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8화 토끼몰이(278/355)
< 토끼몰이 >
조선과 청의 자연경계를 이루는 두개의 강 중 하나인 압록강.
평안도병마절도사 박기풍은 비장한 눈빛으로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길림성의 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을 넘어가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되는데······”
박기풍은 금상이 즉위한 이래 줄곧 북방에서 무관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자신이 살아 생전에 청을 상대로 칼을 뽑아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짜로 괜찮은 건가 이거.”
대체 중앙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기에 이런 황당한 명령이 내려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국왕의 의지는 확고했다.
듣자하니 반대파들과 유생들의 상소문이 소나기처럼 쏟아졌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 군을 이끌게 된 박기풍도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상태였으니 다른 관리들도 별반 다를 게 없었으리라.
조선에게 있어서 청나라는 과거 엄청난 공포를 심어준 존재이자, 지금은 거스르기 힘든 중화의 대국이었으니까.
실제로도 한성에서 벌어진 격론은 박기풍의 예상 그대로였다.
“즈어어언하! 청과의 전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과거 태조대왕께서도 이소역대기불가, 즉 국력의 차이를 무시하고 선공을 취하는 건 무모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셨습니다.”
“그렇사옵니다. 당시 우둔한 고려 조정은 태조대왕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지 않았습니까. 하물며 양이들의 요구에 응해 중원을 향해 칼을 뽑다니요!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원을 중심으로 한 사대질서에 익숙한 조선은 소국이 대국을 거스르는 걸 순리에 역행하는 거라 여겼다.
과거 청을 상대로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그건 당시 명이라는 중화의 적통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청을 진심으로 깍듯하게 섬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순리가 그러하고, 실리를 살폈을 때 어쩔 수 없으니 따르는 것뿐이다.
하지만 결국 이 말은 청에게 적대하는 건 아무런 실익도 없다는 게 사대부들의 전반적인 인식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군. 경들은 청이 지원군을 파병해 달라고 요청한 걸 거절해야 한다는 데에 모두 찬성하지 않았나?”
“지원군을 보내지 않는 건 분명 영명하신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군대를 보내 국경을 넘는 건 다른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과인도 다 안다. 허나, 우려할 필요는 없다. 과인은 상세한 정보를 기반으로 선택을 내린 것이니.”
“하오나······.”
“저번에 북방의 대규모 반란을 미연에 진압할 수 있던 것도 짐이 내린 용단 덕분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니 결과를 보고 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유림들은 정약용과 서용보 같은 매국노들이 국왕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분개하며 파직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당연히 국왕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차후 일어날 모든 일을 자신이 책임지겠노라 선포하기까지 했다.
비록 금상이 어렸을 적 대왕대비의 수렴청정으로 억눌려 살았다 하나 엄연한 왕실의 적통이었다.
게다가 위대했던 전대 왕의 치세를 기억하는 자들이 아직 많았으며, 반란을 미연에 제압했다는 공적도 확실했다.
그런 왕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상 불만이 많아도 일단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젊으셔서 그렇습니다. 이번에 현실을 보고 나시면 과한 혈기를 억누르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청의 분노가 이쪽을 향하면···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 아닙니까.”
“그래도 그때가 되면 전하께서도 우리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게 되실 겁니다.”
사대부들의 대다수는 지금 양이가 잠깐 번성하기는 해도 결국 중원의 저력을 이겨내지 못하리라 보았다.
과학기술 그딴거쯤이야 청이나 자신들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금방 다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그들이 유일하게 앞서 있는 것들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지금이야 생각보다 격차가 크긴 했으나 길게 봐도 30년 정도만 있으면 자신들도 충분히 궤도에 오르리라는 게 중론이었다.
정약용이나 서용보 같은 이들이 어림도 없다며 노발대발 하고 있었으나, 그건 그들이 개혁을 핑계로 권력의 중추를 장악하려는 권모술수에 불과하다.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그들은 어차피 기다리고 있으면 기회는 자신들에게 오리라 믿었다.
오히려 그때가 오면 지금 서서히 굳어서 고일 기미를 보이는 붕당의 구도도 더욱 건설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박기풍은 이런 사대부들의 뜻을 담은 서신을 수십 장을 넘게 받아보았다.
거기엔 무려 현재 개화반대파의 수장격인 좌의정이 직접 쓴 친필서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용은 별 다를 게 없었다.
굳이 헛된 노력하지 말고 적당히 명령을 따르는 척만 하다가 귀환하는 걸 추천한다는 말이 대다수였다.
“후우···이거 참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이런 비상사태에서조차 왕권과 신권의 갈등이 빚어진다는 게 서글프고, 그저 중간에 끼인 자신의 처지가 애달플 따름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고 출정은 정해진 현실이거늘.
“들어라 조선의 장병들이여!”
박기풍은 애써 비장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과거 조선은 청에게 다시없을 굴욕을 당했다. 효종대왕께서 이 굴욕을 갚고자 절치부심 하셨지만 결국 국력의 한계로 그 뜻을 다 피지 못하시고 원통히 눈을 감으셨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전하께서 이르시길 청의 본토는 쑥대밭이 되었고, 그들은 이제 자기 한몸 건사할 능력도 없는 무능력자가 되었다!”
조선도 그리 상태가 좋지는 않았으나, 청은 한 술 더 떠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냥 이쪽이 무엇을 하더라도 저쪽은 반격할 수 없을 거라는 병조의 보장이 있었다.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으로서는 제발 이 예측이 맞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두려워 마라 병사들이여! 우리의 오늘 행군은 조선의 새로운 역사를 상징하는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그대들의 이름 하나하나는 먼 훗날 조선의 숙원을 이룬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 나아가자!”
“우오오오.”
“와아아아.”
빈말로도 우렁차다고 하기 힘든 함성이 압록강변에 메아리쳤다.
결코 박기풍의 연설이 허접해서도, 병사들의 기운이 딸려서도 아니었다.
300명 가량의 병사들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봐야 이 정도의 함성이 최대치일 수밖에 없어서였다.
‘300명으로 길림성을 공격···이거 진짜 맞···겠지?’
야심차게 병력을 끌어모았지만 조선의 현 상황으로서는 국경을 넘어 병력을 투사하는데는 이게 한계였다.
그렇게 박기풍과 300인의 용사는 북벌이라 쓰고 소풍이라 읽는 압로강 도하 작전을 개시했다.
※※※
“현재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고 하던가?”
“송구하오나 그리 좋지는 않다고 하옵니다.”
길림성에서 연합군의 승전보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가경제는 대신의 보고를 받자마자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영길리 놈들 말이 다르지 않나!자신들만 믿으라며! 이겨준다며!”
“명량 장군이 이끄는 저희 군대가 불란서 놈들에게 전멸을 당하였다고······.”
“또 졌어! 이제 10만도 아니고 30만이 전멸을 해? 대체 언제까지 전멸을 할 생각이야!”
“명량 장군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용감히 싸웠으나 중과부적이라······.”
“중과부적? 언제부터 10배가 넘는 인원으로 패배한 전투에 중과부적이라는 말을 썼나? 그런 말은 불란서 놈들이 써야지!”
갈수록 포악해져가는 가경제의 역정에 신하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엿 같아도 천자는 천자니 분을 삭히고 찌그러져 있을 수밖에.
그래도 다행히 가경제의 역정은 애꿎은 신하들을 계속 향하지는 않았다.
더욱 더 충격적인 소식이 연이어 올라왔기 때문이다.
“폐하! 폐하! 수경에서 올라온 급보이옵니다!”
“급보? 또 무슨 일이냐. 설마 영길 리가 졌다거나 하는 소식은 아니겠지?”
“수도에서 정보를 수집 중인 군기대신 이중서의 첩보입니다. 조선 놈들이 대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넘었다 합니다. 어찌 대처하면 좋겠습니까?”
“조선? 무슨 조선?”
설마하니 한반도에 있는 그 조선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가경제가 멍하니 되물었다.
“지금 저희의 바로 이남에 있는 그 조선이옵니다! 놈들이 대군을 이끌고 북상중이니 즉각 피하시어 옥체를 보존하셔야 할 듯 합니다.”
“···조선 놈들이 쳐들어오고 있다고?”
조선? 어째서? 대체 왜?
그리고 그 이전에······.
“조선이 이끌고 올 대군이 있기는 한 건가?”
“300의 정찰대가 먼저 압록강을 넘었고 이어서 2만의 병력이 길림성을 점령할 요량으로 넘어올 거라 합니다. 정찰대로 추정되는 병력은 이쪽에서도 확인이 되었습니다.”
“2만? 조선 놈들이 미쳤나!”
청나라는 그렇지 않은 듯 보여도 은근 제후국들의 현황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많다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라 정말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청나라조차 조선의 현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2만의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 온다?
이건 정말 국운을 건 도박수를 던지는 것과 다를바가 없는 행위지 않나.
“이해할 수가 없도다. 조선이 이 정도까지 할 이유가 없거늘.”
“이중서 대신의 말로는 불란서가 연해주 전체를 조선에게 떼어주기로 약조했다고 합니다. 저 놈들도 영토 확장에 눈이 먼 듯 합니다.”
“이 찢어죽일 놈들이······.”
연해주 전체라면 조선 땅의 거의 3분의 2 정도 되는 크기다.
그 정도 영토를 한번에 꿀꺽할 수 있다면 확실히 군침이 돌만은 하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봐야 조선의 행정력으로는 연해주까지 통제하는 건 불가능이라 봐야 한다.
이런 간단한 이치조차 모를 정도로 조선의 윗대가리들은 머리가 맛이 갔다는 말인가.
그러나 진실이 어떻든 간에 지금 쳐들어오고 있다는 조선군은 피하고 봐야 한다.
현재 만주에 있는 청의 병력은 조악하기 그지 없어 도저히 싸움다운 싸움을 해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몽골 팔기군만 멀쩡했어도 내 이런 수모는 겪지 않았을 것을······.”
팔기군이 서서히 맛이 가던 와중에도 팔기만주와 팔기몽골은 그나마 제 전력을 유지하고 있던 정예들이었다.
그러나 2번에 걸친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문자 그대로 모조리 갈려나간 뒤로는 회생 불가능 상태가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만주족의 성지인 만주에는 만주족들이 거의 살지 않아 재건도 불가능했다.
봉금정책을 썼음에도 한족과 조선인들은 야금야금 들어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반대로 만주족은 부유한 중원의 본토로 나가버렸던 까닭이다.
사실 이건 지극히 합리적인 흐름이었다.
만주족 입장에서 중원으로 나가면 우대받으며 쉽게 터를 잡을 수 있는데 굳이 만주 일대에서 가난히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덕분에 현재 만주는 만주족 없는 만주가 되었고 천자의 몸을 지킬 친위병력을 구성하기도 힘들었다.
여기서 조선의 2만 병력을 상대로 맞서 싸운다는 건 현실적으로 자살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러면 어디로 몸을 피해야 하나? 요령성?”
“서쪽으로 가는 건 불란서 놈들과 가까워지니 북쪽으로 피하셔야 할 듯 합니다. 우선 내몽골로 가시는 게 어떨까요? 조선 놈들이 아무리 눈이 뒤집혀도 내몽골까지는 들어조지 못할 것입니다. 이중서 대신과 황태자 전하께서도 이미 내몽골의 친왕들과 이야기를 끝내두셨다고 합니다.”
“하긴···지금 상황에서는 선택지가 없도다. 그래도 역시 태자와 여러 대신들을 수도에 남겨두길 잘했어.”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여기서 멍하니 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조선 놈들에게 뒤통수를 맞을 뻔하지 않았나.
“폐하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한 듯 하옵니다!”
“하하하! 그렇지. 조선 놈들은 결국 헛되이 군사를 일으킨 꼴이 될 것이야. 우리도 서둘러 채비를 하고 북쪽으로 가자.”
내몽골의 몽골인들은 이미 만주족과 섞이고 섞여 이제는 거의 형제와도 같은 관계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만주가 아닌 내몽골로 가는 게 더 옳았던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가경제는 결국 황태자의 조언을 의심하지 않고 바로 길림성을 떠나 북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조선의 대군을 피했다는 안도감에 그저 마음이 흡족할 따름이었다.
< 토끼몰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