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7)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7화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277/355)
<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
의화단의 해체 소식이 전해지기 전만 하더라도 북경의 분위기는 상당히 뒤숭숭했다.
특히 천자가 아니라 크리스티앙에게 줄을 대기로 한 황태자는 내심 초조한 마음을 숨기기 힘들었다.
뜻을 함께 할 신하들을 찾아야 하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이상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으니 이야기가 될 턱이 있나.
“하하하! 전하께서도 마음 놓고 계십시오. 곧 저 불란서 놈들도 다 사라질 테니까요.”
“···자네들은 정말 우리 군대가 저들을 쫓아낼 수 있으리라 보나?”
“힘들겠지만 영길리와 아라사가 도와주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불란서를 쫓아내도 영길리와 아라사의 속국 신세를 면하지 못할 텐데?”
“그거야······.”
이 단세포들 중 누구도 지금까지 이 물음에 건설적인 답을 들려주지 못했다.
하나같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으니 황태자의 속은 갈수록 타들어만 갔다.
그러던 차에 의화단과 관군이 참패 수준을 넘어 완전히 개박살이 났다는 소문이 들려오자 황태자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식을 들은 대신들은 패닉에 빠져서는 황태자를 찾아와 고개를 조아렸다.
“태자 전하!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음? 얼마전만 하더라도 마음 놓고 있으라 하지 않았나?”
“그, 그것이 사실 제가 폐하의 명을 받고 외부와 접촉을 하고 있었던지라···이 사실이 알려지면 불란서 총리가 절 죽일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그래도 그쪽과 관계를 유지중이시니 나중에 제 이야기를 좀······.”
“흐음······.”
역시나 예상대로 아버지의 명을 받아 움직이는 대신들이 북경에 여럿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보니 지금 눈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자는 군기처의 대신 중 한 명이었다.
천자의 명을 받아 몰래 움직이고 있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어쩌면 몰래 프랑스측의 정보를 빼돌리는 역할도 겸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총리를 생각하면 애초에 쓸만한 정보는 얻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러면 자네. 지금도 폐하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나?”
“폐하께서 만주로 가신 뒤에는 거의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조만간 한 번 정도는 밀지가 오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래? 그렇다 이거지?”
태자는 입에 연초를 물며 손을 쭉 뻗었다.
“자네의 고충은 내 충분히 이해했으니 걱정말게. 하지만 만약 이 정보가 총리의 귀에 들어간다면 내가 자네를 구명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야.”
“여, 역시 그렇겠죠? 지금이라도 수도에서 떠나야 할까요?”
“이미 남부 공략이 실패한 이상 자네가 여기를 떠난다고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을 거야. 그리고 그런 도망자의 생활을 자네 같은 귀족이 그런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나?”
“···무리겠지요.”
애초에 이런 대신들 중 진짜로 청에 대한 충성심으로 일을 하는 자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혹은 양이들이 꼴보기 싫어서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프랑스가 아니더라도 영국이나 러시아도 양이인 건 마찬가지.
그렇다면 마땅한 대가만 쥐어주면 보다 승산이 높은 쪽에 붙을 게 자명하다.
“하지만 나는 만약에 불란서가 이겨도 문제가 없도록 총리와 어느 정도 친분을 쌓아놨네. 내 제안대로 한다면 자네도 충분히 목숨을 건사할 수 있을 거야. 아니, 건사하다 뿐인가?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욱 안정된 지위로 격상될 수도 있을 것이야.”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지요! 부디 저를 인도해주십시오!”
“좋아, 좋아.”
그렇게 황태자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대신들을 한 명 두 명 포섭해나갔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로 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차츰 더 강해지는 요즘이었다.
※※※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들었습니까?”
“예. 역시 위대한 불란서군의 정예입니다. 의화단을 완전히 박살내버리셨다고요. 역시 이대로 간다면 불란서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겠지요?”
오랜만에 찾아왔나 했더니 역시나 황태자는 현재 전선의 상황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보였다.
하긴 자기가 잡은 줄이 썩은 줄인지 동아줄인지 확신을 가지고 싶겠지.
“일단 이번의 승리로 남부는 안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이걸로 전부 끝난 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본국의 지원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을만한 여유를 얻었다고 해야겠죠.”
청나라가 어마어마하게 넓다고는 하지만 부유한 지역은 딱 몇 군데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노른자위의 대다수는 이쪽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덕분에 현지보급도 어느정도는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단, 어디까지나 어느정도일 뿐 상황을 완전히 타개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러시아나 영국은 계속해서 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이쪽은 아직 그런 루트를 뚫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벨 프랑스에서 태평양을 건너오려는 작전을 구상중이라는데 이쪽이 잘 풀린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확실하지 않은 건 아직 고려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번 전투로 저희 군의 우월한 전투능력이 다시 입증되었으니 만주로 피신가신 황상께서 얼마나 무모한 결단을 내린것인지는 증명 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3만의 군대가 30만을 전멸시킨 셈이니까요. 덕분에 지금 북경에서 몰래 폐하와 밀지를 주고받던 자들도 난리가 났습니다. 자신들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했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났다고 봐야겠지요.”
“머리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설령 어떻게 전쟁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강화가 체결된다고 해도 이기는 건 영국이지 청나라가 아니다.
의화단과 관군이 함께 박살난 시점에서 청나라가 승리한다는 경우의 수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만약 그것도 모르고 계속 썩은 줄을 잡고 있는 지능이라면 애초에 이쪽도 필요 없다.
그런 모지리들은 일찍일찍 치워버리는 게 변수 통제 측면에서도 더욱 좋을 테고.
“그래서 말인데···총리님.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제안?”
“지금 북경에는 폐하와 끈이 닿아 있는 대신들이 몇몇 남아 있습니다. 이들이 마음만 돌려준다면 이용할 가치가 꽤나 크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나쁘진 않은 방법이다.
일단 청나라가 나가리가 됐다고 해도 천자라는 칭호가 주는 영향력은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효과가 있었으니.
“대가로 원하는 게 뭡니까?”
“역시 총리 폐하. 바로바로 이야기가 통하는군요. 제가 원하는 건 훗날 제가 왕이 될 나라의 안정과 그곳에서 흔들리지 않을 제 입지입니다.”
“그건 저번에 약속드렸을 텐데요?”
“그것보다 더욱 더 많은 걸 바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불란서의 기술 전수와 상호 방위 조약 같은 것들을 들 수 있겠군요.”
거참, 욕심도 많은 양반이구만.
뭐, 사실 상호방위 정도야 해줄 수 있고 기술도 몇 세대 이전의 것들을 넘겨주면 별 문제는 되지 않겠지.
무엇보다 만주족의 나라가 될 동북삼성은 빈말로도 근대 국가가 번성하기 좋은 곳은 아니라 이 정도는 해줘야 균형이 맞을 것이다.
물론 내 속마음과는 반대로 입은 지극히 보수적이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이건 제가 총리라고 해도 바로 단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로군요. 이해하시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정도의 큰 사안을 결정하려면 그쪽에서도 그만큼의 대가를 제시해주셔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대신들을 이용해 천자의 무엇을 끌어내려는 겁니까?”
내 블러핑에 넘어간 황태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을 굳힌 듯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혹시나 주변에 들릴까봐 극도로 조심하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였다.
“천자. 그러니까 아버지의 신변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오···기대 이상의 월척이 낚였군.
이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
예상치 못했던 전투로 아시아 전선이 고착화된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조선의 수도 한성.
“동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실로 흉흉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전화가 이 조선의 땅까지 옮겨붙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전하! 송구하오나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얼마전 왜의 군함들이 황해에서 영길리의 군함에 전멸 당했다고 하옵니다!”
“청이 힘겹게 모은 30만의 대군이 불란서의 3만 군대에게 격파당했다는 보고도 있사옵니다.”
“허어···대체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국왕의 한탄에 신하들은 뭐라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 이렇게 보고를 들어도 현실성이 느껴지질 않는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들릴뿐···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란 말인가······.”
“전하······.”
“중원을 지배하던 청의 30만 대군이 고작 3만에게 패배해서 전멸했다고?”
국왕의 목소리는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사실 엄밀히 말해 의화단은 청의 정규군이 아니었으나 조선에는 그런 사정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알 수 있었던 거라고는 청의 30만 대군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프랑스군에게 전멸당했다더라 하는 말뿐.
그렇기에 조선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전에 10만이 2만 5천에게 깨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병판. 자네의 의견을 말해보게. 이제 우리와 서양의 군사력은 어떻게 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벌어진 것인가? 이전에 자네들의 말대로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훔쳐 배우는 게 가능은 한 것인가?”
“···아직은 뭐라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건 확실한 듯 합니다.”
“과인은 이해할 수가 없다. 당장 양이들 중 하나인 아라사가 청에게 패배한 게 불과 20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소신이 알기로 아라사는 같은 양이이긴 해도 불란서만큼의 강군은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아마 같은 양이라고 해도 다 같은 양이는 아닌 듯 하옵니다.”
어떤 근거도, 물증도 없는 추론이었으나 일단은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병판의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이 서신에 적힌 요구를 따르는 게 상책이란 뜻 아닌가?”
“예. 사실 저쪽도 우리가 진짜로 거창한 움직임을 보이길 바라는 건 아닌 듯 합니다. 만약 진짜로 해로나 육로를 통해 보급을 해달라고 하면 조금 난감할 수 있었겠지만······.”
“형조참의 정약용과 영의정 서용보도 이건은 반드시 수락해야 한다고 했었지. 다만 문제는 지금 우리가 현실적으로 군을 일으킬 상황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그 때문에 자네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고.”
정약용과 서용보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의견이 반대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건에 한해서만큼은 무조건적으로 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생들이 뭐라고 하든 이번만큼은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양이의 압박에 굴복한 매국노라든가, 사문난적이라는 비판도 그냥 한 귀로 흘렸다.
국왕도 그런 그들의 충언을 무시하지 않았다.
반란을 미연에 진압한 혜안을 내세운다면 이번 한번만큼은 시끄러운 유생들과 반대파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군을 파병하는 건 조금 다른 문제의 이야기였다.
그것도 그 목적지가 청나라의 영토라면 더더욱.
“불란서가 원하는 게 우리가 만주를 아예 점령하는 게 아니고 그저 적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 하니···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실제로 전투를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소리니까요. 신의 생각으로는 성동격서의 계책을 쓰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동격서라······.”
조선은 결국 그냥 시끄럽게 소란을 부려서 시선을 끄는 용도라는 뜻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걸 받아들이면 우리는 만주로 군을 보내야 한다.”
“예. 저쪽도 그걸 원하고 있습니다.”
만주의 청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일종의 성지나 마찬가지.
예로부터 한인이 이주하는 것조차 엄격히 금지해왔던 땅이다.
거기로 군을 보낸다는 건 사실상 공식적으로 청을 향해 칼을 뽑아드는 행위와 다를바 없다.
어딜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완벽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한반도의 왕조가 중화의 주인을 향해 칼을 뽑아든 게 과연 얼마만이던가.
“거대한 폭풍이 불어올 때 꼿꼿하게 맞서기만 해서는 부러지는 법. 때로는 유연하게 주변의 풍파에 적응하는 것이 국가를 운영하는 군주의 책무일 것이다. 그러니······.”
조선의 젊은 왕은 묘한 배덕감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며 선포했다.
“군을 준비하라. 우리는 압록강을 넘을 것이다.”
<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