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79)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79화 아님 말고(279/355)
< 아님 말고 >
“이쯤에서 합류하기로 한 게 맞나?”
“예! 이곳이 맞습니다!”
내몽골과의 경계선에 도착한 가경제는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찌뿌등한 어깨를 쭉 폈다.
“지금쯤 조선 놈들은 지붕위 닭 쫓던 개꼴이 되었겠구만.”
“예. 저희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대피를 했는지 짐작조차 못하겠지요. 아마 귀신에 홀린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게 바로 천하를 굽어보는 그릇의 차이라는 거다. 작은 땅을 다스리면 자연히 그릇도 작아지는 법. 조선의 국왕은 기껏해야 그 비좁은 땅에 어울리는 안목의 소유자일 뿐이다.”
“중원 천하를 다스리시는 폐하를 조선의 국왕 따위가 도모하려는 게 어불성설이지요. 당연한 세상의 이치라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좋지 않은 일만 있었는데 오랜만에 상대방을 물먹이니 이리 통쾌할 수가 없다.
사실 냉정히 봤을 때 자신이 만주에서 쫓겨난 형국이었으나, 가경제는 결코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조선이 2만 대군을 국경 바깥으로 보내고도 별다른 실익을 보지 못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조선은 패배나 다름없는 손해를 본 것이다.
천자를 사로잡아 연해주를 받는다면 그래도 땅은 얻었다는 정신승리라도 될 테지만, 정작 그것조차 못하게 되지 않았는가.
이것만 보더라도 조선은 이번 파병으로 걷잡을 수 없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개 제후국 주제에 감히 자신의 말을 거역하니 이런 꼴이 되는 것이다.
가경제가 그렇게 조선의 국왕을 비웃고 있으려니 어느새 반대쪽에서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는 한 무리의 기병들이 다가왔다.
“중원의 천자이자 초원의 대칸이신 폐하를 뵈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신은 폐하를 모시러 온 보르지기트 린첸이옵니다.”
“오, 이제야 왔군. 기다리고 있었네.”
보르지기트 가문이라면 칭기즈 칸, 혹은 그의 형제의 피를 이어받은 내몽골의 최고 유력자들이다.
그런 자가 대표로 나왔다면 천자를 맞이하는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는 갖췄다고 볼 수 있으리라.
“그대들도 이야기는 들었겠지?”
“예. 태자전하나 다른 대신들과 이야기가 다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폐하를 편히 모시겠습니다.”
“오오, 그래. 그런데 현재 몽골의 전력은 어느 정도나 되나?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조선 놈들이 쫓아올 가능성이 있어서 말이야. 수는 대략 2만 정도 된다고 하던데.”
“그쪽은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폐하의 옥체에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할 것입니다.”
내몽골의 전력도 이전 같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린첸의 목소리는 평온하기 이를데 없었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한때 초원을 호령한 몽골의 후예들이 조선 같은 약골들한테 겁을 먹을 리가 있겠는가.
“좋아, 좋아. 그대들의 용맹함을 보니 이제야 내 마음이 좀 놓이는군. 그럼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내 신세 좀 지지. 전쟁이 끝나면 후하게 보상을 해줄 테니 섭섭할 일은 없을 것이야.”
“보상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하하하! 진정한 충신의 마음가짐이로고.”
가경제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몽골측에서 준비한 마차 위에 올랐다.
“폐하. 긴 여행에 심신이 지치셨을 테니 저희가 준비한 따뜻한 차 한 잔 하시지요.”
“오오, 참으로 준비성이 좋구나.”
기분좋게 찻잔을 비우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경황없이 쫓겨왔기 때문에 몸에 피로가 많이 누적된 듯하다.
그런데 졸려서 그런가.
마차가 나아가는 방향이 어째 북쪽이 아니라 남쪽인 것처럼 보이는데···.
상식적으로 보면 몽골 기병들이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야 맞는 방향이 아닌가?
기분 탓인지 지금 자신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보게···지금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예. 제대로 된 곳으로 가고 있으니 심려 마시고 잠시 눈을 붙이시지요.”
“그런가···확실히 내가 졸리긴 한가보군. 그러면 사양않고······.”
피로를 이기지 못한 가경제는 결국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었을까.
“···지금 무······.”
“천인공노할······.”
“······폐하! 살려······.”
가경제가 눈을 뜬 건 심복들의 비명소리 비슷한 무언가를 들은 뒤였다.
“뭐, 뭐야! 설마 조선 놈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온······.”
의자에서 튕겨일어나다시피 한 가경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차라리 정말로 조선군에게 따라잡혔다면 이 정도까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가경제의 눈앞에 보이는 건 새까만 피부를 가진, 태어나서 처음 보는 요상한 인간들이었다.
“뭐, 뭐야! 이놈들은!”
“이런. 다 마무리 되면 깨우려고 했는데 투여량이 잘못 됐었나 봅니다.”
“린첸 뭐하는 거냐! 당장 저 괴이한 자들을 토벌···하지···않······.”
불같이 화를 내려던 가경제는 뭔가 그림이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
지금 참혹하게 죽어있는 심복들의 앞에 서있는 이들은 저 새까만 괴인들이 아니라 몽골의 기병들이었다.
무기에 흥건하게 피를 묻히고 있는 자들도 검은 피부의 병사들이 아닌 몽골의 기병들이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자신의 심복들을 죽인 건 저 요상한 인간들이 아니라 린첸을 비롯한 몽골의 병사들이란 결론이 나오지 않는가.
“이, 이게 대체······.”
“송구하오나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천자께서 수도에 계셔야지요. 그게 당연한 순리입니다.”
“뭐라고! 그럼 설마 네놈들 나를 데려가는 장소가······.”
“예. 수도입니다.”
“네, 네놈···네놈들이······!”
가경제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쏟아내고 싶었으나 그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심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분노, 황당, 당혹, 절망,
이 온갖 감정들이 가슴과 머릿속을 휘몰아치며 끊임없는 의문부호를 자아냈다.
“어, 어째서······.”
“저희는 배신 한 게 아닙니다. 그저 태자 전하의 뜻을 따르기로 했을뿐.”
“뭐라? 태자? 내 아들이 나를 배신했다는 말이더냐!”
“배신이 아니라 민족의 안녕을 위한 결단입니다. 불란서는 폐하의 신변을 인도하는 대가로 동북삼성과 내몽골의 절대적인 자주권과 안녕을 약속했습니다.”
린첸은 전혀 미안하지 않은듯한 얼굴로 사죄를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불란서의 힘은 한 번 맞서싸워본 저희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당장 남부에서 30만에 달하는 대군이 고작 3만에게 전멸당했다지요? 저희는 이렇게 될 거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 천하의 멍청이들! 그게 어쨌단 말이냐! 우리 청은 30만이 죽어도 새로 30만을 징병할 국력이 충분한 것을!”
“과거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닙니다. 이미 각지에서 여러 민족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우리 민족의 수장은 천자를 칭하지 못하게 된다. 그게 태자의 뜻이라고? 천자의 자리를 스스로 버리는 멍청한 선택이 정말로 내 아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말이냐!”
“쥐고 있지 못할 것은 스스로 놓는다. 저희는 태자 전하의 행동에서 오히려 더욱 큰 진심을 보았습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도 결국 패배자의 논리가 아닌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기는.
“아무리 헛소리를 늘어놓아도 네놈들이 하는 건 반역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려 저 검둥이들을 죽이면 책임을 묻진 않겠다. 그러니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저들을 죽여라! 천자의 명령이다!”
“수도까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린첸은 가경제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마차의 문을 걸어 잠갔다.
“이, 이 개자식들! 나는 중원의 천자다! 아니, 초원의 대칸으로서 명한다! 당장 이 문 열어 이 몽골 새끼들아! 으아아아아아!”
개가 짖어도 마차는 달린다.
문을 쾅쾅 두드리며 울부짖는 가경제의 공허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천자의 신변을 확보하러 온 2군단의 병사들은 그저 뻘쭘한 표정으로 이 안타까운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
영국군과 러시아군이 감숙성에서 섬서성 일대에 진을 친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쯤 그토록 기다리던 인물이 북경에 당도했다.
지금까지 비워둔 자금성의 원래 주인.
그토록 한 번 얼굴을 보자고 했지만 쪼잔하게도 대리인만 보내며 한 번도 이쪽을 보려고 하지 않았던 중원의 천자.
가경제가 몽골군의 손에 내가 있는 문화전으로 정중히 인도되었다.
“이렇게 뵙는 건 처음이군요. 프랑스의 총리 루이 크리스티앙이 청의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
북경까지 오는 동안 어지간히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가경제의 눈 밑은 새까맣게 죽어 있었다.
“장기간의 피신으로 건강이 상하셨나 봅니다. 당장이라도 실력있는 의사를 보내 진찰을 받게 해드리겠습니다.”
“···네가 그 불란서의 총리인가···
···.”
이쪽의 말을 무시하는 건···아니고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건가.
나는 호위들만 남기고 다른 이들은 물러나라 한 뒤 정중하게 상석을 권했다.
“일단 여기 앉으시지요. 대청제국의 천자를 자리에 세워두고 이야기 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
“천자? 그쪽이 나를 천자라고 칭하는 것인가?”
“폐하가 아니면 누가 이 나라의 황제겠습니까. 그런 당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애초에 천자가 아니면 이제 아무런 힘도, 실질적인 권한도 없는 인간을 표면적으로나마 대우해 주겠냐.
“자금성은 이 나의 궁전이다. 내 궁을 자신의 안마당처럼 휘젓고 다니면서 나를 천자라고 인정한다고?”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만 저는 정전조약이 체결 됐을 때 분명히 말했습니다. 폐하께서 자금성으로 돌아오시고 저희와 맺은 협약을 이행해주시면 언제라도 이곳을 비워드리겠다고요. 그럼에도 끝끝내 행궁에서 계셨던 건 폐하가 아니십니까.”
“그건···중원의 천자인 내가 그렇게 굴욕적인 조건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네놈들은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한 게 아닌가!”
“그랬습니까? 하지만 그때 제 말씀을 따르셨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요. 결국 지금 이 모든 일을 초래하신 건 제가 아닌 폐하십니다.”
잔뜩 성을 내던 가경제는 증오로 번뜩이는 눈으로 이쪽을 쏘아볼 뿐 더 반박을 하진 못했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하지 말란 것만 골라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내 탓을 하면 적반하장이지.
물론 진짜로 그럴 줄 몰랐냐고 묻는다면 나도 아주 조금은 찔리긴 하지만, 어쨌거나 가경제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
“어쨌거나 폐하, 폐하께서 이곳으로 돌아오셨으니 앞으로 청과 프랑스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전논의를 하자는 의미인가?”
“정전논의? 그런 건 이제 됐습니다. 본국은 더 이상 청과 평화적인 해결을 보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으니까요.”
아무리 평화협정을 맺어도 뒤로는 다른 국가들과 이면계약을 체결하는데 무얼 믿고 관계를 계속 이어가겠는가.
본국의 의회에서도 이미 청나라가 휴전이나 정전협정을 체결하자 제의해도 거부하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면 대체 무슨 논의를 하자는 건가? 말해두지만 나는 항복선언 따위는 할 마음이 없다! 내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나는 양이들에게 무릎꿇을 마음이 없다!”
“그러시겠지요. 존중합니다.”
남은 건 자존심과 악다구니밖에 없을 텐데 순순히 항복할 거라고는 처음부터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티려고 해도 그럴 기반이 없으면 불가능한 법.
“저희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지금 독립을 원하는 민족들의 상소가 여기 쭉 정리되어 있으니 여기에 옥새를 찍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이지만···폐하께서는 이걸 거부할 수 없습니다.”
“뭐, 뭐라······!”
당연히 싫다고 하겠지만 말했다시피 그쪽에게 선택권은 없거든.
그래도 천자로서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범인류적으로 좋은 일이될 테니 자부심을 가지고 갈 수 있겠지?
아님 말고.
< 아님 말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