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6)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6화 내가 망하면 너도 망해(276/355)
< 내가 망하면 너도 망해 >
프로이센이 기대했던 건 해상을 완벽히 통제한 대영제국이 프랑스의 움직임을 전부 예측하고. 급부상한 러시아 제국이 적절한 원조를 해주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언제나 이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자신들의 안위를 최고로 중시하는 대영제국의 방침상 프로이센은 당연히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대서양만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던 영국군의 눈을 피해 지중해로 나가는 건 프랑스군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아시아에 있는 군단들을 대신할 새로운 병력을 편성한 마세나가 북쪽으로 치고 나오자 프로이센은 혼란에 빠졌다.
“북상하는 프랑스군이 몇 명이라고?”
“최소 5개 군단 이상이라고 합니다. 수로 따지면 대략 15만 정도가 아닐지······.”
“15만? 투르크쪽 에도 병력을 보냈다면서 어떻게······.”
경악.
그리고 공포.
저번에 나폴레옹이 이끄는 18만의 병사에게 완전히 영혼까지 탈곡당한 프로이센군은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단순히 수로만 보면 저번에 침공한 프랑스군보다는 소수였고, 나폴레옹과 다부, 장 란 같은 지휘관도 없고, 2군단과 3군단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프랑스군의 무장 상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폴레옹이 없다고 하더라도 프랑스군을 이끄는 원수들은 이전보다도 더욱 경험을 쌓은 상태다.
반대로 프로이센군은 아직도 이전의 전력을 다 회복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총기도, 화포도 프랑스군보다 최소 1세대 이상 뒤처져 있었다.
신성로마제국이 상대라면 어떻게든 대치를 해볼 엄두는 내겠지만, 프랑스군을 상대로는 그럴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아니, 당장 프랑스군과 전쟁을 한다고 하면 병사들이 제대로 말을 들을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영국은? 놈들은 뭐라고 하던가?”
“최대한 빠르게 지원군을 파병해준다고 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그게 언제인데?”
“그건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정예 육군들을 추려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 새끼들은 믿을 수가 없어. 차라리 러시아 쪽이 더 믿을만할 것 같은데 그쪽은 뭐라고 했지?”
프로이센의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는 아직도 아버지가 영국에게 어떻게 뒤통수를 후드려 맞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아버지의 유언이 ‘영국 새끼들을 믿지 마라’였겠는가.
이번 전쟁에 발을 담근 것도 영국을 믿어서가 아니라 지금 기회를 놓치면 프로이센은 영영 반등하지 못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일단 영국에게 전해라. 프랑스가 국경을 넘어올 때까지 지원군이 도착하지 않으면 우리는 바로 프랑스에 항복하고 이 전쟁에서 빠지겠다고. 그게 싫으면 빨리 지원군을 보내든가.”
“예!”
“그리고 러시아 놈들한테도 전해. 우리가 프랑스에 붙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무조건 지원군 보내라고.”
이쪽을 신성로마제국을 억제할 용도로만 쓰다가 버릴 생각이라면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이다.
당장 스웨덴이 프랑스의 동맹인 상태에서 자신들까지 프랑스에 붙는다면 과연 러시아나 영국이 발트해와 북해를 지금처럼 제집 앞마당으로 여길 수 있을까.
단독으로는 미약할지 몰라도 작정하고 프랑스에 붙어버리면 영국과 같이 망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프랑스가 기특하다고 숨통은 틔워줄지 누가 알겠는가.
“폐하. 그런데 한 가지 더 보고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프랑스가 밀고 들어오는 이 시점에서 그 외에 또 중대한 일이 있다고?”
“예. 그러니까···폴란드 쪽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프랑스와의 전쟁에 절대 반대한다며 자신들은 징병에 응하지 않겠다는 폭동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놈들이 있었나. 진짜 어지간히도 동화가 안 되는 놈들이로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신성로마, 프로이센, 러시아가 폴란드를 분할해서 통치한 지도 어언 수십 년이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독립에 대한 이들의 열망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지금 폴란드인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이번이 자신들이 독립할 가장 좋은 기회라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프랑스의 동맹이었으니 프랑스가 폴란드의 편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그런 거로군. 이번에 우리가 전쟁에서 지면 프랑스가 폴란드를 독립시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말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거면 몰라도 적극적으로 독립 목소리를 내며 프랑스를 도우면 명분과 실리 양쪽을 모두 챙길 수 있을 테니.
프랑스도 감히 자신들에게 적대한 프로이센이나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싶을 테고, 여러모로 아귀가 잘 들어맞는다.
“그런데 그래도 신성로마제국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도 있을 텐데? 프랑스가 동맹의 배를 갈라서 독립을 시켜주진 않을 것 같은데?”
“폴란드 영토를 뱉어내는 대신 저희나 러시아의 땅을 뺏어서 줄 수도 있죠. 조정할 수단 자체는 많습니다.”
“그런가······.”
이제 보니 이번 전쟁에 걸려 있는 이권은 생각보다도 더욱 많고 복잡했다.
안 그래도 공업지대가 될 수 있는 요지를 잃어 타격이 큰데 폴란드까지 떨어져 나간다면?
프로이센은 영원히 유럽의 2류 국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리라.
안 그래도 프랑스도 머리 아픈데 이 폴란드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머리가 아파지려던 찰나.
빌헬름 3세의 머릿속에 구사일생의 기책이 떠올랐다.
“러시아 쪽에도 확실히 전해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상 지원군이 늦어진다는 건 전부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가망이 없어 보이면 프랑스에 항복할 것이고, 그러면 러시아 역시 발트해는 물론이고 폴란드도 전부 잃게 될 거라고.”
이쪽이 잃을 게 많긴 하지만 어차피 결국 다 운명 공동체다.
같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싫다면 좋든 싫든 이쪽을 지원해야 한다 이 말이야.
“알겠습니다. 저쪽도 생각이 있다면 폐하의 말씀을 절대 거절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래. 우리는 신성로마제국을 막는 것도 벅차니까.”
이건 절대 과한 요구가 아니라 동맹으로서의 정당한 요청이다.
그러니까. 영국, 러시아.
국경선을 방어 ‘해줘.’
※※※
에스파냐의 상선을 털어먹는 걸로 나름 재미를 보던 오스만 제국의 상층부는 프랑스 함대의 출현으로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 에스파냐가 적극적으로 오스만에 대처하지 못했던 건 대영제국의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스만을 때려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함대를 출격시키면 지브롤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영국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쉽사리 해군을 동원하지 못했던 것인데 프랑스가 우선순위를 오스만으로 돌려버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스파냐는 그냥 영국이 지중해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기만 해도 충분해지는 까닭이다.
실제로도 프랑스 함대가 지중해 쪽으로 나오자 에스파냐는 공개적으로 프랑스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외교적 수사로 구구절절 점철된 말이었으나 요약하자면 ‘사악한 오스만을 징벌해주기로 한 프랑스 형님들의 결단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충성충성!’ 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오스만의 현 해군력으로는 프랑스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프랑스의 주력 군함이 증기선이 아닐 때에도 오스만은 영국과 프랑스에 일방적으로 패배했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더 위압감이 넘치는 프랑스의 함대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프랑스는 영국에게 정신이 팔려서 우리 쪽을 신경 쓰지 않을 거라 하지 않았나?”
“처음에는 그랬는데 아무래도 저쪽의 전략이 바뀐 듯합니다.”
“이게 예측이 틀렸네 하면서 넘어갈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 아니지 않나! 프랑스군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파악해야지!”
“규모만 봐서는 우리를 완전히 끝장내려는 건 아닌 듯합니다. 신식과 구식을 모두 합쳐서 군함은 대략 30척 정도의 규모인 듯합니다.”
오스만 제국의 28대 술탄 셀림 3세는 속속 들어오는 보고에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퍽퍽 내쉬었다.
원래 그는 이번 전쟁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꺼림칙했었다.
피트의 서신을 받고 의견을 조율해 보라는 명령을 내리긴 했었으나 그건 예니체리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었기 때문이다.
오스만의 근대화를 추구하는 셀림3세로서는 영국이나 프랑스 둘 중 한 국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셀림 3세는 개인적으로 프랑스를 밀고 싶었다.
아무래도 지중해에 인접해 있는 오스만으로서는 대서양을 장악하고 있는 영국보다 프랑스 쪽이 좀 더 무서웠던 까닭이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분쟁을 끝내주겠다는 영국의 약속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여기에 셀림 3세의 개혁에 불만이 많던 예니체리들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술탄을 압박했다.
셀림 3세가 개혁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결국 러시아에 맞설 수 있는 강대한 제국을 재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러시아와의 분쟁이 사라진다면 술탄의 개혁은 동력을 잃게 된다.
그렇기에 예니체리들은 셀림 3세를 압박해 적극적으로 이번 전쟁에 참가하게 만들었다.
술탄이 명목상 오스만의 황제나 다름없는 존재라 해도 예니체리들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당장 전임 술탄 오스만 2세도 개혁을 해보려다가 예니체리들의 하극상에 무릎 꿇은 바 있지 않던가.
셀림 3세 역시 그리 처지가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국을 믿으면 이번 전쟁은 문제없을 거라 하지 않았나? 그대들 말을 듣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말해보라.”
“···우선 영국군에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지원? 영국 주력 함대는 모조리 대서양과 인도 쪽에 있는데 어떻게 여기로 올 수 있을까. 지중해도 들어오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에스파냐 놈들과 싸울 수밖에 없는데. 영국이 그렇게 해줄까? 설령 병력을 보낸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이쪽의 항구가 전부 초토화 되어 있을 것 같은데.”
“그, 그러면 일단 러시아의 흑해 함대를 불러서······.”
“흑해 함대는 구성상 프랑스의 군함을 상대할만한 강력한 군함들은 별로 없을 텐데?”
지금까지 쭉 싸워봤기 때문에 러시아 해군의 힘은 오스만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흑해 함대를 모조리 끌어모아서 나와봐야 프랑스나 영국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쟁은 자네들이 그토록 원해서 참전한 것이니 책임지고 이 위기를 넘겨야 할 것이다!”
술탄의 준엄한 일갈에 예니체리들은 차마 반박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으나 셀림 3세는 자신들은 절대 프랑스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알현실에 홀로 남은 술탄은 프랑스군의 이동 경로를 추정해놓은 지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어차피 추론에 불과한 경로이기도 하고 애초에 그런 것엔 별 관심도 없다.
그가 보는 건 온 유럽과 오스만 제국의 영토가 표시된, 더욱 거대한 세계의 판도였다.
“이 초라한 영토가 과거 세계를 호령한 대제국이란 말인가······.”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동유럽.
3개 대륙을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영토를 자랑하던 제국은 어디가고 지금은 절반 정도로 쇠약해진 국가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초라하다.
본디 나라라는 게 흥하면 쇠하는 법이라지만 그게 자신의 대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군주가 몇이나 되겠는가.
셀림 3세 역시 끝까지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지금은 아무리 봐도 답이 없어 보이지만, 이번 전쟁은 유럽 전체가 말려든 대전쟁이다.
설령 최종적인 승자로 남지 못하더라도 잘만 한다면 다음을 기약할 기회 정도는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력이란 언제나 상대적인 것.
가장 위협적이었던 이웃 국가 러시아가 자신들보다 더욱 밑으로 추락한다면 되지 않을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예니체리들과 달리 셀림 3세는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 내가 망하면 너도 망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