈한 소식은 당연히 북경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내 귀에도 들어왔다.
담담하게 작전을 브리핑 중이던 나폴레옹조차 이 보고를 듣자마자 입을 딱 벌리고 재차 물었다.
“세상에···의화단이 단순히 전투에서 패배한 게 아니라 아예 박살이 났다고?”
“음? 의화단이 싸워줄 가능성도 5할쯤은 된다고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그랬죠. 하지만 본때를 보면 당연히 군을 수습하고 수세로 전환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싸우면 30만으로 예상되는 적 병력이 아예 와해될 수가 있는 거지······.”
“란 원수의 지휘가 좋았던 게 아닐까?”
“아니요. 이건 단순히 이쪽이 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혹시···란이 전공 부풀리기를 한 건···아니, 그럴 리는 없나.”
천하의 나폴레옹이 저렇게나 당황하다니.
그것도 대패해서가 아니라 대승을 해서?
물론 나도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원래 나폴레옹이 구상하고 있던 그림은 란의 3군단을 광동 쪽으로 내려보내서 힘의 균형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란이 내려가 있는 이상 광동이 뚫릴 일은 없으니까.
그걸 기반으로 차후 작전을 전개하려 했는데 아예 적을 박살을 내버렸으니 황당하지 않을 리가 있겠나.
“아무래도 막부가 이쪽의 요구를 들어준 게 꽤나 도움이 됐나 본데. 남부의 병력은 넬슨의 지휘 아래에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런 듯합니다. 넬슨은 이쪽의 보급을 차단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니 저쪽에서 오는 선단을 가만히 놔둘 수 없었겠지요.”
쇼군에게 이쪽에 보급품을 좀 보내달라 했지만 애초에 이쪽의 항구까지 저들이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일본 측의 보급선은 처음부터 넬슨을 끌어내기 위한 눈속임.
그로 인해 남부에 있는 적 병력의 지휘체계에 조금이나마 혼선이 간다면 대만족이고,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딱히 이쪽이 손해 보는 건 아니니 아쉬울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 이상으로 대박을 쳤던 모양이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지? 의화단이 박살 난 이상 이제 영국의 해군만으로는 남부를 장악할 수가 없지 않나?”
“예. 이쪽의 숨통이 조금은 트였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금일 뿐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닙니다.”
“그렇지. 중요한 건 본국의 함대가 이쪽까지 당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니까.”
“일단 월남이나 막부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영국 함대의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남은 건 조선 정도인데···이쪽은 확신이 서질 않는군요.”
“조선이라······.”
확실히 조선과 북경은 육로로도 왕래할 수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저쪽도 썩 믿음이 가진 않았다.
애초에 지금 조선의 나라 꼴로 이쪽에 유의미한 수준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것도 해로가 아닌 육로를 통해서?
아니. 그냥 기대를 하지 말자.
그냥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중화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치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다.
“그쪽은···글쎄. 밑져야 본전이니 연락은 보내보겠지만 그쪽은 전력 외로 고려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군요. 아시아 쪽 국가 정세는 총리님이 저보다 훨씬 잘 아실 테니 총리님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그러면 역시 이쪽의 힘으로 변수를 만들 수밖에 없겠군요.”
나는 굳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말로 유명한···이라고 하기엔 라이프치히와 워털루가 걸리지만, 아무튼 가능한 게 매우 많은 나폴레옹이 아니던가.
그냥 믿고 맡기도록 하자.
원역사에서는 러시아와 영국의 연합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했으나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도 다르고 이쪽의 전력도 다르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나폴레옹의 능력을 끌어낸 건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원래는 불가능했던 한계를 뛰어넘어 역사상 누구도 보지 못했던 경지까지 나아갈 것이다.
나는 뚫어져라 지도를 응시하는 나폴레옹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다.
※※※
“총리님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우리의 승전보다! 쏴라! 쏴!”
“미개한 땅개놈들이 바다로 기어나오도록 놔두지 마라! 천천히 물러나면서 계속 화력을 집중해!”
아시아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유럽에서의 전투는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육군으로 러시아를 타격하자는 의견이 기각된 이후 프랑스는 해군 전력을 총집결시키기 시작했다.
지중해는 에스파냐와 프랑스가 꽉 잡고 있었지만, 아직 대서양에서 대영제국의 위상과 힘은 건재했다.
이제는 쇠퇴했다고는 하나 희망봉 쪽 역시 대영제국의 영역이었다.
여기에 인도까지 대영제국이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운하를 통해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 루트는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인도양으로 진입하자마자 만전의 태세를 갖춘 영국 함대의 공격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누벨 프랑스에서 태평양을 건너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중간 보급기지가 없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긴 거리를 항해해야 한다는 점이 걸렸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자연스럽게 제한된다.
사실 이쪽이 무엇보다도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긴 하다.
그냥 영국의 대서양 함대를 박살 내고 영국 본토에 프랑스의 육군을 상륙시키면 된다.
그러면 수개월 안에 런던을 함락하고 항복 서명문에 영국 총리와 국왕의 사인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영국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프랑스 해군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프랑스 측 역시 움직임은 요란했으나 결전을 서두르지는 않았다.
만약 대패하기라도 하면 진짜로 해상 주도권을 완전히 상대방에게 헌납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 쪽에 있는 크리스티앙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지원을 해줘야 하는 에스파냐가 계속 투르크의 사략선에 신경이 팔려있는 것도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투르크와 프로이센이 영국의 앞잡이라는 건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프로이센은 신성로마제국을 견제하고 투르크로 에스파냐를 견제하겠다는 속셈이 확실합니다.”
“해군 전력을 보충하긴 했지만 우리만으로 영국 놈들과 싸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에스파냐가 계속 꾸물댄다면 조금 강압적인 방법이라도 써야지요.”
매일같이 의견이 갈리는 프랑스 의회.
더욱이 임시 대원수를 맡은 마세나는 해전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전선에는 무려 2군단과 3군단, 그리고 나폴레옹과 다부, 장 란이 가 있습니다. 현지에서 충당할 수 있는 자원이 모두 바닥나기 전에는 절대로 뚫리지 않겠지.”
그 전쟁 귀신들의 능력은 누구보다도 같은 원수인 마세나가 잘 안다.
어쭙잖은 영국이나 러시아 육군 놈들에게 전투에 밀려서 패배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확실한 방법으로 물꼬를 트는 게 이쪽이 해야 할 일일 터.
마세나의 명령을 받은 베르티에는 계속해서 대서양 방면에서 함대를 이끌고 나가려는 모양새를 취하며 영국의 시선을 끌었다.
영국도 자연히 프랑스의 목적은 본토 상륙이라 예상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앙드레 마세나가 군단을 이끌고 출격했습니다!”
“어디지? 어느 쪽을 노리고 출항한 거냐?”
“대서양이 아닙니다! 놈들의 함대가 지중해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세나 본인은 육군을 이끌고 북상하고 있는 듯합니다.”
당혹감에 쩔쩔매는 참모들의 보고에 커스버트 콜링우드 제독이 버럭 노성을 질렀다.
“이런 허접한 양동 작전조차 파악을 하지 못했다고? 이 밥버러지들이!”
“그게···놈들의 목표가 본토 상륙이 확실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라······.”
“한심한 놈들! 그러면 최대한 빨리 놈들의 노림수를 분석하고 파악해야지! 여기서 당황하고만 있으면 뭐가 해결되나!”
이제 보니 총사령관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건 프랑스놈들만이 아니었다.
이쪽도 병력 자체는 충실히 갖추고 있었지만 넬슨과 웰즐리의 부재가 너무 뼈아팠다.
그러니 이런 간단한 양동도 예측 못 하고 계속 행동이 늦어지는 게 아닌가.
사실 뒷북이기는 해도, 저렇게까지 움직이게 허용한 이상 프랑스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갔다.
영국을 따돌린 뒤 프로이센과 투르크를 선제 타격한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적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필드 위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프로이센에 이쪽의 육군을 합친다고···놈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다급하게 육군에 전보를 띄우는 콜링우드 제독의 두 눈에 짙은 그늘이 졌다.
< 안 싸워주면 그만이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