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of the French Royal Family RAW novel - Chapter (28)
프랑스 왕가의 천재가 되었다 28화 반격의 실마리(28/355)
반격의 실마리
요제프 2세와의 만남에서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한 나는 다시 쇤부른으로 돌아왔다.
아니다.
사실 수확이 있기는 했다.
요제프 2세가 내 암살과는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알았으니까.
확실히 이상한 인간이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마리도 그러니까 요제프 2세가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었겠지.
사실 14살이나 차이나는 막내 여동생이 있다면 딸처럼 예뻐하지 않는 게 이상할 것이다.
무엇보다 프로이센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몇 번 떠보는 질문을 했으나 이상한 징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쯤되면 용의선상에서 요제프 2세는 제외해도 무방하리라.
“그렇다면 역시 흑막은 프랑스 쪽일 가능성이 높나. 너무 전형적이라서 오히려 믿기 지가 않네.”
날 찍어낼 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자들이 많은 건 알고 있었다.
백신을 성공시키면서 돈도 왕창 벌어들이고 있으니 더욱더 아니꼽게 보이겠지.
그런데 그렇다고 날 암살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자국의 왕족을 암살하려다가 걸리면 그 누구도 뒷감당하지 못한다.
가문이 통째로 뽑혀나갈 수밖에 없는 극한의 리스크가 동반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시도를 했다면 정말 어지간히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놈이란 건데.
당장 떠오르는 건 모푸나 슈아죌이다.
사실 나와 제대로 된 대립 관계에 있는 건 이 둘 정도밖에 없다.
애초에 날 오스트리아로 보낸 것도 이 둘 중 한 명의 머릿속에서 나온 술책 아니던가.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를 죽이기 위해 이런 자리를 팠다는 건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특히 슈아죌의 경우 이번 동맹에 꽤나 공을 들인 걸로 알고 있다.
그 모든 걸 망쳐가면서까지 나를 죽일 동기가 지금으로서는 보이지 않았다.
모푸도 마찬가지다.
원 역사에서 고등법원을 해체시킬 때의 그의 행적을 보면 확실히 과격한 수단을 쓸 줄 아는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계산적이라 과감한 것과 무리한 걸 구분할 수 있는 균형감각이 있는 자였다.
여기서 나를 죽이는 건 누가 봐도 무리수에 가깝다.
무엇보다 내가 객지에서 암살당하면 분명 1차적으로는 오스트리아가 책임추궁을 당할 것이다.
오스트리아 측에서는 자신들이 무관하다는 걸 밝히기 위해 필사적일 테고, 그러면 결국 나를 이곳으로 보낸 자들에게까지 의심의 눈길이 닿을 터.
큰일났다.
쓸만한 정보가 쌓이지를 않으니 추론이 도무지 진전되질 않는다.
이러다가 진짜 한 번 더 죽는 거 아니야?
그런 끔찍한 상상을 하고 있으려니 오늘 만나기로 한 주인공이 내 처소 안으로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
“나도 일을 처리하고 있었으니 너무 괘념치 말게. 앉지.”
자리를 권하자 오스트리아의 최고의 외교관 카우니츠는 사양하지 앉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벤첼 안톤 폰 카우니츠라 합니다.”
“험악했던 양국의 관계를 쇄신하는데 앞장선 영웅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영광일세.”
“영웅이라니 너무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제 노력을 인정해주신 데에는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명망 높은 외교관답게 어조나 몸짓 하나하나에 기품이 뚝뚝 묻어나온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처음 봤을 때는 눈치 못 챘는데 저 인간은 왜 손수건으로 코랑 입을 계속 가리고 있는 걸까.
방에 들어올 때부터 창문과 방안을 힐끔거리며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는 게 무지하게 신경 쓰였다.
내 시선을 눈치챈 카우니츠가 우아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와중에도 손수건은 치우지 않았다.
“제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감기에 걸리면 크게 아플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이렇게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닙니다. 아무래도 창문이 열려 있으면 신경이 쓰이는 지라······.”
“아아, 그래. 그렇군. 이해하네.”
코로나나 독감 같은 게 터져도 훌륭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할만한 인재로군.
이 정도까지는 그래도 이해할만한 선에 걸쳐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가발에도 파우더 가루인지 뭔지 모를 물체가 수북하게 묻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내가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카우니츠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랑스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걸 알아보시다니 역시 왕자님께서도 안목이 높으시군요.”
“···음?”
“제가 특별히 주문한 물건입니다. 전 가발에 직접 공을 들이지 않으면 솔직히 가끔 초조해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가끔 이런 것 때문에 방이 가발에 묻힐 가루로 난장판이 되긴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혹시 신성로마제국에서 고위직에 오르기 위한 조건이 정신이 한번 훼까닥 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황제부터 외교 담당까지 제대로 된 인간이 없는 거냐.
지금이라면 어제 요제프 2세가 했던 질문에 진심으로 답을 할 수 있다.
금세기 최고의 여성 군주가 누구냐고?
이런 놈들에게 둘러싸였어도 훌륭히 나라를 이끌어간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님이야말로 최고의 황제이시다.
물론 이런 괴짜라도 능력이 출중한 건 사실이라 이쪽이 빈틈을 보이면 바로 벗겨 먹으려 들 거다.
실제로 요상한 헛소리를 하면서도 수시로 내 표정이나 몸짓을 관찰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헌데, 슬슬 왕자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닐세. 그저 외교단의 총책임자로서 오스트리아 측 책임자인 자네와 한 번쯤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베르젠 백작의 이야기로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는데 ”
“예.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만큼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귀국에는 결혼동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나?”
카우니츠가 태연자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늘 저녁에 무얼 먹을지 정하는 것조차 다른 의견은 나오는 법이지요. 하물며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는데 만장일치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미약하고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일 뿐입니다. 프랑스 역시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는 자들이 있지 않은지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혹여라도 그런 분수를 모르는 자들이 동맹을 방해하기 위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한 가능성도 대비해야 하는 게 내 입장이라.”
솔직히 말하면 이 노회한 외교관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면 내가 그걸 캐내긴 어려울 것이다.
상대방은 무려 수십 년을 이 필드 위에서 굴러다니던 괴수다.
처음부터 그럴 수 있다고는 기대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포커페이스에 능하다고 해도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치고 들어오면 최소한의 반응은 보이는 법이다.
카우니츠 역시 극히 짧은 순간이었으나 눈썹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흐음··· 베르젠 백작은 아무런 언질이 없었는데 전하께서는 따로 들으신 바가 있으십니까?”
“글쎄 어떨지. 일단 궁에 있으니 여러 가지 말이 들리긴 하던데.”
“베르사유도 그렇지만 쇤브룬도 다르지 않습니다. 호사가들의 헛소문이 워낙 횡행하는 곳이라서요.”
“소문이란 게 원래 듣기만 해서는 헛소문인지 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카우니츠는 아무런 말 없이 커피잔을 들어 올려 희미하게 올라오는 김 사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만 보면 아무런 흔들림도, 동요도 찾아볼 수 없는 평온함 그 자체였다.
“왕자님께서 무얼 걱정하시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결혼동맹이라는 중대한 일의 책임자가 되셨으니 당연히 할 수 있는 걱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궁의 생활을 겪어보지 못하셨다고 하니 어떤 점에 불안감을 느끼셨을지도 알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가?”
“예. 이번 일은 폐하께서 직접 주관하시는 일입니다. 게다가 두 분 폐하 모두 결혼동맹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계시니 감히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사실 본국에서는 굳이 합스부르크와 동맹을 지속할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도 있어서 여기에서도 같은 말이 나오진 않을까 걱정했다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7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오랜 원한도 뒤로한 채 동맹을 맺었었다.
하지만 결국 결과는 패배.
보통 오랜 시간 대립한 라이벌이 힘을 합쳐 싸우는 건 소년만화에서 절대적인 승리공식이지만, 지구작가님이 집필하시는 이야기에 그런 클리셰 따위는 먹히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실제로도 프랑스에서는 굳이 동맹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느냔 목소리가 꽤 있었다.
아마 동맹이 엎어지면 프랑스 내부에서는 은근히 좋아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물론 총대를 메고 대표로 간 내 정치적 입지는 그대로 끝장나게 되겠지만.
“대국을 읽지 못하는 자들의 헛소리는 어디에서나 있는 법이니 안심하십시오. 베르젠 백작도, 저도 이번 동맹이 양국에게 최대의 이익이 가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중이니까요.”
“그러면 나로서도 바랄 게 없지. 지내다 보니 이곳이 점점 애착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함께 공생 공존했으면 하는 바람일세.”
“아아, 그러고 보니 전하께서는 어렸을 적 오스트리아에 머무셨었지요. 힘든 경험도 많이 겪으셨을 텐데 이곳에 애착을 가져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힘든 경험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기도 하더군.”
“하하하,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 저도 젊었을 적엔 그렇게나 힘들었던 적이 많은데 지금은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더군요.”
그거야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귀족 집안이었으니 그랬겠지.
비참한 생활과 고생스러웠던 경험이라는 건 결코 동의어가 될 수 없다.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 내 삶은 명백히 전자에 가까웠다.
이전에는 기억에 없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죽음을 겪고 회귀한 이번 회차는 달랐다.
내가 쉽사리 죽고 나서 리셋한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던 두 번째 이유.
이 몸에 잠재되어 있던 기억과 감정이 점점 되살아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빈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린 크리스티앙이 필사적으로 살아왔던 비참한 기억.
직접 겪은 일이 아니더라도 그날의 수치스러웠던 감정은 분명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안 그래도 죽어서 돌아온 것도 짜증 나는데 유쾌하지 않은 기억까지 떠오르니 두 배로 죽을 맛이다.
나는 그런 티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카우니츠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공주님과 사이가 좋으신 것 같더군요. 공주님께서 폐하께 전하의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 생각보다도 대화가 더 잘 통하더군. 덕분에 언제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네. 공주께서 프랑스에 오신 뒤에도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내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하지.”
“······.”
이상한 일이다.
그 어떤 질문이나 떠보기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카우니츠의 안색에 처음으로 그늘이 졌다.
그조차 짧은 시간에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으나, 못 보고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로 감정이 드러났다.
내 암살과 연관이 있는 건지 아니면 전혀 별개의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숨기고 있는 뭔가가 있다.
그런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돌파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
어쩌면 그녀가 이번 위기를 헤쳐나갈 내 동아줄이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그러고 보니 대화가 너무 길어졌군요. 이후에 폐하를 알현하러 가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먼저 일어나는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이것 봐라.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알고 그대로 런하려는 거로군.
이렇게 되면 점점 더 의심이 갈 수밖에 없어지는데.
“폐하께서 부르신다면 당연히 가봐야 할 일. 그런 일로 나에게 사죄를 할 이유는 없네. 어서 가보게.”
“예. 그러면 저는 이만······.”
문을 열고 나가려던 카우니츠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짧게 한숨을 내쉰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폐하께서는 공명정대하고 훌륭한 군주이시지만 동시에 공주님의 어머니시기도 합니다. 전하께서 폐하의 고민을 덜어주실 수 있다면 저로서도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카우니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카우니츠가 나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감조차 잡히지 않았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뭔가가 보일 듯한데 그게 뭔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대체 흉수는 어디까지 선이 닿아있는 거지? 오스트리아는 완전히 무관한 것인가?
지금까지는 아무리 추론해 보아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방금전의 반응 덕분에 한 가지 확실한 단서를 얻는데 성공했다.
오스트리아 측은, 분명히 뭔가를 알고 있었다.